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음악 사상 가장 많이 팔린 우타다 히카루의 데뷔앨범
만 16세의 소녀가 직접 곡을 쓰고 시를 써서 낸 앨범이 한 나라에서만 800만장이 팔렸다면 쉽게 믿을 사람이 있을 지 의문이다.
이런 믿기지 않는 대기록을 세우며 일본의 대중음악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여린 가수 한 명이 있다. ‘우타다’라는 성에 ‘빛나다’라는 뜻의 ‘히카루’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99년 데뷔앨범을 800만장 이상 판매하면서 일본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음반으로 기록됐다.
우리나라의 모 톱가수가 앨범속지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그녀가 리메이크해 부른 프랭크 시내트라의 명곡 ‘fly to the moon’이 한 재즈 컴필레이션 음반에 실리면서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그녀는, 자국 일본에서 이름만큼이나 눈부신 빛을 발하며 활동하고 있다.
일본 음악역사를 다시 쓴 어린 소녀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 조용히 데뷔해서 세상을 뒤흔들다
우타다 히카루는 98년 12월 〈automatic〉이라는 싱글앨범으로 일본 대중음악계에 데뷔했다. 그러나 그녀의 데뷔는 일본음악계에 있어 특이하다고 할만큼 조용한 편이었다.
보통 신인이 데뷔를 할 때뿐만 아니라 기성 가수들이 신곡을 발표할 때에도 광고배경음악이나 드라마의 주제곡으로 타이업을 한다든지, TV광고를 내고 기사거리를 만드는 등 광고가 될만한 건 총동원하는 일본음악계에서 그녀는 기사거리가 될만한 그녀의 이력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광고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일본 유수의 레코드사 도시바 E.M.I에 소속되어 있으며 그녀의 어머니는 왕년의 톱가수 후지 케이코이다. 게다가 뉴욕태생에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며 전곡을 작사, 작곡하는 재능이 뛰어난 어린 소녀이다.
싱글이 대히트를 하고 난 뒤에야 이런 모든 이력들이 밝혀져 그녀에 대한 관심은 증폭되기 시작했지만, 그녀의 데뷔 싱글이 히트하기까지 전적으로 힘을 발휘한 것은 라디오 방송과 입소문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철저히 자신의 곡으로 승부해 이름 알리기를 시작했다.
데뷔 싱글 〈automatic〉이 광고음악이나 방송주제곡이 아닌 곡으로는 처음으로 200만장을 넘는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99년 2월에는 두 번째 싱글 〈Movin' on without you〉를 발표,역시 150만장이 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다.
◆ 일본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
앞서 발표된 두 장의 싱글을 포함 12곡이 수록된 그녀의 첫번째 앨범 〈First love〉는 99년 3월 발매됐다.
이미 발표된 싱글의 성공으로 한층 고조된 그녀의 첫번째 앨범발매는 조용했던 그녀의 데뷔때와는 달리 연일 방송가를 장식하는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그 앨범이 일본대중음악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될 것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그녀의 앨범은 10년 동안 일본록계의 일인자로 군림하고 있는 비즈(B'z)의 베스트앨범이 가지고 있던 판매고 500만장보다 300여만 장이나 많은 800만장 이상이 팔리면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그녀의 앨범이 이렇게까지 많이 팔린 이유를 살펴보자.
먼저 앨범이 발매되고 나서 관심이 떨어질 때쯤 앨범 수록곡 중 앨범 동명 타이틀의 발라드 곡 〈First love〉가 인기 폭발의 드라마 주제곡으로 사용되면서 지속적인 관심을 끌었다.
뿐만 아니라 〈First love〉는 앨범 발매 후에 싱글로 재발매되어 밀리언 셀러를 기록함으로써 대중에게 그녀의 앨범에 대한 이미지를 ‘들을 만한 곡이 많은’ 괜찮은 앨범으로 재인식시켰다.
그녀의 어머니가 왕년의 톱가수였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는 플러스 요인이었다. 70년대 톱가수로 이름을 날리다 모습을 감춘 후지 케이코의 친딸이 가수로 데뷔해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은 앨범 구입에 관심이 없는 연령대의 사람들에게까지 흥미를 끌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이유는 전곡을 작곡, 작사한 그녀의 재능일 것이다. 일본인으로서는 드물게 미국 본토의 R&B를 표방하면서도 그녀 특유의 바이브레이션을 살린 곡들은 신선함 그 자체였고 16살의 소녀가 만들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완성도 높은 곡들이었다. 10대 소녀, 소년의 연예인이 전혀 낯설지 않은 일본이지만 자신이 직접 작사, 작곡하는 비범한 능력을 가진 10대는 전무후무하다.
◆ 끊임없는 화제제공
그녀는 싱글과 첫 앨범이 대히트 하면서도 매스컴 노출은 철저히 거부했다. 일본에서는 방송에 출연하지 않고 라이브만 고집하는 가수들이 부지기수이지만 우타다 히카루의 경우는 남달랐다. 일본음악사상 대기록을 세운 소녀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매스컴들은 안간힘을 썼고 그녀는 그런 매스컴을 보기 좋게 무시했다.
그녀는 올해 미국의 콜럼비아 대학에 입학해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다. 그녀가 음악방송에 출연하자, 그녀가 출연한 모든 방송은 한결같이 방송이래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며 또 한번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다.
작년 여름, 첫 전국투어콘서트는 10만장이 넘는 티켓이 채 1시간이 되기도 전에 매진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 콘서트의 티켓은 정가의 10배가 넘는 가격에 재판매가 되기도 했다.
소속 레코드사 ‘도시바 E.M.I’의 경쟁상대인 소니레코드가 그녀를 처음으로 타사, 그리고 자국의 아티스트를 광고모델로 선정함으로써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등 그녀의 일거수일투족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마케팅에는 언제나 매스컴의 표적이 되고 있다.
◆ ‘반짝인기’가 아님을 증명하는 실력
일본의 한 유력 연예잡지에선 매년 ‘내년이면 사라질 것 같은 연예인’이라는 주제의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99년 그 리스트의 상위에 랭크되어 있던 이름이 우타다 히카루이다. 그녀가 데뷔앨범으로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으나 아직도 그녀의 인기를 반짝인기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데뷔앨범이 발매된 뒤 8개월 만에 발표한 4번째 싱글 〈Addicted To You〉가 180만장 이상 판매되면서 그녀의 폭발적인 인기는 계속됐다. 그 이후 발매된 싱글 역시 화제를 뿌리며 밀리언 셀러가 됐다.
그리고 올해 3월말, 2년 만에 발매된 두번째 앨범 〈Distance〉 역시 발매 첫 주에 300만장 이상이 팔리며 총 500만장 이상의 판매기록을 세웠다. 게다가 이 앨범은 작년 한 해 가장 많은 음반을 판매한 하마사키 아유미의 베스트 음반과 같이 발매되어 그 대결에 있어 화제를 불렀으나 결국 우타다 히카루의 승리로 끝났다. 그녀는 이번달 25일 두번째 앨범의 타이틀곡을 다시 싱글로 발매하면서 활동을 재개한다고 한다.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은 작곡, 작사의 능력에 있다. 그녀는 지금까지 발매된 곡을 모두 직접 만들었다. 싱어송 라이터들이 50살이 넘어가도록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일본의 풍토상 앞으로의 그녀의 가수활동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펼쳐질 것이다.
매스컴 노출을 꺼리며 대중들과의 거리를 좁히지 않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녀의 홈페이지(www.toshiba-emi.co.jp/hikki/)에 솔직하게 털어놓는 그녀의 사생활과 그녀의 생각 등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중들과의 관계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한다.
10대의 나이에 이미 1조원 가까운 음반인세로 인해 엄청난 부를 축척하면서, 그리고 일본 대중음악을 다시 쓰는 명예를 거머쥔 이 어린 소녀가 앞으로 어디까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