연예계에서 말 없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이 말문이 트인 모양이다. 이현우(41세)와 만나기 전, 기자는 에둘러 재미없는 말만 듣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더 솔직히 말하면 ‘한 질문에 세 마디 이상 들을 수 있을까?’란 고민도 했다. 하지만 정작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자 척척 ‘길게’ 답하는 그가 왠지 어색하게 느껴졌다. 연예인들이 으레 답하기를 꺼리는 사적인 얘기도 술술 얘기할 때면 “무슨 일 있었나?”라고 되묻게 됐다. “몇 년 동안 DJ를 하다 보니까 단답형으로 얘기하는 사람들 만나면 때리고 싶었다”고 말하는 이현우는 방송에서 보이는 이미지보다 훨씬 부드럽고 친근한 모습이다.
국내 유일 ‘실장’ 전문 배우?
인터뷰 전, 기자는 이현우의 프로필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어느새 그는 중견배우(?) 반열에 올라 있었다. 지난 1998년 영화 <토요일 오후 2시>에 특별출연을 시작으로 ‘밥이나 먹으러 갈까요’를 유행시킨 MBC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그리고 최근작 KBS 드라마 <달자의 봄>의 엄기중 역까지 무려 13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것이다. 그런데 도무지 그가 연기한 극중 인물이 ‘실장님’ 말고는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실장님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어디예요. 계속하다 보면 우리나라 배우 중 ‘실장님’ 역할만큼은 어느 정도 입지를 굳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사실 ‘실장님’이란 캐릭터가 작가들이 만들어낸 환상이에요.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대리 만족해주는 인물이죠. 제가 그동안 맡은 배역이 그다지 힘든 인물이 없었어요. 화가 나도 참고 표정 변화도 거의 없죠. 극중 실장님과 제가 똑같다고요? 전혀요. 저는 제가 투자한 시간과 에너지에 대해 보상을 받아야 해요. 어떻게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하는 여자를 딴 남자에게 뺏길 수 있어요. 저는 그렇게 못해요.”
국내 유일 ‘실장 전문 배우’ 이현우는 뮤지컬 영역에도 도전했다. 이현우가 출연하는 뮤지컬은 이미 영화로 많은 사랑을 받은 <싱글즈>다. 지난 6월 9일부터 오는 8월 12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무대에 선다.
“엉겁결에 시작하고 나서 엄청 후회했어요. 자신도 없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제작사 쪽에 아는 분이 있어서 설득당했죠. 연습 들어가기 전까지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는데, 대부분 굉장히 힘든 일이라고 입을 모으더라고요. 하루 10시간 이상 노래하고 춤추며 연습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며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라며 후회하듯 말했지만 뮤지컬에 도전한 것은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소중한 무대라는 생각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지난 4월부터 모든 방송활동을 접고 오로지 뮤지컬 연습에만 몰두했다. 10년간 끊은 담배를 다시 피울 만큼 고민하고 노력했지만 그는 “많이 부족하다”며 다른 배우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연습하는 동안 아무것도 못할 만큼 힘들었는데, 첫 공연을 마치고 참 보람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동안 장르는 다르지만 콘서트 등을 통해 무대에 많이 섰기 때문에 떨림은 덜했어요. 다른 배우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많이 노력했는데, 제 팬클럽이 온 건가? 아무튼 웃어야 할 대목이 아닌데도 웃어주고, 박수도 많이 치셔서 큰 실수 없이 공연하고 있어요.”
이현우는 지난 2003년 4월부터 만 3년 동안 SBS 파워FM <이현우의 뮤직라이브>에서 DJ를 맡으며 나른한 오후를 책임졌다. 그리고 올 4월, KBS FM <이현우의 음악앨범>으로 DJ에 복귀했다. 다시 DJ를 맡은 첫날, 이현우는 올 초 겪은 음주 사건과 관련한 솔직한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첫 방송을 축하하던 연예인 중 드라마 <달자의 봄>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이민기는 “술이 약하시던데 다시 한 번 대작할 날을 기다리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이현우는 “사실 이민기씨가 밝힌 술 얘기가 그날”이라며 지난 2월 무면허 음주운전 사건에 대해 먼저 이야기했다. 그는 이어 “당시 처음으로 <달자의 봄> 연기자들이 뭉쳐 술을 마시는 자리라 안 갈 수 없는 상황이었고, 다음날 차례를 지내러 가다가 사건이 발생했다”고 설명하고는 “아, 오늘만큼은 술 얘기는 그만하고 싶은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예전 같았으면 아마 DJ 제안을 거절했을 거예요. 우선 아침 시간이고, 그 전까지 유열씨가 13년 동안 진행하며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이라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었거든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욕먹는 일은 되도록 안 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이 저를 생각했을 때 특별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저 그런 사람으로 기억하는 것 같더라고요. 흔히 ‘악플도 관심이다’라는 말을 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 힘든 일을 피해가기보다는 욕을 먹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즐겁고 재미있게 하자는 쪽으로 변했어요. 안티 팬이 있어야 고쳐야 할 부분도 알게 되잖아요.”
이현우는 최근 10년 동안 요즘처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 기억이 없다. 방송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다 보니 하루가 너무 길게 느껴진다는 이현우. 그는 시차적응(?)이 안 돼, 한동안 해외에 머무는 듯한 느낌으로 생활했다.
“아침 방송을 하면서 생활 패턴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사람들을 저녁에 만났는데, 요즘에는 점심에 만나게 돼요. 점심부터 사람을 만난다는 건 최근 10년 동안 없던 새로운 변화예요. 또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저녁에 일찍 자게 돼서 술 마실 일도 많이 줄었어요. 술을 많이 안 마시면 건강에도 좋지만 안 좋은 일도 피할 수 있잖아요.(웃음)”
현재 여의도 인근에 사는 이현우는 아침에 방송국까지 걸어갈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워낙 게으른 성격 탓에 아직까지 한 번도 실행에 옮긴 적은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 만나는 걸 심하게 피했어요. 집안 내력이 말도 별로 없고 생김새도 차갑게 보이는 편이에요. 그래서 ‘싸가지 없다’란 말도 많이 들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여러 사람 불편하게 하면서 이상하게 살아온 것 같아요. 그런데도 운 좋게 지금까지 좋은 사람들만 만난 것 같아요. 어떤 계기로 변했다기보다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요즘에는 ‘내가 조금만 배려하면 여러 사람이 즐거워하는구나’란 생각도 드네요. 그런데 나 옛날에 진짜 왜 그랬을까?”
아직 41살,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리다
무뚝뚝한 성격이지만 이현우는 귀가 얇아서 남의 말을 허투루 넘기지 못한다. 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가입한 보험이 7개고 지분 형식으로 참여한 사업도 캐주얼 의류, 카페, 식당 등 여러 개다.
최근 그는 절친한 후배 가수 윤종신이 진행하는 MBC FM <윤종신의 두 시의 데이트>에 출연해 음악과 연기 그리고 결혼에 대해 한바탕 수다를 떨었다. 한때 이현우는 윤상, 김현철, 윤종신과 함께 ‘노총각 4인방’으로 불리며 ‘탈 총각’을 부르짖었다. 김현철, 윤상은 일찍부터 이 그룹을 탈퇴한 뒤 아빠가 됐고, 지난해 윤종신마저 결혼해 이제 남은 사람은 이현우 하나뿐이다.
“요즘 종신이가 자랑을 많이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결혼한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자신이 행복하다는 자기 암시를 걸어요. 아마 종신이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물론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저로서는 그런 말을 하는 종신이가 부럽죠. 그렇지만 결혼이 그들이 말하는 핑크빛 환상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남자끼리만 모인 술자리에서는 ‘너도 겪어봐’라고 하면서 왜들 그러는지 몰라?”
이현우의 콘서트장은 여성 팬이 많기로 소문났다. 얼마나 물이 좋으면 동료 가수 성시경은 방송에 나와서까지 그의 공연장을 부러워했다. 더러 스타와 팬으로 만나 결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이현우는 “관객은 관객이고, 여자친구는 여자친구죠”라고 말했다. 대신 그는 운명적인 사랑을 꿈꿨다.
“친형이 10년 전쯤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지금의 형수님을 만났어요.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열 시간 넘게 오는 동안 형은 형수님한테 완전히 반했죠. 형이 그런 사람이 아닌데, 형수님한테 끈질기게 치근대대니 결국 전화번호를 받고 얼마 후에 결혼까지 하더라고요. 벌써 많이 늦었지만 한 2~3년 더 늦게 결혼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겠어요? 저도 형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운명적으로 만나고 싶어요.”
그가 ‘운명적 사랑’이란 말을 하는 순간 마흔한 살이란 숫자가 떠올라 조금은 의아했다. 이현우는 그 나이가 되도록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지 못한 것일까?
“있었죠. 왜 없었겠어요. 그런데 그게 해피엔딩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는 어려서부터 결혼을 일찍 하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안 되네요. 이상형요? 예전에는 예쁘면 최고였는데, 지금은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눈이 높아졌다기보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누구를 만나도 잘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어렸을 때 결혼하는 게 최고’란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사귀는 사람요? 있으면 이러고 있겠어요. 아직 없어요. 사랑은 하고 싶은데, 조건 때문에 만나 결혼하고 싶지는 않아요. 남자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여자에게 미치는 것 아닐까요? 돈, 명예보다는 사랑할 때 제일 행복하잖아요. 사랑할 때처럼 가슴 뛰고 편안한 느낌을 받은 게 너무 오래돼서 사랑병이라면 언제라도 걸리고 싶어요.”
신인 때의 열정과 에너지 되찾고 싶어
연기자, 뮤지컬배우, DJ, MC 등 전 방송 영역을 넘나들며 활약하는 이현우의 이름 앞에는 당연히 ‘가수’라는 타이틀이 가장 먼저 붙는다. 최근 10번째 정규 앨범 을 발표한 이현우는 다른 건 몰라도 노래만은 평생 하고 싶어 했다.
“사랑이 24시간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다면 무대는 일시적으로나마 사랑과 비슷한 행복을 느끼게 해줘요. 지금 누리는 많은 것은 모두 제가 가수였기에 가능했죠. 여건이 허락한다면 계속 노래하고 싶어요.”
벌써 10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 이현우는 ‘헤어진 다음날’로 빅 히트를 친 4집 바로 전에 발매된 3집 이 가장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물론 다 열심히 만들었고, 다 소중한 앨범이죠. 그런데 3집을 준비할 때 정말 치열하게 음악을 했어요. 물론 상업적으로는 실패했지만 밤잠 설치며 열심히 만든 앨범이에요. 지금 뮤지컬을 선택한 것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며 느끼던 엄청난 열정과 에너지를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한동안 음악에 미쳐서 살 때의 뜨거운 열정이 식어가는 게 슬펐거든요. 점점 마음이 굳어가는 게 아쉬웠는데, 뮤지컬배우들을 보며 반성도 하고 잃어버린 것도 조금은 찾은 느낌이에요.”
마흔한 살 이현우에게 나이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현우는 간혹 예전에 한 자신의 인터뷰 기사를 볼 때면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신인시절 기자들이 물어보는 말에 ‘꾸며서’ 말하려 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한 인터뷰 기사를 보니까 제 취미가 일기라고 적혀 있더라고요.(웃음)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저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일기를 써본 일이 없어요. 일기 말고도 많은데, 지금 보면 우습지만 그때는 그렇게 답해야 하는 줄 알았어요.”
이현우의 진짜 취미는 좋은 벗과 술을 마시거나 운동을 하는 것이다. 운동이라고 해서 따로 시간을 내 배우는 것은 없고 집 근처를 달리거나 걷는다. 이현우는 힘들 때마다 산에 간다. 북한산에 올라 서울을 바라보는 게 그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다. 서울에 북한산이 있다는 건 굉장한 축복이라고 말하는 이현우. 그는 외모는 늙어갈망정 정신만은 청년으로 살고 싶어 했다.
“더 나이를 먹었을 때, 멋있는 아저씨가 돼 있으면 좋겠어요. 일단 모델은 숀 코너리인데 생긴 골격이 다르다 보니 가능할지 모르겠네요.(웃음) 보이는 모습이 아니더라도 내면으로 멋진 아저씨가 되는 게 바람입니다.”
첫댓글 국내 유일 실장 전문배우~ㅋㅋ 첨에는 저말이 그냥 웃겼는데..지금은 인정해요..키키♡
지금도 충분히 멋찐 아저씨라는 걸,, 오빠는 왜 모르는걸까요??? 더더더 멋찐 아저씨가 되길바라는 건 알겠지만....
멋진삶을 사는건 확실한 것 같구요. 더 세월이 흘러도 그 세월을 더한만큼 더 멋지겠죠? 저도 나이는 먹어가지만 젊은 맘과 생각으로 살고 싶어요.
지금도 충분히 멋진삶을 살고계십니다~~ ^^ 세월이 가도 언제나처럼 멋찐 아저씨가 될것같아요 혀누님은....
누구나 꿈꾸는 운명적사랑...그놈의 해피앤딩은 언제날까 몰라!...나말야~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