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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의 배경 시점은 2015년입니다. >
114. 진주 육회비빔밥
“뭔 놈의 식당에 줄을 서서 먹어?”
진주 육회비빔밥 집에 줄을 서야 먹는다는 정훈의 말에 가기 싫어 그러는 줄로 오해한 문도가 벌컥 화를 냈다.
“야, 그냥 육회비빔밥 집이 아니야! 대통령도 몇 명이나 왔다 간 데야. 아침 일찍 가도 줄 서는데, 점심때는 당연히 더 오래 기다려야 될걸?”
정훈이 진짜라며 그래도 갈 거냐는 표정을 지었다.
“야, 더구나 그렇게 유명한 데라면 얼마나 맛있는지 꼭 먹어봐야 되잖아? 그지, 삼봉아?”
문도가 또 삼봉을 끌어들였다. 만만한 게 수하다.
“아, 예. 뭐.. 유명하니까 꼭 맛을 본다기보다, 여기서 계속 지켜보고 있어도 저 사람들도 점심은 먹고 헤어지든지 하지 않겠습니까? 그사이에 얼른 가서 육회비빔밥 먹고 오는 것도 괜찮지 싶습니다만.”
삼봉이 지하 카페 ‘풀초롱’ 입구를 바라보며 자기 상사인 문도의 주장에 동의했다.
“그렇기는 하네. 지켜보다가 나온들, 우리가 뭐 계속 미행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래, 좋다! 얼른 가서 먹고 오자. 여기 빠칭코 아지트가 있는 건 알아 놨으니까, 소득은 있다. 흐흐.”
정훈도 어쩔 수 없어 식사하러 중앙시장까지 가는 데 동의했다.
하기야,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마냥 카페 밖에서 지켜보는 것도 그렇고, 나온다 한들 그냥 헤어져 돌아가면 뭘 어쩔 건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잠깐 생각해보니, 문도네와 진주성 구경하러 온 길에 우연히 김해 장유파와 마약 취급 요주의 조폭인 진주 이병율파가 서로 만나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하고 뒤를 밟아온 것이지, 무슨 마약 거래에 대한 공무상의 조사나 수사를 하자고 나선 것은 아니다.
더구나 오늘 두 조직이 마약 거래를 하는지도 모르는데,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추적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세 사람은 히죽거리며 문도의 차를 세워 둔 주차장을 향해 되돌아갔다.
“아참, 깜박했네!”
정훈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걸음을 멈췄다.
“왜? 뭔데 그래?”
문도도 따라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그놈들 만나는 장면 사진을 안 찍었다! 이런, 어쩌지?”
정훈이 아쉬운 듯 울상을 지었다.
“어이, 삼봉아! 너 아까 쟤네들 사진 찍었지?”
차 키 들고 앞장서 가던 삼봉을 불러 세우며 문도가 입꼬리를 올렸다.
“예, 지부장님! 여러 커트 찍었습니다. 얼굴도 뚜렷이 잘 나올 겁니다.”
삼봉이 당연하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흥신소 ‘배달’ 직원인데, 그런 기본적인 일은 지시 안 받아도 습관적으로 처리한다는 뜻이다.
“아, 그랬소? 배달 직원은 역시 다르네! 하하.”
안심된 정훈이 칭찬하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저기요, 제가 아까 저 에쿠스 번호 사진 찍으면서 차 밑에 GPS 위치추적기도 붙여놨습니다. 히히.”
주차장에 돌아와 장유파 패들이 타고 온 차량 에쿠스 근처에 멈춰 선 삼봉이 가까이 온 두 사람에게 자랑스럽게 소곤거렸다.
“아, 그랬어요? 정말 놀라운 솜씨네. 언제 그걸 다했소?”
아마추어 해경 마약 단속반장 이정훈 경사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제 됐냐? 저 차 시동 걸면 10리 밖에서도 삑삑 신호 오니까 안심하고 비빔밥 먹으러 가자. 네가 앞에 타고 식당 위치 알려줘라, 어유~ 배고픈 거. 크크.”
문도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투싼 뒷자리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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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거 완전 재래시장 같은데 꽤나 크구나.”
중앙시장 주차장에 파킹하고 육회비빔밥으로 유명하다는 J 식당을 찾아가는데, 작은 점포들이 빽빽이 들어선 좁은 시장 골목을 사람들을 비집고 지나가자 정훈을 뒤따르던 문도가 놀라며 한마디 했다.
“응. 시장 대지가 5천 평쯤 되고 입주 점포도 얼추 1천 개쯤 될 거야.”
“그렇게나 커?”
“응. 점포 주인이랑 종업원까지 합하면 1천5백 명쯤 되는데, 노점상도 5백 개쯤 있으니까, 물건 파는 사람만 2천 명은 되는 셈이지.”
“야~ 대단하네. 그러면 시장 안에 없는 게 없겠다.”
“그렇지. 바다 있는 통영, 삼천포가 가까우니까 수산물이 풍부하고, 지리산도 멀지 않아서 농산물도 푸짐해. 예전에는 진주에 명주실로 비단을 짜는 견직공장도 있어서 주단 포목점이 많았다더라.”
정훈이 신이 나서 고향 자랑이 늘어졌다.
한참을 걸어가 좁은 골목으로 꺾어 들자 예상외로 크지 않은 식당이 나타났다. 식당 문밖에도 식탁이 놓여있고, 사람들 몇 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서 있다.
식당 밖에 내어 건 네 개의 솥에서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있다.
“애걔? 저게 그 유명하다는 J 식당이야?”
엄청 유명하다니까 제법 클 줄 알았던 문도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삼봉을 돌아봤다. 뭔가 잘못 따라온 거 아니냐는 눈짓이다.
“돈 좀 벌린다고 식당을 확장하고 그러면 오히려 손님이 줄어드는 수가 있어! 옛 모습 그대로 유지하니까, 추억을 그리며 사람들이 꾸준히 몰려오는 거지. 흐흐.”
정훈이 장사의 이치를 아는 체 너스레를 떨며 번호표 받으러 들어갔다.
밖에서 유리창으로 들여다보니 큰 입석 테이블 두 개와 안쪽 마루 위에 밥상 식탁 두어 개도 보였다. 다 합해봐야 이십 명 남짓 앉을 것 같다.
오른쪽에 주방이 있는데, 그 벽면에 2층으로 오르는 10여 개의 가파른 나무계단이 보였다.
10분쯤 기다렸다가 마침 2층에 자리가 비어 올라갔는데, 1층의 한 배 반쯤 크기에 4인석 탁자 여러 개가 놓여있고 구석에 빈자리가 있어, 신발을 벗고 올라가 둘러앉았다.
“내가 쏠 테니까 마음껏 시켜 먹어라. 육회 추가해도 되고, 가오리 회도 맛있어. 흐흐.”
정훈이 주인장 노릇을 하며 손님인 문도와 삼봉에게 벽에 높이 걸린 차림표를 올려다보라고 눈짓했다.
나무 판에 쓰인 메뉴는 간단했는데, 국밥이 6천 원에 해장국이 소짜 4천 원, 대짜 5천 원이고, 육회비빔밥은 소짜 7천 원, 대짜 8천 원이다.
육회는 소짜 3만 원, 대짜 4만5천 원인데, 가오리회는 소, 중, 대가 각 1만5천, 2만, 2만5천 원이다.
“삼봉아 제일 비싼 걸로 전부 다 골고루 시켜 먹을래? 큭큭.”
문도가 일부러 농담하며 아끼는 책사 삼봉에게 선택권을 넘겼다.
“예, 지부장님. 저는 육회비빔밥 꼽배기로 먹겠습니다. 히히.”
삼봉이 어느새 메뉴판 아래 벽면에 영업시간, ‘물은 셀프’, 주류가격 등과 함께 종이에 적혀 붙어있는 ‘육회비빔밥 곱빼기 1만 원’을 보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그러면 육회비빔밥 곱빼기 세 그릇 하고 가오리회 중짜로 먹자. 육회는 이따가 모자라면 더 시키든지 하고.”
문도가 정훈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여 필요한 만큼만 먹자고 했다.
주문한 지 채 2분도 안 되어서 1층 주방에서 수직 엘리베이터로 날라온 음식이 식탁에 차려졌다.
“어따, 배달 한번 빠르네! 크크.”
문도가 웃으며 차려진 음식을 죽 훑어봤다.
비빔밥이니까 반찬은 따로 나올 필요가 없겠지만 오징어채, 김치, 시원한 동치미와 함께 뜨끈한 선지 해장 국물도 나왔는데, 선지 사이로 자잘한 육고기 살점도 몇 개 보인다.
“정훈아, 여기에는 무슨 나물이 들어간 거냐?”
큰 스텐 양푼에 담긴 벌겋고 싱싱한 소 살코기와 고추장 밑에 쌀밥이 안 보일 만큼 수북이 쌓여있는 나물을 보고 문도가 웃으며 물었다.
“글쎄? 봄동 배춧잎에 무, 콩나물, 고사리도 있는 것 같고... 먹어보면 알겠지, 뭐. 어서 비벼 먹자!”
정훈이 숟가락으로 해장 국물을 몇 숟갈 떠 넣고 쓱쓱 비비기 시작했다.
임진왜란 진주성 2차 전투 때로 유래한 육회비빔밥은 오랫동안 가정에서 전해오다가 1915년 진주시 수정동 나무전거리에서 여인숙을 운영하던 할머니가 손님을 위해 아침 식사로 내면서부터 손님 밥상에 오르게 되었다고 한다. (CH 식당)
오리지널 진주 육회비빔밥은 황색 둥근 놋그릇에 흰밥과 보 탕국(다진 쇠고기와 말린 문어, 다진 건홍합을 푹 삶은 것)을 얹고, 콩나물과 숙주나물, 무나물, 속데기(돌김), 청포묵을 올렸다.
“야, 이거 입속에서 살살 녹는 느낌이네?”
한 숟갈 퍼먹은 문도가 맛이 좋은지 감탄사를 내뱉었다.
삶아서 물을 쫙 뺀 나물이 짤막하게 손질되어 금방 비벼졌는데, 입 안에 넣고 몇 번 우물거려 씹자 양념 된 육회가 그냥 꿀꺽 넘어갔다.
별로 맵지도 않으면서 고소한 나물의 씹는 맛과 미끈미끈한 살코기의 삼키는 맛이 조화를 이루며 꿀맛 같은 감칠맛을 더했다.
“진짜 맛있는 비빔밥이네요!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 먹어봅니다. 히히.”
서너 숟갈을 숨도 제대로 안 쉬며 퍼먹은 삼봉이 입술에 묻은 고추장을 핥으며 히득거렸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3시가 다 돼가는 시간이라 더 맛있는지도 모르겠다.
“맛있죠? 육회 더 시켜 먹을래요? 선짓국은 리필도 되요.”
두 사람을 데려온 정훈은 기분이 좋아서 더 먹으라고 권한다.
“아닙니다, 가오리회 들어갈 자리는 비워둬야지요. 히히.”
삼봉이 따끈한 국물을 떠먹으며 대답하는데, 매콤하면서도 개운한 것이 입맛을 더 북돋운다.
“진주는 냉면도 유명하요. 다음에는 냉면도 먹어봅시다.”
“그래? 별게 다 유명하네. 냉면도 비빔냉면이야?”
“아니야. 평양냉면 같은 물냉면인데, 육수를 죽방멸치, 건홍합, 마른 명태, 문어 같은 어물로 만드는데도 아주 담백하고 맛있어.”
정훈이 고향 자랑에 열을 올렸다.
“야, 냉면 육수는 아무래도 쇠고기나 꿩고기로 우려내야 제맛이지, 어물 육수 냉면이 뭐 맛있겠냐? 나는 안 먹을란다. 삼봉이 너도 먹지 마라. 크크.”
문도가 괜히 심통을 부리며 킥킥거렸다.
“아, 참. 삼봉 씨는 축구를 좋아한다니까 얘긴데, 이 식당은 전 축구 국가대표팀 조OO 감독의 돌아가신 이모가 원래 하시던 거래요. 지금은 대물림해서 손주며느리가 하고 있고.”
정훈이 대단한 소식이나 전하는 것처럼 생색을 냈다.
“아, 그래요? 진주 시민들은 축구도 잘했던 모양입니다?”
축구광인 삼봉도 처음 듣는 얘긴지 반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아마 조 감독이 J 중학교 선수 시절에 전국 제패를 했던가 그랬을 거요. 내가 어릴 때도 축구팀이 있었던 것 같소.”
“아, 그렇군요. 진주가 서울에서 천릿길이나 되는 시골 도시인 줄만 알았는데, 아주 살기 좋은 데 같습니다. 구경 오기 참 잘했네요. 히히.”
삼봉이 맛있는 밥값을 공치사로 대신했다.
“살기 좋기는 김해가 최고지! 크크. 얼른 먹어라, 장유파 애들 가버릴라. 킥킥.”
육회비빔밥 맛이 너무 좋은데, 제 고향 김해에 대해서 별로 자랑할 게 없는 문도가 괜한 심통으로 삼봉을 재촉했다.
“아, 예. 아직 삑삑 소리 안 나는 거 보니까, 에쿠스 시동은 안 걸린 모양입니다. 그래도 얼른 먹고 가서 제대로 살펴봐야지요. 히히.”
삼봉이 주머니 속 GPS 위치추적 수신기를 만지작거리며 밥 먹는 속도를 높였다.
“아, 그래 맞다! 나도 밥 먹는 데 신경 쓰느라고 깜빡했네. 얼른 먹고 가자.”
정훈도 이병율파 추적해서 마약 거래 단속이라도 한 건 올릴 생각에 서둘러 밥을 먹었다.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는 사명감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살기 좋은 고향 진주에 마약이 넘쳐나는 걸 막기 위한 애향심이 발동해서이기도 하다.
식사를 마친 세 사람이 골목길을 나와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상고 모자 쓴 풍물패 몇 명이 꽹과리와 장구를 치면서 지나갔다.
그 뒤에 몇 사람이 행인들에게 A4용지 크기의 전단지를 나눠주며 풍물패를 따르고 있다. 아마 신장개업 안내문인 것 같다.
“진주에는 농악대도 유명한가 보다? 시장 골목도 비집고 다니며 찌라시까지 뿌리는 거 보니까. 크크.”
문도가 길가로 비켜서 전단지를 받으며 비아냥거렸다.
“응, 맞아. 우리나라에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풍물굿 농악이 여섯 종목이 있는데, ‘진주-삼천포 농악’이 그 안에 들어있어. 대단하지? 킥킥.”
정훈이 받은 전단을 돌돌 말면서 쌤통이라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어? 이거 보시죠! 비빔밥 뷔페가 2천 원밖에 안 한다는데요?”
전단을 들여다본 삼봉이 놀라서 소리쳤다.
“뭐? 비빔밥 뷔페가 2천 원이라고? 어디, 이거 진짜네! 국수는 3천 원, 시래기 국밥도 2천 원밖에 안 하잖아? 야, 이 경사! 우리는 완전히 바가지 쓴 거 아니야? 크크.”
얼른 전단을 펼쳐본 문도가 일부러 놀란 눈으로 정훈을 쳐다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아이, 짜식 하고는! 그렇게 억울하면 먹은 거 다 토하고 2천 원짜리 뷔페 비빔밥 먹으러 가든지! 킥킥.”
“야, 벌써 위에서 소화가 다 되고 샘창자 지나갔는데, 어떻게 토해? 삼봉아, 너 토하고 새로 먹으러 갈래? 킥킥.”
“저는 작은창자 지나 큰창자까지 가서, 화장실부터 가야 될 것 같은데요? 히히.”
삼봉이 개그로 맞장구를 쳐줬다.
한바탕 함빡 웃은 세 사람은 문도의 쥐색 투싼을 몰고 진주성 동문인 촉석문 주차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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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육회 비빔밥이 맛있는 진주
시장 골목에 가서 풍물 굿 놀이도 보고
진주 성 앞 둑 방에 벚꽃도 봐야 할 것 같은데 언제 쯤 갈지 고민이 생깁니다
1인 당 육회는 소 짜 3만 원 국밥이 6천 원 36.000 있으면
실컷 먹고 구경 잘 할 것 같습니다
사람 사는 일이 고해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진주에 숨결 가득 담으며 자연의 선경 마음껏 소요하고
거주지 명소 맛집 마다 알아 놓고 한번 나들이 하면
바람도 싱글 벙글 거룩하고 아름다운 터전 진주에 주저앉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진주 구경 많이 하고 맛난 음식도 많이 먹고
재미로 역 어 가는 글도 잘 보고 있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초이 김문경 시인님. 말씀 감사합니다.
진주성 촉석루는 꼭 한번 둘러볼만한 곳입니다.
가을 유등축제 행사 때는 너무 번잡하니 말씀처럼 봄에 가보면 좋을 듯합니다.
숙소는 남강이 내려다보이는 '호텔동방'이 좋은데, 진주성 '공북문' 건너편 여러 모텔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