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도록! (3000원짜리 식당사장이 된 카톨릭 신부)

[하늘 바래기]

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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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신부들은 대통령 부부(夫婦)가 탄 비행기가
떨어지라고 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3000원짜리 식사(食事)를 파는 신부님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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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3천 원짜리
김치찌개 파는 이문수 신부’의 에세이
"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도록"의 내용(內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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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수 신부(神父)는 낙담하고 좌절(挫折)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청년들이 용기(勇氣)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청년 밥상 ‘문간’을 운영(運營)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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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 3천 원, 무한 리필 공깃밥은 공짜”.
개업 이후 거의 매달 적자(赤字)를 내는
이 식당의 주인은 바로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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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원래 직업(職業)은 ‘가톨릭 신부’인데요,
어쩌다 보니 4년째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김치찌개 집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식당 사장이 되기로 한 건 고시원에서 굶주림으로 세상을
떠난 청년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난 다음 부터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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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한때 ‘배고픈 청년’이었습니다.
한 달간 세 끼를 모두 라면만 먹거나
빵 한 봉지로 끼니를 때운 적도 있었습니다.​
입시도 취직도 더 힘들어진 지금의 청년들은 그때의 저보다
두세 배는 더 고단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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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누구나 언제든 와서 편안한 마음으로
배를 채울 수 있는 ‘식당’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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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만 하다가 시간이 흐르길 1년여.
후원금 3천만 원으로 밥집을 열 공간을 찾다가
지금의 이 건물(建物)을 발견(發見)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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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北漢山) 전경이 보이는 옥상을 보자마자
청년들이 이곳에서 잠시나마 숨을 쉬고,
위로(慰勞)받을 수 있겠다는 확신(確信)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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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과 자금이 부족(不足)했기 때문에 메뉴는 김치찌개 하나로 정하고,
가격(價格)은 대학교 학식의 평균가격인 3천 원으로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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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하다 보니 신부(神父)로서 일만 할 때와 다르게
다양한 경험(經驗)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기억(記憶)에 남는 몇 가지 일화(逸話)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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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영하 10도 이하의
혹한(酷寒)이 계속되던 어느 날 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식당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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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팔팔 끓는 찌개를 대접해 몸을 녹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급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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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때 아이가 저를 수줍게 불렀습니다.
그러고는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몰라 머뭇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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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아이의 아버지가 말씀하셨죠.
‘제가 식당에 관해 설명했더니 아이가 1년 넘게 모은
저금통을 기부(寄附)하고 싶다고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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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겁결에 받아 들었는데 세상에, 나중에
세어보니 10만 원을 훨씬 넘는 금액이었습니다.
열 살짜리에게 그것이 얼마나 큰돈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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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위한 돼지 저금통에 차곡차곡 모아놓은 그 정성(精誠)과
선량함이 저를 더 열심히 일하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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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여성이 어둑해진 저녁에 식당에 들어와서
김치찌개에 밥 한 그릇을 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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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계산(計算)을 하겠다면서 계산대 앞에 섰습니다.
돈 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손님이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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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계신 손님들 것까지 다 계산해 주세요, 신부님.”​
손님은 그렇게 모두의 밥값을 계산하고 가셨습니다.

각자 계산할 때가 되어서야 청년들은 비로소 누군가 밥값을 대신
내주고 갔다는 이야길 듣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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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映畫)에서나 보던 일이 자신에게 벌어지다니
너무나 놀랍다고들 했습니다. ​
그러고는 덧붙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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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기회가 되면 다른 사람을 꼭 도울께요.’
아마 그 손님께서 가장 듣고 싶으셨던 말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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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김치찌개 식당을 운영하는 식당지기로
사는 삶을 크게 변화시킨 계기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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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이대로 유지할 것인가,
더 많은 사람을 위해 버겁더라도 점포를 늘릴 것인가
고민하던 시점에 ‘유퀴즈’ 섭외 전화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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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생각했습니다.​
‘방송(放送)에는 게스트 몇 명 중 하나로 짧게 나갈 테지만,
식당이 분점(分店)을 내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어렵게 녹화를 마치고 4월 21일에 본방송이 나갔습니다.
놀라운 일은 그 다음 날부터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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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後援) 문의로 전화가 불이 났고, 가게에는 손님들이 줄을 섰지요.
모두 파김치가 되어 뻗어 있는데 한 직원이 저를 다급히 부르더군요.​
“신부님. 이것 좀 보셔야 갰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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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앞에 놓은 것은 유재석 씨가 아무 말도 없이 5천만 원의
후원금을 입금하신 통장(通帳) 내역이었습니다.​
“아무리 유재석 씨라도 그렇지,
어떻게 이렇게 큰돈을 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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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씨의 기부(寄附)가 기뻤던 이유는 액수 때문이 아닙니다.​
식당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에게 자부심(自負心)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지치지 않을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신 것이죠.​
저는 그런 마음들이 모여서 우리 식당이 유지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돈보다는 마음들이 모여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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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씨나 이문수 신부님이나 모두 같이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기를 살려줄 수 있을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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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모든 분들이 행복(幸福)하시고
복(福) 많이 받으시는 하루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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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용 요셉 신부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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