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제가 살고 있는 단지에 여러 행사가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이곳에 살면서 이웃이 준 좋은 영향에 대해 글을 써내면
추첨을 해서 돈을 100불이나 준다는 겁니다!ㅎㅎ
돈 좋아하는 제가 눈을 번쩍 떳지요.ㅋㅋ
그렇지 않아도 바로 옆집 사는 백인 셜리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거든요.
집을 사고 내부 페인트를 하고 마루를 새로 깐 다음
딸과 함께 소소한 짐을 나르고 있던 어느 날
짐을 들여놓고 문을 잠그려고 하는 순간
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녁 먹었어요?!
둘러보니 바로 옆집에 사는 여인이었습니다.
놀랬지만 대답했지요.
아니요.
그럼 건너와서 저녁 같이 먹어요.
????
그렇게 들어선 집 안에 그 여인의 90 넘은 부모와 딸, 딸의 손자가 있었습니다.
막 칠면조요리로 저녁을 먹을 참이었다네요.
딸과 저를 위해 포크, 나이프와 접시를 늘어놓는 이웃 셜리.
웃음을 지으며 따뜻한 말을 많이 건넸던 셜리의 아버지
휠체어에 앉아 조용한 미소를 짓던 셜리의 어머니
자기 손자를 챙기며 따뜻하게 맞이하던 셜리의 딸
모두가 즐겁게 맛난 저녁을 먹었네요.
이사도 하기 전에 말이지요.
배도 부르고
마음도 부르고.
그 경험이 이곳에 사는 것에 대한 기대를 높였지요.
이 이야기를 제가 영어로 써서는 딸에게 부탁했습니다.
네가 표현과 문법을 다듬어줄래?
역시 잘난 딸, 아주 멋지게 해놓데요.ㅎㅎ
그것을 인쇄해서 단지내 사무실에 제출하고
또 한부를 인쇄해 이웃 셜리에게 건넸습니다.
제가 양념한 쇠고기 요리와 함께, 감사카드도 넣고.
잠시 후에 셜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정말 고맙다.
아니, 제가 고맙지요.
이제 그 글 속에 있던 셜리의 어머니, 아버지 두분이 모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기억이 불러올려졌을 겁니다. 아마 슬퍼지기도 했을 듯...
지금 셜리가 아픕니다.
저와 만나기 전에 폐암 진단을 받았고
갑상선에 문제가 생겨 수술도 받았는데
최근에 다시 문제가 생겨 항암치료를 받고 있거든요.
참 좋은 사람인데 아프구나...
왜 그런지 짐작이 갑니다.
첫번 결혼이 안좋았다네요.
딸과 아들을 낳고 헤어졌고
다시 결혼했는데 십 수년 전에 그만 그 남편이 죽었구요.
그 후에 몇 살 어린 남자친구가 그 집에 같이 살기도 했던 모양인데
맞지 않아 결국 또 시간 걸려 내보내야했고...
아들, 딸이 먼 거리에 살아 자주 보지도 못하고
하나 있는 오빠는 삼십년 넘게 소식이 없어
멀지 않은 곳이지만 따로 사는 늙은 부모를 셜리가 챙겨야 했지요.
휠체어에 앉아 살던 어머니가 넘어져서 엉덩이뼈 교체 수술까지 받았지만
결국 세상을 떠나고
혼자 남은 90넘은 아버지가 집을 떠나지 않으려하니
하루 세번씩 운전해 가서 아버지 개를 산책시키며 그 집안일을 챙기고
그렇게 정신없이 살다가 결국 아버지도 보냈으니
그 몸과 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꼬.
셜리는 잘 웃는데
제게는 그 웃음소리가 늘 허하게 들렸었네요.
아픈 가슴이 울리는 소리로.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사실 어디 셜리만 그렇겠는가?
살펴보면 아픈 가슴 없는 사람이 누가 있을 것인고?
남들 앞에서는 괜찮게 보이고 웃는 사람들도
나름나름 부대끼고 마음 무거운 일이
모두 있지 않은가?
갑자기 어제 읽은 가수 장미화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남편과 헤어지면서 양육권 때문에 100억 빚을 떠안고
평생 갚아왔다??? 아직도 5억이나 남았다고???
그녀의 밝고 활달한 모습으로 상상이나 했을 상황인가?
그렇게 살아왔구나...
이 경우는 극단이기는 하겠지만
그만큼은 아니라도
누구든 무거운 가슴, 아픈 가슴을 가진 것은
맞을 게다.
공부하느라고
크느라고.
셜리를 보며
셜리의 삶을 생각하며 이런 생각으로
마음이 슬퍼지고 맙니다.
애초부터 공부하러 온 삶이니
그러려니 해야함을 알면서도...
참...산다는 것이
그렇습니다.
이곳을 떠나기까지는
아픔을 감수해야하는 것.
성장통이군요.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보니
누구를 만나든
측은한 마음이 들고 맙니다.
어떤 느낌을 갖고
무엇과 싸우고 있을 것인가?...싶어서.
무엇 때문에 아픈 가슴을 갖고 있을 것인가 싶고...
에고고...이런 생각 그만 해야지요?
신나는 때도 있으니 말입니다.^^
흠...신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구나...
아무리 팍팍한 것들이 있어도
그 속에서 '신남'을 만들어내는 것이
공부이고 과제!
울다가도
웃을 일을 만들 일.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픈 가슴에 지지 않을 일.^^
비가 오던 아침과 달리 이제 하늘이 갭니다.
타이완 친구 엘렌네 집에 라벤더 수확을 하러 가도 될 모양이네요.
그 집 잡초도 뽑고 말이지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ㅎㅎ
웃으면서 집을 나서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