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어느 날 출근하는 데 대학 동창 친구로부터 핸폰 벨이 울렸다.
“다짜고짜로 나 XX 인 데 너 댄스 한번 시작 안 해볼래? 건강에도 좋고 재미있는 운동이니...”
뭐 이런 권유로 해서 우연찮게 춤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그 당시 춤은 이보다 10여년 앞서 시작한 골프와 함께 내가 평생 즐기기로 작정한 몇개 안되는
스포츠의 하나였다. 골프는 1-2년전부터 이런저런 사유로 거의 그만두었지만 누가 뭐라 해도 춤은
지금도 내가 가끔 즐기는 명실상부한 여가생활 중의 하나다.
내가 댄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신나게 때로는 나름 무드있는 음악에 맞추어 남여가 조화를 이루어
출 때 느낄 수 있는 희열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 요즘 내 삶의 즐거움 중 하나는 가끔 춤을
출 때이다.
내가 아는 여러가지 스텝들을 파트너와 함께 음악 한 곡이 끝날 때까지 큰 실수없이 추고 난 후에
그 즐거움...나름 춤을 즐기는 댄스애호가 라면 누구나 춤울 추는 자체가 분명 매력적인 운동 중의
하나라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내가 처음 댄스를 시작할 때는 흔히 말하는 우리의 사교춤이 아닌 왈츠, 탱고 또는 자이브, 룸바,
차차차 같은 댄스스포츠 10종목들을 댄스동호회에서 여러 회원들과 같이 매주 한 두번씩 모여서
단체강습도 받아 가면서 함께 주말 댄스파티에도 자주 가면서 춤을 즐겼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우리의 소셜댄스인 지르박과 사교춤의 꽃이라 하는 부르스에 흠뻑 빠지기
시작했다. 사교춤은 정통 볼룸댄스와 조금은 다르게 베이직 자세나 드레스 코드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면서 언제든지 보다 자유롭고 편하게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다만 아직도 좀 유감스러운 것은 지금도 춤 자체를 긍정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
이다. 그래서 춤을 배우고 즐기기 위한 행위가 종종 은밀한 중에 이루어진다. 그래서 나도 사무실과
가끔 타고 다니는 승용차의 뒤 트렁크에는 항시 댄스화와 넥타이 그리고 춤추기에 편리한 검정색의
댄스복 하의가 항상 준비되어 있다.
물론 필요할 때 스스럼없이 꺼내서 입고 편하게 춤을 추기 위함이다. 나에게 댄스란 이탈리아말로
순수 오락 위주의 아마추어라는 의미의 ‘딜레탕트(Dilettante)’이다. 내가 가끔 댄스를 즐긴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내 친구 중 몇몇은 나를 보면 가끔“ 주 제비”(내 성이 주)라고 놀리기도 한다.
물론 웃자고 하는 소리다. 장난스레 농담으로 하는 말이기에 그냥 가볍게 웃어 넘기지만 진짜 제비
족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댄스를 즐기는 건 사실이다. 내 주관적 생각이기는 하지만 춤 세계에서 종종
우리가 부정적 의미로 사용하는 제비족...
이들의 춤은 당연히 능숙하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매너도 그럴듯하다. 그래서 필시 유혹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반대로 유혹당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자신의 신분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으며 자신의
목적에 맞는 대상자를 찾고 나서면 상대 파트너와 정성들여 춤을 추고 교류한다.
그러나 평상시 가볍게 취미로 댄스를 즐기는 평범한 댄스동호인들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그들은 어느 정도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치면 또 다른 대상자에게로 눈길을 돌린다. 그들은
한마디로 변덕스러운 떠돌이 배가본드(방랑자라는 뜻)이다.
분명 경계하고 주의해야 할 대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춤을 즐기는 보통 사람들은 오직
춤만 열중하고 가능한 한 성실한 사람들과 춤을 추는 순수한 댄스 애호인 들이다. 사람들은 모두가
저마다 자기가 선택해서 살아가는 삶을 통해 자기 자신만의 초상화를 그린다.
춤을 출 때도 마찬가지다. 댄스는 상대방 파트너와 함께 추는 매우 사교적인 운동이다. 무엇보다도
춤을 즐기면서 나는 여러 계층의 다양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과 교류하면서 인간관계의 많은
것을 배운 점도 댄스를 하면서 얻은 큰 수확 중의 하나이다.
얼마 전엔 오래 전 초창기에 동호회에서 매주 만나 함께 추었던 여자를 어느 댄스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남자파트너와 함께 춤을 추고 있는 그녀지만 예전 함께 춤을 출
때의 호감스런 그 인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게 없었다.
시종 파트너와 예전의 초창기 때보다 훨씬 유연하고 즐겁게 춤추는 모습에 그녀에게 한 곡 신청을
하고 싶었지만 동반한 남자파트너와 다정스럽게 춤추는 모습에 감히 그러지는 못하고 가볍게 눈인사
만 하곤 헤어졌다. 아직도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는 그녀의 부드러운 얼굴 모습과 경쾌한 춤사위가
눈에 선하다.
살아가다 보면 어쩌다 우연히 수년 만에 한번 만나기도 하고, 매주 거의 빠짐없이 함께 어울리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다시는 영영 다시 본다는 기약도 없이 각자의 갈 길을 걸어간다. 이러한 것들이
우리들 일상의 삶에 얽혀있는 군상들의 모습이 아닌가 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김소월’ 의 ‘낙천(樂天)’이라는 싯귀 하나가 떠 오른다.
살기에 이러한 세상이라고
맘을 그렇게나 먹어야지,
살기에 이러한 세상이라고
꽃지고 잎진 가지에 바람이 운다.
첫댓글
이러한 세상에 살기에
이러려니 하고 살아가고...
그러한 세상에 살기에
그러려니 하고 사는게지...
ㅎ. 마저요...마저...
가끔 올리는 멋진 사진작품들 잘 보고 있어~
친구 운영위원!
여름안가
했더니
가을이 왔네요~..
예뿐꽃이
피었네 했더니
금방
꽃잎이
떨어지네요~~..
댄씽!
이 핑개
저 핑개 대지말고
건강할때
댄씽!
즐겨요~..
좋은글
감사해요^*^
늘 열정적으로 헌신하시는 방장님...
그 반이라도 쫓아가야 될 텐데``` ㅠ~
좋은글에 공감합니다
고맙습니다~
윈드님의 춤과의 인연 글읽으며 대부분 동감하며 수많은추억들이~~무도장가서. 탱고 까지만 춰도되는데 ~파티장은 텐종목 해야되니ㆍ 요사이 다시 학원랫슨 받고요 쌈바 너무어렵고 퀵스텝 파소 비엔나 왈츠 파티장서 빼고했음 좋겠는데~10곡중 자이브한곡 분위기다운되고 흥이안나더군요~ 장단점 나름 있겟지만요 윈드님도 댄스 오래 한시고 내공이 상당히 있는분이내요~걍 무도장서 잘노는게 최고인것 같아요~댄스방 모임때 뵙기를 소망합니다 ~~
아시다시피 텐댄스도 모두 하실 수 있으면 그만큼 춤을 폭넓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지요; 다만 누군가 이제 새롭게 시작하려 한다면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할
겁니다. 우선 나이와 체력 거기에 시간과 돈...그만큼 10댄스가 만만치 안다는 얘기지요.
거기에 비해 우리의 소셜사교 춤은 좀 나이가 들어서도 조금 배우고 익혀서 충분히
즐기실 수 있는 춤이고요. 제겐 지르박과 부르스도 참 재미있는 춤이며 운동이라
생각합니다.
아 참 제 내공요? 진짜로 크게 잘 추지는 못하고요 그저 보통의 댄스인과 함께 즐길
정도 입니다. 춤을 추는 한 어디서든 분명 '꿈의 왈츠'님을 뵐 수 있겠죠 . 시간되시면
이곳 5060 댄스모임에도 나오시구요...ㅎ~
아네~동감합니다 탱고까지만 잘춰도 무도장서 잘놀고 뒤풀이도 잼나고 모댄포크럽 상임고문직 수락 하다 파티장 여기저기 품앗이 . 텐종목 음악이 나오면 쌈바 파소퀵스텝등 ㆍ손놓고 나와야되고 ,학원등록 랫슨 받으면서도 내가 뭐하는짓인가?반문도 시간 돈투자 해야되고 사교춤 잘춰도 잼있지만 댄포하는여성과 사교춤 좋은데 사교만 하는여성과는춤 잘안맞고잼없고요~한땐 모던댄스 회장하며 원장과 함께 왈츠탱고 갈첬는데도. 가끔씩 존심상할정도의 메너 경험 샘들이 춤만 갈치고 메너따윈 안중에도 없고 2일욜 일산에서 궁?댄스 모임 한다고 친구가 참석 한다네요 무슨역 몇번출구~
오늘 일산궁텍 모임은 3호선 주엽역 3번 출구입니다.
자세한 건 공지 보시면 됩니다.
저도 코로나 있기전까지는 가끔 여러 동호회에서
주관하는 10댄스 주말파티에 가곤했읍니다.
그땐 퀵스텝, 비엔나왈츠, 파소, 삼바까지 그럭저럭
조금씩 다했고요. 이젠 제 나이도 생각해서 절반 이상은
포기하고 콜텍같은 무도장에서 즐길 수 있는 왈츠, 탱고,
자이브, 룸바 거기에 우리의 사교춤 만 추고 있읍니다.
10종목 절반이상 포기하니까 마음도 훨씬 가볍게
댄스를 즐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즐댄하세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