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들/배옥주-
미쳐 날뛰는 비닐봉지를
까마귀가 제압한다
현흑(玄黑) 동색을 숭상하는 날짐승들
그림자를 걸치고
두상을 파헤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검은 건지, 까만 건지
말해! 말해보라고!
검정이 검정의 정체에 몰두하고 있다
대가리가 대가리에 빠져도
암흑에서 분별되지 않는 저 본색은 무엇인가
움켜쥔 발가락과
퍼덕이는 날갯짓과
부릅뜬 눈을 다 모은 부리도
불이(不異)를 모른다
용쓰는 까마귀 몸을
검은 비닐봉지가 삼키고 있다
날갯짓 소리는
곧, 암흑이 될 것이다
비닐봉지는 또 다른 암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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