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전문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졸자가 다시 전문대에 진학하거나 편입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취업이 잘되는 간호계열 모 전문대의 경우 수능 기준 합격선이 중위권 대학 수준인 340점대를 기록할 정도이다. 특히 올해 처음 도입한 수시 2학기 모집에 지원자가 몰리고 있어 최근 높아진 전문대에 대한 관심을 잘 보여준다. 전문대들도 학생 유치를 위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학과를 신설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첫 도입 수시 모집 인기=지난 1일부터 4년제 대학과 동시에 시작된 전문대 수시 모집에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지난 5일 접수가 끝난 부산·울산 지역 13개 전문대의 지원율은 미달된 1개대를 제외하고는 높은 경쟁률을 보여 전문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대학별로는 부산의 경남정보대가 5.9대 1(잠정)로 가장 높았으며 나머지 대학도 1.3~4.6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4년제 대학과 동시에 진행되고 전문대 수시모집에 합격하면 4년제 수시모집 합격자와 마찬가지로 전문대 정시모집이나 4년제 대학에 지원할 수 없음에도 지원자가 몰리는 것은 취업 등에 유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문대에 수시모집이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따른 조기 소신 지원을 유도하고 갈수록 심각해지는 신입생 모집난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12월9일까지 148개 대학에서 실시한다.
한국전문대교육협의회 이승근 부장은 “부산지역에 한정되긴 하지만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중심으로 지원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증원되는 전문대=2004학년도 전문대 입시에서 모집정원은 전년도에 비해 9,089명이 줄어들지만 6개 대학에서는 오히려 895명이 증원된다. 증원되는 대학과 증원 인원은 서울 삼육간호전문대 70명, 경기 양주 서정대 600명, 경기 이천 한국관광대 25명, 강원 횡성 송호대 140명, 충남 당진 신성대 20명이다. 이 가운데 수도권 3개 전문대에서만 695명이 늘어나는데, 이는 교육부가 정원조정에 따른 감축인원 범위 안에서 입학정원이 1,000명 이하인 대학에 한해 제한적으로 증원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신설되는 이색학과=2004학년도에 많은 전문대가 국방·무기 관련 학과나 VJ과, 사이버경찰과 등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학과들을 대거 신설해 관심을 끈다. 이들 학과는 전통적인 인기학과인 간호학과나 호텔관광과와 달리 시대의 흐름을 적극 반영한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대전 대덕대는 디지털 전자정보기술을 바탕으로 지대공·대전차 미사일 등 첨단 유도무기체계의 정비기술을 배우는 유도무기과(정원 20명)와 군의 총포와 첨단 광학장비의 작동 원리, 운용, 정비기술을 배우는 총포·광학장비과(40명)를 신설한다. 대덕대는 또 각종 탄약의 구조와 원리 등 이론교육, 탄약의 저장과 보급, 검사, 정비 등 실습교육과 함께 첨단화된 탄약 정보체계에 대해 교육하는 특수탄약과(40명)도 새로 개설한다.
강원 원주 상지영서대는 육군본부와 제휴해 기초 통신기술부터 첨단 군통신장비를 이용한 실습교육을 통해 군의 유무선 통신기기를 설치·운용·보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군기술부사관을 양성하는 국방정보통신과(40명)를 신설한다.
강릉영동대는 사이버공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범죄에 대처할 수 있는 인터넷 보안 이론과 해킹 및 해킹방지 실무기술을 교육해 사이버 범죄 예방전문가를 길러내는 사이버경찰과를 신설한다.
전북과학대는 1인 제작 비디오 저널리스트로 활약하는 VJ에게 필요한 기본소양과 아이템 구성에서 콘티 작성, 연출, 촬영, 편집, 진행에 이르는 이론과 실무능력을 갖춘 영상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VJ과(20명)를 새로 만든다.
이밖에 충북 청원의 주성대에는 캐릭터 완구 디자인 전문가를 양성하는 로봇완구과(40명)가 개설되며 부산예술문화대에는 상점(shop) 전문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샵디자인과(30명)와 공연기획전문가를 양성하는 공연기획과(30명)가, 강원 횡성 송호대에는 보건의료마케팅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메디컬마케팅전공(40명)이 각각 신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