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늘푸른 연극제 극단 완자무늬의 김태수 예술감독 이만희 작 강영걸 연출의 피고지고 피고지고
공연명 피고지고 피고지고
예술감독 김태수
작가 이만희
연출 강영걸
공연기간 9월 7일~16일
공연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관람일시 9월 9일 오후 4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완자무늬의 김태수 예술감독, 이만희 작, 강영걸 연출의 <피고지고 피고지고>를 관람했다.
극단 완자무늬는 1984년 연출가 김태수 배우 명계남 작고한 극작가 박재서 등이 중심이 되어 창단된 극단이다. 박재서 작 ‘팽’ ‘하나님 비상예요’ 김지하 작 ‘금관의 예수’ ‘나뽈레옹 꼬냑’ ‘광대설 남’ 바츨라프 하벨 작 ‘청중’ 등 문제작가의 화제작만을 공연해 왔다. 완자무늬 창단 10주년 기념공연 시리즈로 장안의 화제를 몰고온 수작 파트리크 쥐스킨트 작 ‘콘트라베이스’ 이오네스코 작 ‘살인놀이’ 그리고 양희경의 모노드라마 ‘늙은 창녀의 노래’는 전국을 사랑의 노래로 적신바 있다. 세상의 여러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고자 하는 극단 완자무늬는 우리 고유의 전통문양 완자무늬’처럼 우리의 본모습을 찾고자 하는 극단이다.
완자무늬의 대표이자 연출가 김태수 예술감독은 연세대학교 이공대 출신이다. 은하수를 아시나요, 천안함 랩소디, 의자는 잘못 없다, 수레바퀴, 살인놀이, 선, 문득 멈춰 서서 이야기하다, 브라질리아, 그럼 우린 뭐야, 아리랑정선, 도살장의 성요한나, 도라산 아리랑 외 다수 작품을 연출한 명망 높은 연출가다.
이만희 (1954~ ) 작가는 충남 대천 출생으로 1978년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를 졸업하였다. 1979년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미이라 속의 시체들>로 동아일보에 입선하였으며 1989년 <문디>로 연극계에 데뷔하였다. 1983년 월간 문학에서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작음 어둠이었다>로 1990년 삼성문예상, 서울연극제 희곡상, 1991년 백상예술대상 희곡상을 수상하였으며, 1994년 영희연극상과 1996년 동아연극상 희곡상, 1998년 대산문학상을 받았다. 대표작품으로는 <문디>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불 좀 꺼주세요> <피고지고 피고지고> <아름다운 거리> <용띠위에 개띠> 등이 있고, 한동안 승려생활을 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동국대학교 교수다.
강영걸(1943~) 선생은 작품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행간의 섬세한 상징을 끄집어내는 치밀한 연출방식으로 정평이 나있다. 수 많은 연극과 뮤지컬을 연출해 서울연극제 작품상, 백상예술상 연출상, 제19차 예총예술문화상을 수상했으며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19 그리고 80>, <불 좀 꺼주세요>, <피고지고 피고지고>, <꿈 먹고 물 마시고>, <그 여자의 소설> 외 다수 작품을 연출한 배우가 되었어도 좋을 미남 연출가다.
오영수(1944~) 선생은 명배우다. 평행봉에서 제대로 팔을 굽혀 펴며 몸 흔들기를 50회나 제대로 하는 강철의 사나이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출신으로 극단 광장과 극단 자유 그리고 국립극단단원으로 연기생활을 했다. <리어왕> <템페스트>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 <장판> <백양섬의 욕망> <동승> <천덕구 씨가 사는 법> <두 영웅> 그 외의 다수 작품에 출연해 탁월한 기량을 드러내며 동아연극상, 백상예술대상, 국제연극제 연기상, 서울연극제 연기상을 수상하고 100세까지 호연을 펼칠 강건한 연기자다.
어느 산골의 화원. 판자로 된 건물의 내부다. 배경 왼쪽에 출입문이 있고 그 오른 쪽에 긴 마루가 놓이고 중간 중간에 기둥이 세워져 있다. 정면 벽 긴 장식장에 수많은 꽃 화분이 칸칸이 진열되어 있고, 하수 쪽 벽에는 긴 광목에 붓글씨로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이란 글씨를 써 달아놓고, 무대 하수 쪽에는 평상이, 무대 상수쪽에는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다. 상수 쪽 벽에도 화분이 진열되고 무대 앞부분까지 꽃 화분을 배치했다. 하수 쪽 무대 객석 가까이에는 지하 작업장으로 통하는 통로가 있고 나무판자로 뚜껑을 해 덮어놓고, 담요로 가려놓았다. 집 밖에 심어져 있는 나무가 솟아올라 담장너머로 그 잎과 가지가 보이기도 한다.
무대는 문화재 도굴을 하기 위해 지하 땅굴을 파고 바로 그 위치에 거처를 마련한 세 명의 노인 왕오(往五), 천축(天竺), 국전(國傳)의 이야기다. 광부용 헬멧과 작업복을 착용한 왕오, 천축, 국전이 땅굴 속으로 들어가 작업을 하면서 특유의 언어감각으로 각자의 내력을 관객에게 소개한다. 한때 사기 절도 밀수를 저지른 전과자들 모여 일확천금을 노리며 갑 진 문화재를 도굴하는 과정과 세 사람의 우정과 갈등이 극 속에 펼쳐진다. 가끔 격정 속에 도끼와 칼을 들고 격투를 벌이는가 하면 이들에게 가정부 노릇을 하러 온 난타(難陀)라는 여인을 마치 연모하는 여인을 대하듯 따뜻하고 정성스레 대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들의 여왕격인 혜초(慧超)라는 여인 소식을 끊임없이 물어보며 기다린다. 세 사람이 모두 60대 중반의 나이이기에 남성 특유의 성관계와 연관된 이야기라든가 건강관련 이야기가 관객의 폭소를 유발시키고, 작업장에서 발견된 옛 토기를 놓고 그 문화재로서의 값어치를 논한다. 하지만 언제 발견될지 또는 영원히 발견되지 않을지도 모를 도기 발굴에 남은여생을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도 세 사람의 갈등의 증폭구실이 되기도 하고 도굴을 안 할 듯 이곳을 떠나기도 하지만 결국 다시 돌아온다. 723년 혜초(慧超)가 인도를 여행한 후 자신의 깨달음을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을 저술했듯, 대단원에서 세 사람은 문화재를 발견하거나 못 발견하거나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명언을 남기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오영수 선생이 국전(國傳), 김재건이 천축(天竺), 그리고 정종준이 왕오(往五)로 출연해 경륜있는 연기로 갈채를 받는다. 이화영이 난타(難陀)로 출연해 호연과 미모 그리고 대중가요 열창으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역시 갈채를 받는다.
드라마트루크 이용화, 무대 김지애, 조명 이상근, 음악 정대경, 분장 배윤정, 조연출 강윤경, 조연출 무대감독 주애리 등 스텝진의 노력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완자무늬의 김태수 예술감독, 이만희 작, 강영걸 연출의 <피고지고 피고지고>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9월 9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