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病院) 이야기
노병철
“전문병원이 뭐고?”
누군가가 내게 묻는다. 갑자기 훅 들어오는 질문에 대답을 머뭇거린다. 진짜 ‘전문’병원을 말하는 것인지 그냥 상식적인 차원에서 특정 병을 잘 보는 병원이 어디냐고 묻는 것인지 구분이 잘되지 않아서다. 전문병원이 되려면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아무나 ‘전문’이라고 붙일 수 없다. 화상전문병원, 대장항문전문병원, 척추전문병원 같은 간판은 그냥 달아지는 것이 아니고 3년마다 검사해서 자격이 떨어지면 간판 내려야 한다. 의료기관에서는 개나 소나 ‘원조’ 붙이듯 ‘전문’이란 단어를 붙일 수가 없다.
우리나라 의료는 공공의료를 지향하면서 자본 투자는 민간이 하고 관리와 수가(酬價)는 정부가 통제하는 이중적 체계로 움직인다. 시장에 자율적으로 맡겨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런 구조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장단점이 있다는 이야기이고 어떤 구조이든 간에 이런 문제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가는 건강보험이라는 단일 보험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병원비가 차이가 거의 없다. 더 받다가 걸리면 5배 배상해야 한다. 그래서 병원마다 마음대로 받을 수 있는 상급 병실이나 특정 비급여 항목을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고 있다. 시비(是非)에 걸리지 않게 병. 의원에서 붙여 놓는 것이 아니라 법으로 붙여 놓으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만큼 철저하다.
“의원과 병원 차이가 뭐고?”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의료 기관을 병원과 의원으로 나누고, 병원은 일반 병원과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으로 구분되어 있다. 병원과 의원은 29병상을 기준으로 구분되고 있어 기능적 구분보다 규모에 의한 구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암튼 이렇게 우리나라는 의료전달체계라는 것이 마련되어 있다. 무작정 몸살감기로 대형병원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나누고 있다.
여기서 사람들이 엄청나게 헷갈리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는 1, 2, 3차 의료기관을 가지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가 1차 의료기관이다. 병원급이 2차이고 상급종합병원이 3차가 된다. 여기까지 이해가 된다. 우리나라는 1, 2단계 체계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하면 여기서 숫자에 약한 사람은 헷갈린다. 1, 2차 의료기관을 묶어 1단계 진료라고 하고 3차 의료기관은 2단계 진료라고 하는 것이다. 1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갈 때는 발급한 지 7일 이내의 요양급여의뢰서가 필요하다. 통상 우리가 이야기 하는 진료의뢰서 들고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이 말이다.
파티마 병원은 2차 의료기관이라 진료의뢰서 없이 그냥 가도 된다. 하나 팁을 드리자면 현대자동차 같은 대형정비공장에 들어가려면 예약하고 3~4개월 기다려야 한다. 바로 가는 방법은 레커차에 달아가면 된다. 대학병원 같은 상급종합병원도 마찬가지다. 바로 가려면 구급차 타고 가면 된다. 응급환자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상급종합병원은 환자들이 넘친다. 진료 한번 받으려면 온종일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리고 짧은 진료에 엄청난 검사가 시작된다. 보험이 적용된다고 해도 비용도 만만찮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의료는 생사를 다루는 필수적인 부분과 통증이나 알레르기처럼 불편감과 건강한 삶의 질을 다루는 영역, 그리고 미용처럼 건강과는 무관한 선택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 의료 이용량은 끊임없이 늘어났는데 그 이유는 의료의 영역이 필수 질환 중심에서 삶의 질을 다루는 영역으로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국민소득에 높아져 생기는 자연적 현상이다. 의사들도 생사를 가늠하는 악성질환을 치료하기보다 안전하고 돈 많이 버는 업종으로 바꾸고 있다.
30병상 규모의 중소병원과 2,000병상을 가지는 상급종합병원은 시설과 인력, 경영지표, 진료 과정이 완전히 다르지만 '병원'이라는 동일한 의료기관으로 취급되어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다 보니 엄청난 인건비 상승과 종합병원과 같은 조건의 심의로 인해 중소병원은 문을 닫거나 요양병원으로 바뀌고 있다. 그동안 야간 응급환자를 받던 중소병원이 없어지니 심야 의료공백 사태가 생기게 되고 야간 환자는 어쩔 수 없이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리게 된다. 상급종합병원 근처 사는 사람들은 밤새도록 구급차 소리에 질리고 응급실에 일하는 진료진조차 그 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이런 현상을 정부나 보건복지부는 알면서도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무조건 의사 수만 늘리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열악한 중소병원의 상황이나 의원급의 인원 수급 문제는 문제가 심각함에도 나 몰라라 하는 것 같아 불안 불안하다. 간호학원에서 간호조무사 실습 나왔는데 나이가 전부 오십 대이다. 하나를 가르치면 셋을 까먹는단다. 갑자기 나조차 주사 맞기가 불안해진다. 국회의원이나 고급공무원들은 상급종합병원 VIP실만 이용하나?
첫댓글 별로 관심없이 산 병원에 대한 상식이 좀 생겼습니다. 땡큐
잘 알지도 못하면서 뭐라고 하자니,
이게 좀 머쓱하긴 합니다.
현재 한국의 의료상황에 대해 제가 따로 공부해본 적도 없는 처지이지만,
한 생활인으로서 생각해보더라도 이게 참 논란거리입니다.
공공의료를 지향한다면서 민간에 맡겨버리면 어떻게 되나?
결국은 공금(세금)을 써야 하고, 민간의료담당자들은 금액이 적다고 불만이지요.
그렇다고 이들의 뜻대로 돈(세금)을 마구 줄 수도 없고.
이러니 현장에서는 보험과 무관한 영역의 진료를 마구 해서 운영비에 보태는 사태가 벌어지는데.
당장 여기서 골치가 아파집니다.
1. 시장만능주의자/ 어쩔 수 없지 않겠어? 나야 능력 있으니까, 특실에서 고급 진료 받는 거고.
없는 자들이야 자기들 소관이지. 누가 가난하게 살라고 했나?
#말이야 우아하게 하지만 속내는 위와 같은 뜻인 경우.
2. 공동체 의식에 투철한 인물들/ 국가의 역할이 뭔지도 모르는 작자들이 무식한 짓을 해서
이 모양이 되었다. 이 사회의 안정에도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은 지양하자.
실지로 이 사회의 의료제도도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주장하는 북한과 체제경쟁을 하느라고 서둘러 도입한...
어휴, 날씨도 더운데, 제가 또 말이 많네요.
사무국장님을 보건복지부 장관 으로 추천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