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공자의 말 중에 “옛 것을 익히어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溫故而知新可以爲師矣).”라는 구절이 있다.
역사를 배우고 옛 것을 배움에 있어, 옛 것이나 새 것 어느 한 쪽에만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즉 전통적인 것이나 새로운 것을 고루 알아야 스승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옛 것과 새로운 것의 관계에 대한 이분법적인 시각은 대립과 단절만을 만들어 낸다. 요즘 시대는 계층 간의 관계가 단절되거나 대립되어 있다. 구세대와 신세대, 여기에 쉰세대와 낀세대, 386세대와 486세대, x 세대와 z 세대라는 독특한 표현들은 모두 계층 간의 관계가 단절되거나 대립되게 하는 지혜롭지 못한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나온 생각들이다.
각 세대는 그들만의 독특한 사고가 있다. 젊은이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사고로 나이 든 세대의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비판하거나 무시한다. 연세가 드신 이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사고로 젊은 세대의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비난하거나 호통을 친다. 그런데 실은 그들도 다 앞 세대를 거쳐 나왔다. 올챙이를 한자로 과두(蝌蚪)라 하고, 올챙이 적을 가리켜 과두(蝌蚪) 시절이라고 한다. 올챙이 없는 개구리, 개구리 없는 올챙이는 존재할 수 없다.
선인(先人)들의 지혜가 농축되어 있는 고사성어(故事成語)야 말로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반성과 발전의 실마리를 제시해 주는 가장 적절한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도구이다. 현대 중국어 백화문에 온습(溫習)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의 복습(復習)이 백화문의 온습(溫習)이다. 온습(溫習)은 배운 것을 익히고 또 익혀 늘 가슴에 간직한다는 의미이다. 배운 것을 익히고 또 익혀 늘 가슴에 간직하여 어떤 일이 있을 때 그것을 적용하면 그것이 바로 새로운 것이 된다. 온고(溫故)를 통하여 지신(知新)에 이르러야 한다는 뜻이다.
온고(溫故)를 통하여 지신(知新)에 이르지 못하면 그 또한 구애(拘碍)되어 융통성이 없게 된다.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정현(鄭縣)에 사는 복씨(卜氏)가 부인에게, “이런! 바지가 또 낡았네, 새 바지를 한 벌 만들어 주오”라고 말하였다.
부인이 말하기를, “어떻게 만들까요?”
복씨(卜氏)가 말하기를, “내 헌 바지대로 만들면 되오.”
부인이 말하기를, “알았어요?”
복씨(卜氏)의 부인은 헌 바지를 가지고 와서 그것을 보고 새 바지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부인은 “헌 바지에 꿰매고 헤진 자국이 있으니까 하며 꿰매고 헤진 자국까지도 새 바지에 만들었다.” 복씨(卜氏)의 부인은 새 바지에 구멍을 내어 헌 것과 다름없이 해 놓았다. 그리고 그 바지를 가지고 남편에게 와서 말하기를, “자, 바지 다 됐어요. 헌 것이랑 아주 똑같이 했죠.”라고 말하며 기뻐했다.
우리가 고인의 도(道)를 배우되 시대에 맞추지 못하면 복씨(卜氏)의 부인처럼 기워지고 헤진 부분도 그대로 따르는 것이 되고 만다. 그래서 아마 요즘 젊은 세대들은 구멍이 나고 헤진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모양이다. 그게 아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고인의 도(道) 자체를 부인하니 기워지고 헤진 부분이 보이기나 할까?
고인의 도(道)를 문자 그대로 따르면 죽이는 것이 될 수도 있지만 고인의 도(道)를 시대에 맞추어 따르면 그것은 살리는 것이 된다.
첫댓글 덕분에 견문을 넓혀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학문과 글에대한 남다른 열정에 경탄을 보내요^^* 끊임없이 품어져 나오는 그 에너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