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일요일에는 팔공지맥에서 가장 힘이 든다는 노귀재에서 갑령까지 걸었습니다.
GPS로 측정을 하면 27.7km의 장거리로서 시작부터 난이도가 높아 소문난 구간입니다.
팔공지맥이란 낙동정맥 포항시 죽장면 가사령 1.1km 북쪽의 744.6봉에서 분기하여
서쪽으로 상주시 중동면 우물리까지 뻗쳐 있는 160.1km 산줄기의 명칭인데요,
이 능선을 8구간으로 나누어 매월 넷 째 일요일마다 걸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팔공지맥 3구간의 산줄기와 주변 풍경은 어떤지 보여 드리게 됐습니다.
오전7시28분, 노귀재에서 갑령으로 출발합니다.
왼쪽 능선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절개지라서 양봉상자가 있는 골로 우회를 합니다.
선답자들이 남긴 흔적을 겨우 찾으면서 올라갑니다.
능선에 도착할 때까지 20분 동안 된비알과 씨름을 했습니다.
선답자들의 표지가 능선에 도달했음을 알립니다.
석심산을 향하여 비스듬히 올라가는 능선입니다.
오전7시59분, 노귀재에서 출발한지 31분 만에 0.9km 지점의 석심산에 도착했습니다.
평지 걸음걸이 속도가 평균 시속 5km인데 비해 1km도 안 되는 길을 31분이나 걸렸으니
들머리부터 능선까지의 난이도가 얼마나 높은 곳인지 잘 알게 됩니다.
석심산에서 28분 만에 578봉 통과하여 수귀령으로 내려가던 능선입니다.
왼쪽에는 영천시 화북면 죽전리 수귀골이 보입니다.
맞은편 산은 경사가 비스듬하여 해발 600m까지 밭으로 개간한 곳이 보입니다.
뿌리를 한약재로 쓰는 백선이 지금 꽃을 한창 피우고 있었습니다.
퇴행성 뇌신경계 질환, 그러니까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리모노이드(limonoids) 계열의 화합물을
뿌리에서 발견하여 신약으로 개발하고 있답니다.
오른쪽 방향의 풍경입니다.
작년에 대구광역시로 편입된 군위군 삼국유사면 학암리입니다.
군위군 고로면이었는데 유명한 역사서인 삼국유사를 저술한
일연선사의 고향임을 알리기 위해 바뀐 행정 지명입니다.
삼국유사를 집필했던 곳인 고로면 인각사는 임진왜란 때 소실된 이후로
지금까지 절터만 남아 있습니다.
왼쪽 나무에 가려진 봉우리가 아미산(737.3m)이고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나란히 붙은 작은 봉우리 셋이 무시봉(667.4m),
멀리 제법 높은 의성의 선암산(881m)과 뱀산(837.7m)이 겹쳐 보입니다.
오전8시39분, 수귀령 통과
동쪽의 영천시 화북면과 서쪽의 대구광역시 군위군 삼국유사면을 연결하는 고개입니다.
맞은편 표지석 옆길로 올라갑니다.
수귀령에서 올라가는 길은 고갯마루 외딴농가의 진입로입니다.
고갯마루 서쪽 산비탈 땅주인의 농막인 것 같은데요,
산비탈을 벌목하여 두릅밭을 조성했습니다.
집을 지키고 있는 개가 애완견 수준이라서 다행입니다.
개간한 산비탈에는 두릅보다 복분자가 무성하여 제치고 올라가느라 고전했습니다.
가시밭 된비알을 돌파하여 탁 트인 능선으로 올라서니 시원하기 짝이 없습니다.
멀리 뱀산 오른쪽의 주저앉은 능선이 의성군 가음면 빙계군립공원으로 넘어가는 한티입니다.
홀아비가 애지중지 키운 딸을 산 너머 마을로 시집보낸 후 처음으로 찾아갔다가
눈물 흘리며 넘어왔다는 한 많은 고개랍니다.
오전9시40분, 수귀령에서 1시간 만에 질매봉 도착했습니다.
산의 모양이 소잔등에 올리는 질매를 닮았다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석심산에서 남쪽으로 곧장 내려오던 산줄기는 이곳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틉니다.
은방울꽃을 발견하였습니다.
잎사귀, 꽃, 열매 모두 예쁘고 향기도 좋은 여러해살이풀이지요.
700.9봉을 내려오다 왼쪽으로 멀리 있는 화산을 확인합니다.
화산은 해발 827m인데 정상부가 펑퍼짐한 육산이라 옛날부터 화전민들이 밭을 일구어 살았습니다.
수년 전에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면서 관광농원지로 변한 곳입니다.
맞은편에 745봉(돌탑봉)이 나뭇잎 사이로 보입니다.
745봉(돌탑봉)의 가파른 된비알을 올라갑니다.
오전10시50분, 아미산 분기봉인 745봉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오른쪽의 능선으로 가면 아미산(737.3m)이 나옵니다.
745봉(돌탑봉)에서 내려오는 급경사
오전11시, 방가산(755.6m) 도착.
낙엽에 덮여 보이지 않던 나무뿌리에 걸려 엎어지면서 입술 위에 상처가 났습니다.
겨울철 응달진 비탈길엔 낙엽 밑이 얼음인 곳이 있어 미끄러지기도 합니다.
낙엽보다는 차라리 눈 쌓인 길이 훨씬 낫습니다.
방가산을 내려오는 비탈에 개갓냉이꽃이 많이 피어 있습니다.
으아리 비슷한데 꽃잎과 잎사귀가 조금 다른 모습이네요.
오전11시26분, 방가산을 내려오다 숲 그늘 시원한 이곳에서 이른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12시 정오, 방가산 남대문을 통과합니다.
오후12시10분, 장곡자연휴양림주차장 이정표가 있는 능선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틉니다.
이곳에서 직진하여 내려가면 장곡휴양림이 1.4km밖에 되지 않는데 무슨 이유로 능선을 막아버리고
지맥으로 4.18km를 돌아서 내려오도록 이정표를 세웠네요.
아마도 생태환경보호 차원인 것 같습니다.
주차장 이정표에서 내려가는 능선의 경사가 상당히 급합니다.
싱그러운 숲길, 바람이 불어 금상첨화입니다.
오후12시45분, 688.8봉으로 올라섭니다.
인위적으로 쉼터를 조성한 모양입니다.
오후1시32분, 괴산마을삼거리 통과, 직진하면 살구재가 다가옵니다.
오후1시35분, 살구재 통과.
옛날부터 서쪽의 군위군 고로면(삼국유사면)과 동쪽의 영천시 화남면 주민들이 넘나들던 지름길 고개입니다.
살구재에서 10분간 된비알로 올라가니 임도가 나옵니다.
영천시 화남면 구전리에서 화산을 연결하는 임도입니다.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편하게 걸으면 능선에서 다시 만나는데 다시 된비알로 오릅니다.
길도 보이지 않는 잡목숲을 헤치면서 다시 고행을 계속합니다.
13분을 길도 없는 숲속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다 겨우 리본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J3클럽 외에는 모두 편하게 임도로 올라간 모양입니다.
오후2시4분, 힘들게 645.9봉에 도착했습니다.
바람이 무척 시원하게 올라오던 이곳에서 모두 지쳐서 주저앉았습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 그곳으로 가네 ~
그대의 머릿결 같은 ~ 나무 아래로 ~
오후 2시21분, 드디어 다시 만난 유격장 방향 임도에는 산딸기가 지천으로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임도 주변에 찔레꽃도 한창입니다.
오른쪽의 삼각점봉 아래에 유격장과 충성문이 있습니다.
오후 2시40분, 충성문을 통과하는데요, 화산 동쪽 능선인 이곳은 군부대 훈련지역입니다.
오후 2시52분, 삼각점봉을 통과합니다.
아직도 화산은 멀리 보이는데 우거진 잡목 숲속에서 길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잡초와 잡목이 우거진 펑퍼짐한 능선은 길이 보이지 않고 방향 감각을 상실하기 쉽습니다.
경험이 부족한 등산객들이 이런 곳으로 들어서면 해매기 일쑤이지요.
정글 같은 숲에서 겨우 임도로 빠져나와서 화산으로 갑니다.
임도를 30초 쯤 걸으니 왼쪽으로 화산 들머리가 나타납니다.
아쉽지만 임도를 버리고 다시 능선으로 올라갑니다.
경사가 급해지고 바위가 많은 걸 보니 화산에 거의 다가섰나 봅니다.
오후 3시56분, 화산 도착.
선답자들의 안내표지가 별로 없어서 경로 찾기에 시간을 많이 소모했습니다.
화산에서 705봉으로 내려가는 길이 시원하게 트였습니다.
바람이 마구 불어 풍력발전기가 힘차게 돌아가네요.
펑퍼짐한 705봉 왼편에 갑령으로 내려가는 하늘정원의 722.9봉이 보입니다.
잡목 밀림을 헤치며 다니다 탁 트인 포장로를 걸으니 시원합니다.
펑퍼짐한 뒤편의 화산이 이 구간 최고봉이었습니다.
705봉으로 오르는 길은 다시 잡목 속에 묻혔습니다.
10분 후 잡목숲에서 다시 임도를 만나 따라 갑니다.
맞은편 풍력발전기가 있는 봉우리가 705봉입니다.
사유지라서 길을 차단한 모양인데 그냥 통과합니다.
스테이 700 농원 왼쪽으로 올라가면 705봉입니다.
705봉으로 올라가는 길에 아름다운 고광나무(오이순나물)꽃이 한창입니다.
향기가 참 좋네요.
오후4시31분, 펑퍼짐한 705봉에 도착합니다.
705봉에서 내려다본 대구광역시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북마을입니다.
앞에 뾰족한 고깔모자의 산이 각시산 옥녀봉(562m), 그 뒤로 의성 금성산(530m)과 비봉산(670.5m),
오른쪽은 선암산(881m)과 뱀산(837.7m)입니다.
705봉에서 서쪽의 722.9봉 하늘전망대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아 갈팡질팡 합니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가면 안 됩니다.
푸른색 지붕의 건물 옆길로 태양광발전단지로 올라가야 합니다.
푸른색 지붕 건물의 옆길에는 꽃양귀비가 예쁜 모습으로 유혹합니다.
가파른 태양광발전단지 사잇길로 올라가면 하늘전망대가 있습니다.
하늘전망대로 올라서자 왼쪽의 커피가게가 반깁니다.
오후4시54분, 3구간 하이라이트 하늘전망대 도착.
탄성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언덕입니다.
청보리밭 너머로 우리가 넘어온 화산 능선이 빤히 보입니다.
아이스커피와 커피라떼를 마시고 가게주인한테 사진 한 장 부탁했습니다.
풍차가 보이는 언덕 너머로 군위댐 호수가 보입니다.
하늘전망대 커피가게 주인이 아주 친절하게 배웅을 합니다.
722.9봉의 하늘전망대에서 항로무선중계탑으로 내려갑니다.
무릎이 아파오도록 지루하게 내려갑니다.
급경사의 지루한 비탈을 내려오자마자 다시 된비알을 오릅니다.
이 능선만 넘어 내려가면 갑령입니다.
오후5시43분, 476.9봉으로 오르기 전에 오른쪽 사면으로 내려가는 지점입니다.
다시 무르팍이 화 낼 정도로 갑령으로 내려갑니다.
갑령으로 내려가다 마주친 조망바위에서 짙은 구름이 뒤덮은 팔공산을 봅니다.
팔공지맥의 주인공 해발 1,213m의 팔공산입니다.
6월23일에는 한강기맥 첫 구간인 백두대간 두루봉에서 오대산, 계방산을 넘어 운두령까지
종주 일정이 잡혀 있으나 계획이 변경되면 이곳 갑령에서 팔공산을 넘어 한티까지
20.3km를 걸을 예정입니다.
오후6시, 영천시 신녕면 화서리 갑령 도착.
국도 28호선이 지나는 유서 깊은 고개입니다.
노귀재에서 출발한지 10시간 32분입니다.
상당히 힘들 거라고 예상했으나 시원한 바람과 날씨가 큰 도움을 베풀었습니다.
팔공지맥을 걸으니 한남정맥은 산길 같지가 않습니다.
첫댓글 난이도가 높은 산길을 30킬로 가까이 산행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 길들이기 나름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대단들 하십니다.
풍부한 산행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한 체력과 정신력...진정한 철인들입니다.
험하고 기나긴 산길여정의 상세한 설명과 사진들에서 실제 함께 산행한 것 같은
느낌과 감동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극복은 이제 힘들고요,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측정해보는 수준입니다.
의지에 따라가지 못하는 시기를
좀 늦춰보는 효과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함께 노력해보기를 바라고요, 감사합니다.
산행 여행기 잘 보고 있습니다
헤아리기 어려운 지형 이라
여인네 마음으론 난감 하지만
부럽긴 합니다
안산 하시구요~^
따분할지도 모를 내용이라서 무식하게 올려 봤습니다,
빈말이겠지만 결코 부러워 하지 마세요 !
님께서 사시는 재미는 저보다 더 좋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철저한 관리로 경지에 오르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에구,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과찬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건 산에서는 청춘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