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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밀착시킨 채 춤을 추고⊙
카바레에 들어서자 제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웨이터들이 출
입구 위에 있는 표시등을 바라보며 불이 들어오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동철이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단
골 웨이터가 주인을 맞이하는 강아지처럼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동철은 춤과 매너가 뛰어나서 여자 고객에게 파
트너로 소개해주면 여자들이 좋아하고 팁도 듬뿍 준다. 게
다가 매상도 확실하게 올려주기 때문에 동철을 알고 있는
모든 카바레의 웨이터는 그를 반기는 것이다.
이들 웨이터들은 남자와 여자를 중개해주기에 바쁘다. 지금
도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들은 직접 손님을 설득
해서 플로어에 올라 손을 잡는 데까지 인도한다. 심지어는
중매를 서고는 한참씩 두 사람을 살피는 경우도 있다. 내
손님의 춤을 상대편이 잘 받을 수 있느냐, 기분을 낼 수 있
느냐 하는 데까지 신경을 쓰는 것이다. 자기 손님 기분이
좋아야 팁도 많이 나오고 단골이 되어 매상을 올려주기 때
문이다.
고객관리를 잘 하다 보니 가끔 제비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처음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제비를 이용하지만 나
중엔 단골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제비에 대해 주의를 주기도
한다. 동철도 한 번 웨이터에게 견제를 받은 적이 있었다.
동철은 사방에서 제일 잘 보이는 곳에 테이블을 잡았다. 이
유는 간단했다. 파트너가 없으니 선택하기 쉽고, 선택받기도
쉬운 곳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동철이 근엄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자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다. 웨이터가 벌써 알아
서 양주와 안주를 가져왔다.
동철은 우선 테이블부터 훑어가기 시작했다. 테이블은 절반
쯤 자리가 찼는데 저마다의 작태들이 가관이었다. 학처럼
앉아서 고고한 척 내숭을 떨고 있는 사람, 춤 파트너를 물
색하기 위해 쉴새없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사람, 팔을 내
려 옆에 앉은 여자의 아래쪽 어딘가를 열심히 주무르는 사
람 등 각양각색이었다.
또한 마치 공작처럼 화려한 날개를 펴고 향기를 발산하며
손님들 사이를 오가는 댄서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들은 남
자손님들을 상대로 댄서를 소개시키는 데 열중이었다. 저쪽
에서는 치부가 보일 듯 말듯 넓적다리를 다 드러내놓고 덤
벼드는 댄서와 꽃뱀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녀들은 병아리가
어미닭의 품속에 파고들듯 남자들에게 유혹의 눈길을 던지
고 있었다. 쓴웃음이 동철의 입가에 번졌다.
다시 동철의 시선이 플로어를 향해 움직였다. 플로어엔 몇
팀이 춤을 추고 있었다. 플로어 위에서도 역시 온갖 작태들
이 전개되고 있었다. 점잖은 모습을 보이려고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춤을 추는 남자의 모습도 보이고, 피하는 입을 억
지로 맞추려고 여자의 입술을 향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애쓰는 남자도 보였다. 아예 춤을 포기한 채 한몸이 되어
떨어질 줄 모르는 무리들도 있고, 무엇을 맞추려는 것인지
여자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붙잡고 맷돌 돌리듯 이리저리 돌
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유혹의 눈길을 던지며 마치 뱀
처럼 감기어 상대의 감정을 읽으려는 댄서와 꽃뱀들의 모습
도 보였다.
댄서들은 몸을 파는 직업이기 때문에 최대한 자신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몸을 던진다. 보통 댄서와 춤을 추는 남자들
은 춤에 자신이 없는 남자들이다. 따라서 댄서가 몸으로 비
벼대기만 해도 그 맛을 잊지 못하고 다시 찾는다. 그러다
수십만 원, 수백만 원을 댄서에게 갖다바치는 것이다.
댄서에 비해 꽃뱀들은 좀더 은밀하고 노골적이다. 이미 꽃
뱀에게 한 번 물린 경험이 있는 동철은 이들의 유혹방법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이들은 보통 바람난 여자들처
럼 행동한다. 그리고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말들이 있다. 차라리 혼자 살고 싶다는 둥, 별거중이라는
둥, 이혼 준비중이라는 둥, 남편이 생활능력이 없고 무능해
서 내가 책임지고 있다는 둥, 남편과 나이 차이가 많다는
둥.
심지어는 남편이 허약하다거나 병원이나 요양소에 요양중이
다, 남편이 지방이나 외국 출장중이다, 불감증인지 전혀 부
부의 정을 모르고 산다, 남편이 조루다, 독신녀다 등등 은근
히 남자가 욕심을 낼 만한 말들을 꺼내 유혹하고 용기를 북
돋워주는 말까지 잊지 않고 건넨다.
이렇게 해서도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남자에게는 노골적으
로 유혹의 몸짓을 보낸다. 깊은 신음소리와 함께 아랫도리
를 남성에 갖다대면 보통의 남자들은 넘어가게 마련이다.
지금도 이들에게 물린 남자들이 벌건 얼굴을 해가지고 여자
의 육체를 탐닉하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 보였다. 순진한
남자는 주위의 시선을 살피면서도 여자의 몸에서 손을 뗄
줄을 몰랐다. 이따금씩 눈을 질끈 감는 모습이 차라리 애처
로워 보였다.
그때, 한 여자가 자꾸 동철의 시선을 끌었다. 그녀는 녹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나이가 이십대 후반쯤이라고 생각
될 정도로 젊어 보였다. 날씬한 몸매와 가는 허리가 잘록한
원피스 때문에 더욱 섹시했다. 동철은 그녀를 보는 순간 말
초신경이 자극을 받기 시작했다. 생글생글 웃는 그녀의 표
정은 귀여웠을 뿐 아니라, 특히 춤을 추다 허리를 뒤로 꺾
어 젖힐 때는 아주 육감적이어서 동철은 아랫도리가 팽팽해
지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동철은 가벼운 흥분을 느꼈다.
시선이 그녀를 계속 따라다니며 떨어질 줄 몰랐다.
함께 몸을 밀착시킨 채 춤을 추고 있는 남자는 얼핏 보기에
도 그저 그런 수준의 남자였다.
그들은 그런 동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더욱 몸을 밀
착시켰다. 끈적끈적한 블루스가 나오면 나오는 대로, 경쾌한
음악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그들은 몸을 밀착시킨 채 음악
에 맞춰 몸을 비비고 있었다.
어느새 플로어엔 손님이 제법 많아졌다. 그러나 그들 커플
은 쉴 줄 모르고 더욱 흥이 나는 듯 리듬을 타고 있었다.
그녀는 아예 양팔로 남자의 목을 감싸고 몸을 뒤로 꺾은 채
음악에 맞춰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남자도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춤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녀는 행복에 겨운 듯 얼굴에서 황홀한 미소가 끊이질 않
았다. 전혀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는 자신만만한 모습
이었다. 그녀의 춤에 동철뿐 아니라 플로어와 테이블의 모
든 시선이 쏠려 있다는 것을 그녀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모
습이었다.
그때였다. 언제 뛰어들어왔는지 어깨가 딱 벌어진 게 겉보
기에도 다부지게 생긴 청년이 상의를 벗어 플로어에 패대기
치는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청년은 몸을 날리는가 싶더니
2단옆차기로 그녀를 포함해 남자까지 가격을 하는 것이 아
닌가.
「이런 썅놈들, 죽을라고 환장들을 했나.」
눈 깜짝할 사이에 환상의 콤비가 플로어에 나동그라졌다.
‘악’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춤을 추던 남녀들이 산산이
흩어졌다. 바닥에 나뒹굴었던 녹색 원피스의 여자는 얼른
오뚝이처럼 일어나더니 무릎을 꿇고 손을 빌며 애원을 했
다. 그와는 달리 갑자기 일격에 망신을 당한 남자는 욕설을
퍼부으며 청년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주먹이 오가며 싸
움이 벌어졌다.
웨이터들이 몰려들어 이들을 제지했으나 사내의 분노는 좀
처럼 수그러들 기세가 아니었다. 그 틈에 그녀는 얼른 일어
나 어디론가 쏜살같이 사라졌다.
「이년아, 이리 안 나와! 넌 오늘이 제삿밥 받아논 날인줄
알아!」
홀 안의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고
춤을 추던 커플들도 어느새 모두 제자리로 사라졌다.
‘그러면 그렇지 미인은 도끼다 하는 속설이 틀린 게 아니
군. 여우 뒤에는 늑대가 있다는 걸 저 남자는 몰랐던 모양
이군. 저렇게 친해지기까지 상당히 많은 투자를 했을 텐
데…. 저런 걸 두고 ×주고 뺨맞고, 돈주고 몸 망친다고 하
지.’
동철은 그 광경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한참 후에야 이들은 종업원에 의해 끌려나갔다. 카바레는
다시금 평정을 되찾았다. 밴드의 음악만이 춤 손님을 소리
쳐 부르고 있을 뿐 플로어는 전쟁을 치르고 난 전장터처럼
공허했다.
얼마쯤 지나자 다시 한두 팀씩 플로어로 기어나오기 시작했
다. 그러자 플로어는 금세 춤을 추는 사람들로 꽉찼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플로어는 춤과 음악이 흥겹게 흐
르고 있었다.
웨이터들이 뻔질나게 여자를 소개했지만 동철은 영 기분이
나지 않았다. 아까의 광경이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더
구나 그녀의 교태스런 미소까지 겹쳐져 아쉬움이 더했다.
그때 뒤에서 고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저 모르시겠어요?」
「누구시더라.」
「일전에 여기에서 제 친구하고 파트너로 노셨잖아요.」
「그래요? 아, 이제 생각납니다. 몰라 뵈서 죄송합니다.」
「오늘은 파트너 없이 혼자 오셨나 봐요. 혹시 파트너가 오
시기로 되어 있나요? 그렇다면 제가 실수를….」
「아, 아닙니다. 그냥 술이나 한잔 하고 싶어 혼자서 왔습니
다.」
「어쩐지 아까부터 춤도 안 추시고 술만 드시더라.」
「이리 와서 한잔 하시지요.」
「아니에요. 그보다도 실례가 안 된다면 춤이나 한번 잡아
주세요.」
「좋습니다. 그러죠.」
동철은 플로어로 나갔다. 생각해보니 하룻밤 파트너였던 여
자의 친구였다.
동철은 굴러들어온 떡이란 생각이 들었다. 대개의 여자들은
남녀간에 있었던 일은 친한 친구라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혹시 이 여자가 내가 제비란 걸 아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는 할 필요가 없다.
동철은 천천히 스텝을 밟으며 그녀를 탐색해 들어갔다. 그
녀는 아무런 견제나 의심도 없이 동철에게 몸을 맡기고 있
었다.
「친구분은 잘 계십니까?」
「예, 잘 있어요. 그후 한 번도 안 만나셨나 보죠?」
「아, 예. 오랜만에 들러보는 거죠. 이곳엔 자주 오시나 보
죠?」
「그 친구랑 그때 처음 와보곤 분위기가 좋아서 가끔씩 들
러요.」
「잘 오셨습니다. 이젠 저도 자주 이곳을 찾아야겠는데요.」
동철의 그 말에 그녀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때 친구가 꽤나
부러웠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면 너도 그 친구처럼
될 테니 너무 부러워 말아라, 동철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
다.
동철은 대화를 통해 그녀의 기분이 상당히 풀렸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서서히 몸을 붙여갔다. 그녀는 나이에 비해 아
주 탄력 있는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허리를 살짝 당겨 안
아보았다. 가슴과 히프가 아주 탄력이 있었다. 전진할 때 다
리에 와닿는 감촉도 좋았다.
동철의 은밀한 접촉에 그녀는 아무런 저항이 없었다. 동철
은 서서히 송편을 빚기 시작했다. 밀고 자르고 넣고 기름칠
까지 했다. 그녀는 점점 먹음직스럽게 되어가고 있었다. 그
녀의 몸에서는 여인 특유의 향내가 은은히 풍겨나왔다. 마
치 솔잎 향기처럼 더욱 미각을 돋구었다.
동철은 그녀에게 귓속말을 하는 척하다가 볼에 슬쩍 키스를
했다. 그녀는 얼굴이 빨개져서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동철
은 그런 그녀를 슬쩍 당겨 안았다. 그녀는 긴 한숨을 토해
내며 몸을 의지해왔다. 동철이 손을 놓으면 그녀는 걷지도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주저앉을 것 같았다. 그녀가 상당이
흥분되어 있다는 것이 손끝을 통해 전달되었다. 남자 관계
가 별로 없는 여자란 걸 동철은 한눈에 직감했다.
동철은 잠시 뜸을 들인 후 이차전을 위해 쉬었다. 그녀를
데리고 플로어를 내려와 동철의 자리로 갔다. 동철은 그녀
에게 술을 권하면서 그녀에 대한 탐색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의 직업이나 가정에 대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은 듯 짤막짤막하게 이야기했다.
「남편은 뭐 하시나요?」
「그냥 조그만 회사에 있어요.」
「살림하시기 힘드시겠네요.」
「겨우겨우 살아가요.」
이렇게 해서는 이 여자에게서 뜯어낼 수 있는 돈의 액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동철은 좀더 기분을 풀어주어야겠
다고 생각하고 함께 술을 한잔 마신 후 다시 플로어에 올랐
다. 대부분 두번째로 춤을 출 때는 처음 출 때보다는 훨신
더 친밀감을 느낀다.
그녀 역시 자연스럽게 동철의 품으로 안겨왔다. 옆에서 남
들이 하는 것을 많이 본 모양이었다. 동철은 그녀를 강하게
포옹했다. 그녀는 동철이 포옹을 해도, 입을 맞추어도 다 받
아주었다. 손을 엉덩이에 갖다대고 아랫도리를 부벼대도 그
녀는 그대로 신음소리만 낸 채 떨어질 줄을 몰랐다. 동철이
귓속말로 물었다.
「어디 나가서 한잔 더하죠?」
그녀는 자석처럼 동철의 뒤에 달라붙어 나왔다. 근처 맥주
집에서 한잔씩 더 걸치고 동철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은
채 그곳을 나왔다. 그녀도 말없이 따라나왔다. 그녀도 이대
로 헤어지기는 싫은 모양이었다.
동철은 여관이 있는 쪽으로 무심히 걷는 척하다가 여관 앞
을 지나는 순간 그녀의 팔뚝을 잡고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놀라면서 동철을 제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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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단한 동철이!
막이감 발견
즐독...합니다.
당케 쉔, ~~~~~
잘 보고 갑니다.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