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풍경 / 박화자
어둠 속에 빛나는 인력사무소 새벽별이 집을 찾듯 한 사람 한 사람 모여 듭니다 파란 꿈을 꾸는 눈과 마음은 소장의 입과 전화벨 소리를 쫓아 별빛처럼 반짝입니다 한 무리 번득이던 눈망울들이 봉고차에 픽업되고 또 김 씨, 이 씨가 불려 나가자 남은 자들의 가슴은 방망이질합니다 전화벨이 잦아들고 형광등 불빛도 잦아들고 모닥불도 잦아들고 남은 자들의 눈망울엔 어둠이 내립니다 새벽은 닫히고 아침을 열지 못한 발걸음들은 다시 밤 속으로 갑니다
| 섯다판에서 서지 못하고 / 고성환
섯다판이 삼삼거려 집 나돌던 삼십 대에 아이들이 전화통에 어디냐고 불을 내고 그 뒤에 마누라 코치 마음 끝이 찔렸네
엄지 검지 웅크리고 화투장을 당겨내고 구땡 장땡 삼팔광땡 찡그리고 그리는데 오라는 땡은 안 오고 두끗세끗 바닥이네
한 번은 오겠지 밤새도록 패를 받아 이리저리 따라가서 대출만 불어나고 올인 후 뒷전에 앉아 살아 죽어 훈수했네
풀잎 맺힌 이슬처럼 햇살에 사라져간 탱탱한 근육과 팽팽했던 오기들 도대체 그놈의 땡은 새벽처럼 깜깜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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