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0. 7. 16. 선고 2019도13328 전원합의체 판결
[허위사실 공표행위를 처벌하는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의 취지 / 공직선거 후보자 등이 후보자 토론회의 토론과정 중에 한 발언을 이유로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서 정한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및 이때 고려할 사항]
형벌법규 해석의 원칙을 토대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의 헌법적 의의와 중요성,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토론회를 비롯한 선거운동에 관한 제반 규정의 내용과 취지, 후보자 토론회의 기능과 특성 등을 함께 고려하면, 공직선거 후보자 등이 후보자 토론회의 토론과정 중에 한 발언을 이유로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서 정한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하고,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 의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의 범위에 관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후보자 등이 후보자 토론회에 참여하여 질문⋅답변을 하거나 주장⋅반론을 하는 것은, 그것이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일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 의하여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판단할 때에는 사후적으로 개별 발언들의 관계를 치밀하게 분석⋅추론하는 데에 치중하기보다는 질문과 답변이 이루어진 당시의 상황과 토론의 전체적 맥락에 기초하여 유권자의 관점에서 어떠한 사실이 분명하게 발표되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나아가 형사처벌 여부가 문제 되는 표현이 사실을 드러낸 것인지 아니면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인지를 구별할 때에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증명가능성, 문제 된 말이 사용된 문맥과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 표현의 경위와 사회적 맥락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되,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우월적 지위, 형벌법규 해석의 원칙에 비추어 어느 범주에 속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표현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으로 파악하여야 한다. 또한 어떠한 표현이 공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에서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적으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이를 허위사실의 공표라고 볼 수 없다. 특히 후보자 토론회의 기능과 특성을 고려할 때, 토론회에서 후보자 등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후보자의 견해나 발언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보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른 후보자의 견해나 발언의 의미를 해석하고 이에 대하여 비판하거나 질문하는 행위는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행하는 허위사실 공표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법리는 다른 후보자의 질문이나 비판에 대해 답변하거나 반론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공직선거법은 ‘허위의 사실’과 ‘사실의 왜곡’을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으므로(제8조의4 제1항, 제8조의6 제4항, 제96조 제1항, 제2항 제1호, 제108조 제5항 제2호 등 참조), 적극적으로 표현된 내용에 허위가 없다면 법적으로 공개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사항에 관하여 일부 사실을 묵비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진술을 곧바로 허위로 평가하는 데에는 신중하여야 하고, 토론 중 질문⋅답변이나 주장⋅반론하는 과정에서 한 표현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 아닌 한, 일부 부정확 또는 다소 과장되었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경우에도 허위사실 공표행위로 평가하여서는 안 된다.
* [다수의견]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후보자인 피고인이, 사실은 시장(市長)으로 재직할 당시 수회에 걸쳐 관할 보건소장 등에게 자신의 친형 甲에 대하여 정신보건법에 따른 강제입원 절차를 진행하도록 지시하였음에도 KBS 초청 공직선거 후보자 토론회(이하 ‘KBS 토론회’라고 한다)와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MBC 공직선거 후보자 토론회(이하 ‘MBC 토론회’라고 한다)에서 상대 후보자 乙이 위 강제입원 절차 관여 여부에 대하여 한 질문에 이를 부인하면서 甲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답변)을 함으로써 허위사실을 공표하였다고 하여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KBS 토론회에서 한 발언들은 乙의 질문이나 의혹 제기에 대하여 답변하거나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일방적으로 허위사실을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반대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乙의 질문에 직권남용이나 강제입원의 불법성을 확인하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여지가 있고, 이를 부인하는 의미로 피고인이 답변하였으며, 피고인이 乙의 질문의 의미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피고인의 나머지 발언들에 허위로 단정할 만한 내용이 없으므로, 비록 피고인이 甲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 진행에 관여한 사실을 언급하지 아니한 채 발언을 하였더라도, 피고인이 위 관여 사실을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근거가 없는 이상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표현을 넘어서서 곧바로 적극적으로 반대사실을 공표하였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평가할 수 없는 점, 피고인의 발언들을 적극적으로 허위의 반대사실을 공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하는 것은 형벌법규에 따른 책임의 명확성, 예측가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점, 피고인이 MBC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 선제적인 답변의 실질을 가진 점 등을 고려할 때 위 발언도 허위의 반대사실을 적극적⋅일방적으로 공표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발언은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서 정한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서 정한 허위사실의 공표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