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 공교육화를 촉구하는 전국 유아교육자들이 정부의 미술학원 지원방침에 총력 저지투쟁의 깃발을 올렸다.
13일 오후 1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유아교육 공교육화 촉구 범국민대회’에 운집한 1만 여명의 공사립 유치원 교원, 유아교육과 교수․학생,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등 학부모 단체, 교총․한교조 등 교직단체 대표들은 국민의 혈세인 만5세아 무상교육비를 사교육기관인 미술학원에 지원하려는 정부와 교육부의 기도를 성토하며 분노와 투쟁의 함성을 터뜨렸다.
영하의 날씨에도 참석자들은 ‘학원 지원 절대 반대 투쟁’ ‘학교 학원 구분 못하는 교육부 해체하라’ ‘유아교육 발전 막는 여성부는 각성하라’는 구호를 연신 외치며 대회장을 뜨겁게 달궜다.
이기숙 유아교육대표자연대 의장(이대 유아교육과 교수)은 대회사에서 “유치원은 정교사 자격증을 가진 교사가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학교’로서 어떠한 유사 사설 ‘학원’이 대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아교육법의 목적은 유아교육의 공교육 실현에 있음에도 교육부는 일부 정치권과 미술학원의 압력에 굴복해 미술학원 지원방침을 아직도 철회하지 않고 있다”고 비통함을 표현했다.
또 “저소득층 자녀의 무상교육은 유치원 설립 확대와 지원으로 가능함에도 교육부는 유치원에 비해 턱없이 낮은 교육과정, 장학지도, 시설, 교사자격 기준을 억지로 미술학원에 적용해 유아들의 학습권마저 침해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의장은 “우리 유아교육계는 오늘을 전례 없는 ‘유아교육 공교육화 비상시국’으로 선언하고 미술학원 지원 저지에 총력 투쟁하자”고 외쳤고 1만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와 함성으로 동참의지를 밝혔다.
결의발언에 나선 대학과 유치원 교원들은 묵묵히 학생들만 가르쳐 온 유아교육자들을 차디찬 광장으로 내몬 교육부의 배신에 목소리를 떨었다.
배인자 한국전문대학 유아교육과 교수협의회장은 “학교법에 기초한 유아교육지원 예산을 미술학원에 나눠주는 일은 시작부터 없어야 하며 만일 지원받을 만한 유사기관이 있다면 아예 유치원으로 전환하고 유아교육법 적용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투사가 될지언정 90개 전문대학 유아교육과 교수와 2만여 재학생, 그리고 수만명의 졸업생들은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한국4년제유아교사양성대학교수협의회 이종희 부회장도 “이 땅에 유아교육을 뿌리내리기 위해 지난 100년을 소리 없이 땀 흘렸다면 이제 앞으로 100년은 유아교육 공교육화를 위해 소리 높여 나갈 것”이라며 협의회의 결의문을 대독했다.
원기정 서울 시연유치원장도 “유아교육법상 의무조항인 사립유치원 인건비, 운영비 지원조차 하위법령 제정과정에서 임의조항으로 변질시키면서 학원법을 적용받는 미술학원에 무상교육비를 지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우리 사립유치원들도 미술학원 지원 저지를 위해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혜손 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장은 “유흥가가 즐비하고 실외공간 하나 없는 열악한 환경속에서 무자격 교사의 인증되지 않은 프로그램에 지금도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쓰러져가고 있다”며 유아공교육 정상화를 거듭 촉구했다. 정 회장은 “impossible은 읽는 자세에 따라 I'm possible로 될 수 있다”며 “교육자적 소명의식을 갖고 끝까지 유치원과 아이들을 지켜나가자”고 제안했다.
유아교육계의 투쟁 깃발 아래 교직단체와 학부모단체도 연대투쟁을 선언했다.
한국교총 윤종건 회장은 연대사에서 “기초교육인 유아교육이 바로서야 나라가 선다는 진리와 사교육을 막아야 한다는 교육자적 양심을 갖고 유아교육계와 함께 한국교총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경자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사무국장도 “미술학원 등 사교육기관까지 유아교육의 공교육과정을 수행하는 기관이라고 인정해 무상교육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렵게 시작되는 ‘5세아 무상교육 지원제도’를 부실한 선심성 제도로 추락시킬 것”이라며 “혈세 낭비를 초래할 사설학원 지원을 절대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다.
여기에 한나라당 교육위 간사인 이군현 의원과 김영숙 교육위원도 축사를 통해 “2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의 잘못된 행태를 추궁하고 유아교육의 올바른 공교육화를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밝혀 힘을 더했다.
대회의 열기는 기타를 메고 단상에 오른 장기홍 대전 산서초 교감이 축가로 ‘광야에서’를 선창하며 더욱 뜨거워졌다. 이어 위성덕 유치원 학부모가 ‘거치른 들판에 푸른 솔잎처럼’을 부를 때는 1만 유아교육자들이 함께 목청을 돋워 일순간 서울역 광장이 결연한 투쟁의지로 메아리쳤다.
마지막으로 대회 참석자들은 가슴 속 염원을 모아 결의문을 채택했다. 전국유아교육대학원생연합 손금옥 회장과 전국유아교육학생협의회 손미이 회장은 함께 △미술학원 지원 반대한다 △유아교육 공교육화 제대로 실현하라 △종일반 교사 배치기준 막는 여성부는 각성하라 등 6개항의 결의문을 낭독했고 1만 참석자들은 환호로 이를 채택했다. 결의문은 청와대와 국회, 각 정당 등에 전달하고 이날부터 대대적인 사이버 시위도 전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