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3일 토요일, 주중 내내 최강한파를 겪고 날이 풀린다는 소식을 들으며 토요걷기에 나선 곳은 홍제역부터 시작되는 서대문알프스 구간, 북한산자락길에서 세검정, 백사실계곡을 거쳐 인왕산숲길을 지나 경복궁서촌까지 이어지는 길이었습니다. 다만 이날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뮤지컬 ‘광화문연가’ 팀이 있어 경복궁서촌에서 부터는 짧지만 한글가온길을 따라 광화문까지 걸었습니다.
서대문은 서울 600년을 묵묵히 견딘 곳, 역사유적도 좋지만 백련산-안산-인왕산-북악산으로 둘러싸인 곳, 흔히 서대문알프스라 (낙화와 몇몇 분들만) 주장하는 곳입니다. 경복궁 등 도성 안이 아닌 바깥에 위치, 역사적으로 신화보다는 달빛 가득 전설이 물들은 곳, 인왕산과 북악산 자락을 따라 걸으면 상당히 운치있는 곳이 많이 나옵니다. 지난 2017년 12월 25일 성탄걷기로 나선 무악재하늘다리(안산과 인왕산 연결)가 서대문알프스 1탄이라 이번에는 2탄으로 북한산자락길부터 시작한 것입니다. 주중 내내 한파라 추웠는데 날이 풀리려는지 아침에 눈발이 조금 날려 꽃길아닌 눈길을 만들어 줍니다. 다만, 기상청 장담대로 오후부터는 날이 맑고 온화하겠다고 했는데 역시 기상청, 기대를 저버리고 약간은 쌀쌀한 날씨, 그래도 주중에 비하면 많이 풀어진 날씨라 걷기에 좋았습니다.
홍제역부터 출발하면 북한산자락길 초반부터 걸어야 하는데 부담이 될까봐 버스로 이동, 중간에서 걸었습니다. 마애석불이 있는 옥천암을 지나 세검정을 통해 백사실계곡에 들어서니 눈내린 강원도 오지 숲길, 백사실계곡을 천천히 나와 산모퉁이 카페를 돌아 부암동으로 내려오는 길에 ‘라 카페 갤러리’에서 박노해 시인의 라오스 사진전을 보고 나옵니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라오스 사진전을 보면서 박노해 시인의 분위기에 조금 젖고 싶었는데, 겨울이라 해가 빨리지는지 시간이 지체, 걸음을 재촉해야 한 것이 아쉽더군요.
아침에 눈이 살짝 뿌려 더 좋았던 백사실계곡... 조금 더 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창의문을 지나 윤동주문학관도, 시인의 언덕도 그냥 지나칩니다. 물론 이 길은 1월 27일 재만님의 한양도성 성곽길 걷기가 예정된 곳이라 가까운 시일안에 또 오게되니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눈이 살짝 뿌려진 인왕산숲길도 걸음을 조금 재촉, 수성동계곡 아닌 샛길로 나와 웅장한 인왕산 치마바위도 수성동계곡에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도 그냥 지나치고 경복궁서촌으로 해서 한글가온길로 해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으로 갔습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광화문연가’팀과 합류, 인근 김치찌개집에서 뒷풀이를 하고, 라오님이 커피숖에서 분위기를 잡아주어 ‘광화문연가’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걷기팀과 뮤지컬팀이 만나 콜라보가 되니 새로운 분위기가 연출,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가 끝을 모르고 이어집니다. 가끔 도심걷기는 걷기와 공연을 묶어서 진행하는 것도 의미가 클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겨울 눈길을 걸으며 박노해 시인도 만나고 광화문연가도 만나고... 환상적인 콜라보가 이뤄진 날~~
카페 이름이 Ra, 이집트의 태양신을 의미하는 것 같네요. 왜 '라' 카페인가 했더니...
아직은 한겨울, 겨울 들판 아닌 숲길을 골라 걷고 광화문에서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린 날, 부암동 어느 집 벽에, 박노해 사진전에서 본 글판들이 서로 대화를 하듯 이어지면서 허형만 시인의 ‘겨울 들판을 거닐며’를 떠올립니다. 추운 겨울을 이기는 힘은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 아닐까요? 오케스트라에 더욱 더 다가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겨울 들판을 거닐며 / 허형만
가까이 다가서기 전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아무것도 피울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겨울 들판을 거닐며
매운 바람 끝자락도 맞을 만치 맞으면
오히려 더욱 따사로움을 알았다
듬성듬성 아직은 덜 녹은 눈발이
땅의 품안으로 녹아들기를 꿈꾸며 뒤척이고
논두렁 밭두렁 사이사이
초록빛 싱싱한 키 작은 들풀 또한 고만고만 모여 앉아
저만치 밀려오는 햇살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발 아래 질척거리며 달라붙는
흙의 무게가 삶의 무게만큼 힘겨웠지만
여기서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픔이란 아픔은 모두 편히 쉬고 있음도 알았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겨울 들판이나 사람이나
가까이 다가서지도 않으면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을 거라고
아무것도 키울 수 없을 거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다음 좋은 길에서 뵙겠습니다.
낙화는 유수처럼
안산자락길을 본따 만든 북한산자락길, 눈이 살짝 뿌려져 눈길이 되었네요~
북한산자락길은 4.5Km, 중간에 홍은극동 아파트단지 앞에서 길이 끊어져 아쉬움이...
인왕산을 배경으로~~
세검정 가는 길 옥천암
마애석불인데 효험이 있는지 입시철에는 앉을자리가 없다는....
홍제동 주민이신 곰이네님과 호호님
얼어붙은 세검정, 철원의 직탕폭포 같아서~~
백사실계곡 입구의 현통사
눈 덮힌(?) 백사실계곡 입구
도심 속 청정지역인 백사길계곡
꽃다발님과 우디님
첫걸음 바위님과 로라님. 한집에서 오신 분들입니다.
첫걸음 별이님. 걷기에 자신 없으시다고 하시더니 완주하신 분~
잘 걸으시는 호호님
나앤나우님도 잘 걸으시는 분
꽃다발님
북악산을 배경으로~
산모퉁이카페에서~
27일 재만님이 진행할 한양도성 성곽걷기 북악산 구간
성추문 논란을 겪은 박범신 작가의 글이라 더 와닿네요...
백사실계곡에서 부암동 나오는 길에 위치한 노무현 시절의 핵심참모, 전 강원도지사 이광재가 운영하는 여시재
박노해 시인의 '라 카페 갤러리' 마침 라오스 사진전을 하네요~
가장 빈곤하지만 가장 행복해 하는 나라, 은둔과 느림의 나라에서 깨우친 것은...
카페도 있고 갤러리도, 박노해 시인의 서재도 있는 곳...
박노해 시인의 작품앞에서...
꽃다발님은 사진 다발앞에서...
곰이네님과 호호님은 라오스 소녀 앞에서...
바위님과 로라님은 라오스 자연 풍광 앞에서...
80년대 노동해방문학을 이끈 박노해 시인.. 그의 다음 여정이 궁금해집니다~
창의문 앞에서...
창의문 옆 윤동주 문확관을 지나면서...
안산자락길, 북한산자락길, 그리고 인왕산자락길
그리고 인왕산 숲길~~
인왕산 숲길 중 낙화가 가장 좋아하는 곳... 마치 강원도 오지에 있는 느낌
인왕산 숲길 중 출렁다리, 얼마전까지 이름이 없었는데 가온다리라는 이름으로... 가온은 중심이란 순 우리말
가온다리에서 인증샷... 호호님은 왜 맨뒤에 있을까요~~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 앞에서...
경복궁 서울지방경찰청 옆 한글가온길 한글 조형물
광화문의 밤, 광화문연가 팀과 함께 해서 더 아름다운 밤...
안나님 지구특공대님 화정님 호호님 니키타님 라오님 곰이네님 폴리남님
* 1월 20일은 한탄강얼음트레킹, 21일은 소백산눈꽃트레킹, 27일에는 한양도성 성곽길 걷기가 있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첫댓글 여시재? 혹시 저 곳에서 일할 사람 뽑지 않던가요?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북악산으로 출퇴근을 하겠어요, 오.
여시재는 항시 인재채용 합니다~ 대한민국 정책싱크탱크를 표방하는 곳이지만 정치색이 짙은 곳이죠~~
미끄러운길 무사히 완주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아침에 살짝 뿌린 눈... 아쉬울 정도의 눈이라~~
도심속에 참 아름다운 숲길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 즐거운 겨울날 이였습니다
모두다 낙화님의 수고로움 덕분이죠
함께한 모든분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멋진 스토리가 있는 낙화님 후기와사진
감사드립니다^^~
걷기 첫걸음 새로운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잘걷고.잘먹고.행복한 날이였슴다~^^
반가운얼굴도 보고~
예쁜 장미꽃도 받고~
감사합니다 ~^^&
낙화님 덕분에 많을걸 배우고
근사한 산행이었습니다~
사진도 넘 예쁘게 잘 나왔네요
ㅎㅇ
즐건시간 감사합니다^^
감동과 재미가 있는 행복한 걷기였습니다. 낙화님 존경과 감사 인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