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접한 순간 일단 표지와 일러스트에 살짝 호기심이 갔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피노키오는 어린 시절 누구나 교과서처럼 의례적으로 한 번 이상씩은 접해 본 책이기 때문에 사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게 한 번 더 읽을 수 있었다. 이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크기도 조그맣기 때문에 가방에 넣고 다니며 읽을 수도 있고, 내용도 쉽고, 이해가 쏙쏙 잘 되어서 무척이나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 부분에서 여러 고초를 겪고 결국 상어의 뱃속에서 생을 마감할 것 같았던 피노키오가 사랑하는 제페토 할아버지를 만나 다시금 행복의 시발점이 된다는 내용이 참으로 인상깊었다. 숨가쁘게 헐떡이며 그간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말하는 피노키오의 모습이 머리속으로 그려지며 저절로 숨이 가빠짐을 느꼈다. 그리고 해피엔딩으로 끝이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줄거리는 모두 다 아는 내용이기에 각설하고 이 책의 묘미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다. 피노키오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 나무로 만들어진 목각인형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제페토 할아버지를 만났기 때문에 어느정도 아이답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난꾸러기에 말썽쟁이이지만 그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고통과 시련을 겪는 모습 속에서 함께 안타까워했고, 피노키오가 제페토 할아버지를 향한 절절한 사랑을 보여줄 때는 함께 가슴 찡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인지 앉은 자리에서 후딱 술술 읽혀서 흐름이 끊어지지 않았다. 특히나 중간중간의 일러스트 들이 다소 몽환적이게도 느껴졌고, 더 큰 상상을 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준 것도 같다. 내용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일러스트들을 정말 추천하고 싶다.
피노키오라는 작품의 작가는 우리에게 피노키오라는 하나의 목각 인형을 빗대어 무언가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았다. 표면적으로는 나쁜 짓과 장난, 철없는 개구쟁이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이면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정과 의리, 속 깊은 마음 등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면서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가 생각났다. 조금 뜬금없는 매치일 수도 있지만 어린왕자라는 책을 두고 우리는 어른들이 꼭 읽어보아야 하는 도서라고 칭하지 않던가!! 어린왕자 못지 않게 이 피노키오라는 책도 성인들을 위한 정서교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피노키오는 재미와 동심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주는 똑똑한 책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것이다. 이 책을 덮으며 추천해 주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이 몇명 떠올랐다. 그리고 책을 읽고 함께 공감해주기를 조금은 기대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시원한 여름 밤에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