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밝히고 폐에 좋은 수크령. (길갱이, 지랑풀)
가을 어느 날, 우연히 어떤 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분은 거의 만사통이라할 정도로 모르는 것이 없는 분이었다. 그분의 이야기 중에 재밌는 내용이 있었다.. 자신은 사람에게 이로운 풀을 알기 위해 염소 한 마리를 끌고 다니면서 염소가 먹는 풀은 다 먹어 봤단다.
염소가 뜯어 먹는 풀은 독이 없음으로 사람이 먹어도 된다고 하면서..
그분은 안경을 썼는데 이야기 도중에 안경을 벗고 안약을 넣었다. 마침 자리가 시골의 마을회관에 비치된 들마루였다. 그래서 필자가 물었다.
"시력이 좋지 않으신가 봅니다?"
그랬더니 그분께서 답했다.
"시력이 자꾸 떨어지는데 약이 없어."
필자는 의아해서 그분께 다시 물었다.
"아니, 염생이를 끌고 다니면서 들풀은 다 드셔보셨다면서요?"
"전부 먹어야봤지. 헌데 무엇이 어떻게 좋은지 모르겠더라고.."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어이가 없었다.
그럼 뭣하러 그분은 염소가 먹는 풀을 일일이 뜯어 잡수셨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필자는 손으로 길가나 들판에 널리고 널린 수크령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선생님의 눈병을 고쳐줄 약이 저기 있는데요."
그분은 필자의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곳을 보다가 대꾸했다.
"저건 길갱이 아녀?"
"네. 맞아요. 길갱이라고도 하고 지랑풀이라고 하며 수크령이라고도 하지요."
"저게 시력에 좋다고?"
"예."
"그걸 자네가 어찌 아는가?"
"그냥 주워들은 풍월이지요."
그랬더니 다시 수크렁에 대해서 일장연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저것은 어릴 때 많이 먹었고 어떨 때 쓰고 어쩌구 저쩌구.. 필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말 그대로 해줄 말은 있는데 할 말이 없었다. 박학다식하니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가 힘들었다.
결국 더 이상의 설명을 못하고 오히려 필자가 배우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 설 수 있었다. 그분께서 조금만 필자의 얘기를 경청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 채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이 아는 정보가 틀림없이 있다. 그러나 그 정보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다른 이의 이야기도 경청을 할 줄 알아야한다. 무조건 자신이 지닌 정보가 다 맞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또다른 어떤 분은 구완와사가 와서 입이 돌아가 침을 맞고 얼굴에 밴드를 붙이고 있었다. 그분 역시 만사통이었다. 그분도 위에 말한 분처럼 모르시는 것이 없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입이 돌아오면 오로지 장어만 먹겠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물으니 장어가 완벽식품이므로 장어만 먹어도 된단다.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주변에 도꼬마리가 천지삐까리로 널려 있었지만 가르쳐주지 않았다. 설령 가르쳐준다 해도 들을 양반도 아니었다.
어쩌면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잘못 알고 있거나 혹은 모르고 있었던 부분도 배울 수가 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이나 아님 TV에서 보았던 정보를 실제 자신만의 지식이오, 상식인양 믿고 있다.
문제는 TV도 가끔 엉뚱한 정보를 준다는 사실이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일개 촌부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때로는 책도 잘못된 정보가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불안전요소인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수크령을 올리려다 또 얘기가 길어졌다.
필자도 서문이 너무 길은 것이 단점일 수 있겠다.
수크령은 지금도 길가나 하천주변, 들판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풀이다. 특히 가을에 여문 씨앗을 훑어서 쓰면 좋다. 토오치로 살짝 그을려서 터럭을 제거하여 밥에 넣거나 아님 맨 프라이팬에 볶아서 쓴다. 식음수로 보리차대용으로 쓰면 시력감퇴예방에 아주 좋다.
소와 염소가 매우 좋아하는 풀로 어릴 때 대를 뽑아서 흰 속살을 많이 먹었었다. 짓궂은 개구장이들 치고 시력이 좋지 않은 아이는 없었다. 지나치게 얌전하고 공부만 했던 아이들이 대부분 안경을 꼈다.
어쩌면 어릴 적에 이미 좋은 약들을 모두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면서 자연초들을 잊고 또는 멀리하면서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수크령은 특히 폐에 좋다. 폐가 좋지 않아 기침을 많이 하는 이에게 좋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에게도 좋다.
줄기와 뿌리를 음건하여 삶은 물을 마셔도 좋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열매(씨앗)로 잡곡밥을 해서 먹거나 아님 볶아서 보리차대용으로 마셔도 좋다.
봄에는 전초를 삶은 물로 밥을 지어 먹어도 좋다.
패열로 인한 해수, 창독을 치료하며 기침을 멎게 한다. 눈을 밝게 하며 혈액순환을 도와 만병의 근원을 예방할 수 있다.
흔하디 흔한 풀이지만 결코 하찮치 않은 우리 곁의 자연초이기도 하다.
해강. 010 2376 5513
약초연구소 둥지.
전남 보성군 벌교읍 홍암로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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