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두 번 관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채수근 해병 사망 사건’에 두 번 관여했답니다. 박정훈 대령의 해병대 수사단이 혐의바를 많이 많들었다고 했고, 야단도 쳤다고 합니다.
침묵으로 모른 척하다가 ‘격노설’이 나오자 사실무근이라 하고, 격노가 사실로 드러나자 말을 바꿔 대통령이 격노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강변하고, 대통령실과 통화한 적이 없다더니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자 대통령이 국방장관과 통화하는 건 자연스런 일이라 하고, 관여는 했지만 외압은 아니라 하고...
입꾹닫으로 뭉개다가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고, 거짓말이 드러나면 억지 변명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합니다.
음주사고에 뺑소니까지 저지르고 거짓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던 트로트 가수 김호중은 결국 구속됐고, ‘사법 방해’로 가중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개인 휴대전화로 해외 출장 중인 이종섭 국방장관과 연달아 세 차례나 통화를 한 날, 이첩 보류 지시에 불응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보직에서 해임되고 경찰에 이첩한 수사 자료는 회수됐습니다. 박 대령에겐 항명수괴라는 누명까지 씌웠습니다.
그게 우연일까요? 세상의 일에 우연은 없습니다. 모든 일에는 인과관계가 있습니다.
이쯤 되면 익명의 대통령실 관계자가 나서 변명을 늘어놓을 게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기자회견은 이럴 때 필요한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기자회견에서 비겁하게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잘못은 솔직하게 고백하겠다고 했습니다. 정직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위법한 지시에는 따를 수 없다. 지시가 위법한데 어떻게 따를 수 있느냐.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윤석열 검사는 그때 그런 말도 했습니다. 박정훈 대령은 위법한 지시에 따르지 않았을 뿐입니다.
거짓이 거짓을 낳고 죄가 죄를 불렀다. ‘사법 방해’로 가중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 가수 김호중이 남긴 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반면교사의 교훈이 될만한 말입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또 떨어져 20%에 간신히 턱걸이를 했다고 합니다. 그게 우연일까요?
아니, 그 사단장은 이 나라의 ‘왕세자’라도 되는 건가?
자기가 지휘하는 예하 부대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하여 스무 살 어린 병사가 목숨을 잃었고, 사단장의 지시가 없었다면 그런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터인데, 사단장에게는 책임을 묻지 말라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스토킹하듯 격노를 연발하며 난리법석에 호들갑을 떨어댄 이유가 궁금하다.
이쯤 되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엇 때문에 격노하였는지, 박정훈 대령을 보직 해임하고 항명죄로 처벌하라는 지시를 하였는지, 국민에게 소상히 밝혀야 한다. 기자회견은 그러라고 있는 것이다. 공직자에게는 국민의 의문에 설명할 의무가 있고, 대통령도 공직자다.
궁금하다. 대통령은 왜 해외 출장 중인 국방장관에게 연달아 세 차례나 전화를 했을까. 왜 보안이 되는 ‘비화폰’이 아닌 개인 휴대전화를 썼을까. 평소에도 그러는 걸까. 대통령에게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성질이 풀릴 때까지 전화를 하고 또 한 건 아니었까. 대통령도 불안하고 나라도 불안하다. 무슨 나라가 이러냐. 국민으로 살기가 참 힘들다.
분노조절장애가 의심되는 대통령이 화를 참지 못하고 해외 출장 중인 국방장관에게 개인 휴대전화로 세 차례나 전화를 걸어 화를 쏟아냈다는 작년 8월 3일의 이른바 '2차 격노'가 있은 며칠 뒤, 한 비주류 매체에는 '수사 외압설'을 제기하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 기사를 보면, 대통령 주변의 누군가 대통령의 격노를 유발했고, 대통령실 참모들과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의 수많은 관계자들이 대통령의 격노를 실행에 옮기느라 '외압'의 공범이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주류 언론은 침묵했고, 박정훈 대령은 항명죄로 몰려 휴대전화와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했고 기소되어 법정에 서야 했습니다.
외로웠을 겁니다. 힘들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부하 병사의 어이없는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소신을 굽히지 않은 '진짜 군인' 박정훈 대령과 박 대령의 의연함을 지켜준 주변의 의로운 이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