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바르드 엑소더스
정황수
빛바랜 지붕 위로 안개비 조는 오후
모로 누운 시티 콧대 거방진 목소리에 헤식은 서울발 부고 템스강에 흘려보낸 그래 거기, 지난날 피땀 눈물, 살가운 얼굴까지 깊게 박힌 거릴 지나 잔자갈 깐 굽은 골목 온몸으로 요동치다 망나니에게 머리 내민 사수(死囚)가 피를 부른 바로 거기. 본체만체 눈 흘기고 발길 접은 여우비야. 도도한 저 강 물결을 유령처럼 흐리는가. 고단한 손끝 너머 살내 끝내 추적하여 먹이 찾는 까마귀 떼 게걸스러운 검은 부리가 황토 물살 감돌아 목청 돋워 발톱 가나? 더는 뜯어먹을 게 없을 때까지. 까악 깍, 깍깍…. 세상에나, 만상에나! 런던탑 왕관에서 타워 브리지 그 아래로 만장 펼친 소리가 엎어지고, 자빠져서 좌표마저 잃은 건가. 설움뿐인 사분의 사 박자 음표들이 그렁그렁한 레퀴엠을 선착장에 가둬두고 워털루도 본체만체 히스로로 달려가네, 내달려 갈 수밖에
극한값 오목가슴에 미련 모두 구겨 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