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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노' 그들만의 아픔이 아닌, 우리가 함께 안고 가야 할 '코피노'
'코피노'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코피노(Kopino)는 코리안(Korean)과 필리피노(Filipino)의 합성어로서, 한국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사이에 태어난 2세를 필리핀에서 이르는 말이다. 아마도 그렇게 낯익은 단어는 아닐 것 같다. 나 또한 원래 '코피노'라는 단어를 알지 못했었는데 지난 1월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코피노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방송한 적이 있다. 나는 그때 방송을 보고 정말 그 순간만큼은 한국인이라는 것이 너무 부끄러웠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과 함께 시청을 하면서 내 아들은 코피노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주 많이 궁금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아들이여서 그랬을까? 엄마의 서투른 설명에도 이해를 하는 듯하였다. 그날은 아들이 혹시나 어른들에 대한 부끄러움과 반감이 마음속에 자라지나 않을까“하는 걱정보다는 코피노 아이들을 생각하니 답답했었다.
그런데 코피노와의 인연의 끈이 내게 다가왔다.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중 국제교류사업인 해외봉사활동을 회원복지부에서 맡고 기획하게 되었다.
한사연에서 회원복지팀장을 맡고 있는 나로서는 방송을 시청하면서 그렇게 미안스럽고 가슴 아프게 다가왔던 코피노에게 한사연의 해외봉사활동으로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회에 많은 감사함을 느끼면서 사업을 실행하고자 코피노 모자가족후원회를 후원하고 있는 정하균 국회의원님과의 만남을 시작했다
해외봉사활동이란 사업을 계획하면서 밖으로 내비쳐지는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도 어려운 계층이 얼마나 많은데 해외까지 가면서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지? 하지만 조심스럽게 3박 5일간의 봉사활동 계획을 마무리 하였다.
23가정 24명을 관리하고 있는 세부 코피노 어린이 재단을 방문하고 그중 외국인이 방문하기에 가장 안전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10가정을 방문하여 세부 코피노 어린이 재단에서 준비한 후원물품과 한사연에서 준비한 의약품 및 학용품을 전달하는 봉사활동이다.
코피노 재단 어린이들의 신상명세를 파악하고 어린이들에게 전달한 물건들을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결정할 즈음 어린이들에게 전달할 의약품(영양제, 해열제 등)이 공항 검색을 통과하지 못 할 수도 있다고 세부 코피노 어린이재단에서 연락이 왔다.
택배로 배송을 할까? 그러면 배송비가 만만치 않았다. 여러 가지로 생각을 모은 결과 10명의 일행이 소지한 가방에 2명의 어린이에게 전달할 분량을 분산해서 운반하기로 결정하고 봉사활동 참가자 모두에게 최대한 큰 가방으로 준비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제6회 공공복지 정책비전대회 수상자들과 한사연 운영위원 및 집행부 임원들의 봉사활동 일정이 드디어 다가왔다.
2011. 11. 23 ~ 11. 27. 3박 5일 일정으로 10명의 인원이 인천공항으로 집결하였다.
18시에 인천공항 3층 출국장으로 모인 우리 일행은 일사불란하게 미리 안내받은 바와 같이 각자 준비해온 큰 가방에 코피노 어린이들에게 전달할 의약품과 선물 등 최대한 많이 각자의 가방속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우리가 준비한 물품이 많았던 것일까? 짐을 나누고도 풀지 못한 박스가 5개정도 더 있었지만 그냥 짐으로 부치기로 했다.
4시간 30분가량의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세부에서 공항을 빠져 나가려는 순간 검색원들에게 검문을 받게 되었다. 박스 안에 들은 물건이 무엇이며, 우리는 어떤 사람들이며, 어떤 목적으로 왔는지 등등.. 처음에는 그냥 통과하라고 했다가 우리 일행중 아무래도 수상하게 생긴 얼굴(?)이 있었나 보다. 5개의 박스중 제일 커다란 박스를 풀어 일일이 확인했다. 코피노 어린이들에게 전달할 학용품이라고 대충 설명을 하였더니 이해가 가는 듯 했고, 어느 정도의 검사가 끝난 다음 다시 박스에 테이프를 붙여준 다음 우리는 공항을 통과할 수 있었다. 이 상황에서 우리 일행은 눈을 동그랗게만 뜨고 서로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하였던가?? 인천시 계양구청 주민생활지원과에 근무하고 있는 배정미 팀장님께서 구세주 역할을 해 주셨다. 그 순간 우리 일행 모두는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도착한 필리핀 세부, 새벽 2시 뫼벤픽리조트에서 향후 일정, 코피노 재단 방문계획을 간단하게 의논한 후 방 배정을 받았다. 그런데 가이드가 우리 일행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나 보다. 남녀 커플인줄 알고 스위트룸으로 남여 한쌍씩 방 배정을 했는데 한 방은 불행히도 남자만 2명이 자게 되었다며 미안하다며,,, 그 순간 새벽2시 고요한 세부의 바닷가 한 곳에서는 한바탕 웃음 바다가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동성끼리 방 배정을 받고 편안한 첫날밤을 보낼 수 있었다.
세부의 첫날 간단한 세부 관광을 마치고 리조트로 들어왔다. 다음날 코피노 가정을 방문하기 위해 가져온 짐들을 한방으로 모아놓고 후원물품을 포장하기로 하였다. 약간의 시간이 남았다. 그 순간 우리 일행 중 경상북도 출신인 조태호씨가 자유시간을 달란다. “자유시간 먹으면 안돼~ 안돼~!! 내가 손을 내저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서로가 눈이 동그래졌다. 조태호씨는 합동작업을 하기 전까지 개인적으로 자유시간을 가지겠다고 한 것인데 난 아이들에게 전달할 자유시간 쵸콜렛바를 먹겠다는 줄 알고 가슴이 철렁했다. 다시 한바탕 웃음 바다가 되었다.
24명의 아이들에게 전달할 물품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24개의 후원물품 포장은 여러명이 나누어서 정리하였지만, 어딘가 맞지 않는 물품 숫자들로 “다시 ~ 다시 ~ 세어봐.”를 연거푸 반복하고 나서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들 너무 강한 열정 때문에 오히려 정리가 더디 되지 않았나 싶다.
드디어 다음날, 어제 정리해서 담아두었던 전달품을 차로 옮겨 싣고 세부 코피노 어린이 재단을 방문하였다. 윤지현 대표님과 정운주 실장님께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고 우리는 1시간 가까이 코피노 어린이재단과 우리의 아이들, 필리핀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첫 번째 가정은 재단에게 그리 멀지 않았고 10가구 중 가장 환경이 좋은 곳이라고 하였다.
그 집을 방문하는 순간 영락없이 우리 동네에서 보는 어린이 한명이 얼떨떨한 모습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름은 ‘붐붐이’라고 했다. 관광객으로 온 손님과 하룻밤을 보내고 낳았다고 했습니다. 붐붐이 엄마가 기억하는 아빠는 단지 미스터 최라는 것과 한국 사람이라는 것, 이 두 가지 밖에 없었다.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자라던 붐붐이는 엄마까지 하늘나라로 떠나 보냈고, 현재는 자신의 집도 아닌 마마장(클럽의 마담)의 손에서 자라고 있다고 했다. 재단에서 우리를 그들에게 소개하고 한사연에서 준비해간 영양제, 모기약, 쵸콜렛, 노트, 색연필 등등 각각의 물품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학용품이나 쵸콜렛 등은 특별히 말로해서 무리가 없으나 영양제나 의약품은 지나치게 사용하거나 영양제를 많이 복용하거나 하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재단 직원들은 일일이 통에다 복용 및 사용방법에 대해 간단히 메모를 해 주었다.
붐붐이는 헤어지려는 나의 손을 잡고 자기 이마에 나의 손등을 가져다대며 필리핀 정통식 인사를 건넸다. ‘건강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인사를 건네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일행들이 볼까봐 얼른 손등으로 훔치며 붐붐이와 헤어졌다. 나와 손을 잡고 길거리를 다니고 있으면 “아들 참 잘 생겼네요~”라며 인사를 할 것만 같았다.
집집마다 방문을 하면 할수록 열악한 그들의 생활을 접할 수 있었고 한국인이냐며?, 우리 마을에 코피노 아이집 왔느냐며? 좁은 골목골목 길을 안내하는 아이들! 가난, 더위, 악취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인 듯 했다. 한사람만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골목, 너무나도 비위생적이고 더러운 하수구물과 동물들의 배설물이 뒹굴어 발을 내딛기도 힘든 그 곳에서 우리의 아이들은 너무나도 해맑은 표정으로 뛰어다니며 놀고 있는 것이었다.
필리핀 세부는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최고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양지인 동시에 슬리퍼 조차 살 수 없어 맨발로 지내는 아이들, 슬리퍼 뒷 꿈치가 다 떨어져가는 신발이지만 감사히 신고 있는 아이들이 사는 빈곤의 지역이기도 했다.
그렇게 코피노 가정 10세대, 세부 전 시내를 돌아본 것 같은 방문 일정을 마치고 코피노 재단 대표가 운영하는 ‘처음처럼’한식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은 후 코피노가 주로 생기는 클럽에 잠시 들렀다.
무대에서 춤을 추는 필리핀 여인들.., 원형 테이블 앞에 둘러 앉아 박수치며 여흥을 즐기고 있는 한국인들...
1,2층에 즐비하게 앉아 있는 여인들.. 이 곳에서 많은 코피노, 제피노들이 생기고 낙태가 금지된 모계사회 필리핀에서는 결국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는 싱글맘 문화가 보편적이며 그렇게 큰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볼 때 코피노의 탄생은 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며 국가의 문화, 종교, 습성 등이 복합된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히 클럽을 둘러보고 모두들 무거운 마음으로 리조트로 향했다.
방문을 마치고 우리 일행은 간단하게 각자 하루의 느낌에 대해서 발표하고 한사연에서는 어떻게 대처․개입하면 좋을지 의견을 나누었다. 대체로 개인적인 후원을 하는 데는 찬성하였으나 한사연에서 진행되어야 하는 전폭적인 지원에는 모두들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그들과의 짧은 만남과 교감이 우리의 마음속에 짠한 여운으로 남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들 피곤한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은 점점 더 깊어만 갔다.
세부에서의 마지막 아침! 아침 햇살이 내비치는 옥빛 바다는 참으로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그러한 바다를 바라보며 내가 느끼는 이 여유로움이 어제의 그 아이들에게 한없는 미안함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우리 일행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어진 자유시간이었다.
리조트내에 있는 수영장에서 멋진 폼으로 수영을 즐기고, 유창한 영어로 헬스클럽으로 안내해 달라고 하자 키즈클럽(놀이방)으로 안내되어 화들짝하게 놀라는 일행들.."fitness center"가 맞는 표현이란다.
오후에 간단한 쇼핑 관광을 마치고 다음날 새벽에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쉬움과 여운이 너무도 깊이 남는 여행이어설까? 일정을 마치고 귀국 후에도 코피노 문제를 생각해 보았다.
코피노의 탄생은 다시한번 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며 국가의 문화, 종교, 습성 등이 복합된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가간의 문화, 종교, 습성이 얽혀있는 문제로 한국인은 문제로 인식하는 부분을 필리핀 사람들은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등 문제인식 차이에서 발생하는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에는 어려운 일이지만, 이러한 차이문제로 우리 아이들이 희생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코피노를 단순히 동정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정책과 대안이 마련되어 코피노 아이들의 가슴속에 분노와 아픔을 심어주는 이런 행태가 뿌리 뽑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한사연에서는 아직 시작의 단계이지만, 이 교류사업에 대한 향후 지원책이 어떻게 마련되어질 것인지? 한사연의 국제교류사업이 활발히 전개되어 정부가 코피노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게끔 하는 부분도 앞으로 한사연의 과제가 아닌가 싶었다.
우리가 함께 안고 가야 할 '코피노' 이들에게도 행복한 세상, 희망을 꿈꾸는 밝은 세상을 향해 맘껏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가 ‘희망의 빛’이 되어 주길 간절히 바란다.
3박 5일간의 여행이 끝난지 1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난 지금도 코피노 아이들의 모습과 필리핀 현지인들의 생활모습을 가끔은 떠올리면서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 “내 아이들은 너무나 행복하구나!!~~” 이렇게 행복한 삶을 내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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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아이들에게는 정말 큰 선물이였을겁니다. 재단아이들을 항상 신경써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자주자주 카페에 방문해주시는것도 감사드립니다.
얼마 남지 안은 올 한해 잘 마무리 하시길 바라며 내년 한해에도 건강하고 즐거운 일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경북차장 입니다....팀장님 잘 지내시죠...세부 다녀온 이후 이 곳을 자주 들르는데...오늘 가입 했어요...
애들이 잘지내는거 같아 다행입니다....모두들 정말 고생하십니다...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