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보다 더 잘 챙겨 먹는 남극 대원들의 이야기 "남극의 쉐프"

[산공 김정규]

수업시간에 얼핏 들었던 기억을 더듬어 찾아 본 "남극의 쉐프".

여러 문제들 때문에 카페 게시판에 영화 제목이 다르게 되어 있어서 한참을 찾은 끝에,

설원을 배경으로 영화가 시작 된다.

남극은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미지의 땅이다.

주위에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황량하고 쓸쓸하지만 왠지 한번 가보고 싶어 지는 곳.

그곳에서 기상을 관측하고 통신시설을 정비하는 외로운 아저씨들이 지내고 있다.

평균 기온 영하 54도, 가족과 떨어진 거리는 14,000 Km.

바이러스조차 없어 감기 걸릴 일도 없는 남극에서

이 아저씨들은 매일같이 자신이 맡은 업무를 다하면서

다람쥐 챗바퀴 도는 똑같은 일상을 보낸다.

이런 아저씨들의 유일한 재미거리가 있다면 바로 '오늘 식사는 뭐야?'라고 묻는 것.

그들이 하루 중 유일하게 웃고 즐기는 식사 시간의 메뉴는 남극에서 보내는 삶의 낙이다.

영화 "남극의 쉐프"는 실제로 남극 기지에서 조리사 생활을 했다는

니시무라 준의 "재미있는 남극 요리인" 에세이를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라고 한다.

이 영화는 일본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와

뭐 딱히 이렇다 할 것 없이 물 흐르듯 흐르는 잔잔한 줄거리와 함께

음식을 깔끔하고 맛깔나게 담아내고 있다. 

일본 영화라고 티 팍팍 내는 또 다른 증거는 일본 영화 특유의 코미디 개그다.

영화 중간 중간에 일본식 유머 포인트가 소소하게 깔려있다.

남극에서 보내는 아저씨들의 단조로운 하루 일상이 주로 나오는데

일본 영화가 너무 조용해서 싫다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음식이 나오는 장면들 빼고는 지루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외부로부터 '아주 확실하게' 단절된 남극이라는 곳에서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가족, 연인과 전화 통화를 하며 서로 안부를 묻고 (그러나 점점 그 거리만큼 서로 거리감을 느끼게 됨)

단조로운 생활과 한정된 공간에서 자기들 나름대로 재미와 로망을 찾아 생활하는 아저씨들.

조리를 담당한 주인공 아저씨의 경우, 남자들만 모여있으니 안그래도 우울한 군대 분위기가 나는데

힘든일 하는 동료들을 위해 기운 내라고 끼니마다 정성스레 따뜻한 밥상을 차려낸다.

소소한 가정식 밥상부터 푸아그라가 나오는 값비싼 레스토랑 요리까지.

공간적 제약이 있는 남극은 물도 마음껏 쓰지 못하고 요리 재료 구하기도 쉽지 않은 곳인데

어떻게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들은 남극과 상관없는 재료들의 향연인지 의문이다.

마치 어머니께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밥상을 차리는것 처럼

남자들끼리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따뜻한 우정이

매끼 식탁에 쉐프의 손길로 차려지는 것 같아서 훈훈하고 참 보기 좋았다.

(일에 지친 아저씨들이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데 그게 더 맛있어 보였다.)

 

남극을 다녀온 뒤로는 또 다시 편하게 지냈던 생활에 파묻히게 되면서

'내가 1년 동안 남극에 있었다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평범한 일상에 녹아들지만

가족과 찾은 놀이동산에서 흔히들 사먹는 햄버게에 '맛있네'하고 감탄하는 '남극의 쉐프'.

남극에서 1년 동안 조리를 담당하며 남들을 위해 늘 요리하고, 그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껴 왔는데

이렇게 '남극의 쉐프'도 남이 해준 음식을 먹고 '맛있다'며 만족해 하는 장면에선 어떤 무언의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다.

춥고 힘든 남극에서 몸과 마음이 지친 아저씨들을 위로해주는 쉐프의 정성스런 음식들은

마치 추운 겨울날 포장마차에서 급하게 먹고 가는 오뎅국물이 온몸에 퍼져서

그 따뜻함이 나를 위로해 주는 것과 비슷할 듯 하다.

너넨 먹으려고 남극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