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1일 오전 0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이 33번을 울리며 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타종에 이어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지름 12m의 태양 모양의 구조물 ‘자정의 태양’도
LED 조명을 환히 비추며 희망찬 새해를 기원했습니다.
추운 날씨였지만 보신각 주변과 세종대로 일대에는
시민 10만여 명이 넘는 군중이 운집 열광했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카운트 다운’으로 새해를 맞는
관례가 있으며 미국은 뉴욕의 ‘타임스퀘어’
에서의 새해맞이 행사가 120주년이라고 합니다.
파리 샹젤리제 광장, 런던 템스강 변, 시드니
하버 브리지 등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군중이
운집하여 새해맞이 행사를 나름대로 성대하게
치릅니다.
아마도 떠나보내는 한 해의 아쉬움과
새로 맞는 해의 기대가 엊갈림이 아닐는지요,
그런데 보신각 ‘제야의 종’을 33번 타종하며
새 해를 맞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별)보신각 타종을 33번 하는 이유
보신각(普信閣)은 고종 32년(1895) 이전까지만 해도 종루
(鐘樓)로 불렸던 곳으로, 종을 달아 조석을 알리던 곳으로
태조 5년(1396)에 조성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임진왜란 때 종루와 함께 불타버린 것을, 임란 직후인
1594년 종루를 재건하고 원각사(圓覺寺)에 있던 종을,
불타버린 종을 대신하여 내걸었습니다.
이 종은 원래 태조의 2 비인 신덕왕후(神德王后)의 능인
정릉(貞陵)의 능사(陵寺)에 있었습니다. 이 정릉사가 폐사
되자 원각사로 옮긴 것입니다.
그러므로 엄밀하게 따진다면 보신각종은 정릉사 종이라
불러야 맞는데, 이 종은 고종 32년(1895), 종루가 보신각
으로 이름이 바뀜에 따라, 보신각종이라 불리게 되었고,
현재의 종은 1985년에 또다시 새로 조성된 것입니다.
조선 시대 사대문이 닫히고 주민 통행금지가 시작되는
이경(밤 10시경)과 통행금지가 해제되는 오경(새벽 4시경)
만큼은 종로 보신각에 있는 대종을 쳐서 널리 알렸습니다.
이경에는 대종을 28번 쳤는데 이를 ‘인정’(人定-통행금지
알림)이라 했고, 오경에는 33번 쳐 이를 ‘파루’(罷漏-통행
금지 해제를 알림)라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금에 와서 매년 12월 31일 자정에 서울
종로2가에서 묵은해와 새해가 교차하는 시점에서 보신각종을
33번 치는 ‘제야의 종(除夜-)’ 타종 행사로 변신하여 치르게
된 것입니다.
‘제야의 종’ 타종의 유래로는 먼저 제석(除夕) 또는 대회일
(大晦日)에 중생들의 백팔번뇌를 없앤다는 의미로 각 사찰
에서 108번의 타종을 하던 불교식 행사에서 유래된 것으로
제야 또는 제석은 ‘섣달그믐날 밤(음력 12월 30일경)’
어둠을 걷어내는 것으로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우리나라에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본격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일제강점기를 겪고 있던 1929년,
일제강접기 때 경성방송국이 특별기획으로 정초에
'제야의 종소리'를 생방송으로 내보낸 것이 시초였습니다.
그리고 해방 후, 사라졌다가 1953년 말부터 다시 매년
12월 31일 자정을 기해 보신각종을 33번 치는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시작되어 새해맞이 행사로 정착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보신각종을 왜 굳이 33번을 울리는지에
대하여 의미를 고찰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먼저 33번의 타종에는 불교적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불교의 우주관인 28계(界) 33천(天)에서 유래하였으며
33天(천)은 우주 중심인 수미산 정상 도리천(忉利天)을
상징합니다. 불교의 우주론에 따르면, 도리천은 6 욕천
(六欲天) 가운데 네 번째 하늘(天, 천)로, 수미산(須彌山)
정상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도리천(산스크리트어: Trāyastriṃśa)은 음역하여
다라야등릉사(多羅夜登陵舍) 또는 달리야달리사
(怛唎耶怛唎奢)라고도 하며, 의역하여 33천(天)이라고도
합니다.
수미산 정상에는 동서남북 4방에 천인(天人)들이 사는 각각
8개씩의 천성(天城)이 있으며, 중앙에는 제석천(帝釋天,
산스크리트어: Śakra, Indra, 인드라)이 사는 선견성(善見城)
이 있어 33천이라고 합니다.
도리천 천인(天人)들의 수명은 1.000세이고, 도리천의 하루는
인간 세상의 100년입니다. 이들은 수명이 길고 병이 없으며
항상 행복합니다.
그래서 33번의 타종은 33천에 살고 있는 그들처럼 모두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여망이 담겨저 있습니다.
신라 선덕여왕이 자신이 죽으면 도리천에 묻어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의미로서 33天(천)은, 동서남북 사방에 각 8계층의
하늘이 있고, 그 가운데 이 모두를 지휘하는 하늘을 선견성
(善見城)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를 세우신 국조 단군이
바로 이 선견성의 성주인, 환인천제(桓因天帝)의 아들이므로
단군(檀君)의 개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 광명이세
(光明以世)를 근간으로 예로부터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로서
즉 인(仁: 측은히 여기는 마음), 의(義: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 예(禮: 사양·양보하는 마음), 지(智: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 신(信: 인의예지를 보증
하는 원리)으로서 백성을 다스리고 교화할 것임을
33天(천)에, 즉 우주 전체에 맹세한다는 의미이며,
이러한 통치 이념과 온 국민의 시름과 번뇌를 씻고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축원하며 번영과 건강, 무병장수를
바라는 마음이 종이 울릴 때마다 널리 선양되기를 기원
하는 염원에서랍니다.
그래서 동대문은 흥인지문(興仁之門), 서대문은 돈의문
(敦義門), 남대문은 숭례문(崇禮門)으로 이름 붙이고 북쪽엔
숙청문 바깥에 홍지문(弘智門)을 따로 세웠습니다.
그리고 수도의 중앙에는 보신각(普信閣)을 세워 인의예지신
(仁義禮智信)다섯 글자를 골고루 배치되도록 했던 것입니다.
또한, 일부에서는 33번의 타종이 독립운동가 33인을 상징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근거가 없는
말이고, 독립운동가 33인은 동양의 숫자 철학으로 보면,
3이란 완성의 숫자를 의미하며, 3이 겹친 33인으로 민족
대표를 정한 것은, 우리 국민을 대표 한다는 의미에서
완성의 숫자 3의 상징성을 극대화해 의미를 부여한 것일
뿐입니다.
이제, ‘제야의 종’의 그 연원이야 어찌 됐든 간에,
우리 국민에게 빼놓을 수 없는 연례 세시 풍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종소리는 그 자체가 평화롭고 편안함을 줍니다.
또 종소리는 영원히 변함이 없습니다. 그 소리는
모든 이념, 종교, 인종을 뛰어넘습니다.
또한 평화, 통일, 융합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보신각종을 타종하고 그
소리를 듣는 것은, 우리 민족이 세계를 향해, 홍익인간의
따뜻한 상생의 메시지를 새기는 경건한 의식입니다.
따라서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민족의 지혜와 사랑이 담긴
이 종소리가 우리 국민과 더불어 전 세계인에게 고루
전달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2024년 1월 3일(水요일) 金福鉉- 카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