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날 집사람과 광양에 들렀다.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을 사 줄테니 친구들을 데리고 나오라고 했다.
친구들 5명을 데리고 나왔다.
이 아이들을 테우고 출발을 할려고 하는데 숙소에서 감독선생님께서 나오신다.
인사를 하고 어디 가시냐고 물었더니 "부산에 갑니다."라고 하신다.
선수를 맡긴 부모의 입장에서 감독선생님이 부산에 가신다고 하면
내가 부산 사람이니 당연히 부산에 모시고 가서 저녁을 대접해야 하는게 도리이고
어쩌면 부모가 감독선생님께 개인적으로 인사를 해야 하는 절호의 기회일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는 그리하지 않았다.
"제가 부산에가서 저녁을 대접해야 하는데 이 아이들하고 저녁을 사주기로 전부터 약속이 되어 있어서요."라는 말을 남기고
아이들을 테우고 중마동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자기들이 맛있다고 추천한 '도네누'라는 삼겹살 전문식당에 갔는데 메뉴가 다양하게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주문을 하라고 했더니 '짚불 삼겹살'을 시켰다.
테이블을 두개로 하고 나와 집사람은 따로 테이블을 나눠서 아이들에게 고기를 구워 주기로 했다.
처음에 10인분을 시키고 다시 10인분을 시켜야 했다.
나와 집사람은 한두점 정도 먹었을 것이다.
우리더러 '드세요.'하면서도 굽기가 바쁘게 먹어 치우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흐뭇하고 뿌듯하기까지 했다.
저녁을 다 먹고나서 우리 아들이 즈그 엄마한테 한마디 한다.
"엄마! 오늘이 토요일이어서 외박을 주면 좋겠습니다."
"왜?"
"그냥 엄마랑 아빠랑 같이 자게요."
나는 속으로 '짜식이 집에 와도 엄마나 아빠랑 자지않고 거실에서 혼자 자거나 아니면 자기 방에가서 자면서......'라고 생각을 했지만
왠지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 아이들이 10시까지 외출이라고 PC방에 간다고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PC방으로 갔는데
아들이 친구들에게 자기는 엄마랑 애기좀 하다가 갈테니 먼저 가라고 한다.
무슨 중요한 얘기인가 내심 긴장하면서 들어보니 별 얘기도 아닌었다.
그냥 엄마 아빠를 보내기가 아쉬워서인 듯 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8시쯤 되어서 부산으로 차를 몰았다.
부산으로 오는 차안에서 집사람이
"나는 아까 경보가 오늘 외박을 주었으면 좋겠다고해서 왜 그런가 했는데 아무 이유없이 그냥 엄마 아빠랑 함께 자고싶어서 그런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랬어요."라는 말을 몇번이고 되뇐다.
아마도 집사람은 멀리 있는 아직은 어린 아들이 한없이 안쓰럽기만 한 모양이다.
덩치만 커졌지 아직은 어린 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