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불면증 으로 괴로운밤이 언제 부터 시작 되었는지 기억도 나지않는다.
얼마나 생활이 불편한지 그중에 지인들 하고의 약속이다. 그나마 단체모임 일때는 한사람 정도 빠져도 그런대로 피해을 주지 않지만 1대1 만남은 꼭 약속을 지켜야 하니까 며칠전부터 신경이 쓰인다.
잠을 못자면 집중도는 떨어지고 산만하고 쉬 피로를 느껴 상대방으로 하여금 오해를 할수도 있다.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은 눕기만 하면 잠드는 사람이다.
특히 장거리 여행을 가면 친구들이랑 방을 같이 쓰니까 한두 시간자고 눈이 반짝 떠진다.
정신은 점점더 또렸해져 집이라면 일어나 책을보거나 영화를 보면 좋으련만 곤하게 자고있는 친구에게 피해를 줄수있으니 움직일수도 없어
천장만 보고 누워 있자니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다.
얼마전 친구들이랑 장거리 여행을 큰맘 먹고 떠났다.
하루종일 비행후 도착해서 여기저기 다니다가 밤을 맞았다. 공포의 시간이다.
몸은 피곤해서 땅밑으로 꺼지는 것 같지만
정신은 긴장하여 경직된다. 일찌감치 포기하고 준비한 수면제를 먹고 잤다.
3시간 정도 설핏 잔후 또 깨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다가 지독히 몸이 아팠다.
다음날 버스로8시간 이동하는 코스인데 달리는 버스 엔진에 불이 붙어 점점 불길이 솟아 차안은 연기로 가득찼다.
가이드가 차에서 내려 대피하라고해 일행은 허둥지둥 밖으로 나갔지만
나는 손가락하나 움직일수없어 누워 있었다.
친구들은 나를 끌어내리려 했지만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다.
만사가 다 귀찮기만 했다.
차안에서 죽으면 죽는거지 하는 생각에 차라리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일을 격은후 여행이 즐겁기만 하지도 않고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 그렇다고 여행을 포기할수는 없지만 매번 주저해진다.
현대의학의 도움되는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했지만 효과가 없다
형제들이 모두가 불면증을 격고있어 집안의 내력 인가보다
아버지도 하루에 4시간이상 잠자는것을 본적이 없었다. 어릴때는 워낙 성실하신분이라 일 중독이란 생각만했지 성인이 된후에야 아버지를 이해할수 있다.
어쩌겠는가 뇌의 구조가 이렇게 생긴걸 운명이라 포기하고 살아 갈수 밖에 없다.
늘 밤2시쯤 일어나 혼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시간을 보내다가
여름이면 4ㅡ5시경에 밖으로 나가는 습관이 생겼다.
집뒤에는 조그만 야산이 있고 산 주위는 공원을 끼고 있어 캄캄한 새벽에 밖으로 나가보면 밤잠없는 노인들이 공원을 향해 슬금슬금 움직이는 물체들이 마치 거북이가 산속의 어둠속으로 스며들어 가는것같다.
나는 산보다 동네 골목을 천천히 걷는걸 좋아한다. 산뜻한 새벽냄새, 온갖 식물들이 뿜어내는 은밀한 소리와향기,
칠흑에 덮힌 나무들의 검은 가지들과 가로등 불빛에 반짝이며 일렁이는 잎새의 그림자들, 아무도 봐주지않고 혼자돌아가는 전광판, 불빛에 비친 건물들의 시시각각의 모습들,
서늘한 공기, 차소리도 없는 조용한 거리, 어쩌다 물건들을 운송하는 차들 외에는 적막 그자체다.
큰길을 건너 골목에 접어들면 어제와 같은 것 같지만 미세하게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아파트 담장이끝나는 정면에 술집이 있다. 술집안에는 뿌연 전등갓아래 한 남자가 등을 보이고 앉아 혼자 술마시고 있는 모습을 가끔씩 볼수있다.
그술집을 현대인의 외로움과 쓸쓸함 서로의 시선이 다른데를 향하고있어 대화의 단절을 잘 표현해주는 에드워드호퍼의 작품처럼 내멋대로 '호퍼의 술집' 이라고 부른다.
조금씩 어둠이 걷히고 형태가 보이면서 보도블록 사이 척박한 환경에도 외로이 피어난 초록의 어린생명들 지나는 사람들 발에 짓 밟힐지라도 어제보다 더 뾰족히 나와 삶의 생기와 희망을 가지라고
격려하는것같다.
쇼윈도에 걸려있는 마네킹들도 밤에는 지들끼리 수다떨며 보내고 있었으리라 그들에게도 "안녕"하며 인사와 미소를 보낸다
골목끝을 들어서면 코너에 화실 이 있다.
평소에 그림 전시회 다니는걸 즐겨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화실 창문에는 커튼이 쳐져 있고 틈사이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며 그 불빛따라 걸음을 멈추고 커튼 사이를 들여다본다.
이젤위에는 꽃과 나무 인물화 등을 그린
새로운 그림들을 훔쳐보며 감상한다.
화실 길건너 에는 편의점이 있어 가게 앞 바깥에서 고객이 잠간 쉬라고 둥근탁자가 놓여 탁자위에 술병들이 뒹굴고 2ㅡ3명 둘러않아 밤새도록 술마신 흔적과 아직도 미련이 있어 못 일어 나는지 두런 두런 말소리가 새벽의 정적을 흩어 놓기도 한다. 가게를끼고 걷다보면 아담한 미용실, 예쁜 카페도 생겼다가없어지곤 한다.
자그마한 건물2층에 교회가 있다
새벽 기도를 하러 가는 사람들이 조용히 안개와같은 공기속으로 들어가고있다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을 주관하는 신에게
인간의 죽음 공포를 벗어나 믿음으로서 부활과 현세 의 삶에 위로와 평화그리고 가족의 안녕을 기도 하는 장소가 아닐까 싶다.
주택 양옆을 끼고 유치원이 있어
낮에는 시끄럽고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희망의 소리들이 들리겠지만 새벽은 잠자듯이 고요하다.
어릴적 눈만뜨면 집앞 골목에서 친구들이랑
소꼽놀이 고무줄놀이 땅따먹기등 정신없이 놀다보면 석양무렵에는 엄마들이 밥먹으러 오라고 부르는 소리에 치열하게 놀다가도 집에 갈려고
손에있는 모래알 한점도 다 탈탈 털고 미련없이 일어선다.
우리의 삶도
보이지 않는 신이 오라고 하면 사랑하는 사람들도 소중한것도 모든것을 놔두고 가야하는소꼽 놀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띄엄띄엄 있는 가게들을 지나면 마침내 주택들이 죽 이어져 있는데 모두가 잠에취해
적막함이 온몸을 감싸고 있다.
나는 무의식의 세계에서 유영하며 생각의 여러 갈래들을 내버려두고 관조하며 아름다웠던, 괴로웠던, 후회의 날들, 추억의 가지들을 즐기며
별별 상상의 춤을추며 걷는다.
몸과 마음이 분리된것같은 깊은 생각에 빠져
엉뚱한 길로 가다가 문득 정신이 들때면
뜻하지 않는 골목의 낮선 풍경을 접하며 그것또한 유쾌한 일이다
조그만 일탈의 시간이니까 즐거움 을 선물 받는것같다.
나만의 세계에서 오롯이 생각을 정리하며
불면증이 주는 층전의 시간을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한다
지루한 밤도 어둠속의 외출도 일종의 보너스인 셈이다.
오늘도 또 내일도 신이 허락 한다면 새벽의 거리를 배회하는 나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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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얼마전 경험했던 일시적으로 불면증을 겪었습니다 누우면 잡자던 사람이 갑자기 잠들기도 어렵고 자꾸 깨고... 너무나 힘든 시간이였습니다. 스트레스도 다잡고 생활 습관도 고쳐보고 부단한 노력으로 지금은 예전의 '누우면 자는' 좋은 '잠자기'로 되돌아왔습니다 그래서 불면증의 괴로움을 어느정도 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런 고통을 이렇게 자신만의 아름다운(?) 새벽 문화로 만든다면 굳이 밤잠과 씨름하지 않고 잘 견디고 있다 감히 생각됩니다 조용하고 나름 평화로운 새벽 풍경 잘 봤습니다.
선생님, 7/9일 합평 자료 준비 부탁드립니다
제가 선생님의 번호 입력이 안되어 이곳에 공지 올립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