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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ooda.org%2Fbbs%2Fimages%2Ft.gif) KIAD 조남호 교수님 "Naver 한국인" 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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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D 목조건축디자인학부 조남호 교수님이 "Naver 한국인"에 선정되셨습니다.
<a href="http://navercast.naver.com/korean/architect/147"target="_blank"> <b><u>Naver 원문보기</u></b></a>
<b>위기가 기회... 1998년 환란 때 설계 주업에서 아예 시공까지 해보고자 도전</b>
조남호씨는 국내에서 공부하고 실무를 쌓은 국내파 건축가다. 여느 건축가처럼 대형설계사무소(정림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쌓고 독립해 자신의 사무실을 열었다. 뜻을 같이 한 세 명의 동료와 함께 설립한 것이 지금의 솔토건축이다. ‘솔토’는 시경(詩經) 에 나오는 구절인 솔토지빈(率土之濱)의 줄임말로 '온 세상', '온 누리'를 의미한다. 사무실을 연 이후 홍대 앞 미래 프라자를 설계하고 대림동산전원주택, 교원그룹 연수원 공모전에 당선도 됐다. 비교적 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작은 사무소에 적합한 체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그가 목조건축에 관심을 돌린 계기는 1998년 벌어진 환란 때문이었다. “동기는 단순했습니다. 환란이 일어나서 나라가 흔들리니까, 일감이 줄어 들었죠. 이렇게는 안되겠고, 대책 마련을 해보자, 해서 직원들과 MT를 갔어요. 그때 ‘인원 절감 없이 월급을 줄여나가자. 직접 시공을 해보자’고 제안을 했지요. 일을 수주해서 설계할 뿐만 아니라, 시공까지 하면 오랫동안 일이 지속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공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건축가는 설계를 하고 시공업체가 정해지고 난 후 그 과정을 감리하는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시공은 전문화된 또 다른 영역이다. 가장 보편적인 콘크리트 구조는 이미 전문화된 영역으로 분화되어 있고,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뛰어 들 수 없었다. 반면 목조는 목수를 중심으로 비교적 단순화된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가 목조건축 시공을 선택한 이유다.
목조건축에서 그가 선택한 방식은 한옥을 짓는 전통구법이 아닌 경골목구조 방식이다. 북미에서 개발된 경골목구조는 보통 단면이 2인치×4인치인 목재를 사용한다. 규격화된 목재로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설계에 제약이 거의 없다. 한옥은 단면이 큰 목재를 이용해 기둥과 기둥을 잇는 보로 구성을 한다. 하지만 경골목구조는 길이가 짧고 가벼운 목재로 프레임을 짜는 방식이다. 기존의 목조 방식이 시공할 때 힘이 든다는 점과, 불이 났을 때 취약하다는 점을 보완하게 위해 개발된 것이 경골목구조 방식이다. “당시만 해도 한옥이란 과거에 머물러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현대적 건축과 접목되기에는 힘들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현대 서양식 목구조를 선택한 거죠.”
그는 본격적인 공부를 위해 국민대학교 목조전문가 과정을 이수했다. ”경골목구조를 공부하던 1999년 초에 미국 달라스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마침 광장에서 해비타트 작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자원봉사자 대부분이 젊은 여성들이었어요. 한눈에 보기에도 비전문가들이었고요. 보통 목수들은 망치질 3번이면 충분한 걸 다들 열 번도 넘게 하고 있더군요. 하지만 결과에 차이는 없었어요. 그때 목구조가 힘이나 기술의 차이와 상관없이 누구한테나 열린 공법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b>목조건축에 콘크리트 구조까지 합쳐 만든 교원연수원 게스트하우스</b>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경제성이나 효율성 때문에 조립식 주택 디자인이 반복 생산되는 경향이 강하다. 건축적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제시하거나 시도되는 경우가 드물다. 조남호씨는 2000년 교원그룹 도고연수원 게스트하우스로 한국건축사협회가 주최하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의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1995년 솔토건축을 연지 6년도 채 안돼 두 번째 목조건축물 설계로 받은 상이었다. “어떤 분은 (수상작인) 게스트하우스를 외국 건축가가 설계한 것으로 오해했다고 하더군요. 저희는 그 설계안을 바탕으로 현장 시공을 하기 위한 실시 설계만 한 것으로요(실시 설계는 이미 짜여진 계획안을 실제 시공에 적용하기 위한 상세 설계다).”
도고연수원 게스트하우스를 완성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연수원 뒤에 휴양소를 조그맣게 만들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건물입니다. 그러나 수용인원이 50명에 이르다 보니, 규모가 540평에 달하게 됐죠. 일상적인 장소가 아니어서 각 공간마다 목구조를 이용한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일반적인 경골목구조는 제한된 크기의 창문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조남호씨는 철근콘크리트 구조와 결합시켜 시원한 개방감을 주었다. 거기다 기둥과 보로 힘을 지지하는 목조와 결합해 기분 좋은 무게감까지 주었다. 목재는 연결부분에서 결합력이 취약한 것이 단점인데, 이걸 보완하기 위해 철물과 글루램을 결합시키는 복합구조를 적용했다.(글루램은 자른 나무를 여러 겹 접착해 만든 집성재다).
“그런데 당시 국내에는 이 설계 안의 구조를 안정되게 해결할 수 있는 구조설계회사가 없었어요. 결국 설계도면을 캐나다와 뉴질랜드로 보내서, 구조 해석을 받았어요. 그리고 저희가 직접 시공했기 때문에 계획대로 실현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실제 시공 현장의 상황에 맞춰서 저희가 바로 설계를 변경하거나 조정을 했으니까요.”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도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현대 서양식 목구조를 사용하는데 두려움이 있었어요. 그러나 실제 작업을 진행하면서 낯선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렸어요. 익숙한 업무환경을 넘어서는 건 두렵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새로운 게 보이죠. 이제 저한테 목구조는 더 이상 특별 영역이 아닙니다. 프로젝트에 목조가 가장 적합하면 선택할 뿐입니다.”
<b>서양과 달리 우리 목조 한옥은 얼이 서린 곳... 하지만 이제는 진화시켜야</b>
조남호는 초등학교 6학년까지 경기도 안양 외곽 청계에서 살았다. “마을은 36가구가 사는 작은 규모였어요. 굉장히 오래된 성당이 하나 있었죠. 전체 가구가 성당에 다녔는데, 오후 12시, 3시에 성당 종이 울리면 일하다가도 삼종기도를 올리는 마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천지 같은 폐쇄적인 공동체였던 것 같습니다. 거의 인구 이동이 없는 곳이었는데, 가끔 도시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이주해 오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보통 남의 집 건넌방에서 세를 들어 살았는데, 2, 3년 가량 지나면 마을에서 집을 지어주었습니다. 집을 짓는다는 행위는 공동체에 새로운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주겠다는 뜻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시기의 경험은 그가 건축가의 길에 들어선 이후 건축에 대한 자양분이 되었다. 그는 그 공동체에서 체험한 한옥과 서양식 목구조의 차이를 이렇게 구분한다. “서양식 목구조에서 집은 그냥 들어가서 살 수 있는, 벽으로 둘러싼 공간으로 봐요. 수법이 발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집을 물리적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가계(家系)를 세운다든지, 종갓집을 상징하는 등의 의미가 얹혀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옥을 함부로 손대거나, 바꿀 수 없었죠. 한옥에 서린 정신을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나 이미 한옥이 사회와 소통되지 않는 집이 되었으니 당연히 한옥도 지금의 사회가 요구하는 방식대로 진화되어야 합니다.”
현재 정부는 1960년대 도시 한옥 이후로 진화를 멈춘 한옥을 ‘한 스타일’ 사업의 대상으로 선정했다. ‘한 스타일’ 사업은 한글, 한식, 한복, 한옥, 한지, 한국음악 등 6대 전통문화를 브랜드로 만들어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한옥은 산업화를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옥의 산업화는 곧 나무의 소비로 이어진다. 그는 이를 거시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전까지는 ‘자연 보호는 곧바로 숲 보호’였지만, 이런 태도가 바뀔 때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목조건축 산업에 대해 1980년대 말부터 적극 육성했어요. 도쿄기후협약에 따라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6%를 줄여야 하는데, 이중 3.9%를 목조건축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 것입니다. 원리는 간단해요. 숲의 수명에 맞추어 나무를 베어야 새로운 나무가 자라고 이산화탄소가 흡수됩니다. 우리나라는 자른 나무를 숲에 그대로 두는데, 이럴 경우 썩으면서 탄소가 방출됩니다. 말 그대로 베어낸 나무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무의 순환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b>자른 나무 숲에 방치하면 썩으며 탄소 방출... 목조주택 재료로 써야</b>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림인데다가, 1962년부터 대대적인 녹화사업을 해왔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목재 산업을 준비해야 할 때다. “시장에서 목조 기술과 목재가 사용되려면, 먼저 이에 대한 인증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목조주택은 전원주택 같은 디자인의 대상으로만 인식하지, 환경문제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절감 부분은 곧 모든 분야가 당면할 문제입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사회가 이를 인식해야 할 계기입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그의 건축은 인문학적인 바탕 아래 놓여 있다. “영어로 건축가는 Architect라고 하는데요. 이 말의 어원은 그리스어인 ‘architekton’에서 왔어요. 공인들(tekton)의 우두머리(archi-)이죠. 그런 존재인 건축가는 자기가 설계하는 건물이 존재하는 기간까지 내다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 시선이 지닌 담론의 크기는 상관없습니다. ‘동네 건축가’로서 대학 2학년 수준의 소박한 담론도 괜찮죠. 다만 건물을 만드는 방식은 정확해야 합니다. 거대 담론을 잘 실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와 작은 담론을 잘 실천하는 ‘동네 건축가’는 동등하게 좋은 건축가입니다.” 그가 말하는 바람직한 건축가다.
글_이경은 / 월간<공간> 기자 이경은씨는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인테리어 전문지<bob>와 <건축문화>를 거쳐 <공간> 기자로 일하고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