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습관
- 심강우
사랑은 울었다. 사랑이 달랬다. 사랑이 울음을 그쳤다. 그러나 사랑이 보이지 않으면 사랑은 또 울었다. 사랑은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왔다. 사랑의 사랑스런 손길에 사랑은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 사랑이 사랑에게 이럴 거면 합치자고 했다. 사랑은 좋아서 사랑의 목을 껴안았다. 한 몸이 된 사랑은 웃음과 울음을 함께했다. 슬픔에 겨운 사랑이 고뇌할 때 기쁨에 벅찬 사랑이 환호할 때 사랑은 한쪽이 출렁거리거나 반대쪽에서 바람 새는 소리가 들렸다. 혼자 울고 싶을 때가 있었다. 비 오는 밤이나 멀리서 종소리 사운거리다 갈 때 사랑은 사랑에 들키지 않고 울 수가 없었다. 하물며 웃을 수도 없었다. 너무 많은 시간이 뒤섞이고 엉켰으므로 티눈과 우주만큼이나 사랑은 분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친 사랑이 침묵할 때 그 사랑의 등에 기댄 사랑이 노래를 불렀다. 지나간 사랑을, 다시 올 수 없는 그리운 순간들을. 사랑의 진실이 스며든 사랑이 노래를 따라 부르자 비로소 사랑의 몸이 분리되었다. 이제 사랑은 혼자서 마음 놓고 운다. 다른 사랑마저 운다면 달래줄 사랑이 없다는 걸 안다. 사랑은 혼자 있을 때 사랑의 의미를 알 나이가 되었다. 멀리서 사랑이 아파할 때 사랑의 심장 박동 소리는 가장 크다. 사랑이 웃어도 그게 온전한 웃음이 아니란 걸 아는 사랑은 울다가 웃다가 그렇게 사랑과 놀다가 사랑이란 이름으로 세상을 하직했다. 사랑 속에 무덤을 썼기에 남은 사랑은 혼자서 웃거나 울어도 외롭지 않다. 남은 사랑마저 세상을 떠나고 어느 날 사랑은 눈이 되어 내린다. 가장 맑고 선연한 빛으로 다시 한 몸이 된 눈이 소복이 쌓인다. 첫눈, 환한 웃음으로 혹은 눈물이 그렁한 얼굴로 눈을 뭉쳐 던지는 저 행위는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아는 사랑이다. 알아서 해보는 투정이다. 오래도록 전해오는 사랑의 습관이다.
― 시집「사랑의 습관」(시인동네,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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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집을 이루며 살고 있다면 그 바탕은 바로 '사랑'입니다
이해하고 존중하며 배려하는 것이 사랑의 본 모습이라고만 알고 있으나 인류의 역사는 조금 달라 보입니다
창세기를 통해서 본 아벨과 카인의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서구의 백년전쟁사나 중세 교황청의 유지 역사 그리고 세계대전의 참혹상을 되새김합니다
세기의 결혼으로 축복받은 수많은 커플들의 이별에도 독선과 배제 그리고 외면의 흔적이 진하게 묻었습니다
장레식장 화장실에서 혼자 웃고, 금방 쓴 무덤 곁에서 부채질한다는 우스개는 무얼 말해줍니까?
그래서 '사랑'은 혼자서 웃거나 울어도 외롭지 않은가 봅니다
오래도록 전해오는 사랑의 습관이기에 저렇게 미워할 수 있는 정치인들의 사랑에 웃게 됩니다
질투와 배신 그리고 질투와 심술, 투정조차 '사랑'으로 포장되어 독야청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