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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2. <강원 소설> 2019 제3집
어둠속에서
전 세 준
다닥다닥 붙어있는 산비탈 빌딩 숲은 오늘 밤에도 희미한 불빛을 힘없이 토해 내고 있다.
낚시 추를 던진 지 불과 삼십분도 채 안 된다.
기다림으로 검은 바다를 응시 한다. 쏟아지는 배들의 불빛이 울렁이는 파도에 산산이 부서져 사라진다.
거북이 목을 한 채 건너편 산비탈을 타고 올라 간 성탄절 네온 트리로 장식된 빌딩 숲을 응시한다.
-허어... 그 사람....-
독백이다.
파란 형광등과 아직까지도 백열등으로 다닥다닥 이어 붙어 산비탈을 타고 올라 간 집들은 성탄의 기쁨에서 벗어나 슬픈 은하수로 가슴속으로 다가온다.
-저 쯤 되겠군-
그의 얼굴이 불빛 속에서 다가온다.
-에잇, 이 사람아!-
어깨를 들썩이며 먼 하늘을 쳐다보는 그의 아내 모습이 떠오르자 급히 고개를 돌려 하늘이 사라져 버린 어둠과, 푸른 바다가 한데 붙어버린 사이에 낀 어선들을 피곤한 눈으로 휘어잡는다.
그는 어쩜 나처럼 미친 사람인줄 모른다. 답답한 생활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 오직 한가지 집념 속에 정신을 빼앗기고 정상적인 생활을 잃어버린 미련한 의지의 소유자였음은 틀림없다.
누구에게도 자기 처신을 의지하지 않는 아집은 그의 성격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고독이라는 사치가 아니라 눈앞에 전개 되고 있는 삶의 현장 이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얼마 전 일이다.
뜨거운 태양의 열기가 서서히 식어가는 무렵 바닷가 방파제다.
어둠이 항구 안에 내려앉기 시작 할 무렵부터 유난히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고, 파도가 일렁이기 시작한다. 희미한 외등이 항구 안에 일렁이고 섬들로 들어앉은 화물선은 침묵 속에 잠들어 있다.
방파제 외등의 희미한 불빛에, 겨우 낚시 줄을 펼 수 있는 방파제 앞까지 파도가 일렁이고 있다. 적당한 간격으로 여기저기 자리 잡은 밤낚시 꾼들은 항구의 불빛 속에 일렁이는 바다 속으로 낚시 줄을 드리우고 외로운 석상마냥 침묵에 묶여 있다.
-어디 좀 소식이 옵니까?-
이미 내 옆에 자리 잡은 그를 바라보며 첫 대면을 한다.
-오늘은 어쩐지 소식이 없네요....빌어먹을....-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한마디 내 뱉는다. 관심이 없다는 태도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다른 낚시꾼들과 사뭇 달리 이상하리만치 귓속을 무겁게 파고든다.
바다에 나오는 낚시꾼들은 초면이건구면이건 언제나 대화가 이루어 졌지 만, 처음 대하는 듯한 그는 먼저 와 앉아 있으면서도 이미 감각을 잃은 석상마냥 침묵 속에서 어둠을 뒤 집어 쓰고 있을 뿐이다.
얼마나 침묵의 시간이 지났을까
내 오른쪽에 앉아있던 그가 한쪽 팔을 휙 뒤로 재치며 줄을 당긴다. 그의 행동은 뱀장어가 낚시에 걸렸다는 신호다.
-와! 왔구나.-
반가움에 나도 모르게 한 마디 뱉고는 그를 바라본다. 그는 한 쪽 팔로 계속 낚시 줄을 당겨 오른쪽 발등에 낚시 줄을 감는다. 잠시 놀란 눈이 그의 팔 쪽으로 옮겨간다.
-으응?-
두 손으로 당겨도 신통치 않는데 그는 한쪽 팔로 계속 당기고 있다.
처음 보는 광경이다. 아니, 처음 볼 수밖에 없다. 몇 번 밤낚시를 나왔지만, 그와 옆 자리에 같이 앉은 것 이 처음이다.
-에잇 빌어먹을!-
그는 갑자기 팔의 힘을 포기하고 침을 칵 뱉는다.
끌려오던 뱀장어가 낚시 바늘에서 빠져나간 것이 분명하다.
-아!-
나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온다. 그 아쉬움은 낚시꾼들의 공통된 신음이다. 허무, 바로 그것이다. 긴장과 초조, 스릴에서 벗어나는 허무만이 빈 낚시 줄을 타고 방파제로 허우적거리며 다가온다.
오랜 시간이 어둠속에 사라져 가버린 시간. 그를 위로 해 주고 싶은 생각이 더 낚싯대를 바라보고 앉아 있고 싶지 않다.
-갑시다.-
한 마디에 그는 아무 말 없이 낚시도구를 거둬들인다. 초면이지만 그 아쉬움을 누구보다도 가슴속에 간직한 그는 방파제 끝에 자리한 목로 집 드럼통 앞에 그와 마주 앉는다.
소주잔이 놓인다. 늦은 시간인데도 항구의 개미들은 오늘도 드램 통 앞에 모여앉아 끈적끈적한 핏줄에 윤활유를 부어 놓고 있다.
터진 핏 줄 같은 고추장이 도루묵을 뒤집어쓰고 벌건 연탄 위에서 아우성친다. 늦은 밤 목로집은 한 많은 노래 가락으로 방안에서 시끄럽게 퍼져 나오지만, 그저 귓바퀴에 맴돌다 사라지곤 한다.
-죽어버릴 작정도 아니고...-
-우리 통 성명이나 합시다-
-통 성명은 무슨.....당신 언제 봤다고...-
그는 양은그릇에 넘칠 듯 한 막걸리를 단숨에 넘겨버리며 그를 처다 본다. 그리고는 벌겋게 고추장을 뒤집어 쓴 도루묵을 뼈까지 씹어 삼키며 스스로 노란양은 그릇에 희뿌연 막걸리를 가득 채운다,
그와의 대면이 처음이고 또 목로 집에 마주 앉은 것도 처음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목소리는 점점 칼날로 변해간다. 한 마디 한 마디 분노를 되씹어 내며 희뿌연 막걸리로 목을 적신다.
세상과의 비타협, 철두철미한 자신의 옹고집이 그의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삶의 비명으로 목로 집 천장을 타고 바다로 흘러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얼굴은 이글어지고, 충혈 된 두 동공은 무섭도록 실내에 가득 넘친다.
-어떻게 한 쪽 팔로....?-
순간적으로, 그의 아픈 가슴을 파고들었다는 생각이 스쳐간다. 빈 잔을 그의 앞으로 밀어 놓고 고물 같은 막걸리 주전자를 기우린다.
내 전신에도 서서히 술기운이 퍼져 나간다.
-허허.... 노여워 말고 ...그져 한 번 해 본 소리뿐이요.-
-그렇게 궁금하오? 그렇지, 많은 사람들의 흥미의 대상임이 틀림없지....이 못난 팔 병신이 낚시를 즐기고 있으니. 허허허허.-
야릇한 웃음이 흘러나온다.
-아, 아니요.... 흥미라니....그져 궁금해서...._
-괜찮소. 내, 얘기 해 주지요...-
빈 누런 양재기 잔에 주전자를 기우리고 다시 목구멍으로 쏟아 넣는다.
-아니요... 그만두구려. 뭐 이제 별로 알고 싶지 않소.-
-괜찮소. 별것 아니요. 아들 녀석이 하도 몸이 약해 뱀장어라도 잡아 먹이려고....애미는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생선 행상을 하는 터에 그놈의 부자 병인가.... 당뇨에 결핵까지 겹쳐 장작개피 같은 몸둥아리를 겨우 움직여 하루하루.......허허허....그놈의 애새끼는 소아마비에... 허어, 애비는 외팔이에다....하하하.-
그는 갑자기 담배 연기로 가득 찬 목로 집 천장을 쳐다보며 한바탕 너털웃음을 쏟아낸다.
어느사이 둘은 죽마지우가 되어있다.
미닫이가 닫힌 안방에서는 계속 작부의 노래가 새어 나온다.
-......-
고난으로 가득 넘쳐나는 듯 한 그의 얼굴을 새삼 응시한다.
벌건 연탄불 위에서 붉은 고추장을 뒤집어 쓴 도루묵은 바로 그의 육신으로 다가온다.
-허어....재밋죠? 나 같은 집구석이 이 세상 어디 또 있겠소? 고급 빌딩에 사는 병신들의 수용소.....그래...그래요. 제일 높은 산비탈 빌딩 숲에 사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알겠소? 허허허허.. 그래도 나는 이 수용소의 소장이요...병신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
그는 마지막 빈 주전자를 들어 올렸다.
-이제, 그만 합시다.-
-하나만 더... 주모 여기...-
그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한주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밤낚시를 나왔지만 고양이 꼬리 같은 놈 몇 마리 잡았을 뿐 방울이 울릴 때마다 허탕이오. 한 쪽 팔로 낚시 줄을 당긴 다는 게....허허허. 이놈의 팔만 아니었어도...-
그는 팔굽까지 없어져 버린 오른쪽 어깨를 들어 올리며 싱긋 웃는다.
-이 사람아, 한쪽 팔이 있었다면 이 고생은 안 했을게 아닌가? 하하....-
그의 어깨를 한 번 툭 치며 슬픈 웃음으로 그의 입을 막는다.
-맞아요! 이형 얘기.-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넘긴다.
그의 바구니에는 한 마리의 뱀장어도 없이 텅 비어있다.
-자, 오늘 이걸 갖다 아들 녀석 푹 달여 먹어요.-
굵은 놈 두 마리를 집어 올려 그의 바구니에 던져 넣는다.
-아. 이거 미안해서....-
그는 거절하는 기색도 없이 연실 고맙다며 언젠가 뱀장어 빚을 갚겠다면서 비틀거리며 잃어 선다.
바위틈에 끼워둔 방울이 울린다.
짜릿한 감전의 쾌감이다. 손아귀에 감아 쥔 낚시 줄을 순간적으로 나꿔채며 빠른 속도로 손을 바꿔가며 낚시 줄을 당긴다. 현대화 된 릴낚싯대 보다 두 손으로 당기는 줄낚시의 참맛이다.
묵직하다. 큰 놈이다.
-이형! 힘껏 당겨요! 두 팔로 힘껏! 대단한 놈 같소.. 하하하. 오늘은 한 잔 할 만 하오!-
그가 앉았던 텅 빈 낚시터에서 한 쪽 팔을 휘두르며 환호성을 보내지만, 그의 목소리만 어두운 항구에 맴돌며 파도처럼 밀려왔다 스르르 사라진다.
인고의 열매로 하얀 물결을 가르며 끌려오는 것은 엄청난 바다 뱀장어다.
넓은 바다 속에 공깃돌 같은 미끼를 던지고 침묵으로 기다린 열매다. 낚시하는 사람이 아니고는 맛 볼 수 없는 쾌감이다. 남녀의 정사 끝에 오는 사정과 올가니즘 의 짜릿함이다.
방파제 위로 끌어 올린다.
힘껏 들어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바다 뱀장어는 깊은 수심에서 벗어난 외풍과 입 속 깊숙이 박힌 낚시의 고통에서 몸통을 비틀며 비명을 지른다.
담배를 피워 문다.
꿀맛이다. 허공을 향해 연기를 내 뿜는다. 담배를 끊는다고 결심한지 한 달이 가까워 오지만 이 순간의 담배 맛은 일품이다. 가슴이 시원하다. 한바탕 큰일을 겪고 난 뒤의 편안함이다. 무심코 항구 건너편 고층 건물로 위장된 산비탈 빌딩들의 불빛들이 시선을 파고든다.
-이형! 수고했소. 정말 멋진 놈이요! 자, 한 대포 해야지요...-
다시 텅 빈 그의 낚시터에서 들려오는 굵은 목소리다. 역시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목로 집에서 잔뜩 취한 채 헤어진 그와 그 이후에도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방파제를 찾아 추를 던진다. 그는 낚시를 드리우고 어둠을 응시 할 때는 영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언제 술좌석을 같이 했느냐는 듯 말이 없다. 더 이상 자기 이야기는 감추는 듯 꺼내지 않는다.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목로 집을 찾아야 한다.
밤 열한시가 넘으면 낚시꾼들은 하나 둘 자리를 뜬다. 그 역시 주섬주섬 자리를 정돈할 때 나도 낚시를 거두었고, 그의 바구니가 비어 있을 때는 응당 내 바구니의 바다 뱀장어 한 두 마리가 그의 바구니로 옮겨간다. 그때마다 아들에게 푹 고아서 먹이려고 한다며 고맙다는 인사는 빼먹지 않는다.
낚시가 끝나고 귀가 할 때면 이젠 응당 서로 말이 없어도 목로 집으로 향한다. 물론 그에게 술값이 있을리 없고 나 역시 주머니가 비어있을 때는 직업이 술 배달이라 주막에 외상은 잘 통해 걱정은 없다.
낚시가 끝나고 자주 목로 집 출입이 계속되었을 때 취중에 그는 자기 이야기를 한 줄 두 줄 풀어놓기 시작한다.
그의 이야기에 관심이 쏠리지만, 결코 듣기 편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전쟁고아. 고아원에서 중학교까지 공부를 했지만 틀에 박힌 생활에 싫증을 느끼고 야간 탈출. 골목길 시장 통에서 젊음을 불사르다 결국 군에 자원입대 했단다.
공짜 옷, 공짜 밥으로 뼈가 굵었단다. 그러나 군복을 벗고 나왔을 때는 앞길이 캄캄해 방황의 시간이 계속 되었단다
-참, 막막합디다.-
-그래도 다 살기마련이지....-
-그러니 생활이 말이 아니지요...-
서른이 훨씬 넘은 듯한 그의 초췌한 얼굴에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 흐른다.
뒷골목 생활에서 어쩌다 지금의 아내를 만났지만, 그녀 역시 계부 밑에서 온갖 시달림과 병마에 휩싸였고 성폭행까지.....결국 집을 뛰쳐나왔고, 지독한 포주 손아귀에 들어간 그녀를 도둑질하여 살림을 꾸려나가기 시작했다며 한 마디 한 마디 허공을 바라보며 뱉아 놓는다.
-참, 그때는 내 눈에 무서운 것이 없었던 모양이요. 겁도 없이....-
-아니, 그럴 수가 ? 아무리 계부지만.....-
-아..아니..그만 합시다 내가 괜한 얘기를... 자 어서 한 잔 쭉....-
그도 앞에 놓인 막걸리 양재기를 치켜 올린다.
-그런 얘기를 했단 말이요?-
-하하, 했지요....엉엉 울음을 터트리며....계부 얘기뿐 아니라 서울로 탈출한 그날 우람진 젊은 놈에게.....결국 포주 손아귀로....낮과 밤을 뒤바꿔 살아 온 얘기를.....-
-허어 참....-
-그 때 말이요 내 심정이 어떻겠소?-
-허어 참...-
뭐라고 대답해야 할런지 도무지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하 내가,,,내가 말이요 그녀를 와락 끌어 앉고 한바탕 울면서 위로했지.....걱정 말고 이제부터 나랑 같이 살아보자고.....허허허...내게 그런 용기가 있다는 것 참으로 나도 몰랐소. 그녀의 허리를 부등켜 안고 이제부터 나하고 잘 살아 보자고 외치고 또 외쳤지요...목구멍에서 피가 터져 나오는 아픔을 참고 말이요...사실 나도 천애의 고아가 아니요?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들이 사회에 나오면 참 마음이 넓어진다는 것을 이형은 잘 모를 거요....그들은 따뜻한 환경을 그리워하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하나의 삶의 목적이 되고 마는 것이라오.
따뜻한 정을 그리워하며 어려운 사람을 위로 할 줄 아는 습성을 배우면서 살아 온 아이들이요. 하하하.....이거 내가 너무 취했나 보우..... 자, 한 잔 쭉 드시구려...-
그는 조금 전 과 달리 갑자기 너털웃음을 쏟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이미 늦은 시간이라 목로에는 빈 드람 통 자리가 쥐가 파먹은 머리통 마냥 비어 있다.
많은 시간이 흘렀는가 보다. 텅 빈 드람통 자리에는 떠나간 흔적들이만 남아 있을 뿐이다.
오늘 역시 방안에서 간드러지는 작부들의 웃음이 흘러나온다. 그 터널에 안주하고 있는 나그네들은 그래도 주머니에 지폐께나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마담! 여기 더 큰 양푼 술 잔 없어! 이거 영 술 잔 이래?.-
그는 지금까지 마시던 양은 술잔이 작다고 트집을 잡는다.
-너무 취하는 것 아니오? 집에서 부인과 아이가 기다릴 텐데....-
나는 그의 술 취함에 정비례로 따라가고 있다.
-아내? 아이? 그런 쓸 때 없는 걱정일랑 내 버려요. 이렇게 바다 뱀장어를 잡아가면 되는 거요. 하하하 .... 제 애미가 녀석을 부등켜 안고 있으니 아무 걱정 말아요 허허허...-
줄기차게 지난 일을 혼자 쏟아내던 그는 노란 양은 한 잔을 순식간에 쭉 목구멍으로 넘기고는 고추장을 뒤집어 쓴 도루묵을 우직우직 씹어 넘긴다.
-그래도...-
-아니요! 이형은 내 이야기를 듣는 게 실증 난 모양이요.....-
그의 표정이 조금 변한 것 같아 움칠 한다.
-아...아니요. 언제 자주 얘기합니까? 이렇게 한 잔 하니 이야기가 나오지.-
그가 하고 싶은 얘기는 자신이 하고 싶을 때 한 마디씩, 아니 몇 마디 줄기차게 얘기 한 들 막을 수 없다.
-사실 창피스러워 더 얘길 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서...나는 내 스스로의 생활을 청산하려는 생각에 골목길 생활을 버리고 무작정 떠났오. 어디가면 설마 굶어 죽겠는가 ...이런 위로를 스스로 하면서....오랜 시간 후, 팔뚝 같은 바다 뱀장어가 걸려 오는 것처럼 말이요....-
지금까지 이렇게 긴 이야기를 해 본 일이 없다면서 다시 가득 채운 양은 잔을 당긴다.
-나는.... 쓰레기란 말이요. 내, 자랑 한 번 해 볼까요? 하하하...하나 밖에 없는 소아마비 내 아들. 어울리지 않게, 아니 재수 없게 걸려 든 당뇨와 결핵의 합병증인 아내. 그 아내와 자식새끼에게 약은커녕 행상을 해서 먹이를 구해 와야 하는 .....팔 한 쪽 달랑 내 버린 가장. 어쩌면 흔히 말하는 핵가족이다. 아니 핵가족이기 전에 쓰레기로 모아진 작은 집단이요.-
-참, 고생이 ....-
-고생이 문제가 아니요. 그까짓 고생 없는 보람은 뭐 가치가 있겠소? 그런 것이 문제 아니라 이게 뭐 사람이요? 살아가야 할 이유라도 떳떳하게 찾아내야 하는데.... 물론 우리 쓰레기들을 위해서..... 하, 참 내가 잊었군요. 그 때 말이요 무작정 헤맬 때 큰 바다 뱀장어 한 마리가 걸렸단 말이요.....-
한동안 혼자 중얼거리다 담배를 빼어 연탄불에 불을 댕긴다.
-딸랑 딸랑-
방울 소리다. 순간 나는 꿈속에서 깨어나듯 오른 팔을 홱 뒤쪽으로 낚아챈다.
무겁다.
낚싯줄에 끌려오는 녀석은 어두운 바다 속을 가르며 앞으로 앞으로 다가온다.
몇 시간만이다. 주위에 있던 낚시꾼들의 얼굴에 긴장과 초초함이 묻어나오며 낚싯대를 응시한다.
-하하하 역시 이형, 많이 늘었소! 어서 더욱 빨리 빨리 당겨요 두 팔로....오늘도 한 잔 해야겠소.-
예외 없이 그의 굵은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든다.
-...모두들 참 부러워했소. 그 중에서도 뒷골목에서 한 때 같이 주먹을 휘두르던 친구 녀석들이....하하하-
그는 정말 큰 바다 뱀장어나 끌어 올린 듯 한 바탕 기분 좋게 웃음을 터트린다.
자기가 금광에 취직한 것을 마치 큰 바다 뱀장어를 잡아 올린것이라고 어깨를 으쓱거린다.
우선 금광 촌에 관사 방 한 칸을 얻어 아내와 살림을 차려 이럭저럭 한 해 두 해를 지났다고 했다.
-허허, 아, 글쎄 재수가 없으려니.... 원동기 피댓줄에 그만 팔이....-
그가 오른쪽 어깨를 치켜 올린다.
순간 나는 그에게 무엇인가 사건이 터졌다는 생각이 피뜩 머릿속을 스친다.
-그 땐 이미 병신같은 애새끼가 방안에서 꿈틀거리고 있을 무렵인데...-
-어허.-
-원동기 피댓줄에 오른 팔을 잃고 난 후 소장의 특별 배려로 아내가 내 대신 광산 일을 하게 되니.......허 참. 내가 그 움막 같은 관사 숙소에서 병신 아들을 지켜보며 살게 되었으니....-
눈을 지그시 감는다. 다시 침묵이 흐른다.
-...허어 참, 그렇다고 계속 집에만 있을 수 없고....한쪽 팔로 아이를 등에 휘감고 폐광더미로 가서 두 눈을 뒤집어쓰고 혹시나 노다지를 만나지 않을까 폐광더미를 휘졌지만, 어리석은 생각이 아니겠소? 하하하.... 빌어먹을 ..이걸 그냥... 내가 미친 생각이지... 비탈길을 돌아 집으로 돌아오면서 등에 겨우 매달린 녀석을 내 동댕이치고 싶었지만.... 그게 참 그렇게 안됍디다.....병신이 된 것만으로도 큰 죄를 짓고 사는 애비인데 그 아이 마저 없애 치운다면....
내가 집에 돌아와 더욱 앞이 캄캄해진 것은 폐광이라는 아내의 긴 한 숨 속에서 흘러나온 소리였다는 것이요. 그 때부터 아내의 눈물을 자주 보았지요..더구나 그녀의 병도 점점 깊어 간다는 것도....그 때 광산을 떠나 찾아 온 곳이 어쩌다 이곳이 되어버렸고.... 지금까지....마누라는 생선 행상으로..난, 그냥 방안에서 아이만 붙들고 있을 수 없어 모처럼 아내가 늦게 돌아 온 어느 날 밤, 바다로 확 뛰어들어 죽어 버릴까하는 생각으로 방파제에 나왔다가 바다 뱀장어를 낚는 낚시꾼들을 보고, 아! 그래 나도 해 보자! 아이에게 한번이라도 뱀장어를 푹 고아 먹여보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허허 그때부터 내 밤낚시가 시작되었는데.......뭘 합니까? 이제..영..,, 이 놈의 한쪽 팔만 있어도....아니, 아니지요..... 두 팔이 멀쩡하다면 내가 이렇게 한가하게 낚시를 할 이유가 없겠지요. 하하하...-
그의 히쭉 웃는 얼굴이 사라진 듯하자 낚시에 걸려 온 바다 뱀장어를 시멘트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이 순간을 그와 같이 할 수 없다는 이상스러운 허전함이 바다뱀장어에 대한 흐믓함을 짓누른다.
-자, 이리 던져요! 내가 받을게....와! 엄청 큰 놈이요. 오늘 장원이요!-
건너편 산비탈 빌딩 숲속에서 그의 환호성이 파도소리를 타고 온다.
-난, 말이요 추를 멀리 던질 수 없어 실패의 연속이요! -
그는 낚시꾼과 자기가 새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듯 한숨을 내 뱉는다.
낮에는 텅 빈 움막 같은 집에서 거머리 같은 아이 녀석을 돌봐 줘야하고 밤이면 오직 바다로 나올 수밖에 없는 지금, 그는 지나간 옛 골목시절이 그리워진다고 했다.
그와의 대화는 언제나 낚시를 접는 늦은 밤 목로 집에서 시작되고, 그곳에서 다음의 이야기로 맞기고 비틀거리며 헤어지곤 했다
유별나게 파도가 울렁거렸다. 바로 건너다보이는 큰 방파제 등대 불빛 속에 밀어닥친 파도가
물기둥으로 부서지고 있었다.
항구 안에 정박한 육중한 화물선들이 파도를 타고 일렁거렸다. 방파제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그는 얼굴에 와 닿는 눅눅한 염분을 느끼며 가지 온 낚시 줄을 사리고 고등어 미끼를 끼웠다.
태풍주의보가 내리고 파도가 치솟는 탓인지 밤 낚시꾼들의 모습이 드문드문 눈에 뜨일 뿐 방파제는 비바람 속에 한적하기만 하다.
언제나 옆자리에 앉아 있어야 할 이형도 나타나지 않는다.
고등어 미끼를 낀 그는 왼손에 낚시 줄을 잡고 빙글빙글 무거운 삼각추를 돌리다 한구 안쪽을 향해 던졌다.
밤바다에서 육지로 향한 맞바람은 그가 던진 낚시 줄의 거리를 다축 시켰다. 집으로 돌아갔으면 했지만, 큰 놈 한 마리를 잡아야 한다는 어떤 의무감 같은 것을 압박 받으며 던져 놓은 낚싯줄을 방울 대에 얼쳐 놓는다.
(한 번 만이라도 울려 주었으면...)
그의 소망은 간절하다 못해 처절한 심정이다. 기도하는 자세로 얼굴을 스치는 해풍을 왼쪽 손바닥으로 막아본다.
기침을 토해 내는 바싹 마른 아내와 문어 같이 허물거리는 아이의 모습이 어둠에 묻힌 수면으로 떠오른다.
(그래, 걱정들 말라구.... 내 오늘 큼직한 놈 한 마리 낚아 우리 푸짐하게 구어 먹자구.....)
혼자 중얼거리며 을시련스럽게 담배를 피워 문다. 이럴 때 이형이 옆에 있었으면 싶다. 그러나 이형의 모습은 시간이 흘러도 볼 수 없다.
(태풍경보 때문일까? 아니면 집에...무슨 일이...)
그에 대한 그간의 따스한 정이 새삼 느껴온다.
-딸랑 딸랑-
바로 그때 그의 귓속으로 유난하게 큰 방울 소리가 파고든다. 입에 물었던 담배를 흭 내뱉는 순간 방울대의 낚싯줄을 낚아채며 줄을 당기기 시작한다. 엄청남 힘이다. 왼쪽 손에 감아쥔 낚싯줄이 쉽게 끌려오지 않는다. 있는 힘을 다 해 조금씩 조금씩 당겨 발밑에 감으며 줄을 당긴다.
일렁이는 파도가 그가 서 있는 방파제 앞까지 치솟아 올랐다 부서져 사라져 간다.
무겁다. 낚시가 바위에 걸린 듯 쉽게 딸려오지 않는다. 후드득 후드득 가슴이 뛴다. 다급해진 그는 방파제 앞 모서리로 다가가 한쪽 팔로 계속 당긴다.
(엄청나게 큰 놈이다! 이놈을 잡아야 한다... 조금 더 조금만 더!)
혼자 주얼거리며 있는 힘을 쏟아낸다. 어쩜 혼자만의 발버둥이다.
(제발....제발!)
아내의 얼굴이, 소아마비 아이 얼굴이 항구 안에 다시 크게 다가온다.
(걱정 마!)
눈물이 핑 돈다. 다시 ,또 다시 힘을 주며 당긴다. 조금씩 조금씩 방파제 앞으로 끌려온다.
방파제 위에 끌어 올려놓은 낚싯줄이 희미한 외등에 하얗게 들어냈고, 한쪽 발목에 감은 낚싯줄은 불규칙하게 엉켜 있다.
(조금만 더! 조그만 더!)
보인다. 수면위로 솟구쳐 낚싯줄에 끌려오며 몸부림치는 바다 뱀장어. 가슴이 후드득 떨린다.
엄청나게 큰 놈이다. 한 손으로 움켜잡을 수 없는 몸통이다. 팽팽한 낚싯줄에 파여 나간 손바닥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물속을 벗어난 바다 뱀장어는 몸을 비틀며 용트림 친다.
순간, 방파제 끝에서 용트림치는 뱀장어를 한 팔로 끓어 올리며 몸을 숙이는 순간 일렁이는 파도가 전신을 휘감는다.
-아! 사....사람 살려요!-
그의 외침은 파도 소리에 묻혀 허공으로 사라진다. 무엇인가 몸을 휘어 감는 압박감 속에 그는 깊은 곳으로 침식되어 간다.
바싹 마른 아내의 모습도, 문어 같은 아이의 얼굴도 사라져 간다.
바다 바람은 더욱 세차게 불어온다. 성난 듯 한 파도는 방파제에 부디 치며 산산이 흩어지고 있다.
-아니, 그 사람이 정신 나갔지... 그 파도에 밤낚시라니? 허허허,-
-무척이나 큰 놈이.... 글쎄....-
-큰 놈이면 뭘 하는가? 사람이 죽어가는 판에....-
-팔 도 성하지 못한 사람이 정신이....-
-뱀장어 한 마리 못 잡으면 뭐 난리라도 나는가? 그 파도에...-
-뱀장어가 낚시에 걸린 채 시체를 둘둘 감고 있었다니....-
-한 쪽 팔로...쯧쯧.-
며칠 후 파도가 잔잔해 진 어느 날 오후 목로 집에 술 배달 나갔다가, 이곳저곳 목로에 앉아 주고받는 주객들의 소리를 듣고 그가 익사했다는 놀라운 소식을 듣고 멍하니 그와 같이 앉았던 드럼통을 바라본다.
저녁 술 배달이 끝나자 어둑어둑 어둠이 내린다. ]
발걸음이 목로로 향한다. 그날 밤 밤낚시를 나가지 않았던 자신이 꼭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 같다.
빈자리를 찾아 앉아 탁주와 도루묵을 시킨다. 낚시가 끝 날 때 마다 늘 같이 술잔을 비우던 그 자리. 오늘은 혼자다. 그의 앞에는 아무도 없다.
-자, 한 잔 하소!-
같이 주고받던 양은 잔에 가득 채운다.
-이보시게 당신 말 마따다 쓰레기 같은 식구들을 놔두고 혼자 먼저 가면 어쩌나? 이 못된 사람......하루 이틀 쯤 참지 그랬어! 산 목구멍에 설마 거미줄을 치겠나? 미련한 사람.... 허어.... 참, 이제 아내랑 아이는 어떻게 살라고,,,,쯧쯧쯧-
목로 집 마담이 나를 일으켜 세울 때 까지 넋두리는 계속된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어떻게 집으로 돌아 왔는지 기억에 없다. 머리가 어지럽다. 산비탈 빌딩 숲, 아니 게딱지 같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산비탈 그의 집을 찾았을, 때 동네 사람들에 의해 그의 운구기 시작되고 있다. 밤마다 고층빌딩 숲으로 나타나던 산비탈 단칸 방, 마을 사람들은 모두 벙어리로 변해있다.
당뇨와 결핵에 지친 그의 아내는 정신이 나간 듯 멍하니 허공 속으로 시선을 던지고 있었고 소아마비 아이는 그녀 옆에 거미처럼 엎드려 있을 뿐이다.
-정신 차리세요. 이럴수록 정신 차려야지요!-
그녀는 힐끔 나를 쳐다본다. 만취된 그를 잡아끌고 몇 번 이 산비탈 불 빛 동네를 찾아왔었을 때 언제나 잊지 않고 고맙다는 인사를 주던 그녀다.
관이 집을 나선다. 역시 그녀는 아랑곳없다는 듯 흰 눈동자를 허공으로 날려 보내며 움직이지 않는다.
운구패들을 따르려는 순간 나는 놀란 눈으로 우뚝 멈춰 선다.
-저 놈이다!-
허물어가는 뜰 앞 누런 대야 안에 팔뚝 같은 바다 뱀장어가 가쁘게 숨을 쉬고 있다.
엉크러 진 낚싯줄과 입에 걸린 낚시가 어지럽다.
-어... 크긴 큰 놈이군....저 놈이...-
멍하니 바다 뱀장어를 바라본다.
-빌어먹을 놈! 낚시에 걸리지나 말일이지....-
생명줄을 끊어 놓았다는 생각이 스치자 가느다란 분노가 치솟아 오른다.
더 볼 수 없어 정신을 가다듬고 운구 행렬을 뒤 따른다. 상주조차 없는 행렬. 유족의 흐느낌도 없다.
바닷가 솔 밭 공동묘지. 바다에서 일생을 마치고 사라져 간 영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소곤거린다.
-또, 한 명 왔어!-
-쯧쯧.... 슬픈 노랫소리도 없네!-
-우리라도 환영해 줘야지-
-반갑다 친구야!-
해변 가 소나무들이 바람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잘 왔다 친구야. 고생 많았지? 여기는 천당이네 편히 와서 푹 쉬게...파도 소리 들으며 세상 일 버리게...-
-그래 그래, 저들 말마따나 편이가게....-
깊숙한 솔밭에 버리고 떠난 빈자리에 그는 털썩 주저앉는다. 상여꾼들이 두고 간 소주병을 치켜들고 고개를 쳐든다. 꿀맛 같다.
- 잘 가게나.... 내, 그놈의 뱀장어 봤네! 엄청나더군... 그래, 자네 심정 알만했어! 참 대단했어.... 끝까지 바다 속에서 그 놈을 몸에 감고 잡아 놓았으니..허허허... 내, 그 놈의 배를 갈라 포를 떠서 아들에게 구어 먹일 터이니 걱정 말게.....-
- 자, 한 잔 하게, 나도 한 잔. 그 산비탈 빌딩숲으로 올라가지 않아 얼마나 좋은가. 이젠 밤낮으로 변하는 그곳을 잊고 여기 황홀한 불빛은 없지만...... 참 좋은 곳이네.....-
취기가 온 몸에 밀물처럼 찾아든다.
-나, 가요. 내....내, 또 찾아오지....-
비틀거리는 몸을 가누며 큰 길로 나선다.
나는 으스스 추위를 느끼며 시계를 본다. 하나, 둘 낚시꾼들은 자리를 뜬다.
그의 모습은 이제 내 옆에서 볼 수 없다.
-이 형, 부지런히 잡아요! 나야 이젠 틀렸지만..... 이왕이면 큰 놈을 나꿔채요! 이 형은 스
릴을 맛보면 되는 게 아니오? 그런데 나는 그 때 밤낚시의 스릴이 문제 아니라 이 형도 알다시피 .......-
-알아요, 알아! 자네는 스릴이 아니라 그 놈의 뱀장어가 필요했던 것 아니겠소...아이를 위해서 말이요.....-
어둠에 묻힌 수면 위에 그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때다.
-딸랑 딸랑-
방울이 요란하게 울리며 낚싯대 끝이 요동친다. 낚싯대가 ㅂ어둠 속에서 휘청거린다. 순간 힘껏 낚싯줄을 뽑아내며 낚싯줄을 나꾸어 챈다.
다시 나타 난 그가 빙그레 웃는다.
낚싯줄이 팽팽해지고 후드득 바다 뱀장어의 몸부림이 줄을 타고 전신으로 파고든다. 짜르르 전율이 온 몸에 퍼진다. 묵직하다. 두 팔을 번쩍 들어 바닥에 팽개친다.
-와! 큰 놈이다-
문어같이 늘어진 그의 아들이 손짓한다.
-그래, 그 녀석에게 구어 먹여야지!-
건너편 산비탈에 희미한 전등이 난무하는 빌딩 숲을 쳐다본다. 그의 아내가 웃고 있다. 참으로 오랫 만에 웃는 모습이다.
목로에 앉아 누런 양은 술잔에 가득 찬 막걸리를 마시던 그가 한 쪽 팔로 내 어깨를 툭툭 친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어디에서나 볼 수 없다.
허공 속에서 자욱한 연기만 파도처럼 일렁인다.
산비탈 난민촌 빌딩 숲은 언제나 밤과 낮,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그 속에서 그는 무심하게 어두운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묵호 <,해파리>문학동인회를 만들고-
]
---묵호 향로봉 항구 축대에 앉아 밤낚시를 즐기며--- 오랜 옛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