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의 귀로 '................
서천(西天)에 노을이 물들면
흔들리며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우리들은 문득 아버지가 된다.
리어커꾼의 거치른 손길 위에도
부드러운 노을이 물들면
하루의 난간에
목마른 입술이 타고 있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또한 애인이 된다는 것,
무너져가는 노을 같은 가슴을 안고
그 어느 귀로에 서는
가난한 아버지는 어질기만 하다.
까칠한 주름살에도
부드러운 석양의 입김이 어리우고,
상사를 받들던 여윈 손가락 끝에도
십원짜리 눈깔사탕이 고이 쥐어지는
시간,
가난하고 깨끗한 손을 가지고
그 아들딸 앞에 돌아오는
초라한 아버지,
그러나 그 아들딸 앞에선
그 어느 대통령보다 위대하다!
아부도 아첨도 통하지 않는
또 하나의 왕국
주류와 비주류
여당과 야당도 없이
아들은 아버지의 발가락을 닮았다.
한줄기 주름살마저
보랏빛 미소로 바뀌는 시간,
수염 까칠한 볼을 하고
그 어느 차창에 흔들리면
시장기처럼 밀려오는 저녁노을!
무너져가는 가슴을 안고
흔들리며 흔들리며 돌아오는
그 어느 아버지의 가슴 속엔
시방
따뜻한 핏줄기가 출렁이고 있다. //문병란
= =
****************근래에 부쩍 남편의 위상이나 아버지의 자리에 대한 얘기가 많다.
'그는 억울한 일을 당해도 묵묵히 참아내다 보니 늘 상처를 안고 산다.
비굴할 정도로 몸을 낮추기도 한다.
휴지처럼 구겨진 몸으로 식구들 먹을 것 사들고
노을 물든 차창에 흔들리는 퇴근길이 그나마 위안이다.'
아내노릇, 엄마 노릇, 자식 노릇이라고 쉬울 리 없지만
이 시대에 남편과 아버지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사할 때 이삿짐 트럭에 아버지가 제일 먼저 올라앉는다는 서글픈 우스개도 있다.
아내와 아이들이 버리고 갈까봐 무서워서란다.
가정에서조차 밀려나고 있는 아버지들이 마음 둘 곳은 어디인가.
직장에서건 집에서건 오늘날의 남편과 아빠는 '국물만 우려내고 버려지는 멸치'의 신세
(마종기 시인의 시 '며루치는 국물만 우려내고 끝장인가?')로 전락했다.
2010년 10월경에 많이 회자된...... '아빠는 왜'라는 제목으로 초등학교 2학년생이
썼다는 시가 오늘날 남편과 아빠의 설자리를 상당부분 말해주는 건 아닌지?
아이구! 내가 불자(佛者, 불교신자)라고도 할 수 없지만 산사에 가서 참회의 기도라도
해야겠다.
'아빠는 왜 있는지?'
"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이뻐해주어서.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주어서.
그런데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퍼온 글)
![](https://t1.daumcdn.net/cfile/cafe/0332884C5191740931)
첫댓글 거대한 파도는 보무 당당하게도
드디어 세계의 수도 워싱턴에 당도하였으나,
초라하고도 무참하게 추락하다-윤내시
처자식을 위해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이 땅의 아버지들
아내는 나가 놀라 하고
아들놈은 아빠가 왜 있는지 모른다 한다.
오이디푸스 증후군인가?
엄마 치마폭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마마보이'가 될텐데.....
권위가 실추된 가장이 한숨 섞인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