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을 읽었다. 드디어!
10장. 열린 사회와 그 적들
포퍼는 아테네가 그리스 도시국가들 중 선도적으로 민주주의 열린사회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해상무역과 상업의 발달을 꼽는다 (아테네는 고대 도시국가였음에도 타 도시국가 정복시 조공이 아니라 아테네와 무역을 거래하고 그에대한 세금을 징수했다고 한다. 아테네인들은 참으로 여러방면에서 앞서갔던 것 같다). 해상 무역과 상업이 발달은 개인이 경제적 주도권을 점점 더 갖게되고 이것이 국가주도의 부족주의를 내적으로 붕괴시키고 그리스 도시국가들 중 최초로 민주주의가 들어서게 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그리스 도시국가 중 부족주의를 대표하는 스파르타가 민주주의의 아테네를 공격했을 때, 그리스 국가들 중 지배계층은 스파르타를, 대중은 아테네를 내심 응원하게 되었다고 (심지어 아테네 리더 계층도 결국 스파르타와 결탁하는 일도 벌어지고).
해서 역사적 사실은 28년의 길고 긴 전쟁 끝에 스파르타가 아테네를 이기지만, 포퍼는 더 긴 역사를 놓고 볼 때 스파르타는 역사에서 사라졌지만 아테네는 <인류의 학교>로 지금까지 전 인류 문명사의 등불같다고 한다 ( 아테네는 동의가 되지만 스파르타 역시 그런 식이라면 전 세계 전체주의를 길러내며 여전히 살아있다고도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스파르타와 아테네는 인류가 살아있는한 그 모습을 달리하며 계속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러므로 포퍼는 이성이 마비된 부족주의 닫힌 사회로 돌아가지 말고, 소크라테스가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했던 개인들이 존중받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열린 사회를 지향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know thyself" 와 함께 "너의 영혼을 보살펴라 care your souls"를 기억해야 한다고.
칼 포퍼의 사상을 현대사회에 적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조금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다
20세기 말까지 전 세계는 "세계화 혹은 글로벌화"라는 슬로건을 앞세우고 앞다퉈 국가간 장벽이 허물어지며 교역과 교류가 늘어났다. 그 연장선상에서 소련과의 체제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은 자신감을 갖고 중국에게 자국 시장을 개방한다. 지구상 마지막 사회주의적 미개척지인 중국이 자본주의로 돌아서면 정치적으로도 민주화가 될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안고서.
하지만 세월이 흘러 미국의 기대는 너무 순진한 기대였음이 드러났다. 이전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성장한 중국은 자국 시장을 전면 개방하지도 민주주의로 선회하지도 않고 오히려 <중화사상>을 앞세우며 민족주의에 불타 미국을 넘어서고 세계 패권국가가 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으니 말이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화가 되는 사이 미국내 중산층의 일자리를 중국으로 빨려 들어가고, 급기야 미국에서 일자리 부족현상이 벌어졌다. 뒤늦게 현실을 파악한 미국이 중국으로 건너갔던 자국 공장들을 리쇼어링하며 이제 전 세계는 다시 거대한 두 국가에 의해 <신냉전> 체제로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터져나오는 이유이다. 거시적으로 열린사회에서 닫힌 사회로 회귀하는 중이자 미국에서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부족주의적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 중 하나이겠다
그럼 한국사회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전 세계는 이제 양대 블록으로 나뉠 것이고, 각 진영내에선 살아남기 위해 <인공지능 혁신>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수요가 줄어드니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하니까). 인공지능 혁신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기에 지금의 1020 세대는 그 흐름을 탈 수 있으면 화이트칼라를 넘어서 골드칼라가 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한국인들 중 최근에는 한류나 스포츠 분야에서 전 세계 탑이 되며 어마어마한 성공을 이루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 그 분야가 확산된다는 의미겠다). 그렇기에 반대로 그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면 엄청난 격차로 뒤쳐진다는 의미도 되겠다.
정리하면 인공지능이 이끄는 신냉전 시대는 같은 한국인이라도 누군가는 열린사회로 진출하며 골드칼라 혹은 심지어 다이아몬드 칼라로 진화해 나갈 것이고, 누군가는 닫힌 사회로 도태되어 소멸하는 화이트칼라도 어려워진다는 의미겠다. 인구는 줄어들지만 교육열은 이전보다 가열화되는 이유 중 하나일 듯 하다.
문제는 늘 고민하는 우리 4050 세대이다. 나부터도 젊은 세대와 인공지능 혁신을 두고 경쟁한다는건 상상이 안되는데 세상 변화는 너무 거대하다. 부지런히 공부하며 10년 뒤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이다. 자칫 포퍼가 주장하는 닫힌 사회에 나 스스로를 가두지 않기 위해서라도
첫댓글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인공지능 시대에 더 간절하게 새겨야되는 말이 되었고 "너의 영혼을 보살펴라"는 말도 새삼 자기이해와 탐구를 넘어 스스로 자신을 지켜낼 수 있어야함을 절감하게 만드는 메시지다. 현재보다 도태되지 않으려면 더더욱...
아테네의 정복국가를 향한 대응이 놀랍다. 진정 오래가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알았던 듯... 개인이 경제적으로 주도권을 가질때 문화적으로도 더 꽃을 피우는 것 같다. 그렇게 보면 개인의 존엄성을 지키려했던 소크라테스의 '너의 영혼을 보살펴라' 라는 말이 가슴에 무찔러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