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
깊은 잠을 못잤다.
걱정 반 설레임 반
강릉엔 과연 어떤 상황일까?
고속도로는 길 사정이 좋았다.
차라리 포기하고 떠나지 않는 여행객들이
많은 탓인듯 길은 한산 했다.
어제저녁 뉴스를 들으며
나는 은근히 우리 대장이 답사 연기 하기를
기대 했는데 카페에 들어가 보니
차선책을 내 놓기도 하며 강행 한단다.
그래,
어디 한번 우리대장을 믿고 따라가 보자!
나무가 뽑히고 버스를 흔들어 대는 태풍 루사도 뚫고
다녀온 우리가 아닌가!
고속도로 창문으로 펼쳐지는 설경에 뒷자리에 아줌마들의 함성이 귀를 때린다.
와~~~ 야~~~
휴~~감탄이 절로절로~~
은빛세상을 달려달려 은하철도 구구구가 아닌
관광버스가 감성에 목마른 여행매니아들을 싣고 달린다
드뎌
강릉에 도착,
큰길은
눈은 대충 치워져 있어
버스 다니기에 큰 불편은 없었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 언덕을 돌아가니
저 멀리 설원에 보이는 당간지주,
아~~~
감탄사가 절로절로~~
차라리 너무 아름다워 한숨이 나올지경이다.
앞서가는 대장님의 발자욱을 따라
개척정신으로 무장한 용사들처럼
줄을 지어 따라가는 행렬들....
아이의 모습은 눈속에 묻혀 뒷머리통만 보인다...
어떤님은 자꾸만 자빠지고..거시기 길이가 좀 짧아서일까?..ㅎㅎㅎ
눈속을 헤집고 가까이서 바라본 당간지주,
또 그 넓은 곳에 있어야할 절간은 안보이지만
그 우람하고 당당한 당간 지주의 모습만으로도 그 규모를 짐작 하고도 남았다.
도대체가 대장님의 설명은 들리지가 않았다.
누가 아이들을 탓하겠는가~~~
눈을 아주 통째로 퍼 부어도 마냥 즐겁기만 한 아줌마들..
아예 눈밭에 누워버리고 뒹구는이들.....
아무도 밟지 않았던 당간지주 영역은
그렇게 우리들의 발자욱으로 쑥대밭이 되어 버렸다.
아~~~
그래도 이 먼곳까지 날 보러 와 주신 그대들이 사랑스럽다고
그렇게 말하고 있는것 같은 당간 지주님...^^
굴산 사지 부도가 있는 마을 입구
고맙게도 마을분들이 눈을 치우고 계셨다
연신 수고 하신다는 말을 남기면서 한편으론 좀 미안하기도 하고...
민가 옆에 단아하게 서있는 범일국사 부도..
자세히 보니 새겨진 문양이 너무 아름답다.
중대석에 새겨진 악기를 연주하는 천인상,
양련과 화문,상륜부는 잘 보지 못했지만,
팔각으로.. 원형으로 ...화려하면서도 아담한 부도...
그 마을 사람들도 국보의 소중함을 알고 계실런지...
범일 국사의 탄생설,
우리나라에도 마리아 같은 성녀가 있었다니?...^^
다음엔
신복사지...
항아리 모습을 닮은 터...
그곳에 다소곳이 하얀 모자를 둘러쓰고 앉아 있는 부처님의
모습이 또 우리를 반긴다.
역시나 우리부처님 코를 다 빼앗겨 버리셨다.
납짝코가 되였어도 여전히 인자로우신 모습이다
두손을 모으시고
삼층 석탑을 향해 기도 하시는 모습,
우리들에게 겸손을 배우라 하신다.
자비를 베풀라 하신다.
깨끗한 마음을 가지라 하신다.
삼층 석탑
옥신 사이에 첨석이 하나씩 끼워져 있는 것이
고려 양식의 대표적 특징이라 한다.
태풍 루사때 사지 전체가 매물 되었던 적도 있다고...
부디 문화재가 잘 보존 되어
대대로 후손들에게 전해지길 기대 하면서
눈속에 비로자나불 공양상께 안녕을 고한다.
마치 고향을 지키시는 내 할머님을 떠나 오는 심정으로....
초당두부 찌개 한 냄비에
고픈배를 달래고
건너간 선교장,
길게 늘어선 행랑채 가운데로 들어서는
솟을대문엔 선교유거라는 현판과 세로로
선교장이란 글씨가 눈에 뛴다.
답사지를 미리 안 읽었더라면
조그만 마을인줄 알았으리...
99칸도 모자라 102 칸이란 넓고 넓은 마을같은 장원이 생긴것이다.
안채 사랑채.서별당 동별당.
또 세대가 늘때마다 한채의 가옥이 들어서고...
이렇게 해서 이내번은 이씨가문의 세를 늘린 것이다.
열화당,
러시아 공사가 선물만 안 했어도 어색한 채양은
없었을텐데..그래도 그것도 이 집안의 역사이니...
세상일은 잊고 친척들과 형제들이 모여 즐겁게 담소하고
친교를 하던 장소로 지었다.
번창했던 이내번의 시대를 그려본다.
사랑채에는 수 많은 시객들과 선비들과 풍류객들이 몇날 며칠을 묵어가며 정담과
시를 논하며 풍류를 즐길줄 알았던가 하면,
만석군의 도량 답게 흉년이 들때면 창고문을 열줄도 알았던 당시의
상류족인 양반가 이내번가의 아성
선교장의 모습을.....
뭉쳐야 산다는 이치를 일찌기 터득하여
큰 가솔들을 거느리고 살았던 양반가옥의
낙숫물 소리는 여전히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었을 테지.....
얼어붙은 활래정의 연못,
연꽃이 활짝 피어 있는 활래정의 모습을 못봐서 좀 아쉽다
그리고 귀한 손님이 오면 내 놓는다는 그 분홍 연꽃 차 맛도 그립고...
그렇지만,
눈 쌓인 활래정의 모습은 선교장과 더 불어
하나의 풍경화를 보는듯
이미 마음속엔 한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옹기 종기 맞댄 지붕들 사이로
줄줄 낙숫물 소리 정겨워라
이내번의 일가들의 웃음소리
예까지 들리는듯
인걸은 가고 없으나
대청 마루 햇살은 따사롭네,
그 자리
낯선객들
앉아보고 만져보고,
옛사람 보이지 않으나
그 정취는 느껴지네,
아~~아~ 태평세월
꿈이런가 하노라...
무딘 내마음에도 이런 귀절 하나 지어 본다...ㅎㅎㅎ
아쉽게도 허난설헌생가도 들리지 못하고 예쯤 있다는 말을 뒤로 한채...
경포대 바닷가~~~~
내 마음에 묵은때를
다 씻어 주는 시원한 바람과,
눈쌓인 해변가를 끝없이 걸어 보고 싶은데
나의 짝꿍은 자꾸만 시간 됬다고 가자 한다.
언젠가 여유 있게 와서
끝없이 걸어보고
털어 내 놓고
외쳐 보리라~~~
아쉽게 늙어간 내 인생의 못다한 말들을
저 짙푸른 파도에게 내려 놓으리라
차라리
쌀쌀한 바람이 불었으면 좋았을것을..
너무도 푸근 했다...
마지막에
참소리 박물관에서
위대한 에디슨의 발명품을 보고 듣고
삼층으로 올라가 음악 감상,
>
사진은 참소리 박물관장님 손성목님
세계적인 쓰리 테너의 음성으로 들어본
오! 쏠레미오...
캄보디아 똔레샾 호수에서 달님이 불러주던
그 감동만치나 커다란 감동이 마구 밀려온다.
오늘 하루의
모든 나른함과 흥겨움이
파발로티의
오 쏘레미오와 함께
뒤 이어 들려준,
그 노래 (제목이 생각 안남)와
그리고 도밍고의 그라나다...
성능 좋은 스피커를 통해서 들려오는
멋진 음악 감상으로
너무나 즐겁고 행복 했던
백설 나라로의 여행을 마무리 지어 본다.
이젠 봄이 와도 좋다.
봄은 어디쯤 왔을까?
첫댓글 영동과 영서에 경계가 대관령이란 실감을 비로소 합니다 여긴 겨우 뿌리던 눈도 담날로 흔적도 없어졌는데 멋지네요 오래 남을 눈 여행이었겠습니다
향기야님! 정말 멋지십니다. 낭만적인 그림과 타이탄의 주제곡.... 아~~~얼마나 행복한 순간이였을까??? 정말 멋지신분입니다. 좋은 그림과 좋은 음악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福많이 받으세요.
하얀 눈을 보니까 어릴적 고향생각이ㅎㅎㅎ~ 앞 뒤로 사진 많이 찍었는. 겨울 여행 축화 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