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최유식"記者가본 이우시장

[코인여행]

Made in China’ 대표도시 이우(義烏);<上> 세계인의 ‘남대문시장’;값싼제품 32만가지… 70여國 무역상 6천명 몰려

발행일 : 2005-05-05 A3 [종합]    기자/기고자 : 최유식

‘메이드 인 차이나’의 총집산지인 이우(義烏)시로 전 세계 상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10여년 전 지도에조차 나오지 않았던 이 작은 도시가 국제적인 상업도시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이우 현지를 취재했다.

지난달 28일 오전 중국 저장성(浙江省) 중부의 중소도시 이우(義烏). 중국산 일용잡화 전시회가 열리는 메이후(梅湖)전시장 앞에 개장 1시간 전부터 수백 명의 중국·외국 상인들이 몰려 진을 쳤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 온 웨인 맥마흔(27)씨는 외국상인 등록부스 앞에서 검은색 여행가방 안의 물건을 부지런히 정리하고 있었다.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용 액세서리들을 판매하는 현금할인점에서 구매담당을 맡고 있다는 그는 “가방 안을 비워 샘플을 담으려 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맥마흔씨의 중국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 광저우(廣州)와 선전(深♥)을 거쳐 “세계에서 가장 싼값에 일용잡화를 판다”는 소식을 듣고 이우를 찾았다고 했다.

이우에 온 지 7년이 됐다는 인도인 무역상 데발 우파드야씨는 칠레에서 온 바이어들의 등록을 돕고 있었다. 그는 “상품의 질은 그저그렇지만 가격은 정말 싸다”고 말했다. 성공했느냐는 질문에 “당연한 것 아니냐. 이우는 먼저 아는 사람이 임자”라고 말했다.

인구 70만명에 도시 면적 52㎢. 도시 끝에서 끝까지 이동하는 데 차로 10분밖에 걸리지 않는 이 작은 도시로 가는 길은 결코 편하지 않았다. 국제공항이 없어 상하이(上海)나 항저우(杭州)에서 버스나 기차를 갈아타고 들어가야 하고, 남부의 광저우(廣州)로 들어오는 외국 상인들은 몇 시간을 기다려 비행기를 바꿔 타야 한다.

하지만 이 도시는 지난 5년 사이 전 세계 각지의 도매·무역상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오는 중국의 ‘알렉산드리아’가 됐다.

지난해 이곳을 찾은 외국 상인들은 5만명을 넘어섰고, 상주하면서 세계 각국으로 이우산 상품을 보내주는 국제무역상도 70여개국 6000명에 이르고 있다. 거리 곳곳의 상가에서 터번을 둘러쓴 인도인, 긴 구레나룻과 콧수염을 기른 아랍인, 황금빛 머리카락의 백인들을 만날 수 있다. 이우의 중국산 상품은 이들을 통해 지난해 전 세계 180여개국에 9억달러 가까이가 팔려나갔다.

외국 상인들이 몰리는 것은 수십만 종의 각종 중국산 경공업 제품들이 중국 전역에서 이곳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가격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싸다”고 현지 상인들은 말한다. 이우에서 양말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장지슝(張吉雄) 대만상회 회장은 “품질은 조금 떨어지지만 가격은 대만산의 30%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 한국무역상은 “품종에 따라 한국의 5~10분의 1밖에 안되는 싼 상품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우 최대의 도매상가인 국제상무성(國際商貿城)의 허페이쑹(何培松) 사장은 “이우가 취급하는 상품은 액세서리·주방용품·가정용품·가구·문구·의류·공구 등 1700개 업종에 걸쳐 32만종에 이른다”고 말했다.

20여년 전인 1982년 주택가의 정기시(定期市)로 출발한 이우 시장이 국제시장에 알려진 것은 90년대 중반. 이우 상인들은 중국 전역의 가내공장과 중소공장에서 생산되는 각종 생활용품을 모아 박리다매(薄利多賣)로 전국의 소매상에게 물건을 팔았다.

일부 한국 상인과 대만상인, 중동상인들이 입소문을 듣고 찾아든 것도 이때였다. 이들에 의해 이우 상품이 해외로 팔려나가자 이우상인들은 대규모 공장을 세워 자체 생산을 시작했다. 싼 임금을 바탕으로 한 대량생산, 박리다매를 통해 이우 시장은 90년대 후반부터 한국·대만·홍콩의 경공업 시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경기 부천에 공장을 두고 남대문 상가의 가게에서 액서서리를 도매해왔던 김모씨는 지난해 결국 공장을 중국 웨이하이(威海)로 옮겼다. 이우에 가게도 열었다. 김씨는 “남대문의 액세서리 시장은 이미 80% 이상을 이우에 뺏겼다”며 “국내 영세업체들이 남대문시장 규모의 50배에 대규모 생산시설로 무장한 이우를 가격으로 버텨내기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대문상가와 길거리에 판매되는 중저가 액세서리는 대부분 이우에서 들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로, 10년째 이우시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는 종밍룽(鍾明榮)씨는 지난달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낮은 세금과 관리비로 상인들이 원가를 낮출 수 있게 해준 시 정부 ▲유능하고 부지런한 이우상인 등 두 가지를 이우의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종씨는 “부를 축적해가는 상인들로부터 ‘털을 뽑지 않은 것’(세금을 뜯어가지 않았다는 뜻)이 이우시 정부가 다른 지역 정부와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이우 시정부는 이우 제품을 해외로 팔아주는 상주 외국상인들을 극진하게 대접하고 있다. 소득세는 면제이고, 영업세도 월 매출액의 0.1~0.2%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우(義烏)=글·사진 최유식기자

[‘Made in China’ 대표도시 이우(義烏)];<下> 主流로 떠오른 한국 상인들;韓商 2500여명 맹활약 ‘현대판 신라방’

발행일 : 2005-05-06 A6 [종합]    기자/기고자 : 최유식

남대문시장에서 ‘콜렉션’이라는 액세서리 도매점을 운영하던 지원준(34)씨는 2년 전인 2003년 이우(義烏)로 들어왔다.

한 달에 1주일씩 출장을 다니다 아예 이곳에 정착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이우 최대 도매상가인 푸톈(福田)시장에 ‘수호천사’라는 이름으로 가게를 내고 인근 지역에 직공 50명 규모의 공장도 열었다. 올 하반기에는 인근 진화(金化)사범대학 중국어 과정에 등록해 중국어도 배우고, 3년 뒤에는 가족들도 모두 데려올 계획이다.

그는 “이우는 전 세계로 액세서리와 잡화를 공급하는 기지이기도 하지만 중국 전역의 도매상들이 찾는 중국 내수시장의 중심지이기도 하다”며 “이우에서 성공하면 중국 내수시장 공략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푸톈시장에 가게를 내고 영업 중인 남대문시장 상인은 20여명. 이들은 이우의 중저가 상품을 한국으로 역수입해 남대문시장 등지에서 파는 동시에 한국산 고가 액세서리를 가져가 중국 내수시장에 판매하는 일도 맡고 있다.

지씨는 “한국산 액세서리는 이우산의 3~4배 가격이지만 마감이나 컬러 기술이 뛰어난 데다 다품종 소량 생산 능력이 뛰어나 중국의 고급 시장을 충분히 공략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우 한인상회는 2년 뒤 푸톈시장 인근에 조성될 주바오(珠寶)상가에 300개 점포를 한국 상인용으로 확보하고 6일 국내 남대문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사업설명회도 갖는다.

그동안 중국산 저가 공세에 시달려온 한국의 남대문 상인들이 역으로 이우를 교두보로 중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도매시장 이우는 전 세계 각국에서 온 상인들의 각축장이다. 현재 상주하는 상인들은 70여개국의 6000여명. 이중 한국 상인은 1000여명(16.7%·시정부 집계)으로 수적으로 가장 많다. 그 뒤를 파키스탄 상인, 대만·홍콩 상인, 중동 상인들이 잇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공식 집계일 뿐 2500명이 넘는 한국 상인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현지 한상들은 전했다. 또 투자 규모도 홍콩·대만·이탈리아·미국·필리핀 상인에 이어 6위로 선두권이다.

한상들이 이곳에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반. 중국 칭다오(靑島)·광저우(廣州) 등지에 진출했던 액세서리·잡화상들이 중국 상인들의 소개로 이우를 와본 뒤 정착하게 된 것이다. 차스무역의 차봉규 사장(한인상회 회장)은 “당시만 해도 거주환경이 안 좋아 정착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90년대 후반부터 한국 상인들이 본격적으로 밀려들었다. 중국산의 저가 액세서리와 일용잡화의 공세에 시달리던 국내 무역상들이 대거 들어와 정착한 것이다. 이노센스액세서리의 조성국 사장은 “당시 이우산 액세서리의 가격은 국내산의 3분의 1 이하였다”며 “뉴욕 바이어가 이우로 가지 않으면 거래를 끊겠다고 해 하는 수 없이 이곳으로 왔다”고 말했다.

외환 위기 직후인 지난 2000년부터는 명예퇴직자들이 ‘이우 드림’을 찾아 이곳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지난 98년 D증권 과장으로 명예퇴직을 했던 K무역의 김모(41) 사장도 퇴직 이후 국내에서 벌인 사업이 모두 실패한 뒤 지난 2001년 떠밀리듯 이우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는 불과 4년 만에 국내 대형 상가와 도매상에 이우산 일용품을 공급하는 무역중개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는 “처음 1년간 바이어 한 명 없이 허송세월하기도 했지만 어디를 가더라도 그 정도 수업료는 치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싼 가격, 다양한 상품, 낮은 세금 등 이우는 상인들의 천국”이라고 말했다.

최근 2~3년간은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이우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 남대문시장 출신 잡화상은 “이제 소상품 시장은 이우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거래처의 요구, 싼 비용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이우에 가게를 내거나 공장을 만드는 상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상인들이 주류로 등장하면서 이우에는 과거 ‘신라방’을 연상케 하는 한국 상인들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다. 시내에 있는 둥저우화위안(東洲花園) 등의 고급 아파트에는 100~200명의 한국 상인들이 집단 거주하고 있다. 또 이우시가 시내 쉐펑(雪峰)공원 근처에 조성 중인 외국 상인용 집단 거주지 ‘둥팡(東方) 국제촌’은 지난해 말 1개 동 전체를 한국 상인 거주용으로 분양하기도 했다.

지난해 새로 문을 연 2기 푸톈시장의 4층에는 다음달쯤 국적 상가로는 처음으로 한국관이 홍콩관과 함께 들어선다. 30여명의 현지 상인들이 이곳에 한국산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하게 된다.

이우 외곽에 들어서는 이둥(義東)공단에도 현지 한국 상인과 재미교포 상인 6명이 1000만달러를 투자해 3만평의 공장부지를 확보한 상태이다.

현지 중국인들은 한국 상인들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푸톈시장의 허페이쑹(何培松) 사장은 “한인 상인들은 이우 상품을 세계로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제품에 대한 까다로운 요구로 이우 상품의 질을 올려주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봉대외무역의 김성완(52) 사장은 “중국 상인들과의 갈등 등 일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인 상인들은 대체로 이우 상인들과 ‘윈·윈(Win·Win)에 성공하고 있다”며 “한국 상인들은 90년대 후반 중동 상인들처럼 이우 외국 상인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義烏)=글·사진 최유식기자 (블로그)finder.chosun.com

[머큐리현]

좋은글 잘읽엇습니다.. 감솨

[lucky]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조승하]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생각남]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