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피는 산골, 석포리 샘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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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의 세상은
이슬의 세상이지만
그렇지만
露の世は露の世ながらさりながら
――― 고바야시 잇사(小林一茶, 1763 ~ 1828)
▶ 산행일시 : 2014년 8월 23일(토), 흐림, 무더운 날씨
▶ 산행인원 : 12명(영희언니, 자연, 스틸영, 드류, 한계령, 대간거사, 상고대, 사계, 신가이버,
메아리, 승연, 우보)
▶ 산행시간 : 11시간 44분
▶ 산행거리 : 도상 18.1㎞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시간별 구간
00 : 30 – 동서울 출발
05 : 00 ~ 05 : 10 –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石浦里) 반야계곡 샘터마을, 산행시작
07 : 22 – 불심골 왼쪽 능선, 992m봉
07 : 30 – 임도
08 : 50 – 1,130m봉, 임도, 낙동정맥
09 : 30 – 임도 삼거리(소광, 전곡, 석포)
10 : 55 – 소광천 백병골 왼쪽 계곡
11 : 27 ~ 12 : 00 – 830m 고지, 점심
12 : 21 - 낙동정맥, 임도
13 : 00 – △1,136.3m봉 내린 안부
13 : 30 – 백병산(白炳山, 1,154m)
15 : 03 – 1,086m봉
16 : 13 – 931m봉 전위봉(Y자 능선 분기), 오른쪽으로 감
16 : 54 -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石浦里) 샘터마을, 산행종료
1. 등로, 금강송 숲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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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터마을 ~ 1,130m봉, 임도, 낙동정맥
이른 아침부터 도로 메울 벌초차량 피하고자 무박산행을 연속하는 점이 없지 않다. 밤을 달려
여명이 밝을 무렵 석포리를 지난다. 기침하여 대천으로 흐르는 14㎞ 석포리천 끼고 반야계곡
심심산골로 들어간다. 풀숲 사이 좁다란 콘크리트포장도로는 금방 끊어질 듯하면서 아슬아슬
하게 산골짜기 비집는다.
“지역의 형상이 소반같이 넓은 들로 이루어진 마을이라 하여 반야(盤野) 혹은 ‘너레들’로 불린
다. 예부터 반야마을은 삼재(三災)가 들지 않는 땅이라 일컬어져 왔다. 들이 넓어 굶어죽을 염
려가 없고, 언제나 깨끗한 물이 흘러 전염병이 생기지 않았으며,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쳐
있어 전란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반야마을에 대한 봉화군의 소개다. ‘소반’은 작은 밥상이거니와 ‘넓은 들’이 어울리지 않지만
첩첩 두른 준봉들 사이에 이만한 들녘이면 반야 ‘너레들’이라 할만하다. 산행들머리인 샘터마
을은 Y자 골짜기 입구다. 왼쪽은 삿갓골, 오른쪽은 불심골이다. 우리는 그 가운데 능선을 오르
려 한다. 다리 건너 불심골로 들었다가 왼쪽 산기슭에 소로가 보여 얼른 들었으나 그 소로는
열 걸음을 채 가지 않는다.
오늘 산행 전반의 조짐이고 축약이다. 울창한 잡목, 사방 널린 고사목 또는 간벌한 잔해, 수직
으로 가파른 사면 등이 그것이다. 헤드램프 밝혀 앞사람 자취 쫓는다. 풀숲 헤쳐 얼굴에 맞는
새벽이슬이 제법 차더니만 가로누운 고사목을 두어 번 통과하고 나니 시원하다. 숫제 암장이
다. 홀더인 나뭇가지와 돌부리 움켜쥐고 기어오른다.
27분 역전 분투하여 능선마루다. 인적은 흐릿하여 있으나마나다. 등로 주변은 우리나라 제일
의 금강송 군락지 고장답게 쭉쭉 뻗어 오른 아름드리 금강송이 즐비하다. 이런 금강송 숲을 걷
는다는 것만으로도 무박산행의 소득은 과분하고 그 늠름한 기상이 우리에게 전이되는 건 당연
하다. 수시로 우러르다 얼싸안아보고 씩씩하게 오르고 또 오른다.
딱히 아침식사라고 따로 시간 보낼 필요가 없다. 1시간 간격으로 휴식할 겸 주전부리한다. 그
럴 때마다 파리 떼가 엄청 달라붙는다. 오늘 산행 전 구간에서 고도의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
고 기상이변인가 의심하게 파리 떼가 극성이었다. 나중에는 파리 떼 쫓아내느라 팔심이 부칠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가만 두자니 눈과 코 입으로 막 달라 든다. 파리 떼 발걸음을 재촉한다.
걸으면 덜 달라붙는다.
992m봉 넘고 산죽 숲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산허리 도는 임도에 이르러 족발 짊어지고 앞장
선 신가이버 님을 제발 멈추게 하여 그 안주로 술추렴한다. 등로는 임도 절개지 오르자 미역줄
나무덩굴이 팔진을 쳤다. 스틱 휘두르며 뚫는다. 날이 훤해도 갈 길 목측하기 어렵게 뿌옇다.
외길. 일로 직등한다. 산죽 숲 넙데데한 1,130m봉 넘으면 임도가 나오고 낙동정맥 길이다.
오지산행이 서바이벌 산행이다. 여기까지 오는 데 세 사람이 벌에 쏘였다. 맨 처음에 승연 님
이 쏘이더니 메아리 대장님과 상고대 님이 각각 한 방씩 쏘였다. 그들이 등로를 벗어나지도 않
았는데 여럿 중 벌이 골라서 쏜 셈이다. 독성이 강한 벌이다. 상고대 님은 알레르기 반응으로
두드러기가 생기고, 특히 벌에 강하다는 메아리 대장님은 오랫동안 가려움을 느낄 정도이다.
앞으로 누구 차례일까?
그로 말미암아 우리 산행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백병골을 크게 돌려했던-916.1m봉 능선을
타고 백병골로 내렸다가 곧바로 964.3m봉을 오르려는-당초의 대담한 계획을 수정하여 그 안
쪽을 돌기로 한다. 능선마루와 이웃하는 임도 따라 간다. 임도에 차 바퀴자국이 보인다. 고도
1,000m가 넘는 이곳까지 차가 올랐었다.
2. 능선마루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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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등로 주변의 금강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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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992m봉 넘어 임도, 신가이버 님은 쉬면서도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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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992m봉 넘어 임도. 족발 짊어진 신가이버 님의 걸음이 워낙 빨라 그저 내뺄까 불안했는데
이 임도에서 족발을 처분하고 나니 후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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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병산(白炳山, 1,154m)
임도 삼거리. 소광, 전곡, 석포 삼거리다. 세 사람(승연, 영희언니, 자연)은 낙동정맥 길로 백병
산을 향하고 주력은 소광 쪽 임도 약간 돌아 남동진하는 지능선 잡아 쭉쭉 내린다. 변발 간벌
한 능선이다. 이곳에도 금강송은 우뚝우뚝하다. 임도 절개지가 가까워지면 능선마루는 절벽일
것을 염려하여 미리 생사면 치고 골로 빠진다.
백병골 가까워서는 수직사면이다. 낙석이 비산하여 가급적 앞뒤 일행 간 어긋나게 내린다. 사
태 난 골로 가는 게 낫다. 깊은 낙엽 속 허우적거리다 잡석과 쓸려간다. 백병골 소광천 최상류
인데 계류는 큰물로 흐른다. 부축 받아 건넌다. 다시 가파른 사면 오르막이다. 가쁜 숨은 턱에
닿고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겁다. 바람 한 점 없는 후덥지근한 날씨여서 비 오듯 땀을 쏟는다.
오직 한 걸음 한 걸음 내 딛는 데만 집중한다. 뒤돌아보는 것 공제선 올려다보는 것 다 불필요
한 동작이다. 나뭇가지 붙잡는 것이 조심스럽다. 밑동을 잡자니 혹시 땅벌집이나 뱀을 건들지
않을까 겁나고 중간쯤은 약하여 부러지기 쉽다. 세 피치 올라 830m 고지다. 점심 먹는다. 허
기지지만 오르느라 하도 애써서인지 입맛이 쓰다.
된 오름은 수그러들었다. 그 대신 잡목의 저항이 심하다. 날등 피해 사면으로 비켜 간다. 펑퍼
짐한 초원 나오고 길이 풀린다. 진조산 넘고 한나무재에서 오는 낙동정맥 길이다. 임도가 지나
는 야트막한 안부에서 숨 가다듬고 조신하게 정맥 길 따른다. 완만하고 긴 오름이 이어진다.
산죽도 개화병 앓는가. 등로 주변은 무성하던 산죽이 몰살하여 황량하다.
△1,136.3m봉은 낙동정맥의 이 근방 주요 포인트인데(백병산은 정맥 길에서 왼쪽으로 600m
정도 벗어났다) 등로는 여러 표지기 앞세우고 산허리 굽이굽이 돌아간다. 다수가 그에 따른다.
조망을 놓쳤을까 서운한 맘 달래려고 직등한 우보 님에게 △1,136.3m봉은 조망이 어떻더냐
물었더니 내 속을 헤아렸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고, 신가이버 님은 다시없는 경점이더라 하
여 내 속을 뒤집어놓는다.
낙동정맥 길을 벗어난 줄 모르고 산죽 숲을 떼로 내닫다가 내리막길이 미심쩍어 주변 살피니
백병산 정상을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새마포산악회에서 정상 표지판을 나뭇가지에 매달아놓
았다.
6. 건너편 산은 용인등봉 연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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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가운데 우뚝한 산은 백병골 건너 916.1m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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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가운데 우뚝한 산은 백병골 건너 916.1m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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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금강송 숲, 우러르다 얼싸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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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백병골로 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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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사태 난 골로 들어 백병골로 내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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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백병골 왼쪽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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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백병산 정상에서, 왼쪽부터 사계, 신가이버, 대간거사, 상고대, 우보, 스틸영, 메아리 대장,
한계령. 상고대 님은 벌에 쏘여 컨디션이 난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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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86m봉, 샘터마을
백병산 정상에서 서진한다. 드넓은 산죽 숲이다. 산죽 숲 헤치자니 적지 아니 힘이 든다. 사방
은 박무로 뿌옇고 인적은 산죽에 가렸다. 지도에 눈 박고 간다. 1,000m봉에서 남서진 방향 틀
어 쭈욱 내렸다가 주춤한 봉우리에서 정서진하고 안부 지나서 약간 올라 휴식한다. 대간거사
님과 상고대 님의 컨디션 난조로 그들을 포함한 주력은 1,086m봉 가기 전 봉우리에서 북쪽
지능선 타고 불심골로 내려가기로 하고, 신가이버 님과 우보 님, 나 셋은 1,086m봉에서 내려
가기로 한다.
하산예정시각 16시 30분. 잰걸음 한다. 그들 걸을 때 걷고 그들 쉴 때도 걸어야 한다. 종종 여
러 경우의 수가 있는 미로에서 기이하게도 일통하여 최선의 선택을 경험하는데 오늘 산행이
똑 그렇다. 1,086m봉 전위봉에서 직진하려다 다행히 눈 밝은 신가이버 님의 독도로 서진하고,
1,086m봉 오르는 중에 이미 하산하였으리라고 생각하였던 승연 님 일행을 만난 것이 또한 행
운이다.
1,086m봉은 사실 두 개의 봉우리다. 1/50,000인 영진지도에서 이를 가려내기가 생각보다 어
렵고 나침반 들이대지 않고서는 간과하기 쉽다. 동봉에 새마포산악회에서 달아놓은 ‘백병산,
해발 1,086m’ 표지판이 있고, 그 뒤로 북진하는 능선이 잘 발달하였기에 의심없이 그리로 가
려다 승연 님의 제동으로 멈칫한다. 옆의 서봉에 우리가 북진하여 가려는 능선이 기다리고 있
는 것이 아닌가!
등로는 산죽 숲이거나 간벌한 나뭇가지가 널려 있어 잠시도 순탄하지 않다. 이 어지러운 등로
를 바라보노라면 불과 수 미터 앞이 아득하다. 잔매에 골병든다고 했다. 나지막한 봉봉을 넘고
넘는다. 우람한 금강송 열주 우러러 맘 다잡곤 한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931m봉 넘는
것이 아무래도 역불급이다. 그 전위봉인 Y자 능선 분기봉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가장 빠른 길
이다.
바윗길 지나고 능선에 간벌한 나뭇가지는 오늘 산행의 결정판이다. 널린 나뭇가지 타고 넘느
라 연신 발을 치켜드는 통에 양쪽 다리에 쥐가 난다. 주물러 진정하여 다시 가고 또 쥐가 나고.
저 아래 우리 노란 차가 보이는 샘터마을이 가깝고도 멀다. 오른쪽 사면으로 미끄러져 내리고
산기슭 가시덤불 뚫어 임도에 다다른다. 그리고 불심골 계류. 징검다리는 물에 잠겼다. 다 왔
겠다 에라 첨벙첨벙 건너버린다. 후끈했던 발바닥이 시원한 물 흠뻑 맞아 개운하고 상쾌하다.
석포 가는 길. 샘터마을 반야계곡은 메밀꽃 피는 산골이다. 나는 아직 이처럼 너른 들판에 핀
메밀꽃을 본 적이 없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내다보다 차 멈추고 바라본다. 여태 고단함을 까
맣게 잊는다.
14. 금강송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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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샘터마을 가는 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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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샘터마을 반야계곡은 메밀꽃 피는 산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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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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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 글을 잘쓰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아깝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맛이 나요 그리고 사진 또한 예사롭지않다는 것도 느끼고 ,,같이 동참 할수있도록 체력이 좋아져야할덴데 ,,
뵙고 싶고 함께 산행하면서 이야기도 나누고싶은데 오지팀이 저한테는 너무 먼곳에 있네요. 안타까운 마음 드류님 산행기를 읽으며 위안받습니다. 잠시나마 함께있는듯 행복했습니다.고맙습니다! 드류님^^
사진은 작품이요
산행기는 예술입니다.
마치 산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입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백병산에서의 사진이 왜~~~ 다들! 죽상입니까?
힘들어 죽고 싶은 저만 환합니다.ㅎㅎ
다리에 상처가 반이네요~ㅠ.ㅠ
아마도 산죽속에서 있다보니......^^![~](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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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