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쓰는 나라 캐나다로 immigrate(이주)한 후 생경스런 곳에서 생활을 시작하자니 크고 작은 cultural impact(문화 충격)들이 매일같이 일어났다. 그래서 얼떨떨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사방이 온통 curiosity(호기심) 거리라 좋았다. 아, 자고 새면 모두 다 신기한 거고 하나씩 알아지니 그거 얼마나 재미 있냔 말야.
그때 가진 curiosity 중 하나가 북미 사람들의 handwriting(손글씨)이었다. “What kind of writing is this? It looks like a little kid wrote it.” (아니, 뭔 글씨가 이 모양이야? 꼭 애들이 쓴 거 같잖아?)
특히 숫자는 가관이었다. 우리 한국 기성인들처럼 거의 통일된 스타일로 단정하게 칼같이(!) 쓰는 게 아니라 꼬불탕꼬불탕 한 것이 이걸 어떻게 빨리, 정확하게 읽고 거래하고 컴퓨터에 수록하는 업무가 이루어지나 싶을 정도였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이런 글씨로 어떻게 선진국을 이루었나 싶었지.
그때 가진 curiosity 중 하나가 북미 사람들의 handwriting(손글씨)이었다. “What kind of writing is this? It looks like a little kid wrote it.” (아니, 뭔 글씨가 이 모양이야? 꼭 애들이 쓴 거 같잖아?)
특히 숫자는 가관이었다. 우리 한국 기성인들처럼 거의 통일된 스타일로 단정하게 칼같이(!) 쓰는 게 아니라 꼬불탕꼬불탕 한 것이 이걸 어떻게 빨리, 정확하게 읽고 거래하고 컴퓨터에 수록하는 업무가 이루어지나 싶을 정도였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이런 글씨로 어떻게 선진국을 이루었나 싶었지.
그 다음, 우리 집 주소를 쓰는데 당시 주소가 7411번지니까 내가 7 자를 ③으로 썼겠다. 당연하지. 그러자 그 teller, 또 ??? 하는 기색이다.
활자에서 보는 7자와 같으니까 알긴 알겠는데 하여간 북미 handwriting으로는 읽는데 문제가 있다는 거다. 그러더니 ④ 이렇게 쓰란다. 이 서류에 ③으로 써놨는데 당장 White-Out(상표명, 수정액)으로 고치기도 번거롭기도 하고 나도 괜히 좀 즐겁게 뻗댈 맘이 나서 ‘그럼 으떻게 하란 말이냐?’는 식으로 shrug(으쓱하는 어깻짓)을 해 보였다.
그랬더니 자기 깐에 머리를 굴린 그 엉성한teller…, 이번에는 아이디어를 냈다는 듯이 내가 쓴 ③에 가로획을 하나 추가하여 ⑤로 만들어 놨다. 한국 스타일 7에다 유럽 스타일을 가미한 건데 그렇게라도 해야 7로 읽혀지진다는 소리렷다.
한국 스타일의 손글씨 숫자 때문에 배달이 안 돼?
매달 한국의 출판사에서 우리 집에 parcel(소포)로 보내오는 책들이 이따끔씩 missing이 되는 거다. 도착할 때가 지나도 소포가 안 올 때마다 서울 출판사로 전화해 보면 분명히 발송했단다. 그러다가 지난 2월에도 안 오기에 이번에는 서울의 출판사에게 한국의 우체국에 의뢰해서 그 parcel의배달 과정을 추적해보게 했다. 그랬더니 나에게 발송한 parcel이 캐나다 우리 동네 우체국까지는 와 있다는 거다.
그런데 왜 배달이 안 되고 있어? 그래서 동네post office(우체국)에 가서 조사를 의뢰했다. 참 가서 물어보길 잘 했지…. 아, 이게, 손으로 쓴 숫자 때문이었지 뭔가?
우리 집이 67번지인데 한국의 출판사에서 발송하는 사람이 7자를 한국 스타일로 ③으로 쓴 거였다. 그것도 사진에서 보다시피 67을 ⑥ 이렇게 써놔서 mail carrier(우편배달부)가 67을 6n으로 읽고는 우리 동네에 그런 주소는 없으니까 배달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가까스로 우편물을 찾은 후 한국의 출판사 발송 담당자에게 서양 숫자 쓰는 법에 대해 자세히 알려줬다. 그런 다음부터는 현재까지 소포가 배달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이런 재미 있는 구석이 보였다.
한국의 발송 담당자로서는 숫자7을 미국, 캐나다 스타일의 ④로만 쓰기에는 여전히 뭔가 허전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가로획을 하나 추가하여 유럽 스타일 ⑦로 썼던 것. 허긴 그러면 서양인들은 다들 7로 읽으니까 아무 문제가 없지.
- 동그라미 친 위의 손글씨(before), 그리고 아래 부분의 손글씨(after)를 잘 비교해보실 것
20년이 넘게 생활한 캐나다에서의 그런저런 숫자에 대한 경험을 모아 한 번 우리 프리미엄조선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는데…. 며칠 전 또 숫자와 관련된 이런 일이 생겼다.
토론토의 저명한 한인retired professor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여 같은 테이블에 같이 앉았던 문인들과 business card(명함)를 건네며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때 한 문인이 나에게 자기 이메일 주소를 손으로 써주었는데 집에 와서 보니 thankyouonon@….…이었다. ‘thankyou, 참 착한 아이디어네…. 근데 onon은 또 뭘까? 우리가 사는 Ontario 주의 약칭 on라는 의미일까?’ 하면서 (아래 사진 참조). 그 주소로 이메일을 발송했다. 그러고 나서 다음 날 보니 ‘어라? 반송이 됐네?’
- onon이 아니라 0707이었음.
그래서 또 전화를 걸어 이메일 주소를 재확인했더니 onon이 아니라 0707이라나? 원, 세상에…. 한국 스타일로 7자를 쓴데다가 게다가 무심히 첫번 내려긋는 획을 너무 길게 하여 위의 출판사에서 써보내온 손글씨6과 똑같은 혼동을 낳게 한 것.
그 분도 캐나다에서 교포문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분인데 왜 그런 영어권 스타일의 숫자 쓰기에 무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When in Rome, do as the Romans do. (영어권에서는 숫자도 영어권 스타일로 써야 하는데….)
This is real practical English. (이런 게 다 진짜 살아 있는 영어거든…)
- 미국과 캐나다 스타일의 손글씨 숫자. 2와 3에서의 끝을 어떻게 마무리했나 잘 보시라. 4는 내려긋는 획을 뒤에 붙인다. 5는 맨 끝의 획을 위로 튕기는 경우가 많다. 6은 동그라미를 미리 구부려 넣어 끝내고, 8은 위의 동그라미를 더 크게 하고 동그라미 끝을 약간 터놓는다. 아래의 이미지 속에 4번 나오는 8자들을 유의해 보시라.
- 미국과 캐나다 본토 사람이 쓴 전화번호의 숫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