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수를 만나다. -
또다시 거론해야 하는 지긋지긋한 말,
코로나19.
최소 일년에 한 두번은 해외여행을 떠나자고 세워둔 계획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랜선을 타고 떠나는 여행도 유행하지만
직접 체험하고 체득한 경험은 얻을 수가 없다는 점이 큰 안타까움으로 다가옵니다.
경기도 광주시는 소규모로 이뤄진 공장지대가 많아서 외국 노동자들이 유난히 많은 곳 중 하나입니다.
그러다보니 이태원에 비견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국적인 식당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날씨가 무더워지니 베트남 여행중에 마셨던 달달한 사탕수수 쥬스가
생각났습니다.
'포비엣' 베트남 현지인이 직접 운영하는 작은 식당입니다.
(경기도 광주시 경안로 41번길 1.
031 767 1760)
메뉴를 고르기 전에 먼저 고대하던
사탕수수 쥬스를 부탁드렸습니다.
이곳에서는 베트남 현지처럼 직접 압착기에 사탕수수를 넣고 압착해서 만든 진짜 쥬스가 나옵니다.
지친 하루의 끝에서 이 한 잔 만으로도 이미 저는 베트남에 도착한 여행자가 되었습니다.
먼저온 손님들 다수가 베트남인들입니다.
베트남인들이 가장 일상적으로 먹는 쌀국수와 일명 젓갈국수라고 불리는
'쟁반국수'를 주문했습니다.
쌀국수에는 역시 빠질 수 없는 고수가 들어가야죠.
고수는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음식재료입니다.
냄새와 맛이 마치 노린재가 자신을 보호하기 내뿜는 듯한 고약한 향이 나기 때문에 결코 쉽게 친해질 수 없는 게 고수이지만 또 그 맛에 빠지면 헤어날 수 없기도 합니다.
체인점에서 먹는 쌀국수와는 차원이 다르네요.
레몬 즙을 짜서 넣고 여기에 스리라차 소스를 두어바퀴 둘러서 섞어주면
쌀국수를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벽에 베트남의 풍경이 담긴 사진들과
전통 모자인 '논 나'도 걸려 있고 앞뒤에서 베트남어가 들리니 정말 현지에 온듯한 기분입니다.
쟁반국수는 처음으로 주문해본 음식입니다.
얇은 면과 튀긴 두부 그리고 곱을 뺀 곱창튀김,돼지 심장에 고수와 오이가 썰어져 나오네요.
특이하게도 젓갈이 함께 나옵니다.
국수와 고기,고수를 올리고 젓갈을 끼얹어서 먹는 음식인데
우리나라 순댓집에서 볼 수 있는 모듬순대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냥 소소한 맛이라 생각보다 젓가락이 가지는 않았지만 젓갈을 더함으로서 감칠맛이 더해져 한접시를 말끔히 비웠습니다.
마지막으로 베트남을 대표하는 달달한 커피 '연유커피' 한잔으로 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대신했습니다.
포이엣 인근에 프랑스식 빵집인
'르바카사브르'가 있어 빵을 구입하려고 가던 찰라에 바로 건너편에 있는
'또와요 분식'집 도넛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031 734 7777)
한 개에 500원 하는 도넛인데
정말로 세상에서 맛보지 못했던 도넛입니다.
겉은 페스츄리처럼 바삭하고 속은 발효가 잘 되어 구멍이 송송뜷려 부드럽고 촉촉합니다.
도넛의 명가 크리스피의 도넛보다 맛있다는 평을 내렸습니다.
계피를 넣었는지 은은한 향도 올라오고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사장님께 여줘보니 자신이 다년간 공들여서 만든 도넛이라고 하는군요.
'진짜 고수가 여기 있구나'하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 곳입니다.
흡족하게 먹은터라 도넛을 먹기가 힘들겠다고 생각했지만 한입 베어무니
멈추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두개를 먹어치웠습니다.
프랑스식 빵을 구입하겠다는 생각을 접게 만든 도넛이었습니다.
고수가 들어간 베트남 쌀국수도 먹고,
고수가 만든 도넛도 맛보았으니
산책을 겸해서 경안시장도 둘러봤습니다.
재래시장을 리모델링해 쾌적하게 쇼핑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네요.
시장 중간에 아시안푸드 전문점이 있어서 방문했습니다.
동남아 현지에서 팔듯한 음식재료들로
역시나 이곳이 베트남이 아닌지 하는 착각이 듭니다.
레몬그라스가 보여서 구입해서 돌아왔습니다.
레몬그라스는이름 그대로 레몬맛이 나는 식물입니다.
차로도 마실 수 있고 베이컨을 이용한 음식에 넣어서 이용할 수 있다는 건
다 아시죠?.
집에 돌아왔더니 아래층 아우님이 전주에 다녀왔다면서 풍년제과점
쵸코파이를 선물로 주네요.^^
오늘 다이어트는 물 건너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일을 끝낸 오늘 오후, 랜선여행을 뛰어넘는 세계음식기행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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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국수#포이엣#레몬그라스
#크리스피도넛을뛰어넘는맛
#풍년제과
오후 여섯시 오늘 준비한 음식재료 소진으로 제가 마지막 손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