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나 있을 폭염이 벌써부터 시작되고 있다. 햇볕에 노출되는 곳에서 거친 노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껜 고통스런 날씨다. 등산도 마찬가지지만 먹고 살기 위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고통스럽단 말은 접기로 한다. 다만 힘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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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휴게소로 접근하던 중 가야산을 보다.
왕복4차선으로 확장되고 난 이후에 세 번째 달려보는 대구 광주간 고속도로다. 2015년
10월에 금남호남정맥 1구간이었던 영취산에서 수분재까지 종주한 이후로는 호남지방으
로 가지 못했다. 그해 7월에 대간을 남진하면서 사치재를 넘어 가는데 확장 마무리 공사
가 한창이었다. 4구간부터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금산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대구 광주
간 고속도로를 이용한 금남정맥 종주는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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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으로 가던 중 장수덕유산과 남덕유산, 할미봉을 보다.
로프가 많을 수밖에 없는 할미봉 북벽의 경사면이 그대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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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매달린 구름다리로 유명한 진안의 명산 구봉산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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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의 경승지, 운일암 반일암계곡을 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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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상거리 21km, GPS 23km인 중거리 코스이다. 최고봉이라 봤자 765m인 성치기맥분기점
일 뿐이니 자잘한 봉우리가 많아서 오르내림이 심한 구간이지만 조망이 좋아서 위안을 삼
는다. 특히 백령고개에 당도하기 전 독수리봉에서 주위를 둘러보는 경치가 압권이다.
걷기 편한 길이 별로 없고 피로가 누적되기 시작하는 오항리고개에서 연거푸 넘어야하는
570봉과 513봉을 염두에 둔다면 체력 안배를 잘해야 한다. 등로 주변에 샘터가 없고 고갯
마루 마다 휴게소는 있어도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식수를 구할 곳이 없다. 알바를 주의해
야 할 곳이 몇 군데 있으나 잘 살펴보면 방향 리본이 모두 있어서 시간 단축한다고 미친 듯
이 달리지 않는 이상 엉뚱한 곳으로 갈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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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시간이 좀 늦어서 마지막 농가가 있는 곳까지 차를 타고 올라왔다.
개들이 길 양옆에서 환영인사를 아주 요란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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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막은 작은 저수지의 둑을 지나서 계목재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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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잣나무 조림지의 오른쪽 갓길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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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목재(723m) 도착.
지난번에 이곳에서 이탈했으니 이제 본전을 찾은 셈이다.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 후 본격적인 금남정맥 종주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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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목재에서 300m를 올라서 이 구간 최고봉인 성치기맥분기점(765m)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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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이 없어서 기분 좋던 바윗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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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목재에서 26분만에 도착한 왕사봉(713.5m, 선야봉분기점, 예상시간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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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사봉에서 내려가던 도중 조망바위의 동쪽 아래에 보이던 충청남도 금산군 남이면 대양리 두문동.
두문불출하고 살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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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사봉 아래 조망바위에서 일행을 기다리며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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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봉으로 올라가던 능선에서 왼쪽 멀리 보이던 대둔산.
아득하게만 보이는 대둔산 아래까지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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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봉과 오른쪽의 백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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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톱으로 절단하여 길을 낸 것 같은 바위 담장을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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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별로 불지 않아서 가파른 571봉을 땀 뻘뻘 흘리며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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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봉 동쪽 아래 금산군 남이면 원대양리 골짜기.
골짜기마다 밭 만들 곳을 용하게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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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충청남도 금산군 남이면 건천리 남이자연휴양림 방향,
오른쪽은 대양리 백암마을 방향.
백암산 정상은 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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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가로막는 백암산 남쪽 암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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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산 남쪽 암릉 우회통로.
절벽의 바위턱에 발을 디디고 소나무를 붙잡으며 조심조심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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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산의 동쪽 백암마을 골짜기.
첩첩산중에 찾아들어 용케도 살 곳을 만들었다.
생각이 다르다며 죽이고 삼족을 멸하는 세상이었으니 등지고 싶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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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산 남쪽 암릉에 올라서 지나온 구간을 뒤돌아보다.
왼쪽부터 구봉산, 복두봉, 곰직이산, 운장상 동봉, 운장산, 운장산 서봉(칠성대),
태평봉수대, 성치기맥 분기점, 계목재, 신선봉, 왕사봉(선야봉 분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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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사봉(선야봉 분기점)에서 56분만에 백암산(육백고지, 654m) 도착(예상시간 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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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봉 남쪽 암릉으로 올라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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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이 있던 독수리봉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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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봉의 서쪽, 선야봉과 금산군 남이면 건천리 남이자연휴양림 골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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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봉의 북동쪽, 왼쪽부터 금산군 추부면과 군북면의 경계지점인 서대산(904m)
금산읍의 남서쪽 진악산(732m)과 물굴봉(73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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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봉에서 조망을 즐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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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봉의 북쪽, 전라북도 완주군 천등산(707m)과 충청남도 금산군의 경계지점인 대둔산(878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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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주의지점인 601고지에서 오른쪽으로 급히 떨어지는 비탈을 내려오니
옛날의 백령고개인지 지도에도 없던 고갯길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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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고개에서 5분을 올라가니 백령성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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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성에서 3분을 걸어가니 전라북도와 충청남도의 도경계석이 있었다.
이곳부터는 말씨가 달라져야 잘 통한다.
" 어여 와~ 반갑네유~ 금산이 엄청 션해유~ 귀경 잘 허구 가능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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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12시10분, 도경계석에서 1분 후 백령고개(365m) 도착.
고갯마루 너머로 대둔산이 보인다.
백암산에서 조망을 즐기며 쉬느라 1시간16분만에 도착.(예상시간 50분)
계목재 아래 무릉원 강촌마을에서 8km지점.
매점은 장사를 안 하는지 문이 잠겨 있어서 모자라는 식수를 보충할 수 없었다.
고갯마루 정자가 비어 있고 바람도 시원하게 올라와서 그곳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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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골산(622.7봉)으로 올라서는 암릉.
그런데 바람이 전혀 없어 머리에서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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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2시4분, 백령고개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쉬었다 오느라
1시간56분만에 도착한 바람골산(622.7봉, 예정시간 1시간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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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2시14분, 식장지맥 분기점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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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대산으로 올라가는 길의 널브러진 바위들.
지각의 어떤 물리력이 작용하여 큰 바위들이 도끼로 쪼개 놓은 듯 쌓여 있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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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2시47분, 바람골산(622.7봉)에서 43분만에 인대산(666m) 도착(예정시간 50분)
허벌나게 올라오느라 목이 타서 남은 식수를 몽땅 마셔 버렸다.
오항고개로 내려가면 식수를 구할 휴게소가 있다는 기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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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으로 이어지는 금남정맥 마루금.
마실 물은 다 떨어졌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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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3시46분, 오항리 진입로에 내려서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진입로를 따라 오항고개로 편히 내려가도 되기 때문에 일
행 중에서 2명은 그렇게 알고 갔다. 그러나 490봉으로 300m쯤 올라가서 삼각점을 확인
한 다음 길도 없는 오른쪽 급경사면을 타고 오항고개로 내려가는 코스가 정맥 마루금이
라 하여 나머지 셋은 산대장의 안내를 그대로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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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항리 진입고개에서 능선으로 300m를 올라서 490봉의 삼각점을 확인한 다음
길도 없는 급경사면을 밑으로 꽂히듯이 오항고개로 내려섰다.
고갯마루에는 휴게소 개설공사가 한창이었는데 식수를 구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작업 중이던 주인한테 통사정을 했더니 딱하다는 듯 사이다를 한 잔 준다.
달아서 갈증을 더 생기게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했으나 바짝 마른 입이 마시길 원했다.
일행에게 식수를 구할 수 없었다고 했더니 한 대원이 4홉들이 한 병을 내놓았다.
헛개를 달인 물인데 한 병 더 있으니 걱정 말고 마시라고 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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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4시43분, 남은 힘을 짜내어 570봉으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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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던 도중에 만난 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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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4시56분, 인대산에서 2시간9분만에 570봉 도착.(예정시간 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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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5시23분, 513봉에서 내려오는 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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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5시40분, 배티재휴게소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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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5시42분, 강촌마을에서 8시간30분만에 배티재(345m) 도착. (예정시간 8시간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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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3일, 첫 째 토요일에 올라가야할 대둔산.
약한 바람이라도 계곡에서 올라오던 능선은 콧노래가 절로 나올 정도로 기분 좋게 걸었다.
그러나 나무 그늘 사이로 땡볕이 쏟아지던 된비알에서는 이마에서 흐르는 땀으로 눈이 따
갑고 상의는 땀기에 젖어서 이내 눅눅하였다. 식수 2리터를 얼려 가져갔는데 인대산까지
가면서 다 마셔 버렸다. 오항고개에서 식수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헛꿈이었다.
오항고개 휴게소는 식수 시설이 없었고 저장하고 있지도 않았다. 갈증을 참아가며 570봉
으로 올라갈 일이 난감했다. 일행한테서 식수를 얻지 못했더라면 배티재까지 상당한 고생
을 했을 것이다. 한 여름을 방불케 하는 날씨와 이 정도의 거리에서는 최하 3리터의 식수
를 지참해야겠다. 중간에서 식수를 구할 수 있다면 줄여도 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