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인’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아마 대부분이 자폐인은 나와 다른 사람, 말이 안 통하는 사람, 혹은 두려운 존재로까지 인식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서로 다릅니다. 부모, 형제, 친구라 할지라도 모두 다른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곳이 사회입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자폐인도 나와 다른 타인 중 한 명일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그들을 우리 사회와 멀리 떨어진 존재로 인식하고 다르게 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폐인과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자폐인의 능력을 인정하고 이들의 행복을 지원하는 소셜벤처 ‘오티스타’를 소개합니다. 오티스타 설립자이자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과 이소현 교수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오티스타 설립자 이소현 교수
오티스타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티스타는 자폐인이 자신의 재능을 기반으로 일할 수 있게 지원하고 제품을 만들어내는 디자인회사입니다. 오티스타는 제가 재직 중인 이화여대에서 산학연구를 하던 중에 자폐인들의 재능을 통한 고용과 사회통합을 주제로 연구하던 중 시작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이런 기업을 만들고자 했던 건 아니었지만 연구 주제를 실질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자폐인은 시각적인 학습자라는 특성으로 인해 그림을 잘 그리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저희는 그러한 능력에 집중하여 디자이너로서의 재능을 이끌어냈습니다. 자폐라는 장애가 재능이 되기도 하는데 저희는 그 재능에 집중하고 그 재능을 기반으로 일할 수 있는 직무를 계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자폐인 대상 디자인 스쿨을 운영하고 여기서 교육받은 자폐인들이 사회에 나가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디자인 스쿨에서는 어떤 것을 배우는지, 어떤 강사 분들이 교육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디자인 스쿨은 이름 때문에 단지 디자인을 배우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 디자인 스쿨에서는 디자인도 다루지만 특수교육 전공자들과 함께 자폐인만이 갖는 특성을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즉 디자인 전공자와 특수교육 전공자가 팀티칭을 하는 형식으로 연구팀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폐인은 선천적으로 이미 재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재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탐색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디자인 자체에 대해 코칭을 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들이 가진 재능을 다듬는 작업입니다. 그들의 방식을 지켜주면서 좋아하는 것을 탐색해보고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직무기술을 가르쳐주는 시간입니다. 이미 내재된 그들의 재능을 끌어내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죠. 이러한 이유로 디자인 스쿨 강사들은 특수교육을 전공하시는 분들이 더 많답니다.
오티스타 오프라인 스토어
주 교육 대상은 어떻게 되나요?
보통 중학생 이상의 학생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합니다. 물론 자폐인들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재능을 보이기 때문에 그때부터 교육을 하면 더 좋지만 저희가 하는 일은 고용연계와 사회 진출이 목표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 학생들보다는 성인을 위주로 교육을 진행합니다. 교육이 시작되면 보통 10명 안팎으로 인원을 선발해서 진행하는데 기초교육부터 다양한 교육과정이 마련되어 있어서 자신에게 맞는 과정을 선택하도록 합니다. 한 명의 학생이 다양한 과정을 모두 이수하기도 하고요. 2012년부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누적된 학생 수는 약 70명 정도고 누적 케이스로 따지면 수강생 수의 10배가 넘을 겁니다.
여러 사회 취약 계층 중 자폐인에 집중하게 된 이유가 있으시다면?
앞서 말씀드렸듯이 자폐인에게는 그들만의 특별한 재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자폐에 대해 전공을 했기 때문에 이러한 자폐인의 특징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도 큰 이유입니다. 자폐인들의 특징을 약점으로 볼 수도, 재능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장애로 인해 갖는 특성을 그 자체로 인정하면서 그 사람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이것이 사회 전체적으로나 개인에게나 가장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폐인들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케이스를 갖고 있습니다.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자폐인도 있고 반대로 지능이 높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에서 자폐라는 이름으로 자폐인을 일률적으로 묶어서는 안 됩니다. “자폐인은 이런 특수교육이 필요하다, 이런 교육을 받아야만 한다”라고 한정 짓고 규정하는 접근법은 위험하고 맞지 않는 것이죠. 특히 디자인이라는 분야에 이들의 재능을 접목시키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누구나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주관적이고 개성이 중시되는 분야입니다. 자폐인의 그림을 보고도 예쁘고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것은 분명한 재능입니다. 사회로 통합될 수 있는 좋은 재능이죠. 사실 지금 저희가 이 사업을 시작한지가 10여년이 되어가는 데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자폐인 채용에 소극적입니다. 앞으로는 저희와 같은 고용모델을 통해 기존의 다른 회사들도 디자인과 디자이너가 필요할 때 자폐인 고용이 활성화되면 좋겠습니다.
귀여운 디자인과 톡톡튀는 색감이 눈에 띄는 보냉백
장애인 직원 비율은 어떻게 되는지, 일하면서 어려움은 없는지요?
오티스타는 장애인 직원 비율이 높습니다. 직원이 총 18명인데 자폐인이 12명이니까요. 사실 처음에는 자폐인이 1명이었는데 점점 늘리다보니 이렇게 되었어요. 일반 직원들이 배려와 양해를 해준 덕분입니다. 이제는 오히려 일반 직원을 늘리는 게 목표가 되었네요. 자폐인은 기본적으로 의사소통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선천적, 생물학적으로 그런 장애를 갖고 태어납니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사회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방과 의사소통하는 방법이나 상대방의 감정을 읽어내는 방법, 나의 요구와 바람을 표현하는 방법 등을 잘 알지 못합니다. 합리적으로 상대방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또한 자폐인은 행동적인 측면에서도 독특한 양상을 갖습니다. 변화에 대해 두려워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늦게 오라거나 오지 말라고 하면 이런 작은 변화에도 큰 두려움을 느낍니다. 이외에도 감각적인 이상 반응을 보여서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둔감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자폐인들의 이런 특성 때문에 함께 일하면서 낯설고 어려운 경험을 하게 되죠. 하지만 오티스타는 타 회사와 달리 이들을 지원하는 직무지원팀이 있어서 이들의 직무를 끊임없이 도와주고 문제가 생겼을 때 즉각적으로 함께 해결해나가고 있습니다. 직무지원팀 직원들은 모두 특수교육 전공자로 이루어져 있어 누구보다 자폐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고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매주 모든 직원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자폐인들의 행동과 그들의 어려움, 그리고 새로운 일을 맡게 되었을 때의 지원 사항 등 모든 것을 모니터링합니다. 모든 지원은 자폐인 개개인의 개별적인 케이스에 맞춰서 일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습니다. 타 회사나 국가기관 등을 보며 자폐인의 취업을 연계해주는 프로그램은 있지만 고용 이후의 지원 체계가 상당히 미흡한 상황입니다. 저희는 이러한 부분이 사회 전반으로 개선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힘들더라도 직무지원팀을 꾸려 자폐인의 고용은 물론 고용 후의 생활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자폐인의 작품으로 만든 가방
오티스타의 소셜미션과 경제적 가치는 어떻게 실현해나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오티스타의 소셜미션은 취약계층인 자폐인의 취업 통로를 마련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미션을 통해 근 10여 년 간 볼 수 없었던 자폐인의 그림이나 디자인 관련 업무 직종을 증가하게 했다는 것, 즉 예전에 없던 것들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저희의 성과입니다. 자폐인들이 하고 싶어하는 것들이 절대 특별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고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싶어하듯 이들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사회를 위해 사용하고 그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싶을 뿐입니다. 이런 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조금씩만 자리를 내주면 자폐인들도 우리와 함께 어울려 잘 살 수 있습니다. 오티스타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장애인을 따로 모아 특별한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도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함께 한 사회의 구성원일 뿐이라는 것을 증명해내고 이를 위해 장애인 지원 고용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싶었습니다. 저는 ‘재능재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요. 즉, 재능을 인정받으며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는 뜻입니다. 타인의 인정을 받은 재능은 경제적 가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남들이 인정해줘야 실제 소비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오티스타를 운영하면서 처음에는 스토리를 먼저 어필했습니다. “자폐인이 그린 그림이 담긴 제품입니다. 이들의 자립을 돕습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특별한 스토리가 없이 상품만 내놔도 구매가 늘어나고 반응이 좋아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저희가 가진 경제적 가치이자 강점입니다. 자폐인이 그려서가 아니라 그들의 재능이 오롯이 인정되어 경제적 가치로 창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른 회사들도 이러한 재능을 인정하여 이들의 재능이 곧 경제적 가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회사 경영에 이용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머그선물세트와 연필
오티스타의 자폐인 직원들은 평균 자폐인이 경제활동에서 얻는 것보다 많은 소득을 얻을 것 같은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자폐인의 장애 정도는 매우 다양합니다. 저희는 근로자를 채용하는 회사에서 일한 바에 대해 보상을 하는 것이지 장애나 일의 정도에 따라 월급을 계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즉 줄세우기 식의 차등 지급이 아니라 채용을 했다면 기본적인 월급을 지급해야 합니다. 장애인 고용정책에서 조건에 따라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저는 이런 부분은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의 여부를 떠나 누구나 최저임금을 보장받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오티스타는 서울시 생활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여 월급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오티스타의 베스트셀러 제품은 어떤 것이 있나요?
오티스타의 베스트셀러인 파일 홀더와 공책 저희가 가장 먼저 시작한 제품이 파일 홀더류의 제품입니다. 그 이유는 자폐인이 그린 그림을 가장 잘 드러나게 할 수 있는 제품을 생각하다보니 공책이나 홀더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림이 상품 전면에 크게 인쇄되어 노출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런 제품을 가장 많이 생산해냈고 가격은 저렴하지만 1년에 수천, 수만 개의 제품을 생산할 만큼 지금까지도 효자 상품이 되고 있습니다. 종류 또한 점점 다양해지면서 제품을 고르는 재미가 있다는 고객분들의 후기가 많습니다. 또한 저희가 문구류를 만들게 된 이유는 자폐인의 특성과도 연결 지을 수 있습니다. 자폐의 특성 상 화려하고 따뜻한 색채나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동물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자폐인들이 그리는 공룡의 경우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수요가 잘 맞아 떨어지기도 합니다. 학교에서의 주문이 많은 이유입니다. 또한 제품의 퀄리티가 점점 소문이 나고 두터운 고객층이 생기면서 젊은 여성 고객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파우치나 가방 등 젊은 여성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생활용품도 생산이 늘었습니다. 최근에는 제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한국도자기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여 질 높은 머그를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가격이 비싸도 제품의 질이 좋아 선물용으로 판매가 잘되고 있습니다. 생활용품 전문점인 다이소와도 협업을 맺어 다이소를 찾는 소비자층까지 흡수해가고 있습니다.
주문제작 가능한 명함
향후 계획에 대한 공유 부탁드립니다.
앞서 많은 제품을 소개해드렸고 생활용품으로까지 제품군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사실 저희의 가장 큰 목표는 순수 디자인 분야에서 디자인 자체를 판매하고 싶습니다. B2B로 자폐인들의 디자인을 판매하는 것이죠. 맞춤식 디자인이나 청첩장, 명함 등의 작업을 하고 또한 이모티콘과 같이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의 디자인도 개발해나가고 싶습니다. 오티스타는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저희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즉 사회통합을 구현해 나가고 싶습니다.
골프공 세계여행 세트 오티스타(AutiSTAR)는 Autism Special Talents and Rehabilitation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어졌습니다. 자폐인의 특별한 재능과 재활을 뜻하죠. 앞으로도 자폐인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 힘을 모으겠습니다.
오티스타 제품을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스토어 오티스타 제품 온라인 구매하기https://smartstore.naver.com/autistar 오티스타 제품 오프라인에서 만나보기 오티스타 갤러리 스토어_서울시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79 2층 T 02.393.1714 이화여대 웰컴센터 · ECC_ 서울시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 국회의원회관 기념품 판매점_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1층 글. 소셜벤처허브 경영지원실 이경진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