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글] Endless Desire 3막

[박형건]

Endless Desire_ †)13장(† 위기의 벨제뷰트

By. White knight

여기는 마르스 황궁.

"어떤가, 레시아 공작. 요새 공작으로의 생활은?"

호남형의 잘생긴 남자가 레시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천천히 얼굴을 보듬기 시작했다. 이 일종의 성희롱에 레시아는 참아야 된다.
왜? 호남형의 상대는..... 바로 마르스의 황제이기에.....

"괘, 괜찮습니다. 요새 좀 바빠졌다는 것이 그렇지만....."

"쿠쿡, 그래도 날 만나는 것은 괜찮지 않나?"

'빌어먹을.... 그래, 너 잘났다!'

레시아는 상대가 황제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외치고 싶었다. 레시아가 총을 잘 쏴서 황제가 총애했다는 이야기. 사실은 거의 반만 맞은 이야기다.

'망할... 아르시스 그 자나 그 형이나 색마는 색마군.'

"쿠쿡, 어떤가? 오늘 내가 그대를 황홀하게 해줄수도 있는데?"

".....사양하겠습니다. 전 공적으로 이 황성을 다니는 것이지, 그런 사적으로 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레시아는 황제의 집무실을 도망치듯 뛰쳐나갔다. 황제는 아쉽다는 듯, 와인 한잔을 원샷으로 들이켰다.

"후우... 멋진 여자야... 반드시 내 후궁으로 맞아주지, 레시아."













레시아는 황제의 집무실을 나오고 문득 마르스의 황비를 만났다. 별로 좋지 않은 만남이었다.

"오랜만이군요, 레시아. 공작이 됐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아, 예."

"앞으로..... 폐하를 볼 일이 더 많아지겠군요?"

".....그, 그렇겠죠."

황비는 그렇게 인사말도 없이 그녀를 지나쳤다. 완전히 레시아를 한 나라의 공작이 아닌, 황제의 정부 정도로 보는 눈으로.....

'빌어먹을 년. 후세도 낳지 못하니까 그런 취급을 당하는 거지.'

자신을 맨날 성희롱하는 황제나, 그것을 질투하는 황비나, 정말 다 짜증이 난다. 레시아의 생각이었다.

"이제 나오셧습니까?"

"아, 슈렌님."

요새 디바인 크루세이더들이나 데스발키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 때문에 대놓고 슈렌이 레시아의 보디가드 역할을 하기로 했다.

"언니! 이제 나오세요?"

"와아, 카에도 왔구나?"

카에를 보니 한순간 짜증은 사라지고 웃음꽃이 만발하는 레시아였다. 슈렌은 그런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아, 슈렌님.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레시아는 당황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어떤 여자가 초절정 꽃미남이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데 당황하지 않겠는가?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당하셧는지?"

"......슈렌님께서 마음을 읽을 줄 아신다면 아시겠죠."

레시아는 그렇게 말하며, 슬픈 얼굴로 마차에 올랐다. 슈렌은 아무 말없이 마차에 올라탔다.

'차라리... 저런 조용하고 잘생긴 남자가 나한테 고백한다면 순순히 받아들일텐데.....'













"여긴가, 레시아 공작가가?"

"예, 대천사장님."

가장 뒤에서 공작가를 보고 있는 벨제뷰트였다.(소심하기는...--;;) 그 때, 누군가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음, 너희들은?"

근육질에 커다란 해머를 들고 있는 여자, 그리고 귀엽게 생긴 이미지에, 흉기가 띄는 창을 들고 소녀.

"데스발키리 레베카 프람베르그."

"데스발키리 츄우 란이에용~~"

"너희들이 데스발키리인가? 우리에게 목적은?"

벨제뷰트는 자신의 검을 빼들며 물었다. 동시에 크루세이더 단장들도 일제히 무기를 꺼내들었다.

"물론 디바인 크루세이더 척살. '가즈 나이트나 디바인 크루세이더가 상관하면 명령에 상관없이 척살하라.' 이것이 하데스님이 내려준 작전명 디자이어 마르스의 한 부분이다."

레베카의 말에 벨제뷰트와 단장들은 더욱 긴장을 했다. 레베카는 토울 해머를 높히 치켜든 다음 돌진할 준비를 했다.

"간다."

"호홋, 살살 해드릴께요."

그리고 그들에게 달려는 츄우와 레베카였다.

"건방진 것들! 올테면 와라! 크하앗!"













카에는 레시아의 품에서 잠들고 있었다. 시간은 늦은 밤. 12살 짜리가 잠기운을 못 이길 만한 시간이다.

"이 아인 정말 마음에 들어요. 순수한데다 착하고...."

"요모조모 마음에 드는 아이죠."

"슈렌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레시아는 웃으며 물었다. 슈렌은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그런데..... 슈렌님께선 좋아하는 여성향이라도 있으신지...?"

그 말에 슈렌은 살짝 눈을 떳다가 다시 감았다. 그리고 말했다.

"특별히 좋아하는 여자는 없습니다."

"그러....세요?"

"하지만 현재 사랑하는 여자는 있죠."

그 말에 레시아는 귀가 번뜩였다. 저 벽창호 같이 무뚝뚝한 남자가 좋아하는 여인이라....

딸각!

"제 양딸입니다."

"딸?"

레시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슈렌의 펜던트를 쳐다보고 있었다. 얼굴에 흠집만 없다면 미인일 듯한 여성이 슈렌과 함께 그려져있는 초상화가 있는 펜던트였다.

"현재는 만날 순 없지만.... 어쨌든 사랑해본 여자라면 이 아이 밖에 없는 실정이죠."

"그렇....군요."

레시아는 고개를 카에 쪽으로 푹 숙였다가 다시 물었다.

"슈렌님께선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레시아가 이상하게 자잘한 것들을 묻는 것에 이상함을 느끼는 슈렌이엇지만, 일단은 정중히 답해주자고 생각하는 그였다.

"26입니다만."

"그렇군요."

레시아의 나이 27살. 노처녀 초기의 나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3년이면 서른이다. 그것을 망각하는 레시아였다.

"그런데 이런 것을 묻는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예?! 아, 아, 그것은... 저...."

레시아는 얼굴이 벌개지며 얼버무렸다. 슈렌은 순간 레시아를 보며 누군가와 얼굴이 겹쳐지는 것을 느꼈다.

'포르테 님...인가?'

예전 부르크레서 부활 때, 28살의 노처녀의 나이로 자신에게 고백했던 말스 왕국의 여장군 포르테. 갑자기 그녀가 떠오르는 슈렌이었다.

"......말하기 싫으시면 하지 마십시오."

"네? 아.. 네."

레시아는 십년 감수햇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그 때, 마부가 소리쳤다.

"공작님! 앞에서 무슨 폭발음 같은 것과 싸우는 소리가 들립니다만."

"뭐? 감히 내 영지에서 또 패싸움을 벌이지는 자들이 있단 말인가?!"

저번 지크와의 헤프닝으로 패싸움이란 말엔 질려버린 레시아였다. 슈렌이 그룬가르드를 헝겊에 풀며 일어섰다.

"제가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카에가 깨지 않게 해주십시오."

"아, 네."













"후후훗, 이제 항복하는 게 어때?"

"호홍, 레베카 말이 맞아요~. 다른 천사들도 다 죽었잖아요?"

벨제뷰트가 데려온 10명의 디바인 크루세이더 단장들은 이미 레베카의 토울 해머와 츄우의 바로크에 의해 명계 구경을 가고 말았다.

"건방진 년들. 감히 나 벨제뷰트를 어떻게 해볼 생각이나?"

"년이라뇨? 숙녀한테 넘 심한 말이다앙~! 자기도 중성이면서."

"어떻게 해본다면 어쩔 건데?"

레베카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왔다. 순간 벨제뷰트는 레베카의 빈틈을 노려 검을 날렸다.

츄아악!

"크윽! 너 이 자식, 벨제뷰트!"

순간 방심했다고 생각한 레베카는 얼른 토울 해머로 벨제뷰트를 찍으려고 했다.

콰항!

"느리다. 그 정도로 나 대천사장 벨제뷰트를 어떻게 할 생각이었나? 착각에 살지 말도록."

"이익!"

벨제뷰트의 도발에 단순무식한 레베카는 도발에 넘어가고 연신 토울 해머를 휘둘렀다.

"이걸로 끝이다!"

"크윽!"

벨제뷰트의 공격. 레베카는 막을 수 없는 위치였다. 그러나 벨제뷰트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레베카, 하여간 넌 단순한게 문제라니까."

바로 츄우였다. 갑작스러운 츄우의 공격. 그러나 츄우의 공격은...

"크하아아악!"

총 12번의 츄우의 공격을 맞고 쓰러지는 벨제뷰트였다. 12번의 공격, 그것은.....

"너, 너... 하인켈님의 죠디악을 익힌 거야?!"

"호홍, 아직 미.완.성.이지롱~! 저 오빠가 방심해서 맞출 수 있었던 것 뿐이야. 게다가 아버지의 죠디악도 어깨너머에서 배운거라 죠디악이라고 할 수 없어."

미완성이라곤 하지만 너무나 빠른 12번의 공격. 레베카의 시력으론 도저히 볼 수 없는 공격이었다.

'저 녀석, 언제나 통통 웃고 다니지만.... 나름대로 강해질려고 노력하는 건가?'

레베카는 츄우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으으... 젠장할..."

누군가의 신음소리에 레베카는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물론 신음소리는 벨제뷰트지만.

"자, 대천사장 나으리. 우릴 애먹인 죄는 청산해야겠지?"

"내, 내가... 이 몸께서.... 니년들 따위에게....!"

레베카는 천천히 토울 해머를 치켜올렸다. 벨제뷰트의 머리가 곧 박살날 지경이었다.

"헬 그랜드 노바."

콰과광!

갑작스럽게 땅이 갈라지고 폭염이 쏟아져 나오자 츄우와 레베카는 얼른 공중으로 피했다. 츄우는 안색이 완전 섬뜩할 정도로 변해있었다.

"호홋, 만나고 싶었답니다, 슈렌 스나이퍼."

멀리서 슈렌의 모습이 보였다. 츄우는 그에게 달려들었다.

"야, 츄우! 어디 가?!"

레베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슈렌에게 덤벼드는 츄우였다.

카항!

그룬가르드와 바로크가 부딫히고 츄우는 깜찍한 미소로 슈렌에게 말했다.

"슈렌님, 정말 만나고 싶었답니다. 호홋."

"....."

"어머나, 처음 만날 때도 벽창호더니... 사실 제가 요즘 죠디악을 터득하느라 무진장 애를 쓰고 있거든요? 저한테 죠디악 한수만 보여주시면 안 돼요?"

그 말에 슈렌은 살짝 눈을 치켜떳다. 그리고 말했다.

"원한다면. 그러나 죽어도 책임은 못 진다."

"...! 무, 물론이죠, 호홋."

"야, 츄우! 무슨 짓이야! 그러다 진짜 죽으려면...."

그러나 레베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슈렌의 그룬가르드가 화염에 휩싸였다.

"광염 12궁! 죠디악!"

죠디악의 공격이 그녀를 난사했다. 츄우는 땅으로 떨어지며 살짝 미소지었다.

'역시... 죠디악은 멋있어...'













"우웅~!"

카에는 눈을 떳다. 아직도 마차 안이라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레시아 언니."

"아, 카에. 왜 나왔니? 더 자지 않고?"

결국 슈렌이 어떤 여자들과 싸우는 모습을 본 카에였다. 그 때, 카에의 눈에 누군가가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저건..... 벨제뷰트님?"

저번에 자신이 그를 여자라고 말했다가 된통이 자신을 혼낸 미남자. 벨제뷰트가 지금 죽을 정도로 기절해 있었다.

"언니! 저 사람 좀 옮겨요! 곧 죽을 것 같잖아요?!"

"그, 그래? 그러자..."

사실 어디서 본 적도 없는 부랑자를 자신의 집으로 옮긴다는 것이 꺼림칙햇지만, 요즘 의자매까지 맺은 사랑스런 동생의 말이라, 레시아는 마부와 함께 벨제뷰트를 마차에 태웠다.













"야, 츄우! 정신차려!"

"으음..."

츄우의 옷은 죠디악의 12번의 공격에 갈기갈기 찢어져 그녀의 나신이 보일 지경이었다.

"힘을 적게 줬다. 게다가 공격부분도 사혈(死血)은 피했으니 안심해라."

"흥, 병 주고 약 주는군."

레베카는 츄우를 업으려고 등을 돌렸을 때,

"치사해요, 슈렌님."

"음?"

츄우가 어느새 눈을 떠서 힘들게 웃고 잇었다.

"최선을 다해야죠. 그래야 제가 죠디악을 익혀서 복수해드리죠."

".....그도 그렇군."

슈렌은 등을 돌려 사라지려도 한마디했다.

"널 죽이면 선생이 슬퍼할 것 같아서."

그 말에 츄우는 피식 웃으며 레베카의 등에서 잠들어버리고 말았다. 슈렌은 그런 그녀를 살짝 뒤돌아보며 조그만 미소를 지었다.

'강해져라, 츄우 란. 그래야 하인켈 선생의 딸답지.'









_Endless Desire_ †)14장(† 어둠의 그림자

By. Shifeed knight

"으음..?"

만으로 하루가 지난뒤, 겨우 정신을 차린 벨제뷰트는 몸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자 다시 누우며 중얼거렸다.

"여긴.. 어디지."

붕대로 감겨져 있는 자신의 양 팔을 본 그는 말했다.

"그래, 분명 자신을 데스발키리라고 밝힌 여자 두 명과 싸우다가.. 으윽.."

벨제뷰트는 가슴에 통증이 오는 듯 몸을 감싸안고 괴로운 신음을 토했다.

"천 년도 못산 악마따위에게 지다니.. 이 대천사장 벨제뷰트님이.."

실소를 터뜨린 벨제뷰트는 창밖에 보이는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정원을 보고 다리를 절룩거리며 창가로 갔다.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은.. 신계에서도 본 적이 없는데.."

창가에 기대어 정원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던 그는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금발머리의 소녀를 보고 커튼 뒤로 숨었다.

붉은색의 레이스가 엄청나게 많이 달린 드레스를 예쁘게 차려입은 카에를 본 벨제뷰트는 할말을 잊고 말았다.

카에가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어머나, 장미가 예쁘게 피었네~"

핑크빛이 나는 장미꽃잎에 얼굴을 부비던 카에는 이내 활짝 웃었고 그 모습을 보고 만 벨제뷰트는 그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 아니.. 내, 내가 왜 이러지."

다시 침대에 돌아와 빗겨 앉은 벨제뷰트는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 느낌은 뭐야. 겨, 겨우 12살짜리 꼬마한테.. 뭐하는 짓이냐, 벨제뷰트!"

긴세월을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사랑의 감정'을 카에에게 처음으로 느낀 벨제뷰트.

그는 못참겠다는 듯이 머리를 감싸쥐고 침대에 누우며 소리쳤다.

"젠장!!"















지하에 마련된 회의실에서 나와 바람을 쐬고 있던 알테미스는 곁에 누가 있는 듯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제 6개월이 거의 다 되가는군."

"그래.."

공간의 일그러짐과 함께 알테미스의 뒤에서 붉은색의 피가 응축되기 시작했고 곧 사람의 형상을 갖췄다.

"이제 어떡할거지?"

아란은 쓸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글쎄.. 어떡할까.."

"난 널 이해할 수 없어. 네 마음도 몰라주는 남자야. 니가 보고 있다는 걸알면서도 공주님과 껴안고 키스한 녀석이란 말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를 위하려는 거지? 왜 그를 위해서 널 희생하려는 거야? 이미 그에겐 넌 안중에도,"

"나도 알아."

알테미스의 말을 가로막은 아란은 곧 알테미스와 눈을 맞추고나서 말했다.

"그치만 알테미스..

그는 나때문에 수백년간을 아파해왔어. 그가 나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슬퍼한 시간은 말로 표현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았지."

주저앉듯이 바닥에 앉은 아란은 힘없이 말했다.

"어제 그에게.. 수많았던 나의 전생에 대한 기억들과.. 지금의 나까지도 잊으라고.. 잊자고 말했어."

알테미스는 일이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유로공주님도.. 리오 스나이퍼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나?"

"그래.. 처음엔 그저 모친의 복수를 위한 집착으로만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더라구.."

아란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 핏기가 가신 얼굴에 드리운 그녀의 웃음은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도저히 아란의 그 웃음을 볼 수 없었던 알테미스는 눈을 감았다.

"그를 사랑했어. 그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따위는 이제 중요하지 않아.

쓸데없이 앞에 나서서 그를 괴롭히는 일따윈 없을거야. 그에게 다시는 지금까지 겪어온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고 싶지 않아."

감았던 눈을 뜬 알테미스는 쓰러져 있는 아란을 내려보며 물었다.

"그래서 이제 어떡할건가."

"악신계로 돌아가겠어. 그리고 앞으로 가즈나이트와 관련된 임무는 일체 맡지 않겠다고 하데스님께 말씀드릴거야."

비틀거리며 일어선 아란은 차원문을 열었다.

"미안해, 알테미스."

슬픈얼굴로 친구를 돌아본 아란은 곧 차원문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이제야 정신이 드나?"

꿈에서 막 깨어난듯한 얼굴의 유로는 초점없는 눈으로 하데스를 바라봤다.

"흠.. 완벽해. 완벽한 데스발키리로 다시 태어난 소감이 어떤가, 유로?"

"...."

유로는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사나워진 눈으로 하데스를 노려봤다.

"아아, 잊고 있었군. 자네의 입은 내가 잠시 봉인해뒀네. 머리속으로 생각은 할 수 있지만 입밖으로 내보낼 수는 없지.

데스발키리로서 할 수 있을만한 말만 할 수가 있어.

이젠 정말로 단순한 악신계의 전투기계가 된 셈이지. 답답하겠지만 이번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일뿐이니 참아주게나."

하데스는 유로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말했다.

"예전의 기억은 기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전혀 갖고 있지 않을테니.. 디자이어 마르스에 대해서 다시 얘기하지.

거두절미하고 간단히 말하겠네."

어깨에 올린 손을 내린 하데스는 주위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곧 유로의 머릿속에 직접 전음을 보냈다.




[마르스 제국을 악신계에 흡수시키되, 방해가 될만한 것들은 비록 그것이 아군이라 할지라도 처치한다.]

_Endless Desire_ †)15장(† 지크VS벨제뷰트

By. White knight

"어이, 대천사장 양반!"

"헛!"

순간 벨제뷰트는 죄지은 사람처럼 움츠러들었다. 지크였다.

"뭐야? 뭔데 그리 놀라는 거야?"

"아, 알 바 아니잖은가?"

"흠, 뭘 보는 거실까?"

"아, 앗!"













"카에, 꽃구경 하는 거니?"

"아, 레시아 언니."

카에는 꽃에서 레시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레시아는 빙긋 웃으며 카에의 옆에 섰다.

"어떠니, 요새 이 저택 생활은?"

"너무 잘해주셔서 부담스러울 정도에요."

카에의 그 말에 둘다 맑은 미소를 지었다.

"예전엔 이런 생활은 꿈에도 꾸지 못했어요. 리오님을 못 만나고... 지크님, 슈렌님 등을 못 만나고... 그리고 마지막에 레시아 언니를 못 만났다면.... 전 이런 생활을 하지 못했겠죠?"

"꼭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단다. 꼭 인생사가 불행만 있으란 법은 없잖니?"

그렇게 말하며 레시아는 카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크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보곤 벨제뷰트는 순간 진짜 죄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몸이 굳어지고 말았다.

'내, 내가... 뭘 잘못햇다고 이렇게 몸이 굳어지는 건가?! 젠장!'

"이봐, 중성 양반."

"뭐, 뭐지?"

지크는 벨제뷰트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씨익 웃었다.(벨제뷰트의 등에는 식은 땀 한방울이....ㅡㅡ;;)

"대천사장 정도 되는 인물이 그렇게 여자 보는 눈이 낮냐?"

"그, 그것이...."

사실 지크의 말은 말되는 말이었다. 아무리 카에가 예쁘고 귀엽더라도 아직 12살, 어린아이다. 벨제뷰트 자신도 어쩌다 저런 꼬맹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도대체가... 도대체가...."

"......."

"어쩌자고 저런 노처녀를 좋아하는 거야?!"

"엥?!"

지크의 말에 순간 황당해서 또 굳어버리는 벨제뷰트였다. 현재 지크의 화제는 카에가 아닌 레시아였기에.....

"이봐, 정신차려! 저런 노처녀를 좋아했다가 신계가 발칵 뒤집힌다고! 신계 뉴스에 광고 낼 일 있냐? '대천사장, 노처녀 사랑하다.'라는..."

"무례한! 함부로 이상한 생각하지 마라!"

어깨에서 지크의 손을 떼고 소리치는 벨제뷰트였다. 지크는 멋쩍은 얼굴로 말했다.

"헤헷, 미안, 중성 형씨. 그렇다고 바이칼 같은 앙탈은 부리지 말라고. 우헤헤헷!"

"크으윽... 나에게... 찾아온 용건이나 말하시지..."

순간 벨제뷰트에게서 죽음의 살기가(천사가 암흑투기를?![퍽!]) 퍼졌으나, 멍청한 지크가 그걸 눈치챌리 만무하리....ㅡㅡ;;;

"아, 맞아! 형씨는 대천사장이니까, 무쟈게 강하지?"

"뭐.... 그런 편이라고....."

지크는 벨제뷰트의 얘기를 듣고는 싸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기회가 없었다. 휀과 싸워서 1합만에 깨졌다지만, 그것은 휀이 2단계 정도를 풀었을 때, 얘기였다.

게다가 예전에 리오와 벨제뷰트가 싸우던 것까지 구경한 적이 있는(7권 아로코엘 외전 참고.) 지크로선 벨제뷰트와 붙어보고도 싶을 것이다.

"그러니까..... 대련을 해달라?"

"뭐 그런 편이야, 헤헷!"

벨제뷰트는 대천사장인 만큼 가즈 나이트에 대한 정보는 확실히 갖고 있다. 지크의 정보 중 '가장 무모하고 형편없지만, 실력 진보와 향상은 가즈 나이트 전원 중 최고.'라는 정보가 문득 머릿속을 지나갔다.

"좋아.... 승낙하지."

"헤헷, 좋아. 몸은 다 나았지?"

"물론."

"오케이! 오늘 오후 파티타임이야. 헤헷."













그리고 오후.

지크는 요즘 잘 안 사용하던 무명도를 꺼내들었고, 벨제뷰트도 역시 자신의 검을 꺼내들었다.

"아니, 도대체가! 왜 내 저택의 정원에서 칼싸움질을 하냔 말이에욧!"

"언니. 너무 화내지 마세요."

역시 레시아의 반발이 거셋다. 그 때, 지크가 레시아에게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어이, 총잽이 누님. 이번 기회에 검과 도의 매력을 느껴보라고!"

"흥, 웃기는군, 건달."

단박에 지크의 말을 무시하는 레시아였다. 리오와 슈렌도 그들의 대련을 관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때, 슈렌? 지크가 벨제뷰트를 이길 것 같아?"

"현재 벨제뷰트의 컨디션은 낮아. 지크가 최선을 다 한다면, 50.4% 정도의 확률로 이길 수 있다."

"기계적인 말은 별론데?"

"미안하군."

한마디로 동등하다는 얘기다, 이 승부는. 지크는 씨익 웃으며 무명도의 검집을 허리에 차고는 달려들 준비를 했다.

'발도술? 초반 공격이 강한 공격법이군.'

그렇게 생각하며 벨제뷰트는 방어준비를 했다. 검집에서 무명도가 빠른 속도로 빠져나오며 지크는 벨제뷰트에게 달려들었다.

"아라챠!"

카하아앙!

금속 울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나며, 벨제뷰트는 기회를 노려 지크의 빈틈을 베었다.

쉬이익!

"우왁! 나의 재킷을?!"

자신의 재킷이 조금 찢어지자 열이 받을대로 받은 지크였다. 그리곤 몸에 뇌력을 생성했다.

"이 승부 끝나면 내 재킷 재봉질이라도 해놔! 극뢰, 뇌천살!"

지크의 천번베기 뇌천살. 그러나 벨제뷰트는 대천사장다운 노련함으로 뇌천살을 218번째 베기에서 멈추게 했다.

"아무리 성장 속도가 빨라도 아직 대속성까진 멀었군. 특히 휀 라디언트에겐."

"쳇, 난 설교하는 놈이 가장 싫어!"

지크의 몰아붙히기. 벨제뷰트는 차분히 막으며 기회를 노렸다.

"극풍 뇌천살!"

다시 뇌천살. 그러나 이번 것은 뇌력이 아닌 바람의 힘이다. 벨제뷰트는 휘몰아치는 강풍에 얼른 공중으로 피했다.

"쳇, 난 공중전은 싫은데...."

다시 바람으로 몸을 휘감고 공중으로 뜨는 지크였다.

"어, 언니... 저거 지금... 나는 것 맞죠?"

"그, 그래... 그렇구나..."

레시아와 카에는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미 사라져버린 멸종인들인 '마법사'가 아닌 이상 하늘을 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 둘이 놀랄 수 밖에....

"쳇, 방어만 하지 말고 공격 좀 하시지!"

"그 뜻, 받아들이지."

카항!

벨제뷰트의 공중전에서의 선제공격. 기술면에나 스피드에선 딸리지만, 힘과 노련함이라면 벨제뷰트가 우선시했다.

"쳇, 중성 맞아? 왜 이리 힘이 세?"

"니 대장에게 물어보도록."

카하앙!

순간 지크는 방금 벨제뷰트의 공격에, 바람의 힘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벨제뷰트가 확인사살을 하려고 있었다.

"끝이다."

"쳇, 웃기지마! 진공회류참!"

땅에 떨어질 줄 알았던 지크의 갑작스런 기습 공격. 벨제뷰트는 고스란히 진공회류참을 맞고 말았다.

콰항!

"크허어억!"

벨제뷰트는 간신히 몸의 균형을 잡아 다시 공중에 떳다. 그러나 지크는 달랐다.

"으아악! 어머니이~~!!!!"

언제나 공중에서 떨어질 때, 레니를 찾는 버릇은 여전한 지크였다.ㅡㅡ;;; 여하튼 지금 지크가 떨어지는 곳은 다름 아닌 화원이었다.

[호홋, 오늘따라 꽃이 예쁘네?]

순간 벨제뷰트의 머릿속에 카에의, 꽃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눈엔 대결을 관전하는 카에의 모습이 보였다.

"우와아악! 리오! 슈렌! 나 좀 살려줘~~!!"

이대로 가다간 장미꽃 가시범벅이 될 지크.

텁!

누군가가 손을 잡아주었기에 다시 공중에서 몸을 멈춘 지크였다. 그것은 리오도, 슈렌도 아니었다.

"얼라? 중성 양반이 날 왜 구해준거야?"

의외의 상대, 벨제뷰트가 자신을 구해준 것에 지크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그러나 벨제뷰트의 이유는 너무도 황당했다.

"아름다운 화원이 니놈의 엉덩이로 인해 망가지는 꼴을 보기 싫어서."

"무, 무어라!?"

고작... 꽃밭 때문에 구해줬다는 거냐아?!! 지크의 생각이었다.

"고마워요, 벨제뷰트님. 덕분에 화원도 무사하고...."

순간 카에는 지크의 흉안광(이런 기술을 함부로 써먹는군..ㅡㅡa)을 보고 곧바로 말을 이었다.

"화원도 무사하고, 지크님도 구해냈네요?"

"사랑을 받고 있는 아름다운 것들이 망가지는 꼴은 보기 싫으니까."

느끼하면서도 무뚝뚝한 말이었다.ㅡㅡ^ 한편, 리오와 슈렌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엇다.

"저거 벨제뷰트 맞아? 인간, 아니 천사가 어떻게 하룻밤만에 싹 바뀌는 거지?"

"......그거 알면 나한테도 가르쳐 주도록."













"절망의 데스발키리, 아란 슈발츠. 귀환했습니다."

"내가 귀환하라는 명령은 내리지 않았을텐데, 아란?"

하데스의 차가운 한마디. 아란은 굳은 의지가 담긴 얼굴로 말했다.

"하데스님. 전 이제부터 가즈 나이트와 관련된 임무는 하지 않겠습니다. 윤허해주십시오."

"특히 리오 스나이퍼와 관련된 임무는 하지 않겠다는 건가?"

그 말에 아란은 움찔했지만, 곧바로 다시 얼굴을 굳혔다.

"네."

"그런가? 자네처럼 나한테 그런 말을 한 인물이 또 있지."

아란은 문득 유로가 떠올랐다. 유로라면 분명 그런 말을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데스는 살짝 웃으며 소리쳤다.

"들어오게, 유로."

'역시나....'

예상대로 유로 이야기였다. 그런데... 유로가 이상해보였다. 너무나 강렬한 암흑의 기. 게다가.... 촛점을 잃은 듯한 눈.

"유, 유로 공주님?"

"유로가 하도 말을 안 듣기에 약간 악신의 권능을 하사해준 것 뿐이네."

"무, 무슨 짓을...?!"

일종의 마리오네트였다. 하데스가 가장 잘 사용하는 방법으로 알려진데다, 그 힘이 엄청나서 세뇌를 풀기 어렵다는 하데스의 마리오네트였다.

"어떤가? 자네도 이런 능력을 하사해 줄 수도 있는데?"

"이, 이런.... 일을..."

"싫다는 건가?"

아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하데스는 유로에게 눈을 돌렸다. 유로는 어른으로 몸으로 변한 후, 아란에게 달려들었다.

츄아악!

"아악!"

순간 아란의 옆구리에 선혈이 분수처럼 흘러내렸다.

"이, 이러지 마세요, 공주님! 이건 공주님답지 않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 유로는 이제 완전한 살인병기니.]

유로의 입에서 이상한 음성이 들려왔다. 유로의 목소리와 하데스의 목소리가 합쳐진 듯한 목소리였다.

"하, 하데스님..."

[진작에 내 말을 들었으면 좋지 않았나, 아란?]

다시 유로를 통해 재미있다는 듯한 얼굴로 말하는 하데스였다. 그리고 다시 유로를 조종하는 그였다.

촤하악!

"아아악!"

유로의 검에 계속 난도질을 당하는 아란. 그녀는 결국 기절하고 말았다.

"밖에 누구 없나? 아란을 끌고 수감시켜라."

악마들이 아란을 끌고 감옥으로 향했다. 그리고 하데스는 유로에게 다시 눈을 돌렸다.

"크큭, 이젠 넌 다시 마르스로 가라, 유로."

유로는 그저 고개만 끄덕인채 사라지려고 했다. 그 때, 하데스가 다시 말했다.

"아, 잊지 않고 말 안한 것이 있구나, 유로."

"......"

"척결대상 1호, 그 이름은 리오 스나이퍼다."

[리오 스나이퍼다....]

[리오 스나이퍼다...]

[리오 스나이퍼다..]

유로의 머릿속에 그 말이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악몽이 시작되고 있었다.









_Endless Desire_ †)16장(† 진실

By. Shifeed knight

"이봐, 중성천사. 아니지아니지.

어쨌든 날 살려준건 살려준거니까 그냥 천사양반이라고 불러줄게.

솔직히 아까 내 손잡은거 노처녀 누님을 위해서였지? 어찌됐든 저건 노처녀 누님의 정원이니까."

얼굴이 붉어진 벨제뷰트는 지크를 무섭게 쏘아보며 소리쳤다.

"아, 아니다! 그 무슨 헛소리냐!!"

"뭐? 아니라구? 아니긴... 호홋, 얼굴 빨개진 것 좀봐!! 노처녀 누님 좋아하는 게 확실히 맞구만~!"

"아니라고 했지않느냐!! 내가 좋아하는 건 저 여자가 아니라 저기있는!"

벨제뷰트는 검지손가락으로 카에를 가리켰다.

지크는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벨제뷰트의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봤고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벨제뷰트의 고함소리를 듣고 시선을 집중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벨제뷰트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을 이었다.

"저, 저, 저, 저기있는 분홍색 들장미란 말이다!!"

그 순간 정원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마르스 제국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황궁.

황금과 대리석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황제의 알현실 안에 마련된 커다란 의자에 앉아있던 현 황제 바호시스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전황(前皇)의 자손이 아직도 마르스에 남아있다는 말인가?"

바호시스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고 있던 복면차림의 자객은 살짝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소문으로는 그러하옵니다."

"그게 누구지?"

바호시스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전황의 살아남은 자손이 누구냐는 정보를 캐기위한 질문이었다.

자객은 조용히 손바닥을 비벼댔다. 돈을 더 얹어주면 대답하겠다는 의사표시였다.

"여봐라."

"예, 폐하."

"저 자에게 1000만 마르셀을 즉시 하사하라."

엄청난 액수의 돈을 허름한 옷차림의 자객에게 하사하라는 느닷없는 명령에 내관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행하겠사옵니다."

곧 자객의 앞에는 커다란 자루 하나가 놓여졌다. 그 자루를 풀어서 내용물을 확인한 자객은 입을 열었다.

"레시아 공작의 저택에 머물고 있는 카에라는 계집입니다.

전황비는 이미 폐렴으로 세상을 떴다하고 뮬렛 황가의 증표였던 수류의 반지는 그 계집이 갖고 있다하옵니다."

"좋은 정보였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

바호시스는 대답대신 오른손을 서서히 들었다. 순간 천장에서 무수한 총격이 자객에게 가해졌고

몇분이 지난 후 멈춰졌다. 완전히 피투성이의 걸레조각이 된 자객의 시체를 본 내관은 고개를 돌리며 헛구역질을 해댔으나

바호시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관에게 말했다.

"치워라. 보기싫군."

내관들은 고개를 돌린채로 시체를 주워담아 알현실을 나갔고 차가운 눈으로 그 모습을 보던 바호시스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젠 정말 안녕이다. 너무나도 끈질겼던 뮬렛 황가여."











레시아의 저택 뒤에 있는 조그마한 산에 오른 슈렌은 풀밭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감은 눈을 천천히 뜨며 중얼거렸다.

"이상하군."

슈렌과 풀밭에 나란히 누워있던 지크는 슈렌을 슬쩍 응시했다.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요 며칠간 너무 조용하다는 생각 안드나."

"조용한게 뭐 어때서? 난 좋기만 하구만.."

"가만히 있을 악신계가 아닌데.. 데스발키리들도 그렇고 말이야. 지나치게 조용해."

핸드스프링으로 몸을 일으킨 지크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말했다.

"으하아암~ 그런 걱정은 좀 말아. 선신계 대천사장도 우리편이 됐겠다, 두려울 것도 없잖아?"

"악신 직속부대 타마크리트가 데스발키리들과 함께 대규모로 마르스에 쳐들어온다면

아무리 벨제뷰트와 디바인크루세이더들이 있고 우리들 세명과 주신계의 투천사들을 총동원한다해도 우리쪽이 숫적으로 불리하다."

"그래? 그럼 안전주문을 모조리 풀고 덤비면 되지 뭐."

"아, 가장 중요한 이 말을 빼먹었군. 안전주문을 모두 푼 상태라고 해도 말이다."

슈렌의 말을 들은 지크는 기지개를 펴다 말고 굳어버렸다. 짧은 한숨을 내쉰 슈렌은 마무리까지 말끔하게 지으며 말했다.

"데스발키리들을 우습게 보면 안돼. 우리가 끊임없이 성장하는 것처럼 그들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말도록."









"이게 뭐하는 짓이냐!!"

레시아는 다짜고짜 그녀의 저택으로 쳐들어온 병사들에게 날카롭게 소리쳤다.

이미 카에는 잡혀간 뒤였고 황실직속병사들은 레시아의 고함에는 아랑곳하지않고 저택의 이곳저곳을 뒤지고 있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오른 레시아는 권총을 꺼내 병사들의 다리 주변을 겨냥해 쐈다.(일부러 빗나가게.. -_-;)

놀란 병사들은 곧 레시아를 주목했고 레시아는 그들을 둘러보며 차분히 말했다.

"그 아이를 데려간 이유는 뭐지?"

"반역을 꽤했다고 하더군요."

풍선껌을 씹고 있던 병사가 건들거리는 모습으로 비아냥거리면서 대답하자

레시아는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

"반역? 정치에 ㅈ자도 모를 12살짜리 꼬마가 반역이라니.."

"우리는 황명에 따라,"

황명에 따라 행동하고 있을뿐이라는 말을 하려고 했던 한 병사는 자신의 목에 드리워진 금속의 느낌에 슬쩍 시선을

내렸다. 병사의 뒤에서 무명도를 대고 있던 지크는 평소와는 사뭇 다른 무서운 목소리로 물었다.

"죽고싶지 않다면 카에를 데려간 이유를 확실하게 부는게 좋을거야. 그리고 그 아이, 지금 어딨지?"

"화, 황궁으로 데려갔을거다. 그리고 데려간 연유는 우리도 확실히 모른다. 우리는 그저 황명에 따라서만.."

병사의 대답을 들은 지크는 그를 밀쳐내고 무명도를 거두며 말했다.

"좋아. 그 황제라는 놈. 얼마나 대단한 녀석인지는 몰라도 면상에 무명도로 내 싸인을 콱 새겨버려 주지. 슈렌, 같이 갈거지?"

"음.."

슈렌은 대답대신 조용히 그룬가르드를 들었다.

"그건 그렇고.. 리오녀석이랑 바보천사양반은 어디간거야? 그 둘만 있었으면 카에가 잡혀갈 일도 없었을거 아냐."











한편, 벨제뷰트는 자신이 장미꽃을 좋아한다고 선언해버린 날부터 하루에 한번씩 시장에서 꽃씨를 사와야 하는 카에의 심부름을 하고 있었다.

"이 내게 꽃씨라니.."

양 손에 꽃씨가 가득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던 리오는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꽤 잘 어울리는군. 후훗."

"죽고 싶은가."

벨제뷰트는 자존심이 많이 상했는지 또다시 예의 그 암흑의 기운을 내뿜으며 말했다.

"아아, 이거 미안하게 됐어."

리오는 벨제뷰트의 앞에서 손을 내저으며 미안함을 표시했다.

격한 마음이 좀 누그러졌기에 암흑 기운을 접어버린 벨제뷰트는 갑자기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가던 걸음을 멈췄다.

"이 기운은 뭐지."

잠시 후, 리오와 벨제뷰트의 앞에 분홍색을 띤 벚꽃잎이 하늘거리며 날리기 시작했다.

"... 유로..?"

리오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곧 벚꽃은 사라졌고 벚꽃사이에서 짧은 검은 머리카락의 차가운 인상의 미녀가 나타났다.

"유로!"

리오는 반가운 얼굴로 유로에게 달려가서 그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어떻게 된거야? 몸은 좋아진거야?"


[척결대상 1호, 그 이름은 리오 스나이퍼다.]

그 순간, 유로의 머릿속에 하데스의 명령이 되뇌어졌다. 초점없는 눈으로 리오를 바라보던 유로.

그녀는 곧 리오를 멀찌감치 밀어내고 자신의 검을 빼들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가즈나이트 리오 스나이퍼, 당신을 죽이겠어."









_Endless Desire_ †)17장(† 각지에서 벌어지는 대전

By. White knight

"공주님께서 돌아오셧다고요?"

알테미스는 현재 하데스와 통신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네, 알테미스. 현재 유로는 바로 작전을 시행하러 갔으니, 자네들도 지금 바로 작전을 시행하게.]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데스와 통신을 끝낸 알테미스. 레베카는 잘됐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잘됐지. 아란도 떠났고, 츄우도 슈렌이란 녀석의 죠디악 때문에 꽤나 심하게 다쳤다고."

아직 죠디악의 부상이 낫지 않은 츄우. 그녀는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우웅.. 아버지.. 나도 죠디악 갈켜줘잉~..."

아마도 꿈에서 하인켈에게 칭얼거리는 꿈을 꾸나 보다.-_-;; 알테미스는 츄우는 상관않고 레베카에게 말했다.

"츄우는 그냥 쉬라고 놔두자. 레베카, 넌 나와 같이 레시아 공작가로 가자."

"뭐?! 거긴 가즈 나이트들이...."

"아니, 하데스님의 명령에 의하면 지금 가즈들은 왠일인지 레시아 공작가를 떠나있다. 지금이야말로 레시아 공작가를 악신계에 흡수할 때다."

알테미스의 말에 레베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토울 해머를 들고 일어났다. 알테미스는 레베카가 들리지 않게 혼잣말을 했다.

"하지만... 꺼림칙하군. 왠지... 하데스님이 유로 공주님께 무슨 농간을 부린 것은 아닐런지...."













"유로! 왜 이러는 거야?!"

"닥쳐."

카항!

유로의 공격에 리오는 뒤로 물러났다.

"왜 이러는 거야, 도대체? 아무리 우리가 서로 적이라곤 하지만..."

"바로 그거다. 우린 적이니까."

다시 유로의 공격. 그러나 리오는 피하기만 할 뿐이었다.

'눈에 촛점이 없다. 그리고 몸이 조금 부자유스러운 것이....'

리오의 결론은 단 하나였다.

'누군가가 유로를 조종하고 있어.'

리오는 문득 하데스가 적과 싸울 때, 마리오네트를 즐겨 쓴다는 소문이 떠올랐다.

'그렇군, 하데스!'

"죽어버려, 리오!"

계속되는 유로의 공격. 리오는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하데스인가? 그가 너를 이렇게 만든 것이란 말인가?!"

유로의 행동이 더욱 부자연스러워졌다. 아마 하데스의 힘과 유로의 본능이 부딫혀서 생겨나는 현상인 것 같았다.

"대답해라... 유로!"













한편 벨제뷰트는 리오는 도와줄 생각도 않고, 그냥 레시아 공작가로 향햇다. 게다가 리오가 그냥 가라는 소리를 해서도 7할이었다.

"흥, 하여간 대속성 가즈 나이트 놈들 콧대 높은 건 알아줘야돼."

그렇게 꽃씨봉투를 들고 레시아 공작가에 도착한 벨제뷰트였다. 집은 완전 엉망진창이었다.

"뭐야? 전쟁이라도 있었던 건가?"

"아, 벨제뷰트 씨."

레시아가 급한 마음에 얼른 벨제뷰트에게 다가갔다.

"뭔가, 인간 여자? 할 말...."

"카에가 황궁에 붙잡혀 갔어요! 건달과 슈렌 씨가 먼저 가긴 햇지만.... 저랑 같이 황궁에 좀 가주세요."

툭!

벨제뷰트는 굳어진 얼굴로 꽃씨가 들어있는 봉투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나직히 말했다.

"...어딘가? .....그 빌어먹을 황궁이...."

벨제뷰트가 왠지 분노를 느끼는 것에 의아한 레시아였지만, 지금 그런 것을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자, 어서 가요!"

벨제뷰트와 레시아가 저택을 나서려고 할 때,

"레시아 공작. 우리와 잠깐 얘기 좀 나눴으면 좋겠군."

누군가의 목소리. 알테미스와 레베카였다. 벨제뷰트는 얼른 검을 빼들었다.

"데스발키리....인가?"

"그럼 당신은 대천사장 벨제뷰트. 난 살육의 데스발키리 알테미스 슈크라드."

"저번에도 만났지만, 파괴의 데스발키리 레베카 프람베르그다. 이번엔 아주 박살을 내주지, 대천사장 양반."

벨제뷰트는 이를 악물었다. 카에가 위험한 이 시기에 하필이면 데스발키리들을 만나다니....

'젠장, 그 카에라는 아이가... 위험한데...'

벨제뷰트는 얼른 끝내버려야겟다는 생각에 그녀들에게 달려들었다.













"여기가 황궁이야?"

"음."

지크와 슈렌은 황궁 앞에 서있었다. 지크는 건들거리며 경비병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아저씨."

"......"

워낙 직업의식이 투철하여 아무 말도 안 하는 경비병이었다. 지크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여기 오늘 12살짜리 꼬맹이가 잡혀오지 않았어?"

"......."

"쳇, 말을 걸었으면 씨부렁거려야 될 것 아냐!?"

경비병이 아무 말도 없자, 지크의 머리 위엔 전구가 하나 떠올랐다.-_-;;;;

"아, 맞아. 나 지금 이 집에 쳐들어갈려고 하는데... 방어자세 안 취....."

척! 척!

어느새 방어자세 취하는 경비병들. 지크는 씨익 웃으며 무문도를 꺼내들었다.

"그래, 이래야 싸울 맛 나지. 간닷!"

촤촤촹!

칼부림 3번만에 쓰러지는 허접 경비병들이었다. 슈렌은 지크에게 비키라는 듯 손을 저으며 몸에 불꽃을 생성했다.

"멜튼."

콰하아앙!

성문이 부서지며 지크와 슈렌은 안으로 쳐들어갔다. 물론 경비병들이 몰려오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헤헷, 좋았어! 덤벼라! 극풍, 뇌천살!"

"플래임 샤인!"













콰과광!

"멈추십시오! 더이상 반항하면..."

츄아아악!

악신전의 수감실에선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한편의 테러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건 탈옥이었다.

"비켜. 더이상 죽고 싶지 않다면....."

붉은 포니테일의 여인, 아란은 힘든 몸을 이끌고 탈옥에 성공했다.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공주님, 그리고... 리오.'













"뭐라?! 아란 그 년이 탈옥을 해?"

하데스는 노기 어린 목소리로 악마들을 꾸짖었다.

"소, 송구하오나...."

"크윽, 아란 이년이!"

하데스는 노기를 풀고 다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그년은 리오 스나이퍼가 있는 곳으로 갔을테지. 유로에게 명령해 둘다 죽이라고 하면 되겠군."

현재 벌어지고 각각의 대전. 리오와 유로, 지크&슈렌과 황궁, 벨제뷰트와 데스발키리들. 과연 이들의 대전의 결과는?









_Endless Desire_ †)18장(† 백색의 셀비어

By. Shifeed knight

황궁 안.

경비병에게 목덜미를 잡힌채 끌려가고 있던 카에는 발버둥을 치며 말했다.

"날 어디로 데리고 가는 거에요!! 이거 놔요!!"

그러나 경비병의 입은 도무지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입구쪽부터 드넓은 황궁안까지 계속해서 이런 상태로 끌려온 카에는 이제 약간의 구토증세까지 느끼고 있었다.

"아프단 말예요!! 도망 안갈테니까 이것좀 놔봐요!!"

경비병은 그제서야 세게 거머쥐고 있던 카에의 드레스자락을 놔주었다. 카에는 구겨진 드레스를 툴툴 털며 말했다.

"휴.. 이제 좀 살 것 같네. 근데 대체 왜 절 여기로 데려온 거에요?"

"황제폐하의 명이다."

경비병은 짧게 대답하고 앞서서 걷기 시작했다. 같은 대답을 벌써 몇십번을 넘게 들어온 카에는 입을 삐쭉 내밀며 귀를 막았다.

"그건 이미 알고 있어요, 근데 왜 고귀하신 황제폐하께서 미천한 저를.."

"높으신 분의 뜻을 내가 어찌 알겠냐, 어서 따라오기나 해라."

말을 마친 경비병은 다시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고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인 카에도 경비병의 뒤를 따랐다.



삐걱.

음산한 문소리가 나며 알현실의 거대한 문이 열렸다. 경비병은 알현실 안쪽으로 카에의 등을 떠밀고 문을 닫아버렸다.

갑자기 떠밀려버린 카에는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아야야.."

카에는 허리를 두들기면서 고개를 들어 알현실 내부를 둘러보았다. 금과 은으로 된 화려한 장식품들, 대리석으로 된 바닥,

벽에는 이름모를 아름다운 꽃들이 걸려져 있었다. 꽃을 좋아하는 카에에게 기분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와아, 셀비어(사루비아)다!!"

백색의 셀비어를 한참 감상하고 있는 카에에게 갑옷차림의 키 큰 남자가 다가왔다.

꽃에 빠져서 정신이 없는 카에가 뒤에서 누가 다가오고 있는지 알리 없었다.

"백색 셀비어는 보기 드문데.. 나도 직접 보는 건 처음이야."

"셀비어의 종명은 스프렌덴스. 스프렌덴스의 뜻이 뭔지 알고 있나?"

갑자기 들려온 말소리에 카에는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화사한 금발머리를 길게 밑으로 늘어뜨린 호남형의 남자는 입고리를 치켜올리며 말했다.

"'강하고 휘황찬란한 빛'이다."

남자의 살기에 가득찬 얼굴을 본 카에는 두려움에 가득찬 얼굴로 뒷걸음질을 치며 물었다.

"누, 누구시죠?"

"난 백색의 셀비어를 좋아하지 않아. 내가 죽도록 미워했던 내 상관었던 자가 유일하게 좋아하던 꽃이었거든.

지금은 죽여버리고 내가 그 자리를 차지했지만 말야."

"누, 누구시냐니까요!!"

"현황(現皇) 바호시스. 마지막으로 내 거룩한 이름을 알고 가는 것도 좋겠지. 뮬렛황가의 살아남은 마지막 핏줄이여."

현황. 현재의 황제라는 뜻이었다.

카에의 몸이 심하게 떨렸다.

바호시스가 마지막으로 한 말의 뜻을 알리가 없는 카에는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다시 물었다.

"뮬렛황가의 마지막 핏줄이라뇨? 그게 무슨 뜻이죠?"

"역시 모르고 있었군. 전황비가 너에게 말을 하지 않던가?"

뮬렛황가는 뭐고 황비는 뭐란 말인가. 카에는 어리둥절함을 감추지 못했다.

미소를 얼굴에서 완전히 지워버린 바호시스는 벽에 장식되어 있던 셀비어를 거칠게 낚아챘다.

느린 동작으로 셀비어를 갈기갈기 찢어버린 바호시스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그럼 황천길로 떠난 네 어머니를 대신해 내가 말해주지. 네 본래 이름은 아리스 워폰 토스 라 뮬렛.

멸문한 뮬렛황가의 마지막 공주다."













"제길!"

거친말을 내뱉으며 무명도를 약하게 휘둘러 병사 한명을 처리한 지크는 슈렌을 돌아보고 투덜댔다.

"그 왕대가리녀석 대체 어딨는거야! 너무 넓어서 어딨는지 알 수가 없잖아!"

형제의 불만에 이의가 없다는 듯 아무말도 하지 않던 슈렌은 곧 그룬가르드를 거두며 지크에게 말했다.

"더 이상 무고한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순 없지."

"엥? 무슨 소리야?"

지크가 머리를 긁적이며 묻자, 슈렌은 공중에 몸을 띄우며 대답했다.

"날아가자. 공중에서 찾는게 더 빠를 듯 싶군."

"오호. 좋아, 이 바람의 지크님. 오늘을 위해 갈고 닦은 기술 '날라가기'로

멋지게 한번 날아주지~! 움하하핫!"

지크는 자신감에 가득 차 큰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한참을 그렇게 웃던 지크는 주위가 지나치게 조용하자 슈렌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이미 슈렌은 먼저 가버린 후였다. 당황한 지크는 바람의 힘을 사용해 몸을 띄우며 크게 소리쳤다.

"윽.. 이런.. 같이 가!~! 슈렌~!!!"
















마리오네트 상태의 상대에게 공격을 가하면 육체적인 충격뿐만아니라

정신적인 쇼크까지 함께 받게 되기 때문에 리오는 유로를 공격할 수 없었다.

"유로! 제발 정신 좀 차려봐!!"

쉬지않고 계속되는 유로의 공격으로 인해 리오의 체력은 이제 거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완력으로 유로를 밀어내고 멀찌감치 떨어진 리오는 체력을 회복시키면서 생각했다.

'큰일이군.. 이대로 가다간 끝엔 둘 다 체력한계로 죽고 말겠어.'

체력을 회복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 유로는 다시 리오에게 달려들었다.

"죽어."

리오는 씁쓸한 얼굴로 다시 디바이너를 들어올렸다. 방어하기 위함이었다.

그 순간.

갑자기 나타난 진홍색을 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리오의 시야를 가렸다.

캉!

순식간에 검과 검이 충돌했다. 뒤로 물러선 유로는 차가운 미소를 띄며 하데스의 목소리로 말했다.

[아란 슈발츠, 역시 이곳으로 왔군.

넌 지금까지 만들어진 아롤의 많은 작품 중 최고의 실패작이다.]

디스파이어를 내린 아란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데스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어서 유로공주님을 풀어주십시오.

유로님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셨으니 이번일로 악마왕들이 크게 반발할 것입니다.

일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유로 역시 검을 내린채 하데스의 목소리로 말했다.

[흥, 하찮은 전투인형에 불과한 계집의 말을 들을 내가 아니지.

들어라, 유로. 저 둘을 없앤다. 봐주는 건 없다. 기회가 생기면 생기는대로 이용해라.]

하데스의 명령을 받은 유로는 다시 검을 올려들었다.

"죽어."

리오와 아란은 유로의 공격을 받을 자세를 취했으나 유로는 검을 쓰지 않았다.

유로가 손바닥을 위로 한채 올리자, 리오의 몸이 벚꽃으로 감싸지기 시작했다.

"리오!! 위험해요!!"

위험을 감지한 아란은 리오를 강하게 밀어내며 벚꽃안으로 뛰어들었다.

[잘가라.]

하데스의 목소리로 말을 마친 유로는 주먹을 굳게 쥐었다. 아란의 몸을 둘러쌌던 벚꽃잎은 날카로운 칼날로 변해 회오리를 일으키며 아란을 공격했다.

"아악!!"

땅 위로 많은 양의 피가 떨어졌다. 아란의 것이었다.

"아란!!!!"

리오는 아란에게 다가가 손을 뻗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유로, 아니 하데스가 아니었다.

"네 상대는 내가 한다."

유로는 매섭게 리오를 공격했다. 리오는 유로의 검을 막으며 아란쪽을 바라봤다.

무방비상태였고 저항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던 아란은 소리도 내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힘겹게 눈을 뜬 아란은 자신의 뒤에 서 있는 리오를 돌아보며 말했다.

"끝까지.. 당신을 힘들게 하네요.. 이러려고 했던게 아니었는데... 미안해요, 리오..."

아란은 뜬 눈을 감았다. 그와 동시에 아란의 몸을 둘러싸고 있던 벚꽃잎들도 사라져버렸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아란의 모습을 본 리오는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버렸다.

"아, 아, 안돼.. 아란.. 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