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대학입시정책은 공정하지 않다. 그리고 수업시간의 배운 내용처럼, 교육불평등은 사회불평등의 반영이므로, 사회의 모순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교육의 불평등은 해소되지 않을 것 같다. 현재의 대학입시는 ‘선발’을 목적으로 대학 지원자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한다, 어떤 평가 방식이던 지원자에게 점수를 매기고 줄 세운 이후, 합격자와 예비 합격자, 탈락자가 정해진다. 또한, 모든 평가 방식은 사회자본, 문화 자본, 또는 그 전형에 맞는 타고난 능력 등 ‘운’에 따라 정해지는 불공정한 요소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수능 이전에 전통적인 대학입시 정책으로 ‘학력고사’가 있었다. 학력고사는 수능보다 암기 위주의 시험이었고, 그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사고력을 측정하는 발전된 학력고사’를 목표로 1993년부터 수능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수능이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라도, 측정하는 능력이 암기력에서 사고력으로 바뀌었을 뿐, 사교육의 영향력과 불평등의 문제는 점점 심해졌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나온 것이 학생부종합전형, 지역균형선발, 사회자배려대상선발 등의 제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들이 공정을 위해 이바지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과 지역균형선발이 그렇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수능보다 더 불공정한 결과를 나타냈음은 능력주의 파트의 교재 통계에서도, 나의 발표에서 예시로 든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나는 여기에 더해 지역균형선발제도 역시 공정이 아니라 또 다른 불공정을 낳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지역균형선발제도의 대표적인 예시로 농어촌 특별전형이 있다. 이 제도는 열악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는 농어촌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제도일 것이다. 농어촌 특별전형에서 말하는 농어촌이란, 행정구역상 읍과 면의 단위로 이루어진 지역이다. 즉, 읍이나 면 지역이기만 하면 흔히 말하는 명문 학원가에서 셔틀버스가 다니는 지역이라도 농어촌 전형이 가능하다.
목동에서 셔틀버스가 다니는 김포 고촌읍, 중계동에 지하철 몇 정 거장이면 접근 가능한 남양주 진접읍, 그 외에도 지하철이 다니며 서울 혹은 인근 도시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남양주시 화도읍, 진접읍 등등…. 하나하나 나열하기도 힘든 수도권 지역들이 농어촌 전형의 혜택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지역에는 작년 입시에서 서울대 합격 순위 14위를 기록한 화성시 향남읍 화성고를 비롯한 소위 입시에서 선호되는 지역의 ‘명문고’가 다수 있다. 이러한 수도권 ‘읍’ 지역 중, 남양주시 화도읍의 인구는 114,124명으로 전북 6개의 ‘시’ 중 인구 4위인 정읍시의 인구보다 많다. 그리고 화도읍보다 인구가 적고 수도권에서도 먼 전북의 정읍시, 남원시, 김제시의 ‘동’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농어촌 전형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무주, 진안, 장수, 임실 등 군 단위에 사는 학생들 역시, 위와 같은 수도권 읍면지역의 학생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농어촌 전형에서 원하는 ‘공정’은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그 때문에 대입 정책은 역효과를 낳지 않도록 잘 설계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완벽한 평등을 이루기 힘들더라도, 평등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현재의 농어촌 전형은 지역적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오히려 수도권과 인접한 지역에서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실제로 불리한 조건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어촌 전형의 기준을 보다 공정하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인 반발이 있고, 불가능하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수도권 혹은 광역시에 인접한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들은 농어촌 전형에서 제외해야 한다. 실제로 농어촌 전형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서·벽지 교육진흥법에 지정된 학교 중 ‘동’지역의 학교는 농어촌 전형을 지원할 수 있다. 일정한 기준으로 도서·벽지의 학교를 정한 것처럼, 도시 인근 읍면의 학교를 정해서, 진짜 필요한 사람이 혜택을 받아야 한다. 완벽한 정책은 없더라도, 정책을 보완해 나가며 평등에 가까워질 수 있다.
이와 별개로 현재 대입 전형에서 불평등을 만드는 주요 요인은 정보의 격차라고 생각한다. 현재 ‘수능’시험을 대비하며 인터넷 강의를 통해 소위 ‘1타 강사’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1타 강사의 강의력이 비교적 최고 수준임은 반박하기 어렵다. 강남에 사는 사람과 내가 같은 강사의 강의를 인터넷으로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당장 오늘 밥을 굶을 걱정을 할 정도로 가난한 집안, 혹은 가정폭력이 일상이어서 공부가 어려운 집안을 제외하면 1년 수십만 원의 인강비는 충분히 부담 가능한 영역이다. ‘서울런’으로 대표되는, 무료로 인강과 교재를 지원하는 정책 역시 존재한다. 그래서 똑같이 인강을 듣고 공부하는데, 어떤 불공평이 발생하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인강이 좋은지, 인강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등의 정보를 학생들이 찾기 어렵다. 소위 ‘명문고’의 학생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인강 강사들의 강의를 찾아보거나, 적어도 어떤 강사가 유명하다는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평범한 일반계 고등학교의 경우,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인데도 EBS 강의, 혹은 학교 수업으로 수능을 대비하거나, 인강을 활용할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인강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3년 동안 학생이 만들어가는 생기부를 통해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의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지역균형전형에서도, 어떻게 하면 농어촌 전형 등의 지역균형선발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는 학생들이 많다. 그리고 그러한 학생들은 단지 명문고라는 이유로, ‘동’지역의 학교에 입학한 후 후회하곤 한다. 즉, 대입 선발의 공정을 위해서는, 대입 절차와 수능 대비 방법에 대한 정보를 학생들에게 교육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입이 지배하는 한국 교육의 현실 속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첫댓글 "교육불평등은 사회불평등의 반영이므로, 사회의 모순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교육의 불평등은 해소되지 않을 것 같다. " 주장을 하고 그 근거를 수능의 역사와 현재 불공정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의 사례를 들어 잘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입시제도는 교육불평등을 강화하고 있는지 보완하고 있는지에 대한 상혁학생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또 본질적으로 입시제도는 사회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보는지도 의견이 궁금합니다.
현재의 입시제도는 교육불평등을 약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사회의 불평등이 자라는 속도가 더 크기 때문에, 입시제도 만으로 불평등을 막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입시제도가 사회모순을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해결을 위한 노력은 당연히 해야 할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불평등의 해결을 위해서 교육이 할 수 있는 일은, 입시제도의 변화보다는 시간이 들더라도 학생들이 협력, 성찰의 자세를 배우고 성장하게 하여 참된 사회를 만들어 나가도록 도와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등23윤상혁 좋은 의견이고 일리있습니다. 미래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어떤 능력을 키워줘야 하는가(소위 말하는 핵심역량)의 문제는 교육의 내용적 측면으로서 매우 유의미하지만, 선발과 측정의 서열화된 시스템 속에서 가능하기는 한 건가라는 한계에 봉착할 때가 많습니다. 그 대안으로 입시폐지 대학평준화를 주장하는 흐름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공부해보면 상혁학생의 지금의 논리성에 더해서 대안적인 관점에서 유의미한 사고를 확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오동선 헉... 확실히 초등학교도 입시 시스템 하에 있는 학교란걸 간과한 것 같습니다... 입시폐지 대학평준화에 대해서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입 전형에서 불평등을 만드는 주요 요인은 정보의 격차'라는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다양한 정보가 넘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