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30일 토요일, 날씨는 아침에 비가 내렸으나 오후에 갬, 하지만 하늘에는 구름이 간혹 보임.
제목 : 으름 열매
이제 가족들이 헤어질 시간이다. 아침을 집사람이 정성스럽게 끓인 김치찌개에다 아침을 거나하게 먹고 각자 짐을 싸기 시작했다. 아들 내외는 벌교 처가댁으로 갈 것이고, 나랑 집사람, 그리고 딸 내외는 내 처가인 순창 복흥으로 갈 것이다. 딸 내외가 결혼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한가위 명절에 딸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성묘를 하러 가는 것이다. 짐을 다 챙긴 후 딸 내외는 커피를 사러 간다고 하고 우리와 아들 내외는 같이 나가서 우리가 먼저 출발하고 아들 내외는 조선다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고 했다. 여수문에서 딸 내외와 만나 우리는 순창 복흥으로 출발했다. 당초 계획은 완주선을 타려고 했다가 귀성하는 인파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어 다시 남해고속도로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다가 옥과를 지나면 다시 인파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어 곡성 IC로 들어가 국도를 타고 갔다. 내가 먼저고 사위가 운전하는 차는 내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드디어 처가에 도착하여 우리는 먼저 성묘한 뒤 돌아오다가 으름 덩굴을 보았다. 그런데 으름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있었다. 으름은 한국 자연산 바나나다. 그래서 예전부터 한가위 때 처가에 가면 자주 그 열매를 따 먹곤 했다. 으름 열매가 벌어지면 맛있는 알맹이가 나오는데 그 알맹이에는 씨가 있다. 그런데 그 씨를 씹으면 매우 쓰다. 그러므로 으름 열매는 알맹이는 먹되 씨는 뱉아내야 한다. 그리해야 으름 열매의 참 맛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으름 열매가 벌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따가지고 숙성하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조금 따왔다. 이제 놔두면 벌어지겠지. 그때 먹으면 된다. 성묘를 다녀 온 후 우리가 준비해간 장어를 숫불에 구워먹기로 하곤 화로에 숯불을 달궈냈다. 그런데 그 장어를 사위가 구웠다. 사위는 그런 고기 굽는 일을 잘한다. 이번 명절에도 집에서 갈비를 구웠을 때 사위가 구운 것이다. 숯불에 구우니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이른 저녁을 먹고 딸 내외는 시댁으로 출발하고 우리는 조금 있다가 집으로 내려왔다. 이번 명절은 참 의미있고 재미있게 보낸 기분이다.
첫댓글 선생님. 글이 참 재밌어요. 깨끗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