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와 이빨 공연을 보고

[하두자]

ㅡ피아노와 이빨_

윤호건의 공연을 보고

                                         하두자

문화란 삶에서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도무지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곳에서 보석처럼 박혀 숨을 쉬고 빛난다

이 공연도 그러했다 강남의 조그만 갤러리에서 그저 편안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연단엔 피아노 한 대 갤러리엔 그림 전시회도 함께 곁들여 의자도 불편한 자리 정통 클래식 콘서트는 아니다 윤호건! 피아노 연주자는 비틀즈의 “헤이 주드” 동요 “오빠 생각” 가요 “마법의 성”등을 현란하게 연주하며 그렇게 우리에게 인사를 한다 무대 스크린에는 어머니를 주제로 한 사진이 천천히 돌아가고 어머니의 노래가 불려지고 청중은 함께 따라 노래도 부른다

콘센트를 못 잡는 청중을 향해 연주자의 얘기가 시작된다 연미복하고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경상도 억양에 능청스레 풀어놓는 입담에 웃음이 왁자하다 악보도 없고 공연중 사진도 찍어댄다

2005년에 시작하여 1000회 공연을 눈앞에 둔 <피아노와 이빨> 의 공연은 이제 캄보디아 미국 호주 중국의 장벽을 넘어 새해엔 1000회 공연을 돌파한다 LG, 기아 삼익 등의 기업에서 후원도 한다 정통 클래식 연주계에선 인정해 주지도 않는 최종 학력이 고졸, 클래식을 전공도 하지 않은 대중음악도 아닌 클래식도 아닌 이 어정쩡한 콘서트를 사람들은 왜 열광하는가?

공연 청중의 70%가 중년 남성들이다 클래식 공연에선 하품만 하고 격조있는 척 해야하는지루해 하던 청중들은 여기에선 하나가 되어 노래도 하고 박수도 친다 천편 일률적인 콘서트에 염증을 느낀 청중들은 온 몸이 하나가 되어 몰입이 된다 재미있는 이 공연은 이래서 열광하나 보다

음악의 장르를 엄격히 구분하고 차별하는 우리 음악계에 있어 그는 철저한 이단자다 그러나 그의 피아노 연주는 맑은 음과 장단, 삶의 연륜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음색 그리고 그 소박함이 우리를 감동하게 한다

그의 피아노에는 내 곡이냐 남의 곡이냐는 별 중요하지가 않다 그의 편곡은 전혀 다른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것 같다 그래서 감동하는 걸까

그는 또한 동요를 사랑한다 동요만큼 아름다운 명곡이 없다고 한다 편곡으로 들려주는 동요를 외국에서 연주하면 이렇게 아름다운 클래식이 있었냐며 감탄과 찬사를 받는다고 한다 동요에는 치유의 힘까지도 있단다 비올라와 첼로 피아노가 협연하는 “과수원 길” 색스폰과 실로폰 피아노가 만나는 “섬집아기” 해금으로 켜는 “꼬부랑 할머니”등은 또 다른 음악세게를 열어주는 것 같았다

그는 유년시절은 ‘클래식 피아노의 일탈’로 그의 이력을 거슬러 올라간다

유명한 기업의 막내 아들로 1960년대 피아노를 가르치는 집에서 태어났다

6학년 때 서울 피아노 콩쿨에서 의문을 갖는다 똑같은 자세로 똑같은 스타일로 똑같은 표정으로 피아노를 친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렛슨 선생님께 왜 악보대로만 쳐야 하는지 악상기호와 반대로 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느냐고 다음날부터 피아노와의 반란이 시작됐다

한 옥타브에서, 나무판에서, 최고음과 최저음에서, 음악이 시작됨과 동시에 피아노 선생이 자꾸 교체되고 부모와도 전쟁이 시작된다

가출에서 노숙에서 나이트에서 하루 아침 왕자와 거지처럼 꽤나 험난한 인생이 시작됐다

힘들고 어려웠지만 심장을 울리는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쉼없이 연습을 하며 건반을 뜯어가면서 음을 헤집었다고 한다

그렇게 열심히 연주를 하다 KBS관현악단에서 그를 뽑는다

다른 유학파들을 제치고

그는 그곳에서 오케스트라가 만들어 내는 실제의 소리를 처음 들었다고 한다

너무 감격하여 눈물이 나도록 행복하였다고 한다 그런 그 자리에서 안주 하질 못하고 또 다른 음색의 세계를 꿈꾸며 나온다 아름다운 소리에만 젖어 편안하게 있으면 안 될 것 같기에

유명가수들의 세션맨으로 크게 성공을 하지만 나만의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음악이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사실을 구현하려면 피아노가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피아노를 트럭에 싣고 시골 분교를 찾아가며 공연을 시작했던 것이 해외까지 확장돤 것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 높낮이가 없는 것 살아가는 환경과 형편은 다르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따뜻해야 하는 것 그것이 궁긍적인 지향점이라고 한다

지난해는 중국 YMCA초청으로 투어를 했다 80년 역사를 지닌 농민학교를 포함한 쓰촨성 지진현상의 잔해만 남은 학교에서도 연주를 했다 피아노를 처음으로 보는 사람도 많았고 쓰촨성에서는 살아남은 1000여명의 아이들이 피아노 연주에 대한 화답으로 수화로 노래를 불러 주었다 한다 용기와 위안을 주러 갔다가 더 감동을 받고 왔다는 얘기도 한다

윤호간의 피아노엔 왜 마니아들이 많은가

그들은 윤호간의 음악을 길거리에서 파는 불량 식품같은 , 중독성이 강한 공연이라고 한다

나만의 세계를 소리를 갖고 있는 그는 피아노를 가지고 실로폰 소리 자장가 소리 오르골 소리 등등의 온갖 소리를 다 낸다 자로 손등을 맞아가며 배운 반듯한 자세로는 결코 낼 수 없는 다양한 소리를 구사한다

그의 연주를 들으면 현대 사회에서 받는 여러 가지 제약과 거친 삶 곡절 많은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다시 살아 내고픈 용기를 얻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문학이든 강열한 감동을 줄 수 있고 받을 수 있는 감성을 지녀야 하는데 세월에 안주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닫고 살아내는 날이 많아진다

더더욱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내가 무서워지고 싫다 내 정신의 혁명은 어디로 갔는가 긴장도 없어지고 일상적인 광경과 본질 사이의 거리를 더 적극적으로 당겨 살아야 하는데.....

<피아노와 이빨>의 공연을 보며 쇼처럼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아니 가볍거나 바닥까지 끓어 오르게 하는 슬프거나 격정적인 느낌을 가질 수만 있어도 좋겠다

피카피아의 말처럼 “내가 가장 흥미를 느낄 수 없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란 말을 중얼거린다

[하두자]

2010년 아들이 건네준 티켓!! <객석에 앉아서>란 코너가 있는 모임에 꼭 발표를 해야하는 순번이라서 억지로 쓴 글!
심심해서 그냥 올려 보네요~~~

[김선굉]

음, 윤호건이라. 이름을 보니 건반을 안두드리면 안 될 것 같은 팔자를 타고 난 것 같군. 하두자 시인, 문장에 탄력이 느껴지는 걸 보니,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김동경]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더불어 좋은 음악을 듣게 될 것 같은 예감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학노인]

음악에 대해서는 말문이막히지만 하시인이 글은 참 읽기가 좋네요. 긑까지 단숨에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