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4500만년 생존에는 이유가 있다
얼마 전 ‘실패에 이르는 7가지 습관’이라는 경제레터를 보내드린 적이 있습니다. 광속으로 변하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꿀벌처럼 살면 경쟁력이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꿀벌보다는 게릴라처럼 사는 게 오히려 경쟁력이 있지 않느냐는 게리 해멀의 주장에 비중을 뒀던 글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프로폴리스의 이승완 사장이 반론을 제기해 왔습니다. 이승완 사장이 왜 이런 반론을 제기했는지가 궁금해 서울프로폴리스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습니다. 꿀벌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기업이었습니다. 프로폴리스가 ‘벌집 앞에서의 안전과 질병을 막아주는 물질’이란 뜻을 갖고 있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반론으로 새로운 지혜를 준 이 사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꿀벌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을 공유하자는 생각에서 옮겨봅니다.
<꿀벌들은 성실, 근면하지만 경쟁력이 없는 뒤떨어진 곤충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꿀벌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꿀벌을 대신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첫째, 꿀벌과 개미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생존하고 있는 곤충입니다. 대기업과 다름없는 공룡들은 모두 멸종했습니다. 그렇지만 꿀벌은 4500 만년 동안 끊임없이 환경 변화에 도전을 받아왔지만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습니다. 프로폴리스라는 천연항생물질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멸종되거나 퇴화되지 않고 강소기업과 같이 지속가능한 생존 법칙으로 생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쟁력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지요? 오히려 꿀벌의 강한 생존비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둘째, 꿀벌들의 세계에서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은 냉엄하기만 합니다. 일벌들은 많은 식구들을 먹여 살립니다. 이를 위해서 각자가 철저히 업무를 나눠 처리하면서 서로가 협동하면서 살아갑니다. 꽃이 많이 피는 봄이나 여름철 꿀을 많이 수확 할 때는 여왕벌과 교미만 하고 먹고 노는 백수인 수벌까지 먹이를 나누어 줍니다. 그러나 춘궁기에 해당되는 장마 때나 활동 할 수 없는 겨울이 오면 비축한 식량을 보존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수벌을 추방합니다. 집을 나가지 않고 반항하는 수벌은 사정없이 죽여 버립니다. 이때가 되면 벌통 주변에는 수벌의 시체가 즐비하게 나둥거립니다. 우리 사회에서 먹고 노는 이태백이나 사오정, 오륙도 같은 실업자들은 꿀벌세계에서는 허용이 되지 않습니다. 일 하지 않으면 죽음 밖에 없으니까요.
셋째, 경쟁을 통해 후계자를 선출합니다. 특별히 키운 애벌레 중에서 조금 자라면 여러 마리가 목숨을 건 혈투를 합니다. 그 중에 승리한 한 마리를 여왕벌로 탄생시킵니다. 탄생된 여왕벌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일벌들은 40~ 50일 살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 합니다. 경쟁을 통해 능력있는 인재를 선발하는 것입니다. 경험 없는 2세의 후계 구도 때문에 고생하는 한국 기업 현실보다 더 앞서 있지 않은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여왕벌은 3~4년 동안 하루에 1500~2000개 알을 낳아 자기의 영역을 지속 발전시켜나갑니다.
식구가 늘어나고 생식능력이 떨어지면 늙은 여왕벌은 결심을 합니다. 젊은 CEO 여왕벌을 똑같은 방법으로 선정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도록 새로운 진용을 구성케 하는 것입니다. 재산으로 저장된 꿀과 데리고 갈 가족들을 정확히 2분의 1씩 나누고 분봉을 합니다.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 아무런 분쟁도 없이 옛 식구들과 아름다운 모습으로 새 둥지를 향해 떠납니다. 인간들은 늘 같은 일을 반복하는 희망 없는 꿀벌들로 보지만 4500만년 동안 생존의 전략은 기존의 틀에서 그들은 늘 새로움을 엮어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꽃에서 꿀을 얻지만 꽃에는 상처를 주지 않고 열매를 맺게 하는 공진화(共進化) 정신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최근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우리나라에도 지역에 따라 70%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농약 오염과 이동전화 기지국의 전자파, 유전자 조작 농산물 등에 혐의를 두고 있습니다. 인간들이 꿀벌이 생존 할 수 없도록 치명적인 환경을 만든다면 결국 인간도 사라진다는 것을 명심해야합니다 - 이승완 대표이사/서울프로폴리스(주)>
오늘 아침 신문에 실린 반월공단 르포와 조선업 10년 호황이 무너진다는 기사가 눈길을 끕니다. 반월공단에 입주한 적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오른 금리 때문에 대출이자 갚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치솟는 유가로 입주한 섬유업체의 절반이 쓰러질 것이라는 예측도 덧붙였습니다. 원자재 값이 치솟고 납품가는 깎이는 현실에서 이들이 살아남는 길은 종업원을 자르는 길밖에 없다고 합니다.
또 조선업은 지난 10여년간 초호황을 누려왔습니다. 그러나 이젠 원천기술 부족과 핵심부품의 수입의존에 경기침체까지 겹쳐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미 발주된 선박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돈줄까지 말라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해 주고 있습니다.
영원한 1등, 영원한 강자가 있을 수 없고 꿀벌처럼 냉혹한 구조조정 없이는 경쟁력있는 기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꿀벌의 생존지혜 + 게릴라처럼 공격적인 경영전략’으로 위기탈출을 모색하는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권대우의 경제레터 권대우 회장 / 아시아경제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