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지예윤(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 참석자 | |||
이효재(이하 이) : 저는 여행을 좋아해서 한달에 한번쯤 몇명이 모여서 여행을 다녀요. 그때 빼놓지 않는 것이 맛있는 집하고 지역 특산물이죠. 여행길에 산지에 들러 먹거리를 사오는 거예요. 표고 산지에 가면 표고버섯을 사오고, 충주나 예산에 가면 사과를 사오고 청주에 가면 도토리묵 말린 것을 사오고요.
어제도 지방에 다녀왔는데, 영동에서 곶감 사고 장수에서 곱돌그릇 사고 옥천에서 민물소라국 먹고 왔어요. 전 먹거리를 담는 그릇도 무척 중요시하죠. 곱돌그릇에 물을 담았다 먹으면 물맛이 얼마나 좋다구요. 거기다 그곳 노인네들이 물건을 팔고 좋아라 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 소중하고, 도저히 함부로 할 수가 없죠. 변혜원(이하 변) : 민우회는 생활협동조합에 소속돼 있고, 또 저희 지부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한 10년 전부터 유기농을 하는 산지와 회원을 연결시켜 안전한 먹거리를 보급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5세대씩 조를 이뤄 일주일에 한번만 주문을 하다가 올해 매장을 냈죠. 물론 저도 이곳을 이용해요. 퇴근하면서 필요한 것을 사가지고 가는 거죠. 요즘은 핫도그 피자 과자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까지 품목도 다양해져 10살된 아들 간식거리도 구입해요. 맛도 괜찮은데다 우리 농산물로 만든 안전한 먹거리니까요. 산지에서 사오는 것도 좋아요. 특히 생산자를 직접 보면 음식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죠. 다만 저희가 걱정하는 것은 그런 농산물조차도 대부분 오염돼 있다는 거예요. 농약을 좀 적게 친다 해도 환경과 토지가 이미 오염돼 있으니까요. 조양희(이하 조) : 그래요. 저는 2년 전 경기도 화성 시골로 내려갔는데, 우리 동네에도 농약이나 화학약품을 치는 집이 많아요. 쌀만 해도 자기네가 먹을 것은 우물물을 펌프질해서 대는데, 파는 것은 축산폐수에 그냥 노출돼 있는 저수지물을 쓰죠. 그리고 그런 쌀이 좋은 쌀이라고 해서 농협에 들어가구요. 그러니 일반 시장에서 구하는 농산물은 얼마나 오염이 돼 있겠어요. 우리는 동네분들이 가족끼리 먹으려고 기른 쌀을 사서 먹어요. 다른 먹거리도 동네에서 구하고요. 밭에 떨어져 있는 호박이나 김장하고 남은 무 같은 것은 그냥 가져가라고 할 정도로 여기저기 널려 있죠. 변 : 농사 지을 때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농약이나 화학약품을 많이 쓰고 있어요. 수확량을 증대시키려는 것인데, 이제는 땅이 산성화돼 수확량이 더 늘어나지도 않죠. 심한 경우는 1년에 10번 이상 약을 친다는 사람도 있는데 특히 과일은 알이 굵고 빛깔이 예쁘라고 더 많이 친대요. 이 : 산지에 가도 아무거나 안 사고 잘 알아봐서 사요. 이제는 하도 다녀서 거래하는 집도 생겼구요. 그리고 버섯 호두 나물 묵 잡곡류 등 농약을 안 치고도 재배할 수 있는 것들을 주로 사요. 특히 전 말린 묵을 좋아해 일년내내 항아리에 가득 넣어두고 먹어요. 설때 선물도 하는데, 쫄깃쫄깃하고 맛도 있는데다 살찔 염려가 없어 여자들이 무척 좋아해요. 튀겨서 소금을 얹으면 술안주로 그만이고, 신김치 넣고 끓이면 훌륭한 국이 되고, 기름기가 없어 그냥 먹어도 군것질거리로 최고죠. 한번은 이 말린 묵을 백화점에서 사본 적이 있는데, 다른 것을 많이 섞어서 그런지 자꾸만 끊겨요. 그만큼 물건이 다른 거죠. 또, 봄이 되면 베란다에 콩나물 치커리 가지 방울토마토 등을 심어요. 이중 방울토마토는 얼마나 잘 크는지 정말 사람 키만큼 크죠. 손도 많이 안 가요. 다만 문제는 벌레인데, 저는 약은 절대 안 쓰고 신문지를 태워 재를 뿌려줘요. 그게 좋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벌레가 있으면 그냥 ‘그래 저게 자연의 현상이지’ 그러고 말아요.
“비싸지만 무공해 농산물 애용하면 변 : 그래서 환경운동가는 좀 지저분해야 한다고 말하나봐요(웃음). 그런 거 도저히 못 참으면 환경운동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잖아요. 조 : 저도 집 근처 텃밭에 호박 고추 가지 깻잎 상추 등을 길러먹는데 정말 깨끗하고 맛있어요. 거기 맛들리면 시장에서 사다먹는 거 못 먹어요. 변 : 일반 농민들은 유기농에 대해 농약도 안 쓰고 비료도 안 쓰고 어떻게 농사를 짓냐고 해요. 사실 땅이 산성화돼 있어 농약을 안 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유기농을 시작하고 땅이 적응되기까지 3년 정도는 실패를 하죠. 참 어려운 일입니다. 유기농은 농약뿐 아니라 제초제 등 화학비료조차 안 쓰고 퇴비만 사용해요. 이외에도 농약을 안 쓰는 무농약, 최소한의 농약만 쓰는 저농약 등으로 분류하는데 그렇게 재배한 것을 흔히 환경농산물이라고 부르죠. 이 : 무공해든 저농약이든 품질표시제가 강화돼야 할 것 같아요. 충정도 어느 지방에 가보니 여주쌀 봉지가 쌓여 있어요. 그러니까 타지역이 여주쌀로 둔갑하는 거죠. 그런 걸 보면 소비자가 얼마나 속는지 알 수 있어요. 근데 확실히 무공해 농산물이 비싸대요. 먹거리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저를 아는 신부님이 무공해 포도농장이 있다면서 그곳을 좀 도와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포도를 구입해 저희 한복집에서 선물할 일이 있을 때 쓰고 있는데, 값이 시중 포도보다 배 이상 비싸요. 물론 당도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지만요. 그래도 비싸다는 말을 못하겠어요. 수확량이 너무 적어 생활을 위해 약초나 밀을 재배하는 등 다른 일들을 하거든요. 변 : 사실 저도 처음에 생협 가입을 제의받았을 때는 무공해 농산물 구입을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어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때문이었죠. 남들 다 먹는 거 거부하고 비싼 거 사먹는 게 무슨 운동인가 싶어 죄책감까지 들었거든요. 근데 한번만 더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에요. 가격은 좀 비싸지만 그만큼 안전한 먹거리고, 많이 사먹을수록 유기농을 할 수 있는 땅이 더 늘어나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거예요. 식품오염은 먹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파괴와도 직결되거든요. 결국 무공해식품을 먹는다는 건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죠. 저처럼 부정적인 생각을 하던 주부들도 이런 얘기를 하면 ‘그렇구나’하고 동의해요. 조 : 생각해보면 요즘 우리는 너무 많이 먹고 사는 것 같아요. 오염된 식품을 싸다고 많이 먹는 것보다 좀 비싸더라도 안전한 먹거리를 찾아서 알맞게 먹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꼭 필요한 곳에 소비하는 습관은 사는 데 참 중요하죠. 사실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게 어딨겠어요. 시장에서 콩나물을 사다가 물에 담가보면 비눗방울 같은 것이 생겨요. 얼마 전 뉴스를 보니까 패류를 먹은 일가족이 누구는 죽고 누구는 위독하다는 얘기가 나오더군요. 이 : 요즘 매스컴을 보면 정말이지 뭘 먹고 사나 싶어요. 특히 지난해엔 더했던 것 같아요. 돼지고기 코카콜라 포도주사건 유전자조작 등, 갈수록 더 심해지지 않을까요. 변 : 한마디로 모든 먹거리가 오염돼 있다고 보면 맞을 거예요. 쌀 과일 채소의 오염은 특히 심각하고, 국내산 쇠고기나 돼지고기도 결국은 수입사료로 키우고 있으니 다 오염이 된 셈이죠. 기형아 출산, 각종 질병유발, 환경호르몬에 의한 정자감소 등이 모두 오염된 먹거리와 관련이 있다고 하더군요. 다이옥신 같은 환경호르몬의 경우 소각장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사람이 흡수하는 건 음식물을 통해서예요. 이 : 참, 궁금한 게 있어요. 두부 대부분이 유전자조작 콩으로 만들어졌다는 소비자보호원의 발표에 두부업자들이 소송을 제기했다는 등 유전자조작에 대한 얘기가 계속 들리던데, 도대체 유전자조작이 뭔가요? 그리고 얼마나 위험한가요?
“제초제 뿌려도 안 죽는 유전자조작식품 변 : 유전자조작은 전통교배에 따른 품종개량과는 달리 동물이든 식물이든 항생제 내성 같은 특정한 유전자만을 빼서 식물에 주입시키는 그야말로 식물을 조작하는 행위예요. 그래서 제초제를 뿌려도 잘 자라죠.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은 흔히 수확량을 늘려 식량난에 대처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허구예요. 오직 기업이윤만을 위해서죠. 그들은 종자를 독점판매하며 해마다 구입하도록 만들었어요. 결국 농민들은 종자 사랴, 비료 사랴, 이중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어요. 인도에서 유전자조작 면화를 재배하던 농민들이 빚더미에 앉게 되자 자살한 사건은 이를 잘 입증하고 있어요. 현재 유전자조작 식품으로는 콩 옥수수 면화 감자 토마토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부작용으로는 알레르기와 독성문제, 제초제를 뿌려도 시들지 않는 잡초가 증가하는 등 생태계 파괴 등이 거론되고 있고, 쥐의 뇌가 손상됐다는 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시민운동에 적극적인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반대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죠. 조 : 그런 식품이 시중에 나와 있어도 모르고 먹는 셈이네요. 변 : 예. 아직은 그래요. 우리나라도 지난해 NGO들의 압력에 못 이겨 2001년부터는 유전자조작 콩수입을 금지하고, 콩 옥수수 콩나물에 대해선 표시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그건 아주 미비한 대책이죠. 소비자는 최소한 어떤 식품인지 알고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은 가져야 합니다. 이 : 유전자조작 표시가 있다면 아무도 안 사먹을 것 같은데요. 그러니 정말 먹고 사는 게 전쟁이네요. 심심하면 콩 볶아서 우물우물 씹어먹고, 사과는 옷에 쓱쓱 문질러 껍질째 입으로 베어먹고, 목마르면 수도꼭지에 입대고 물 줄줄 흘리며 먹던 때가 정말 그리운데요. 조 : 우리 어릴 적만 해도 자연스러웠던 일인데 말이죠. 어쨌든 먹거리 문제만큼은 주부인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아요. 주어지는 대로 그저 소극적으로 먹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알 권리를 주장하고, 좋은 것은 찾아먹고, 나쁜 건 철저히 거부하고요. 내 선택이 우리 아이들의 환경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겠어요. 변 : 그래요. 주부들이 안전한 먹거리에 눈을 뜨는 게 가장 좋은 대책일 겁니다. 사실 아직도 ‘유기농, 무공해’ 하면 유난스럽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이 많은데, 자꾸만 그런 걸 먹어줘야만 일반화된 먹거리로 자리잡게 됩니다. 아마 머지않아 무공해 식생활이 모든 이의 관심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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