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보어 카페 & 이터리
[2] “편히 쉬었다 가세요”
아뜰리에 르 플리
망원역에서 한강 방면으로 10분 정도 걸어오면 망원정사거리에 도착한다. 오래된 자동차 정비소와 국숫집이 있는 낡은 건물 2층에 보이는 아뜰리에 르 플리. 크게 눈에 띄지 않아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이곳은 원래 프랑스에서 그림을 공부하고 온 사장님이 작업실로 썼던 공간이다. 지금은 일반적인 형태의 카페로 운영하고 있지만 여기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바라는 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제 작업실에서 편안하게 쉬었다 가세요.”
파리의 어느 작은 아뜰리에로 놀러 온 듯한 기분이다. 옅은 크림색 천장과 벽, 따뜻한 우드 톤의 나무 바닥과 빈티지 테이블은 공간 전반에 아늑함을 불어 넣고, 중앙 구역을 차지한 초록 식물들은 생기를 더한다. 실제 작업실로 사용했다는 걸 알려주듯 커다란 캔버스와 이젤, 벽에 걸린 직접 그린 그림도 구석구석에서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가운데를 비우고 벽면을 따라 여유 있게 좌석을 배치한 덕분에 어느 테이블에 있어도 공간 전체가 시야에 들어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아뜰리에 르 플리의 식사 메뉴는 고급 음식보다는 소박한 가정식 느낌에 가깝다. 프랑스 유학 시절 자주 먹던 음식을 바탕으로 메뉴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추억이 있고 스토리가 있는 요리들을, 깔끔하고 산뜻하게 먹기를 좋아하는 주인장의 입맛에 맞게 다듬었다.
르 플리 아쉬 파르망티에 세트는 유기농 홀 토마토로 맛을 낸 다진 소고기와 채소 위로 감자 퓌레와 치즈, 빵가루를 층층이 올린 메뉴다. 프랑스에서는 가게별로 가정별로 조금씩 다른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고. 짭짤하고 자극적인 맛일 거란 예상과는 달리 꽤나 담백해서 놀랐다. 고기 간을 일부러 세게 하지 않는 데다가 감자 퓌레와 빵가루가 더해져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레몬 조각과 홀그레인 머스타드가 같이 나오므로 풍미를 확 끌어 올리고 싶을 때마다 곁들여 보자.
비주얼만 봐도 기분 좋아지는 르 플리 데쥬 세트는 정오까지만 주문이 가능한 메뉴. ‘여행자의 아침’을 모토로 호텔 조식이 연상되는 풍성한 플레이트를 내어준다. 빵과 버터와 딸기잼, 삶은 계란, 햄과 치즈, 샐러드와 미니 요거트볼에 커피 혹은 차까지. 신선한 재료들로 맛과 영양 모두 균형을 잡는 데 성공한 구성이다. 서울 여행을 온 친구나 지인이 있다면 매장 오픈 시간에 맞춰 데려가 이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 근사한 아침 식사 덕에 여행의 설렘이 배가 된다는 기분 좋은 칭찬을 들을 수 있을 테니까.
아뜰리에 르 플리
[3] “얼리버드를 위한 한 상”
오파토
‘early bird meal at 8:00am’. 가게 입구에 적힌 문구처럼 오파토는 이른 아침부터 풍성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브런치 레스토랑이다. 주변에 이 정도로 일찍 여는 식당이나 카페가 적은 탓에,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한 해방촌 주민들이 하나둘 오파토에 모여드는 풍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주말에는 오픈 시간에 맞춰 멀리서 찾아온 이들도 많다. 매번 다짐과는 다르게 10시는 넘어야 눈이 떠지는 나로서는 든든한 아침 식사에 대한 강한 열망을 지닌 얼리버드들이 신기할 뿐이다(부럽다는 뜻이다).
오파토의 브런치 메뉴를 구성하는 건 직접 만든 재료들. 빵을 비롯해 소스와 잼 등 대부분의 기본 재료를 매장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다. 얼리버드 모닝 세트에 샌드위치로 포함되는 소금빵은 손으로 찢어먹을 때의 느낌을 고려해 겉과 속 모두 최대한 부드럽게 굽는 편이며, 오파토 토스트와 함께 제공되는 바닐라 빈 밀크 잼은 별도의 첨가제 없이 천연 바닐라 빈 스틱과 우유, 유기농 설탕만 넣고 장시간 끓인다. 독자적인 방식으로 정성스럽게 제조하는 만큼 포장이나 온라인 주문 판매의 인기도 높다고 한다.
대표 메뉴 중 하나인 오파토 토스트를 주문했다. 노릇하게 구운 토스트와 고소한 버터, 달콤한 바닐라 빈 밀크잼에 극강의 부드러움을 자랑하는 스크램블 에그와 짭조름한 베이컨, 당근 라페와 그라노빠다노 치즈가 올라간 그린 샐러드까지. 이렇게 알찬 플레이트를 아침부터 먹으면 안 행복하기도 어렵다.
핵심 재료가 매일 바뀌는 데일리 수프 역시 놓치면 아쉬운 메뉴. 느타리-양송이-표고 트리오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과 만나 입안 가득 풍미를 터뜨리는 버섯 수프는 과연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같이 내어주는 사워도우를 수프에 찍어 먹으며 마지막까지 싹싹 긁어먹기를 바란다.
밝고 산뜻한 분위기의 일반적은 브런치 식당과는 사뭇 다른 차분하고 묵직한 분위기. 낮은 조도와 고풍스러운 벽지 패턴, 어두운색의 빈티지 찬장 등 오래된 유럽 카페에 온 듯한 클래식한 무드가 공간 전반을 감돈다. 취재 날 비가 많이 내렸는데, 차분한 매장 내부에 앉아 창 너머로 바라보는 비 오는 풍경이 퍽 운치 있었다.
오파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