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87년부터 수차례 여러 선거의 투개표 참관인 또는 사무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지만원라는 사람의 글을 보니 배울만큼 배웠다는 지식인이 사실을 잘알지 못하고 왜곡해서 퍼트려도 되는지 답답해서 제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올립니다.
제가 현역 선관위의 담당자가 아니므로 전국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구체적인 투개표업무에 대해서 먼저 설명드리지요.
투표함은 과거에는 나무상자로 만들어져있습니다. 요즘은 플라스틱이나 금속제질로 보이는데 손으로 두들겨보지 않아서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새벽 6시 투표가 실시되기 전에 각 투표소에서는 선관위원과 참관인들이 투표함을 확인합니다. 투표함은 2중으로 되어있는데 투표시작전 투효함이 비어있음을 확인하고 내통의 투껑을 닫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자물쇠로 잠구고 빈틈이 없도록 종이테이프로 밀봉합니다. 투표용지를 넣을 수 있는 구멍만 빼고요. 그리고 접착제로 종이를 붙이고 선관위원장과 참관인이 함과 밀봉종이를 함께 도장과 싸인을 합니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자물쇠라는 것은 작고 간단한 원리인데 잠그면 철선을 자르기 전에는 열 수 없는 것입니다. 2002 지자제 선거때 제가 있던 곳에서는 선거사무원이 시범으로 잠구는 시늉을 하다가 잠구는 바람에 위에 급히 연락해서 다시 받아다가 잠궜습니다. 이것도 한 투표함이 두 개씩 잠굼니다. 그것도 모자라 자물쇠에 종이를 바르고 도장찍습니다.
참고로 각 투표소 선관위원은 정당에서 당원이 아닌자로 한명씩 추천할 수 있습니다. 참관인 역시 정당이나 후보자가 추천한 사람입니다만 당원이어도 상관없습니다. 참관인은 후보자측에서 일당을 주고 감시 잘하라고 고용한 사람들입니다. 부정껀수 하나 제대로 잡으면 영웅취급 받습니다. 따라서 투표장에서의 공정성은 이미 보장된 것입니다.
투표가 종료되면 투표용지 집어넣는 구멍에 종이를 붙이고 도장과 싸인을 합니다. 그리고 외부통의 투껑을 닫고 다시 종이테이프를 바르고 재활용 불가능한 자물쇠로 잠구고 도장과 사인을 합니다. 물론 여기에도 종이를 바르고 도장찍습니다.
투표용지에는 원래 번호가 붙어있다가 유권자에게 배부할 때 번호를 잘라내서 번호함에 넣습니다. 이것도 투표함과 비슷한 방법으로 밀봉을 합니다. 이것은 혹시나 투표인 숫자와 투표용지 숫자가 다르면 안되므로 추후를 생각해서 보관하는 것입니다. 만약 재검표를 하게되고, 부정투표가 의심되면 투표번호함의 숫자쪽지와 배포된 투표용지등을 다시 확인하기위해서 입니다.
투표종료후 밀봉이 끝난 투효함은 경찰승합차가 와서 가져갑니다. 이때 승합차에는 총기를 소지한 경관과 정당 참관인이 동승합니다. 개표소에 도착하면 밀봉상태를 확인하고 한곳에 보관을 합니다. 물론 이곳에도 경관이 총을 들고 지킵니다. 과거에는 일정수량이상이 도착해야 개표를 시작했는데 이번부터는 도착즉시 개표할 수 있도록 바꿨습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개표장은 보통 구청회의실이나 실내체육관에서 합니다. 주변에는 전시를 방불케하는 비상인력이 대기합니다. 무장경찰관, 소방차와 소방관, 구급차는 물론 전기를 담당하는 한전요원, 통신을 담당하는 KT한국통신요원, 비상발전설비 요원까지 대기하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컴퓨터 전문가, FAX 수리할 수 있는 기술자, 심지어 저녁과 야식을 공급할 구내식당 직원들까지 심야근무를 해야합니다. 관할 경찰서에서도 경찰서장이하 중요간부들이 비상대기를 합니다. 개표가 지연되면 이 많은 사람들의 심야수당을 계속 추가로 지급해야 합니다.
또한 물론 개표장 내부에는 정전시 즉시 작동하는 충전식 자동 비상등도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역 유선방송사를 비롯한 방송사 카메라가 돌아가고있고, 자체적으로CCTV도 작동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개표방법부터 설명하겠습니다.
회의용 탁자를 길게 붙입니다. 개표종사원들이 반팔차림이나 와이셔츠 소매를 걷고 자리에 앉습니다. 뒤에서 정당참관인이 감시를 합니다.
1. 한쪽에서 1개의 투표함을 확인해서 열고 투표용지를 테이블에 비웁니다.
2. 무효표와 각 후보자별로 분류를 합니다.
3. 다시한번 검표를 하고 후보자별 100장단위로 묶습니다.
4. 후보자별 득표수를 확인하여 선관위원장에게 보고합니다.
5. 후보자측 참관인이 확인하면 선관위장이 득표수를 공개합니다.
6. 각 투표함별로 득표수를 중앙선관위에 FAX와 전화로 보고합니다.
여기서 후보자측이 가장 문제로 삼는 것은 2번입니다.
정해진 방법대로 네모칸안에 투표봉을 정확하게 찍어서 곱게 투표함에 넣었다면 문제가 없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네모칸 외부 선에 물리거나 중간에 찍은 경우, 도장이나 지장으로 투표한 경우, 정해진 투표봉이 아니라 싸인펜 뚜껑으로 찍은 경우, 투표하자말자 힘을 줘서 접는 바람에 다른곳에 번진 경우, 두군데이상 찍은 경우 등입니다.
경우에 따라서 이런 경우 쉽게 무표효나 유효표로 결정내리기가 힘이 듭니다. 그래서 표 차이가 작은 경우 재개표를 해서 심한 경우 0.2% 이상의 무효표가 늘어나거나 줄어들기도 합니다. 표차이가 작을 경우 참관인이 한 장씩 확인을 하여 개표가 아침까지 늦추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개표가 12시를 넘을 경우 피곤한 개표종사원들은 가끔 실수를 합니다만 3번이나 4번과정에서 정정하고 참관인이 지적을 하여 바로잡습니다.
개표가 완료된 개표함에 다시 투표용지를 넣고 밀봉합니다. 법에 정해진 기간동안 보관하게 됩니다.
자동개표기의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투표함을 개봉하여 간추린다음 자동개표기에 넣습니다.
2. 기계가 한 장씩 고속으로 빨아들입니다. 최고 1분에 250장입니다.
3. 모든 투표용지를 스캔하여 컴퓨터 그래픽 파일로 저장이 됩니다.
4. 스캔과 동시에 OMR방식으로 무효표와 후보자별로 분류합니다.
5. 컴퓨터에서 자동으로 중앙선관위에 보고됩니다.
6. 후보자별 분류된 묶음을 사람이 다시 숫자를 세며 검표합니다.
7. 컴퓨터결과와 사람의 결과를 확인하여 이상없을 경우 참관인확인후 선관위가 인정합니다.
8. 지역개표구 선관위에서 FAX로 재확인발송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자동개표기 고장 때문에 새벽까지 개표가 지연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고장난 부분은 2번에 해당됩니다. 흔히들 사무실에서 복사기나 프린터기에 종이가 끼어서 뚜껑열어 종이 빼고 재가동시키는 경우 많았을 것입니다. 투표용지가 쫙펴진 상태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접힌 투표용지 일부가 겹쳐지거나 꾸겨진상태로 빨려들어가는 일이 생긴것입니다. 그러다가 투표용지를 빨아들이는 고무롤러부분이 망가져서 생긴 일입니다. 자동개표기 자체의 판독능력에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수동이든 자동이든 개표가 완료된 개표함에 다시 투표용지를 넣고 밀봉합니다. 법에 정해진 기간동안 보관하게 됩니다.
지만원씨가 알루미눔 박스와, 이삿짐, 라면박스 운운했는데 이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투표용지는 원래의 투표함에 다시 넣어서 봉인상태로 보관됩니다.
알루미눔 박스와 이삿짐, 라면박스에 보관하는 것은 투표장에서 사용했던 유권자 인명부와 참관인 서류같은 기타 서류입니다.
지만원씨가 미국의 3중4중 보안을 이야기 하시는데 한번이라도 투개표에 참석해봤다면 이런 소리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투표용지는 참관인 입회아래 개표구 선관위장의 도장을 찍습니다. 이 숫자는 유권자의 숫자에 맞춰 도장을 찍고 번호를 매깁니다. 선관위장의 직인은 선관위 금고에 보관되는데 혼자서 열쇠와 비밀번호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투표소에서도 정해진 숫자함을 봉인합니다. 투표가 끝난후 발부된 투표용지와 투표에 참가한 유권자의 숫자를 참관인이 확인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각 선관위원은 정당에서 비당원으로 추천하게 되어있고, 임기가 보장됩니다.
또한 투개표 종사원들은 주로 공무원과 교사들로 구성됩니다. 선관위측에서는 상당한 교육을 받은데다가 비교적 정치문제에 둔감한 교사들을 선호합니다. 선관위에서 지역내 학교장에게 투개표종사원 추천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얼마 안되는 일당받으려고 휴일날 새벽 5시까지 투표장에 도착해서 투표마감후 정리가 끝나는 저녁 7시까지 14시간을 일해야하는데 대부분 잘 안하려고 합니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전교조교사들은 투개표일 참여를 더더욱 싫어합니다. 다음날 교육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특히 개표참관인의 경우 심할 경우 해뜰때까지 감시당하며 일해야하므로 다들 기피합니다. 물론 휴일근무와 심야근무에 해당하는 수당을 다 줍니다만...
그래서 공무원들이나 교사들은 주로 젊은 사람 시킵니다. 한번 차출되면 다음 몇 번은 빼줍니다. 어쨌든 돈 지출은 많아도 개표종사원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자동개표기를 조작해서 득표를 조작하려 했다면 엄청난 공작이 필요합니다.
먼저 자동개표기 제작사를 포섭해야합니다. 이 역시 과거 낡은 권력에서는 가능했겠지만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프로그램을 짜고, 검사하고, 디버그하는 과정이 한두사람의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최소한 수십명의 인력이 붙어야 되는데 이 수십명의 입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납품후 선관위에서 수차에 걸쳐 확인절차를 거쳤는데 이때 참가한 선관위원들 중에는 여야의 정당에서 추천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수차에 걸친 개표종사원 교육에서 계속 확인시험을 거쳤는데 이때 역시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2002지자체선거, 대선, 총선에서 자동개표기로 분류하고 다시 손으로 하나하나 확인을 했는데 오류가 없었습니다. 그 많은 참관인과 개표 종사원들을 어떻게 입막음 했겠습니까?
사실 투표를 고의로 조작하고자 한다면 자동개표기보다 수동개표가 더 효과적입니다.
과거 이승만 박정희시대에는 피아노라는 수법이 있었다고 합니다.
소매 한쪽에 인주를 발라뒀다가 상대후보측에 기표된 투표용지에 가끔 지장을 찍는 수법입니다. 투표용지에 지장이 찍혀있으면 무조건 무효가 됩니다. 다른 복잡한 방법없이 한 개의 개표테이블에 한명만 투입시켜도 되는 일입니다.
상대측 참관인의 눈만 속이면 되는 일이니까요. 여기에 한두명만 더 가담해 바람잡이만 해주면 상대후보에 기표된 유효표의 1,2%가량을 무효표로 만들기는 식은 죽 먹기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개표종사원들이 반팔이나 소매를 걷고 일하게 합니다.
그렇다면 자동개표기 개표와 나중에 손으로 재검표했을때의 작은 표차이는 뭔가 하는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대선재검표에서 1번표가 2번표로 둔갑했거나 2번표가 1번표로 둔갑한 적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차이가 나는 것은 앞에서 말했던 무효표에 대한 인정유무입니다.
예를 들면 네모칸 외부 선에 물리거나 중간에 찍은 경우, 도장이나 지장으로 투표한 경우, 정해진 투표봉이 아니라 싸인펜 뚜껑으로 찍은 경우, 투표하자말자 힘을 줘서 접는 바람에 다른곳에 번진 경우, 두군데이상 찍은 경우 등입니다. 특히 지난 대선의 재검표에서는 도장이나 지장을 한번 찍었다가 투표봉으로 다시 찍은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나 의미 깊은 결과가 있습니다.
자동개표기 이전에 손으로 개표했다가 대법에서 재개표했을때보다 자동개표기로 개표했다가 대법에서 재개표했을때의 무효표에 대한 판정이의가 더 작았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자동 개표기는 지만원씨가 그 만큼 모범으로 삼고자하는 미국의 지난 대선 재개표때보다 그 오류 격차가 훨씬 더 작았다는 것입니다.
대선때와 이번총선때는 자동과 수동을 동시에 사용했습니다.
자동개표기로 개표를 하면서 동시에 손으로 재검표를 하고, 개표결과 자동전송과는 별도로 수동으로 FAX전송을 하여, 자동개표기의 개발자입장이라면 지금의 쓰임새는 자동개표기를 자동분류기로 전락시켰다는 불만을 가질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총선개표방송에서 가끔 개표율 99.9%라는 이상한 보도를 본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것은 자동개표기에서 개표결과를 자동전송했지만 수동재검표가 늦어져 FAX로는 결과를 발송받지 못한 경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과거총선에 비해 절반 이하의 시간에 개표를 종료했습니다.
일부 낙선자들이 무효표 인정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재검표를 하려한다지만
자동개표기 자체의 성능이나 고의조작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대선이후 6억5천만원의 경비를 내고 일부 의심스럽다는 주장했던 투표함을 재개봉했지만 결과적으로 이회창후보를 두 번 죽이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배울만큼 배웠다는 사람이 자신의 지식을 사용할 때 섣부른 지식으로 세상일을 왜곡하면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첫댓글 2004년 4월에 제가 우리 카페 국내외 시사이슈 게시판에 올렸던 글입니다. 2년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대로 유용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