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6
뭐야 이녀석, 지 할말만 하고 바로 전화 끊어버리잖아?
하긴.. 아까 한재우가 전화할때도 내가 그랫지만..
이 새끼들 나갖고 장난치나-_- 아 몰라몰라 잠이나 잘래.
전화 무음, 문자 무음으로 해 놓고 다른밤보다 레스를 꼭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
*
이게 뭔 일이여.. 엄머..
일어나보니, 문자가 57통, 부재중 전화 17통. 그것도 이신혁도 아닌 죄다 한재우였다.
이거 뭐야.. 한재우한테 전화를 하면 분명 뭔가 안 좋은일이 벌어질 것 같아-_- 먼저 침착하게 행동..침착하게..
은미한테 전화를 걸었다.
"은미야!"
- '응=_= 금지야..'
"아, 응! 뭐해? "
- '자구있었어..왜에~ 먼일있어?'
"음..아니아니! 그냥 요새 한재우랑 잘 되가냐구~ 하하.."
- '나? 잘 되긴.. 칫 어젯밤엔 어디다가 그렇게 전화를 걸던지.. 문자도 씹구..말두 마 얘~'
!
"아..에휴, 속상하겠다. 알겠어, 더 자!"
- '알겠어, 우리 금지! 쪽!'
은미와 전화를 끊고, 뭔가 의심가는 것이 있었다. 뭐지? 뭔 일이지.. 설마.
* (잠시 시간은 흘러흘러 금지와 한재우, 그리고 이신혁의 중학교 시절. ) 한재우.
"한재우!! 일어나거라!!!"
또, 시작.
아버지가 날 깨우는 저 우렁찬 목소리를 들으면 부리나케 일어나 난 씻고 교복을 입어야 한다.
그리곤 내려와서 밥을 먹고 당장 학교에 간다.
아버지는 강력반 형사, 매우 엄하시기 때문에 우리집안은 대대로 사람인품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곤 했다.
아 몰라 이런건 집어치우고, 집에서 "다녀오겠습니다! "라는 말만 두고, 조금 건너편쪽에 있는 도로로 가서
노란 택시를 잡았다.
"일광중이요."
오늘은 전학을 와 처음으로 학교가는 날이다.
중 1까진 명륜중을 다녔지만, 집이 서울쪽으로 이사가는 바람에 이 학교 오게됬다.
뭐 그래도, 새 학교가서 혼자서 혼잣말하거나, 혼자 밥 먹을 일은 걱정할 것 없다.
유치원 떄 부터 알고 지내왔던 이 신혁.
근데 초등학교 같이 올라가고 이 새끼 3학년 때 전학가고 나선 깜깜히 무소식이였다.
뭐, 다시 만나서 좋겠긴 하겠지만 아직도 말도 없고 그럴래나..
이런저런 생각으로 일광중에 다다르고, 택시에서 돈을 지불하고 내렸다.
시간은..어영부영 등교시간.
휴, 웬지 들어가기가 싫다.
학교 빼 먹으면 줄곧 아빠는 화낼거라 해서 절대 학교를 빼먹어본적이 없었지만,
중 1 때 그냥 애들이랑 심심해서 큰맘먹고 나갔는데 아빠는 학교를 빼먹는건 자유의 일종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날 풀어주었다.
아마 세상에서 아빠가 가장 멋있어 보였을 때라고 꼬집으면 첫번째는 무식한 날렵꾼을 떄려잡는것, 두번째. 즉, 마지막은 그 때의 자산한 아버지.
일단, 나는 교실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찬찬히 건물을 살펴보았다.
뭐, 전에 다니던 명륜중과는 크게 차이가 없었지만, 이 학교 은근히 공부 열심히 하나보다.
땡땡이도 없..
'퍽', '퍽', '퍽', '퍽'
"이 씨x, 씨x, 씨x, 씨x, 씨x!!!!"
-_-..무,뭐야..
뭐 옅보는건 비겁하긴 하지만.. 상태를 보기 위해..
담 넘어 보이는 담배를 물고 서 있는 남자들의 무리.
웬지 한명이 다굴맞는 느낌이랄까..
키큰 놈이 작은놈을 '씨x' 소리에 맞춰 머리를 퍽퍽 때리고 있다.
이럴 떄, 남자애라도 구해야 된다는 게 아빠의 상책이지만, 그래도 난 이 상황을 좀더 보고싶다, 흐흐..
아휴, 저 쪼꼬만 애 귀엽게 생겼는데 불쌍하..
!
이 신혁..
"신혁아!"
아이 씹, 그만 지켜보고 있다가 어정쩡하게 순간적으로 불러버린 신혁이의 이름.
스무명쯤 되 보이는 그 무리들이 죄다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게 뭔 강력반 아들 개망신..
고개를 돌려 이 상황을 벗어나고만 싶은 충동이 들었다.
"죄송..합니다..계속..하세요.."
아으 한재우 인생 진짜 쪽...팔리다..
등을 돌려 교실로 향하려고 했지만, 뒤에서 날 잡는 목소리.
"한재우!!! 야 이새끼!!!!"
교실로 향하는 날 구원해주는 이쁜 내 새끼..(?)..
그러면서 그 높은 담을 단순간에 뛰어넘어 내 등짝을 '퍽!' 하고 때리면서 어깨를 자신 쪽으로 돌려
우수에 찬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반가운 녀석, 이 신혁.
이 신혁. 한참을 그렇게 날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못내 이 상황이 무슨 사랑하는 여자와 남자가 만난 것처럼 느껴진 우리둘은,
미친듯이 웃어댔다.
그 밖의 아직 조그마한 남자애를 둘러 메워싼 아이들은 어이가 없는지 우리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푸하하하, 야, 존나 오랜만이다. 근데 너 왜 우리학교 교복을 입고있냐?"
"나? 전학..왔지.."
"와..나 보고싶어서 왔냐? 아니면.. 느 아버지 강력반이라서 너 지금 잠복근무 하는건 아니지-_-?"
"재미없다 신혁아.."
"미안..풉, 무튼 진짜 오랜만이다, 야.. 얼굴 왜이렇게 폈냐!"
"나? 나야 뭐.. 일단 저 애 풀어줘, 불쌍하잖아.. 아까 보니깐 완전 살벌하던데.."
"저 코딱지 새끼? 아 나, 쟤가 자꾸 우리 금지 못살게 하잖아!!"
"너..설마 여자생겼냐? 풉"
"..새끼.. 이 엉아 여자 생긴지 일주일이다, 므흣"
갑자기 진짜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한다.
"진짜야, 너? "
"그럼~ 이 엉아 첫번째 애인이라서 더더더더 애틋한 내 여자친구야..흐흐"
"아 몰라 집어치우고 일단 쟤좀 풀어줘.. 완전 똥강아지 표정됬구만.."
신혁이는 내 말을 듣고 조금 언짢은 표정을 짖고선, 이내 다시금 활짝 웃으며 애들이 있는 쪽으로 소리쳤다.
"야! 너네 먼저 가라! 나 잠깐 어디좀 갖다온다고 담임한테 말해줘!!"
그리고선, 냅다 내 팔목을 잡고 학교 밖으로 나온 우리.
그 다음에 어느 카페로 들어갔다.
그리곤 예쁜 여자가 있는 카운터 쪽으로 가서 신혁이는 작게 속삭였다.
"누나, 내가 나중에 시원하게 쏠 테니깐 오늘만 꽁짜로 해주기. 알겠지?"
"아힝..알겠어, 친구도 예쁘게 생겼다, 3번 테이블로 가, 이쁜아.."
"땡큐 이쁜누나"
갑자기 그 곱게 생긴 여자한테 눈을 찡긋 윙크를 해 보이며, 내 쪽으로 다가온다.
그리고선 억지로 나를 끌어 3번 테이블에 앉혔다.
다행히 카페안은 우리 둘 밖에 없었고, 3번 테이블은 밖이 전부 보이는 유리벽 바로 옆이었다.
"야, 신혁아. 니 연상이랑 사귀냐?"
"아니? 저 누나 내 여자친구 아니야~"
"..너 여자들이랑 그렇게 친했나? 아닌데.."
"피식, 야야 내가 내 애인 사진 보여줄까?"
"그래, 어디 한번 사진이라도 보자."
"내 여자친구 우리학교야! 사진말고 학교 끊나면 실물도 보여줄게..흐흐"
"아, 진짜?..음.."
그리고선 뭐가 신나는지 신혁이가 교복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 후,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나에게 갑자기 불쑥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핸드폰 액정을 보니, 웬 긴 검은 생머리에 여자 옆 모습이 비춰졌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뭐야, 얼굴도 안 보이잖아.."
"얘가 워낙에 사진찍길 싫어해서, 내가 몰래 옆모습이라도 찍어논거야..흐흐"
"되게 좋아하나보네?"
"그럼.. 정말 좋아, 진짜 좋아, 나 걔 사랑하나?"
"풉, 니 말들중에서 제일 웃겼다."
"뭐가-_-! 무튼 나 진짜 너무너무 좋아, 맞아. 이게 사랑일꺼야."
"니 지금 개그하냐-_-? "
"사랑이야, 정말 나 걔 무지하게 사랑해, 미칠정도로 사랑해, 진짜야!!"
"그래.. 그 사랑이 얼마나 되나 보자..쯧쯧-_- 미친놈.."
"이씨-_-..무튼 옆모습도 이쁘지 않냐~.."
계속 핸드폰만 자신의 손에 꾹 쥐고선, 사진을 뚫어지게 보고선 꼭 핸드폰안에 지 애인이랑 얘기하고 있는 그런 표정이다.
행복에 겨워 자신의 옛 모습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겠다는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