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류층 소비자들, 다시 지갑 열다
상류층의 소비가 증가한 것은 미국 증시가 상승기류를 타고 주택시장에 대한 희망적 전망이 나오고 있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간 럭셔리 소비를 관망하던 부유한 소비자들은 글로벌 금융 시장이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각국이 앞 다퉈 경기촉진책을 집행하면서 불안한 미래에 대한 우려감이 상당수 해결된 상황.
여기에 충격적 상황이 벌어지면 일정기간 지나친 긴장상태를 유지하지만 그 상황에서 멀어지면-즉 시간이 지나면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시각을 갖게 되는 인간 천성의 영향으로 지난 1년간 소비를 자제했던 부유한 소비자들은 다시 소비의 즐거움을 되찾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미국 럭셔리 매출은 3.4% 증가한 8억9100만 달로 2008년 이후 처음 상승세를 보였다.(MastarCard社의 SpendingPulse 자료). 이에 따라 아직 소비를 주저하는 대다수의 소비자와 달리 금전적 여유를 갖고 있는 상류층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럭셔리 업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불황의 시발점이 되었던 미국의 럭셔리 소비가 되살아나고 있는 지금, 럭셔리 업계는 글로벌 불황의 터널을 어떻게 버텨냈을까?
코치, 합리적 가격대로 승부
대중적 럭셔리의 대명사, 코치(Coach)는 틈새를 노랜 브랜드 포지셔닝으로 불황의 파고를 영리하게 넘어섰다. 실용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디자인을 즐겨 내놓은 코치는 기존의 가격대보다 낮은 가격대의 핸드백 라인, 특히 파피(Poppy)백이 호평을 받으면서 불황으로 지갑 단속에 나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파고들었다.
특히 코치는 불황이 럭셔리 업계를 강타하면서 전체 핸드백의 50% 정도를 200~300 달러 정도로 가격을 조정해 불필요한 소비를 자제하는 소비자들의 빈틈을 파고들었는데, 이는 지난해 코치의 제품 30% 정도만이 200~300 달러 가격대의 핸드백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층 증가한 수치.
매출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한 파피백의 가격대는 240 달러로 불황에도 뭔가 변화를 찾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가격이다. 코치는 글로벌 경기가 회복하더라도 럭셔리 업계가 단기간 매출을 회복하기는 힘들다면서, 당분간 부담을 덜어주는 편한 가격대의 핸드백 라인에 치중하는 전략을 지속할 방침.
코치의 1/4분기 수익은 북미 시장의 매출이 8% 증가하고 중국 마켓의 성장세가 가속되면서 지난 3/4분기 대비 1% 상승, 7억538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불황으로 오더를 자제하는 백화점 업계의 움직임 때문에 코치 비스니스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간접 매장의 매출은 -33% 하락, 글로벌 불황이 백화점 유통망에 가장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코치는 인쇄 광고 소비를 줄이고 온라인 광고 및 패션 온라인 블로그 페이스북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광고 전략에 치중하는 한편, 새로운 여성용 액세서리 그룹 웨이벌리(Waverly), 그래머시(Gramercy) 및 100 달러 미만의 파피(Poppy) 아이템을 전개할 예정이다. 또한 뉴욕 브리커거리 옆에 첫 번째 남성용 단독 매장을 오픈하면서 여성용 가죽 액세서리 외에도 남성 라인 확대할 예정.
또한 코치는 매출 잠재력이 높은 중국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15개 매장을 추가 오픈하고 상하이에 아시아 유통 센터를 구축하는 등 매출 탄력세가 강한 중국 시장 확대전을 펼칠 계획이다. 북미 시장에 20개 매장을 추가 오픈, 불황에도 강한 모습을 보인 북미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간단히 말해서 불황을 헤쳐 나가는 코치의 방식은 젊고 합리적인 명품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보호하고, 글로벌 유통망을 확장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구찌, 불황 터널 길다
불황이 구찌를 힘들게 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구찌의 3/4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7.6% 하락한 68억 달러로 애널리스트들의 예상보다도 낮은 실적을 보여 럭셔리 브랜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또한 럭셔리 제국 PPR의 일원인 구찌 그룹의 매출 하락은 PPR의 매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PPR의 매출도 -6.4% 하락했다. 구찌 그룹의 매출은 보통 PPR 전체 매출의 1/5을 차지한다.
구찌 그룹 관계자는 이 같은 매출 부진이 미국과 백화점 매장이 불황을 빌미로 럭셔리 브랜드 오더량을 대폭 축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글로벌 불황 이후 대다수의 럭셔리 브랜드는 직영 매장 매출이 선전한 반면 백화점 매장이 취약한 모습을 보여 향후 백화점 업계와 럭셔리 브랜드 간에 알력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러시아와 중동의 관광객들이 여행을 자제하면서 파리와 깐느, 몬테까를로의 구찌 아울렛 매장도 매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구찌 브랜드 매장의 매출은 -8% 감소하자 구찌그룹의 전체 매출도 -3.2%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수치는 상반기 구찌 그룹 전체 매출이 -3.7%, 구찌의 동일 매장 매출이 0.6% 성장했던 것보다 하락한 수치로 글로벌 불황이 성장세를 보이던 구찌를 다시 힘겨운 상황으로 밀어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구찌가 도매 유통 채널에 집중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소매 중심의 루이비통보다 매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 불황이 시작되자 도매업자들이 타이트한 자본 운영정책을 집행, 제품 오더를 줄이면서 부정적인 매출이 야기되었다는 것. 한편 구찌 그룹 산하의 고가 브랜드 보테가베네타의 매출은 -12%, 입셍로랑은 -20% 하락해 소규모 럭셔리 브랜드가 불황의 타격에 더 심하게 노출된 분위기다.
한편 구찌 그룹의 소유주인 PPR의 패션외 사업 매출 실적을 살펴보면 가구 체인의 매출이 -9.8% , 메일오더 유닛 Redcats는 -10% 하락세를 보인 반면 Fnac 뮤직/북 체인의 매출만 0.4% 상승해 유일한 매출 상승세를 보였다.
PPR은 아프리카에 자동차와 약을 유통하는 CFAO 사업부를 올해 말까지 절반 이상을 매각, 부채를 값은 후 럭셔리 사업에 집중하는 경영 정책을 재정립할 방침이다. CFAO를 정리하면 약 15억 유로가 발생되는데 이는 PPR이 럭셔리 브랜드를 구매하고 운영되는데 사용될 전망.
여전히 강한 루이비통
이처럼 구찌 그룹이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과 달리 경쟁자, LVMH 모에헤네시루이비통은 중국 시장에서 루이비통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활기찬 시절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LVMH의 3/4분기 매출은 핸드백과 패션 제품의 수요 증가로 -5.3% 증가, 펜디의 매출 부진을 상쇄했다.
전문가들은 루이비통이 강한 브랜드 이미지와 시선을 끄는 제품 구색, 그리고 중국과 이머징 마켓의 수요 증가로 구찌 그룹과 달리 불황에도 강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경기 흐름에 쉽게 자극받는 백화점 유통망 보다는 다이렉트 매장에 치중하는 유통망 전략으로 고객 이탈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은 점이 매출 탄력을 이어갈 수 있었던 한 가지 요인이다. 실제로 3/4분기 구찌의 홍콩, 중국 본토 매출이 37% 증가했고 루이비통은 이보다 19% 더 늘어났다. (LVMH의 주가는 올해 54%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지금 불고 있는 미국 증권가의 훈풍이 일시적인 현상일 뿐, 글로벌 경기 침체가 어두운 터널을 벗어난 것은 아니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불황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조금씩 약해지고, 중국과 이머징 마켓의 소비가 여전히 증가하고 있는 지금 럭셔리 업계의 어깨가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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