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있겠지만 나도 알 수가 없었다
느닷없는 눈물의 이유를
아침에 감사의 기도를 드리면서 그냥 눈물이 흘렀다
엄마가 코로나에 또 걸렸다는 전화에 아파하며 눈물을 흘렸다
손녀딸 학원에 데려 다 주면서 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눈물은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흘러내렸다
살아오며 힘든 때도 많았지만 그 정도면 잘 지냈다
이젠 그냥 사는 거야 주어지는 대로 그렇게 자족하며 살자
늘 그렇게 생각하며 지냈는데
조금 당황스럽기도 어떻게 빠져나올까 생각이 맴돈다
긍정성이 많은 성격이지만 세월의 무게는 마음과 체력을 무디게 만든다
살아오며 상처의 흔적이 왜 없을까 마는
나이 들어가며 건강관리에 힘쓰듯, 마음관리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2년이 좀 넘었나 발을 바닥에 딛고 일어서기 힘들고 걷기 힘들었을 때
정형외과에 오래 다닌 적이 있다
그때 의사 선생님께서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20여 년간 환자를 상담하고 치료하다 보니 마음건강이
치료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 " 며 물리치료도 중요하지만
마음건강도 챙기시라고 도움의 말을 해 주었다
홍천으로 내려와
무딘 낫을 들고 풀을 베기 시작했다
소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철쭉나무를 둥그렇게 가지런히 이발해 주고
꽃마당을 산책하는 길에 난 풀들을 잡아 뜯었다
" 그만 좀 해, 마당을 거실처럼 만들려고 하나 "
남편의 볼멘소리를 뒤로 하고 이틀을 아침저녁 풀을 베고
팔다리 근육통으로 약을 먹고 누워 버렸다
무엇을 믿고 그랬을까?
나이가 몇 인 지도 잊어버릴 정도로, 믿는 구석조차 하나도 없으면서
그래서 또 슬펐고 눈물이 흘렀다
나이 들어가며 욕심으로 몸을 무리하게 움직이다 아프면
면역력 떨어져서 안되니 모든 조심하며 지내야 한다고 머리에 새겨 놓았건만
왜 이렇게 감정선을 잡지 못하고 몸을 혹사시키는지
참 아둔하고 씁쓸하다
하루를 꼬박 침대에 등 대고 누워 몸의 회복을 느끼며 생각에 잠겨 본다
저 심연 속에 무엇이 침전되어 있었을까?
그리고 왜 머릿속도 마음도 헝클어질 때로 헝클어져 흔들거리고 있는 것일까?
헝클어진 실타래 속에서 겨우 끝자락 같은 하나를 잡아 보았다
나에게 소중했던 것,
의미 있는 것들을 잃어 간다는 생각이 나를 슬프게 만들고 있었다
소중한 의미를 지녔던 무엇인가가 색이 바뀌고 결이 달라지고
내가 아닌 낯선 나를 발견하게 될 때 느끼는 외로움이 나를 흔들고 있다
밤 시간에 쫓기며 운전하다
빨간 신호등 불에 정지하고 주위를 둘러보면 화려한 네온사인들의 뒷면이 쓸쓸하고
지나는 사람들의 풍경이 낯설고 외롭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들
아무리 애를 써도 가질 수 없는 것을 인간은 한 가지씩은 가지고 산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산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리움으로 마음을 채우는 것이 슬프다
세상은 제 갈길로 자유로이 흐르는데
나의 일상은 내가 하고 싶은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이해하지 못한다
시간을 조각내어 써도 내가 하고 싶었던 작은 일조차 뒤로 밀린다
할 수 있다 마음을 다 잡지만 체력은 전과 같지 않고 잊어버리고 느리다
아마도 그 불편함이 깊은 곳에 숨어 있다 아우성을 치는가 보다
좀 지낼만해져서, 여유가 생겨서 그 틈을 비집고 나의 작은마음이 힘들다 목소리를 내는가 보다
짙은 잿빛 하늘, 회색빛 풍경들,
비는 줄기차게 내리고 차들이 품어 내는 물안개가 짙은 잿빛하늘과 잘 어우러진다
와이퍼는 내리치는 빗방울수와 차의 속도에 맞추어 춤을 춘다
격렬하거나 부드럽게 한 동작으로 쉬지 않고 춤을 춘다
나는 이른 아침 다시 시골집을 향해 또 달린다
우울한 며칠을 머금은 채 손녀딸과 지내다 태풍의 빗길을 재촉한다
" 그럴 수 있어" 가수 양희은 씨의 에세이 글을 들으며...
여성시대에서 청취자들과 오래 만나고 있는 가수겸 방송인인 양희은 씨는 2년 전에
" 그러라 그래 "라는 책에 이어 두 번째 에세이집이라고 한다
지금의 나에게 위로를 주는 책 제목에 귀가 솔깃하여 들으며 달린다
19살 통키타 하나를 들고 가정의 경제를 떠안고 살아온 그녀는
아득한 허허벌판에 바람한 줌에도 기댈 곳 없던 연예계를 잘 견디고 버티어 냈다
꽃 가꾸는 것 좋아하고 혼자 여행하는 것 좋아한다는 그녀는
털털하고 시원하게 노래하는 가수지만 그 내면은 너무 여리고 외롭고 쓸쓸했나 보다
운전 시간이 길어 음악이나 책 읽기를 들으며 운전을 하고
가끔은 친구랑 전화로 수다를 떨기도 하며 시간을 활용해 본다
차선은 2차선, 시속 80 KM, 안전거리는 아주 여유롭고 넉넉하게 유지하며
앞차의 물보라에 시야가 가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운전을 한다
시원하게 내리는 비, 아련하게 다가왔다 사라지는 산 그리메들...
그 풍경이 좋아 속도를 줄여 본다
휴게소에서는 되도록 먼 곳에 주차하여 잠시라도 몇 발자국 더 걸어 보고
잠시 부드러워진 빗방울이 시멘트길 고인물속에
동그랗게 동그랗게 무늬를 만드는 모습에 내 마음속에도 동그라미를 그려 본다
동그라미, 어느 미니멀 라이프 주부가 화면에 데이지 꽃을 돌리던 장면이
문득 떠 오른다
결혼 후 첫 아이를 낳고 원인도 모르고 치료도 없다는 "특발성 자가 면역질환"으로
외출과 체력의 소모를 최소화하며 지내는 주부의 소박한 일상이 좋고
내레이션이 좋아 가끔 찾아들었다
살림이 많을수록 관리해야 하는 수고조차 힘에 겨워
물건을 비우고 마음을 비우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주부는
8년 만이던가 둘째를 낳았다
요즘은 잘 찾아가지 못헸는데 그가 말한다
" 모르는 척 병을 마음에 끌어들이지 않고 혈소판 수치에 모른 척 산다
중요한 것은 마음관리이며 시간이 해결해 준다
나는 그저 유연함과 태연함을 갖으려 한다
건강하면 성공한 삶 행복한 삶이에요
신경 쓰이는 일 단순히 생각하며 마음의 평화를 가져 봐요"
나 보다 한참 어린 주부에게 배우고 있다
마음공부를
"그러라 그래"
"그럴 수 있어"
크게 시원하게 웃으며 양희은 씨가 곁에서 말하는 것 같다
이 비가 끝나면
내 마음엔 화려한 무지개가 뜰것이다
앞마당의 꽃들이 시들 때를 근심한다면 이토록
철없이 만개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