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률이상 제22권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6. 성문들 ⑩
5) 성문 무학의 사미승[聲聞無學沙彌僧部]
(1) 쌍덕(雙德)과 쌍복(雙福)의 두 사미가 부처님을 만나 도를 이루다
사위국(舍衛國)에 산(山)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50, 60채의 인가가 있었는데, 나라에서는 5백 리 길이 떨어져 있었다. 그 마을 안에 한 가난한 집이 있었다. 그 집 부인이 임신한 지 열 달 만에 쌍둥이 두 아들을 낳았는데 견줄 데가 없을 만큼 단정하였다. 부모는 두 아들을 몹시 사랑하며 아이들의 이름을 첫째는 쌍덕(雙悳)이라 지었고, 둘째는 쌍복(雙福)이라고 지었다. 아이들이 태어난 지 50, 60일쯤 되어 그 아버지는 소를 치다가 돌아와 평상 위에 누워 쉬고 있었고, 그 어머니는 나무하러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을 때였다. 이 두 아이는 서로 상대를 힐책하였는데, 먼저 한 아이가 말하였다.
“내가 전생에 거의 도를 다 얻게 되었었는데, 생명이 언제까지나 항상 하리라 여기는 바로 그 어리석은 생각 때문에 다시 물러나 나고 죽고를 반복하면서 헤아릴 수 없는 겁(劫)을 지났다.
이제는 이 가난한 집에 태어나서 도롱이 같은 하찮은 물건으로 털옷을 대신하고 추악한 음식으로 겨우 목숨만을 지탱하고 있으니, 이렇게 오래 계속 된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 모두가 이전 세상에서 내가 부귀를 그리며 몸을 아무렇게나 내버려 두고 뜻을 산만하게 하여 잠깐의 쾌락을 누렸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그 후로부터 지금까지 오래도록 고통을 받았고, 지금도 이같이 근심하고 괴로워하는데, 이제 앞으로는 무엇을 믿고 의지하며 살아갈까?”
그러자 다른 한 아이가 대답하였다.
“그 때 한때 부지런히 애쓰던 것을 조금 어려움이 있다 하여 끝까지 정진(精進)을 하지 못했기에 지금은 여러 세상 동안을 모든 나쁜 우환을 만났다. 이것은 바로 우리 스스로가 한 짓이요, 부모가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니다. 그저 우리가 함께 당해야만 될 일이니, 다시 말한들 무엇하겠느냐?”
그 아버지는 이 말을 듣고 괴이한 생각이 들어 이것은 분명 귀신이 떠드는 소리라 여기게 되었다.
“차라리 이 아이들이 아직 자라지 않고 어릴 때 죽여야겠다.”
아버지는 놀라서 밭 가운데로 가서 땔나무를 거두어 가져다 태워서 죽이려 하였는데, 어머니가 돌아와서 그 남편에게 물었다.
“이 장작으로 무엇을 하시려고요?”
그러자 남편은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고, 어머니는 어리둥절하였다.
다음 날에 부부가 함께 밖으로 나가서 몰래 숨어서 들었더니, 두 아들이 어제처럼 서로 힐책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부부는 이내 함께 장작을 모아다 몰래 아이들을 태워 버리려 하였다.
부처님께서 천안(天眼)으로 보시고 그 마을 안으로 가셔서 널리 광명을 놓으시니, 천지가 크게 진동하고 산천초목이 모두 금빛으로 되었다. 쌍둥이 아이들 집에 이르시자 두 아이들은 부처님의 광명을 보고 한없이 기뻐 날뛰었으므로 부모는 놀라서 저마다 한 아들씩을 안고 부처님께로 데리고 가서 불 세존께 물었다.
“이 아이들은 태어난 지 이제 겨우 40, 50일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말하는 것이 이러하니 너무나 괴이합니다. 저희는 재앙이 있을까 두려워서 불에 태우려 하였사옵니다. 도대체 무슨 도깨비인지 영 모르겠습니다. 원하옵건대 부디 해설하여 주옵소서.”
어린아이들이 부처님을 뵙고 기뻐 날뛰므로 부처님께서 어린아이들을 보고 크게 웃으시니, 입에서 다섯 가지 빛의 광명이 나와 하늘과 땅을 널리 비췄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두 어린아이는 도깨비[鬼魅]가 아니고 복과 덕의 아들이니라. 전세의 가섭불(迦葉佛) 때에 사문이었느니라. 어릴 적부터 함께 벗이었다가 뜻을 같이하여 출가하여서는 각자가 정진하여 도를 다 얻기에 이르렀었다. 그런데 홀연히 사악한 생각을 일으켜 같이 정진을 그만두고 세간의 영화를 즐겼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복을 믿어서 장차 자신이 하늘에 날 것이며 땅에 내려오더라도 후왕(侯王)이나, 나라 주인이나 장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갑자기 일으켰다. 이 때문에 저절로 물러나 열반을 얻지 못하였으며, 다시 이 생사의 오랜 세월을 지내는 내내 언제나 서로가 구속하며 잡아당기고 있었다. 지금 나의 세상 때를 만나 이제 비로소 쌍둥이로 태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일찍이 부처님께 공양하였기 때문에 남은 복으로도 제도될 만하고, 태어나면서 벌써 전생 일을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와서 그들을 제도하는 것이요, 내가 제도하지 않았으면 잘못하여 불에 타고 말았으리라.”
그리고 이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대인(大人)의 바탕은 욕심이 없고
계시는 곳마다 광명을 비추며
비록 괴로움과 즐거움을 만나나
높은 체 아니하고 그의 지혜 나타낸다.
크게 어진 이는 세간의 일이 없고
아들, 재산, 나라를 원하지 아니하며
계율과 지혜의 도 마땅히 지켜서
사악한 부귀를 탐내지 아니한다.
마치 모래 속의 나무와 같이
지혜 있는 사람은 그 흔들림을 아나니
벗의 뜻이 강하지 아니하면
빛깔에 따라 그 바탕을 물들인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고 이 어린아이들은 부처님을 보고 있는데, 몸이 위로 솟아 올라가며 여덟 살 난 아이만큼 커서 이내 사미가 되었고,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마을 사람들 모두 부처님의 광명을 보았고, 또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변하면서 위로 솟아 올라가며 커지는 것을 보았다.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수다원의 도를 얻었으며, 부모도 의심이 풀리면서 법눈[法眼]을 얻었다.『법구경(法句經)』 제1권에 나온다.
(2) 수다야(須陀耶)가 무덤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부처님을 만나 도를 얻다
전다월(旃陀越)이라는 국왕이 있었다. 바라문을 받들어 섬겼으므로 국정을 다스리는데도 역시 그를 임용하였다. 왕이 작은 부인을 중히 여기자 여러 부인들은 미워하고 질투하여 금을 바라문에게 선사하면서 왕에게 그녀를 헐뜯는 말을 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는 왕에게 말하였다.
“그 작은 부인이 아들을 낳으면, 반드시 나라에 우환이 있을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언짢아하면서 바라문에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어미와 자식을 함께 죽이는 방법뿐입니다.”
“사람의 생명은 중한 것이거늘, 어떻게 죽이겠습니까?”
“만약 죽이지 않으면 나라도 망하고 대왕도 죽일 것입니다.”
그래서 왕은 아이와 그 어미를 죽여 버렸다.
그러나 잘못 죽였기에 아이는 뒤에 무덤 안에서 살아났고, 그 어머니의 몸이 반은 썩지 않았기에 아이는 그 젖을 먹고 살았다.
그렇게 3년이 지나 그 무덤이 무너지는 바람에 그 아이는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아이는 날짐승, 길짐승과 함께 놀다가 날이 저물면 무덤 안으로 돌아가곤 하였다. 아이의 나이 여섯 살이 되자 부처님께서는 그가 날짐승, 길짐승과 한 떼가 되어 고생하는 것을 염려하시어 변화로 사문이 되어 아이에게로 가셨다. 그리고 그를 불러 물으셨다.
“너는 누구 집의 아이냐? 어디에 살고 있느냐?”
아이는 기뻐하면서 대답하였다.
“저는 집이 없습니다. 다만 이 무덤 안에서 살고 있을 뿐입니다. 도인을 따라가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무엇을 하려고 그러느냐?”
아이는 대답하였다.
“저는 이제 잘되건 못되건 끝까지 도인을 따라가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데리고 기원(祇洹)으로 가셨다. 그 아이는 여러 비구들의 점잖은 거동과 법칙을 보고는 매우 좋아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도 비구가 되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내 허락하시고 손으로 그의 머리를 만지셨다. 머리카락은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졌으며, 이름은 수타(須陀)라고 지었다. 계율을 지키고 정진하여 게으른 마음을 품지 않았더니, 7일이 지나서 아라한의 도를 얻게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수타에게 말씀하셨다.
“전다월 왕을 제도하여야 하느니라.”
수타가 그 국왕에게로 갔더니, 그는 말하였다.
“나는 마음에 큰 근심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도인은 말하였다.
“근심이란 무엇입니까?”
왕은 말하였다.
“내 나이 이미 늙었고 벌써 때가 지났는데도 후사가 없습니다. 저는 그것 때문에 근심하고 있습니다.”
도인이 왕의 말을 듣고 아예 대답도 하지 않고 혼자 웃고 말자, 왕은 이내 성을 내며 말하였다.
“내가 도인에게 말을 하였는데 아예 대답도 하지 않고 도리어 혼자서 웃기만 하는구나.”
그러면서 이내 죽이려 하였다. 수타가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가벼이 날아 올라 공중에 서서 분신(分身)으로 몸을 흩으면서 간단 없이 나고 들고 하자, 왕은 신통 변화를 보고 이내 허물을 뉘우치며 말하였다.
“제가 실로 어리석어서 참과 거짓을 분별 못 했나이다. 원컨대 대신(大神)이시여, 한 번 돌아오셔서 저로 하여금 귀명(歸命)할 수 있게 하소서.”
수타는 이내 공중에서 내려와 왕 앞에 서서 말하였다.
“만약 귀명을 하시겠다면 매우 좋은 일입니다. 부처님께 귀의하여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바로 저의 스승이시며 삼계(三界)의 높으신 이로서 중생을 제도하십니다.”
수타는 잠깐 만에 왕과 백성들을 데리고 함께 부처님께로 가서 3존(尊)에 귀명하고 5계(戒) 받기를 청하여 우바새가 되게 하였다.
“수타가 바로 왕자이니라.”
왕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두려워하며 어쩔 줄을 몰라하므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옛날 구선니불(拘先尼佛) 세상에 불사달(弗舍達)이라는 국왕이 있었다. 그 나라 안의 백성들은 모두가 3존(尊)께 공양하였다. 그 때 어느 평범한 백성 하나가 일거리도 없이 너무나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언제나 나라 안의 부자와 귀한 이를 위하여 품팔이로 수백 마리의 소를 대신 치며 기르곤 하였다. 한번은 왕과 백성들이 비구 스님들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하는 것입니까?’
그러자 백성들이 대답하였다.
‘우리들은 지금 3존께 공양합니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언제나 가는 곳마다 안락하고 존귀하며 힘들여 고생하는 일이 없게 됩니다.’
그 사람은 생각하였다.
‘나는 너무 가난하니까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오직 소의 젖을 달여서 낙(酪)과 소(酥)를 만드는 것뿐이다. 그것이라도 깨끗한 마음으로 비구에게 올려야 하겠다.’
그러자 비구 스님들이 그를 위하여 주원(呪願)하였다.
‘그대로 하여금 나는 세상마다 복을 얻게 하리라.’
그 때부터는 나고 죽고를 거듭하는 동안 내내 그 일로 인한 복을 받았다. 어떤 때는 하늘로 올라가 천인이 되기도 하였고, 어떤 때는 땅으로 내려와 왕후(王侯)가 되기도 하였다.
한번은 왕이었을 때에 사냥을 나갔다가 새끼를 밴 좋은 암소를 죽이게 되었다. 그러자 부인은 왕에게 말하였다.
‘제발 그 새끼만은 죽이지 마십시오.’
그래서 소의 주인은 죽은 소의 배를 갈라 새끼를 꺼내 길렀다. 그 주인은 성이 나서 말하였다.
‘장차 저 왕도 이 소와 같이 되어라.’
그 후에 송아지의 혼신(魂神)이 왕의 아들로 되었으나 아직 출생하기도 전에 그 어머니가 왕에게 피살되었으니, 그가 바로 지금의 수타이니라. 수타의 어머니는 바로 그 때의 왕의 부인이며, 바라문은 바로 소의 주인이니라. 수타가 무덤 안에서 태어났고, 그 어머니의 몸은 반쪽이 썩지 않아서 아이가 그 젖을 먹고 혼자서 자라나 클 수 있었던 것은, 그 전생에 낙(酪)과 소(酥)를 비구 스님들에게 올렸기 때문이니라.”
왕은 이 말씀을 듣고 뜻이 풀리면서 수다원이 되었다.『전다월국왕경(旃陀越國王經)』에 나온다.
(3) 균제(均提) 사미의 출가와 전생 몸의 인연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실 때였다. 그 때 존자 사리불(舍利弗)이 밤낮 삼시 세 때에 천안(天眼)으로 세상을 자세히 살피고 있었다.
“누구 제도할 만한 이가 있나? 내가 얼른 가서 제도하리라.”
그 때 마침 한 무리의 장사꾼들이 다른 나라로 떠나가는데『보은경(報恩經)』에서는 “마제(摩提)의 두 나라 중간에 5백 명의 장사꾼이 있었다”고 하였다. 그 장사꾼들은 개 한 마리를 함께『보은경』에서는 흰 개白狗라고 하였다. 데리고 갔다. 길을 가던 중간에서 휴식을 하고 있었는데, 개가 그만 고기를 훔쳐서 먹어 버렸다. 사람들은 다 같이 개를 때리다가 그의 다리가 부러지자 빈 들판에 버려 놓고 떠나갔다.
사리불이 천안으로 개가 손발이 꼬부라져 땅에 버려져 있는데 배가 고파 다 죽어 가는 것을 보았다. 사리불이 개에게 날아가 밥을 주었더니, 개는 남은 목숨을 구제 받고 마음으로 아주 기뻐하였다. 사리불이 그 개를 위하여 미묘한 법을 해설하자 개는 이내 목숨을 마치고 사위국의 바라문 집에 가 태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사리불이 혼자서 걸식을 다니고 있었는데, 바라문이 그것을 보고 그에게 물었다.
“존자께서는 혼자 다니시는데, 사미가 없으십니까?”
사리불은 말하였다.
“나에게는 사미가 없습니다. 듣자 하니 당신에게 아들이 있다 하던데 나에게 주십시오.”
바라문이 말하였다.
“저에게 균제(均提)라는 아들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만, 나이가 아직 어려서 심부름도 못 시킬 겁니다. 나중에 다 자란 다음에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사리불은 그 말을 마음에만 새겨 두고 있다가 아이가 일곱 살이 되었을 때 다시 바라문에게 가서 청하였다. 그 때에는 바라문이 아이를 출가시켰으므로 사리불은 아이를 데리고 기원(祇洹)으로 왔다. 사리불이 조금씩 그를 위하여 설법함에 따라 아이는 마음과 뜻이 열리고 풀리면서 아라한이 되었다.『보은경(報恩經)』에서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잘 왔노라’ 하시자,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졌다”고 하였다.
균제 사미는 처음 도를 얻자마자 스스로가 지혜의 힘으로써 과거 세상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자신의 전신은 한 마리 굶주린 개였었는데 화상의 은혜를 입어 이제는 사람의 몸이 되었고, 아울러 도의 과위를 얻게 되었음을 보고는 기쁜 마음이 속에서 우러나오므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스승의 은혜를 입어 모든 괴로움을 벗어날 수 있었구나. 이제는 몸이 다하도록 필요한 물건을 대드리며 영원히 사미 노릇을 하여야겠다.’
“썩 오랜 과거의 가섭불(迦葉佛) 때에 여러 비구들이 한 군데 모여 살고 있었다. 이 때 나이 젊은 비구 하나가 음성이 청아하여 범패(梵唄)를 아주 잘하였다. 또 한 비구는 나이가 늙은 데다 음성이 둔탁하여 범패를 잘하지도 못하면서 매양 스스로 소리를 뽑으면서 혼자서 즐기고 있었다. 그 늙은 비구는 이미 아라한을 얻었었다.
그 때 나이 젊은 비구가 그를 꾸짖으며 말하였다.
‘지금 장로의 음성은 마치 개 짖는 소리 같소이다.’
그러자 늙은 비구는 젊은이를 불러서 물었다.
‘자네가 나를 알고 있느냐?’
젊은이가 대답하였다.
‘나야 당신을 잘 알지요. 당신은 바로 가섭불 때의 비구 상좌(上座)이십니다.’
그러자 늙은 비구가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이미 아라한이 되었느니라.’
나이 젊은이는 두려워하며 자신을 책망하고 참회하였으나, 오히려 5백 세상 동안 늘 개의 몸을 받아 태어나게 되었다. 그래도 그가 출가하여 깨끗한 계율을 지녔었기 때문에 이제 나를 만나게 되었고, 해탈을 얻게 되었느니라.”『현우경(賢愚經)』 제12권에 나온다.
(4) 사미가 개미를 구하여 목숨을 늘리고 정진하다 도를 얻다
옛날 조그마한 나라에 성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데에 비옥한 숲이 있었고, 도사 다섯이 그곳에서 도를 닦고 있었다. 어느 한 비구는 6신통(神通)을 얻었다. 그는 나이 여덟 살 되는 사미 하나와 함께 산중에 살면서 각자 한쪽에 앉아 경전의 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 스승은 사미의 수명이 7일 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고 생각하였다.
“아이가 이곳에서 있다가 죽을 것 같으면 아이의 부모가 내가 이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해서 죽게 만들었다고 마음에 원한을 품겠구나.”
그래서 이내 사미에게 말하였다.
“너의 부모가 너를 그리워하고 있으니 너는 지금 집으로 돌아갔다가 여드레 째가 되는 날 아침에 돌아오너라.”
사미는 기뻐하면서 머리 조아리고 떠나가다가 길에서 큰비를 만나게 되었는데, 길바닥에 물이 괴며 세차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때마침 땅바닥에 개미 구멍이 있었는데, 흐르는 물이 그 구멍으로 들어가려 하는 것을 보고 사미는 생각하였다.
‘나는 부처님의 제자다. 첫째는 인자한 마음이요, 둘째는 중생을 살려내는 것이다.’
사미는 이내 흙으로 막고 물길을 터서 물이 딴 데로 흘러가게 해 놓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른 변화가 없이 8일째 새벽에 돌아오자, 스승이 멀리서 그를 보고 그 까닭을 괴이하게 여겼다.
‘7일 만에 죽었어야 할 아이인데, 이게 무슨 일일까? 귀신으로 변해서 오는 것은 아닐까?’
스승은 이내 삼매(三昧)에 들어가 그가 개미를 구제하여 현세에서 목숨을 늘리게 되었음을 보았다. 사미가 와서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으므로 스승은 말하였다.
“너는 큰 공덕을 지었었는데, 자신이 알고 있느냐?”
사미는 말하였다.
“7일 동안 꼬박 집에만 있었으며, 다른 공덕은 없었습니다.”
스승은 말하였다.
“너의 수명은 벌써 다했어야 하였으나, 엊그제 개미를 구제하였기 때문에 현세에서 수명을 80여 년 늘리게 되었느니라.”
그러자 사미는 기뻐하면서 착한 일에는 과보가 있음을 믿고 더욱 부지런히 수행하고 정진하여 게으르지 않았더니 아라한이 되었다.『복보경(福報經)』에 나오며, 또 『비유경(譬喩經)』 제7권에도 나온다.
(5) 사미가 스승을 밀어서 땅에 엎어져 죽게 하였으나, 나쁜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정진하여 도를 얻다
사위국(舍衛國)에 어느 한 늙은이가 일찍이 아내를 잃고 혼자서 아이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다 사는 것이 너무나 고생스럽고 가진 재산도 없었으며, 세상의 무상함을 깨닫게 되었으므로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였다. 아이는 나이가 아직 어렸으므로 역시 따라와 사미가 되었다. 어느 날 아버지와 함께 나가 걸식을 하다가 날이 저물려고 하자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였다. 아버지의 걸음이 느렸으므로 아이는 사나운 짐승을 만날까 무서워서 그 아버지를 급히 붙잡고 밀면서 길을 걸었다. 그런데 아버지를 붙잡은 것이 허술해서 그만 아버지를 밀었는데 땅에 엎어지며 손을 짚으면서 죽어 버렸으므로 혼자만 부처님께로 갔다.
여러 비구들은 사미를 꾸짖으면서 이내 부처님께 아뢰었는데,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아이가 비록 스승을 죽게 하였으나 나쁜 뜻으로써 한 것은 아니니라.”
그리고 사미에게 물으셨다.
“네가 스승을 죽였느냐?”
아이가 대답하였다.
“제가 사실 밀기는 하였습니다. 그러나 결코 나쁜 뜻으로 한 것은 아니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너의 마음에 나쁜 뜻이 없었음을 아느니라. 과거 세상 때에도 그렇게 나쁜 뜻이 없이 살해하였었느니라.
옛날 어떤 아버지와 아들, 두 사람이 같이 살고 있었는데, 그 때 아버지는 몹시 앓고 있었다. 하루는 아버지가 잠을 자려고 하는데 파리가 너무 많아서 자꾸 달려들어 괴롭히므로, 아버지는 아이에게 파리를 막도록 시키고 편안히 잠을 자려 하였다. 그러나 아이가 급히 파리를 막아도 파리는 계속 날아오므로, 아이는 성이 나서 커다란 막대기를 가지고 파리를 엿보다가 죽이려 하였다.『십송률(十誦律)』에서는 “큰 돌을 가지고 모기를 잡으려 하였다”고 하였다. 그 때 파리들이 다투어서 아버지의 이마에 모였으므로, 아이가 막대기로 파리를 때려잡는다는 것이 그만 그 아버지를 즉사하게 하였다.
그 때의 아버지는 바로 지금의 이 사미요, 아이는 바로 지금의 죽은 비구이니라.”
나쁜 마음이 없었고 나쁜 뜻이 없었으며 또한 일부러 죽인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미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부지런히 수행하여 마침내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현우경(賢愚經)』 제10권에 나온다.
(6) 사미가 어린 나이에 죽어 하늘에 났으나 훌륭한 스승과 벗을 잃은 것을 분하게 생각하였으나, 부처님께 나아가 거룩한 진리[聖諦]를 분별하게 되다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이 때 다른 비구에게 제자가 있었는데, 마음가짐과 성품이 온화하고 뜻과 행이 어질었다. 제자는 언제나 정성과 공손함으로 화상을 모시며 정진하였고, 가르침을 공경하며 따라 스승의 명을 어기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수명이 짧아서 나이 어려서 죽었고, 도리천궁(忉利天宮)에 가 태어났다. 그런데 그 하늘을 살펴보니 커다란 불길만 보일 뿐, 본래 뜻하고 원하였던 것은 무엇 하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좋은 벗들과는 서로 지켜 줄 수 없게 되었고, 이제 훌륭한 스승까지 버리고 나쁜 벗을 따르게 되었다. 지극히 존귀한 화상과 아이리(阿夷梨) 무리를 거스르고 멀리하며, 수행하는 모든 분들과 4배(輩) 제자들이며, 일체지(一切智)를 지니신 여래를 이제는 모두 어기고 멀리하게 되었으니, 헤아릴 수 없는 겁 동안[無央數劫] 이제 다시 만나기도 어렵고 뵙기도 어렵게 되었다.
세간에서 경전의 미묘하고 심오함을 강설하시고, 일찍이 말이 없이도 안온하게 교화하면서 모든 인연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것들을 설명하신다. 그리고 저마다 이렇게 된 원인이 있음을 깨달아 알게 함으로써 헤아릴 수 없는 겁 동안 아직 보고 듣지 못했던 것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경전과 계율을 만나 집을 버리고 떠나 도를 닦은 것이었는데, 마땅히 일으켜 세울 것을 다 마치지 못하고 이제 도리어 방일하게 되었으므로, 먼저 세존께 나아가 발 아래 머리를 조아렸다.
부처님께서는 그의 마음이 참되고 바르게 도를 즐기며 순수하게 법을 지키는 데에 있음을 보시고, 고(苦)ㆍ집(集)ㆍ멸(滅)ㆍ도(道)를 말씀하셨다. 그러자 사미는 이내 진리를 보게 되었다. 화상이 근심하면서 눈물을 비 오듯이 흘리므로 부처님께서는 그를 불러 연유를 물으셨다.
“그대는 무엇 때문에 근심하고 괴로워하느냐?”
화상이 대답하였다.
“제 제자가 죽었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런데 왜 근심을 하느냐?”
대답하였다.
“저의 사미 제자는 아주 어진 아이였는데, 아직 미치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이 때문에 근심이 되어 마음이 영 편안하지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근심하지 말아라. 그는 이미 마지막[究竟]에 이르러서 천상에 나게 되었고 오늘 밤중에 거룩한 진리를 분별하였느니라.”
그 말씀을 듣고 비구는 다시는 울지 않았다.『제자과명경(弟子過命經)』에 나온다.
(7) 순두(純頭) 사미가 귀신들에게 공경을 받자 수발(須跋) 외도는 저절로 항복하다
사리불(舍利佛)에게 순두(純頭)라고 하는 사미 하나가 있었다. 나이 여덟 살에 6신통(神通)을 얻고 허공을 날아올라 아뇩천(阿耨泉)에 이르렀다.
수발(須跋)이라는 5신통(神通)을 가진 범지가 역시 그 샘에 이르렀는데, 이 때 그 샘 위에 샘을 지키는 청의귀(靑衣鬼)가 있다가 5신통 있는 범지를 내쫓았다. 기와와 돌로 던져서 때리며 신령스런 샘에는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나 순두 사미가 허공을 타고 올라 샘에 이르자, 그 청의귀 수백 무리들은 모두가 나아가 영접하는 것이었다. 혹은 앞에서 옷을 거두어 주는 이가 있기도 하였고, 혹은 깨끗한 물을 가져다 손발을 씻기는 이가 있기도 하였으며, 혹은 깨끗한 수건으로 머리와 얼굴을 닦는 이가 있기도 하였고, 혹은 향탕(香湯)으로써 몸을 목욕시키는 이가 있기도 하였다. 이것을 보고 수발 범지는 소리를 지르며 말하였다.
“나는 지금 이미 5신통을 얻었으니, 나의 거룩한 덕이야말로 한량이 없다. 내 힘은 산을 옮기고 물의 흐름을 멈추게 할 수도 있으며, 천지를 마치 손바닥 안의 구슬 돌리듯 돌릴 수도 있다. 내가 도를 배운 지 120여 년 동안 몸이 고단하도록 애써 수고하여 신심이 몹시 고달팠다. 혹은 5명(明)을 섬기며 4처(處)에 불을 질러 햇빛이 위에서 비추게 하였으며, 혹은 잿더미에 눕기도 하였고, 혹은 험한 가시나무 가운데에 눕기도 하면서도 배움을 그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나를 몰아내며 샘에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게 하면서 이제 겨우 일고여덟 살밖에 되지 않아서 아직 젖비린내가 나는 이 검은 옷 입은 어린아이한테는 이렇게 대접과 공경을 지나치게 융숭하게 하다니, 대체 이것이 무슨 까닭이냐?”
그러자 청의귀는 범지에게 말하였다.
“지금 이 학사(學士)로 말할 것 같으면 겉모습과 나이는 비록 어리고 작지만 그 행(行)은 이미 삼계를 뛰어넘었고, 성현의 여덟 가지 도[八品道]를 얻었다. 너에게는 지금 그것이 없기 때문에 공경하지 않는 것이다.”
열차(閱叉)라는 한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는 절을 하나 세워서 역시 이름을 열차사(閱叉寺)라고 하였다. 그 절에 항상 우유를 공급하였고, 또 절에 연등(燃燈)도 공급하였다.
이 때 어느 먼 지방의 바라문이 그 절에 왔다. 그 바라문은 열차 범지의 재주가 높고 덕망이 밝으며, 부처님 법에만 빠져서 믿으면서 신묘(神廟)를 세웠다는 말을 듣고 그를 만나 보았다. 마침 한 사미가 와서 열차 범지가 가지고 온 기름이며 우유와 절에 드리는 연등을 받아 갔다. 여러 범지들은 열차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참으로 물들인 옷을 입은 사람에게 예배합니까?”
말이 아직 끝나기도 전에 그 사미가 도착하자, 이내 또 그에게 예배하므로 여러 범지들은 열차 범지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4성(姓)의 출신이고, 재주가 남보다 뛰어나며 천문(天文)과 지리(地理)를 꿰뚫어 익숙하게 알지 못하는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신주(神呪)와 감령(感靈)이 일마다 능하지 않음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물들인 옷을 입은 사람은 평범한 상민 성씨 출신이고, 종성(種姓)도 참되거나 바르지 아니합니다. 당신은 어찌하여 본래의 법을 어기면서 그를 향하여 공경하며 예배합니까? 또 당신은 범지로서도 행이 청정하시어 스스로 안으로는 도참(圖讖)과 비기(祕記)를 닦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를 행하고 복을 이룩하여 무슨 소원인들 능하지 않은 것이 없으면 문자와 장인(章印)도 두루 알지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 사미로 말할 것 같으면 부처로서의 행은 적고 행색도 초라하여 무슨 귀히 여길 만한 것이라곤 없는 사람, 근본을 버리고 끝을 취하기 때문에 우리들이 싫어하는 부류입니다. 대개 듣건대 사문은 가난하고 천하며 교묘한 속임수만 번다하게 늘여서 행하는 일마다 잘되고 영화가 한 몸에 가득하다고 세간의 사람들을 미혹시킨다고 합니다. 그러나 맑은 복[梵福]을 오래 이룩되게 하지 못합니다. 그런 자와 서로 만나게 되면 그저 손이나 들어 아는 체나 해 주고 말 것이지, 어찌하여 온몸을 땅에 던져 공경하며 예배합니까? 우리들이 친히 보아도 그 까닭이 심히 이상하게 보이거늘, 하물며 선학(先學) 대인(大人)이야 어찌 당신의 그 죄를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열차는 여러 바라문들에게 대답하였다.
“여러분은 잠자코 내 말을 들으십시오.
성현의 덕은 측량하기 어렵고
여덟 가지 바른 도[八直]는 위없는 도이니
이것이야말로 맑은 사문[梵沙門]임을
여래의 입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이 형상 보시면 비록 작기는 하나
성현의 도를 이룩하셨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이제 귀의한 것이어늘
범지들은 어찌하여 비웃습니까.
이미 마지막[究竟]을 얻은 수다원(須陀洹)과 사다함(斯陀含)은 욕계의 속박인 모든 얽힘[纏]ㆍ쌓임[陰]ㆍ감관[入]을 능히 끊었나니, 이 때문에 이미 악마의 근원을 능히 다하게 된 이라고 말합니다.
선정에 들어 좌선하는 사람은 고요한 데 있기를 즐기고, 마음으로는 하나의 뜻을 숭앙합니다. 들숨과 날숨을 헤아려 뜻을 붙잡음이 견고하고, 악마의 속박을 능히 끊으며 도리어 악마를 얽어맵니다.
선정에 든 사람은 귀신을 능히 부리고 뜻에 따라 바로 이르며, 마땅히 방편을 구하여 악마의 굳은 속박을 끊을 것입니다.”『출요경(出曜經)』 제5권에 나온다.
(8) 사미가 용한 스승을 따라 산에 들어가서 4신통(神通)을 얻고 다섯 어머니가 애달아하는 것을 알다
옛날 어느 한 어린아이가 나이 일곱 살에 부처님 도를 아주 좋아하여 사미가 되어서는, 나한의 스승을 따라 산중에 있으면서 배우고 부지런히 정진하며 게으르지 아니하였다. 나이 여덟 살이 되어서 4신통을 얻었는데, 첫째는 눈으로 환히 보는 것이었고, 둘째는 귀로 환히 듣는 것이었고, 셋째는 날아다니면서 변화하는 것이었고, 넷째는 스스로 전생에 어디서 왔음을 아는 것이었다.
어느 날 앉아서 생각을 해 보니, 전생이 바뀌는 동안 다섯 어머니의 아들이 되었었음을 보게 되었다. 그가 혼자서 웃었더니, 스승이 물었다.
“너는 어째서 웃느냐?”
사미는 말하였다.
“제가 어찌 감히 스승님을 보고 웃었겠습니까? 제가 제 몸을 돌아보니 다섯 분의 어머니가 있었는데, 밤낮 슬피 울며 애달파하고 몹시 근심하면서 늘 이렇게 말을 하십니다.
‘내가 아들을 아직 잊은 일이 없다.’
그렇기에 제가 이런 생각을 하며 혼자서 웃은 것입니다.
‘내 몸 하나가 다섯 집을 근심시키는구나.’
제가 첫째 어머니의 아들이었을 적에 이웃에서도 저와 같은 때에 태어난 아이가 있었었습니다. 제가 죽은 뒤에 같은 날에 났던 아이가 나들이하며 걸어다니자, 저의 어머니가 그를 보면서 말하였습니다.
‘내 아들이 살아 있었으면 저렇게 나들이하며 걸어다닐 텐데.’
그렇게 애달파하며 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시 둘째 어머니의 아들이었을 적에는 저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또 죽었는데, 저의 어머니는 다른 사람이 아이를 젖 먹여 기르는 것을 보고 이내 마음이 아파 저를 생각하면서 근심하며 슬피 울고 있습니다.
저는 또 셋째 어머니의 아들이 되어서도 태어나 오래 살지 못하고 죽었는데, 저의 어머니가 밥을 먹을 때면 눈물을 흘리며 저를 생각하곤 하였습니다.
‘만약 내 아들이 살아 있다면 나와 함께 밥을 먹을 터인데, 나를 버리고 죽어 버렸구나.’
저는 또 넷째 어머니의 아들이었을 때도 태어나 얼마 되지 않아서 죽었습니다. 저와 같은 또래가 장가를 들게 되자 어머니는 또 나를 생각하였습니다.
‘만약 내 아들이 죽지 않았다면 지금 역시 장가를 들일 터인데.’
저는 다섯째 어머니의 아들이 되어서는 지금 이대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집을 버리고 떠나 도를 배우자, 어머니는 날마다 슬피 울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의 아들이 가 버렸으니 어디에 있는 줄도 모르겠구나. 굶는지 춥지나 않은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지도 못하고,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구나.’
모두가 슬퍼하며 한탄하고 고통스러워합니다. 지금 다섯 어머니가 함께 모여 저마다 죽은 자식 얘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들 슬피 울면서 저 한 사람을 생각하고 있으니, 이 때문에 웃었습니다.
세간 사람들은 훗날 세상에 다시 난다는 것을 모르고, 다만 죽었다는 말만 합니다. 사람이란 선행을 지으면 복을 받고 악행을 지으면 재앙을 받는 것인데, 사람이 세간에 있어서의 선악만을 두려워하고 악을 지은 뒤에 고통을 받는다는 것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나쁜 길[惡道] 안에 들어가며 후회한들 돌이킬 수가 없습니다.
저는 세간을 싫어하였기 때문에 어버이를 하직하고 도를 구하는 것입니다. 저는 지옥과 축생, 아귀와 빈궁을 보고 그것을 두려워합니다. 저는 스승의 은혜로 부처님의 경과 계율을 받아서 이제 제도되었지만, 저의 다섯 어머니가 자신들도 제도하지 못하면서 도리어 저를 근심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였습니다.”『오모자인경(五母子人經)』에 나온다.
(9) 사미가 계율을 수호하며 사랑하는 몸을 버리다
어느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 아는 한 비구가 있었다. 이 때 안타국(安陀國)에는 3보(寶)를 공경하고 믿는 한 우바새가 있었는데, 그가 죽을 때까지 비구의 공양을 대기로 하고 날마다 공양을 보내고 있었다.
마침 그 나라에 또 어느 한 장자는 사내아이를 낳아서 출가를 시키려고 좋은 스승을 구하다가 그 비구에게로 가서 아뢰었다.
“나는 이 아들을 출가시키려 합니다. 대덕(大德)께서는 가엾이 여기면서 받아들여 제도하여 주십시오.”
그 때 비구가 도안(道眼)으로써 잘 살펴보니, 이 사람은 출가하면 깨끗한 계율을 잘 지니겠으므로 제도하여 사미로 삼았다.
이 때 우바새에게 사이 좋은 한 거사(居士)가 있었는데 다음 날 손님을 초대하여 잔치를 벌이므로 다들 모이게 되어 있었다. 그날 아침에 우바새가 말하였다.
“이제 모임에 나가야겠는데, 누가 남아서 집을 지키겠느냐?”
그러자 딸이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부모님께서는 여러 종들을 데리고 가셔서 청에 응하십시오. 제가 남아 지키겠습니다.”
아버지는 말하였다.
“매우 장하다.”
그렇게 온 집안이 다 잔치에 갔다. 딸은 문을 닫고 혼자 집 안에 있었는데, 그날 우바새는 바빠서 그만 잊어버리고 비구의 밥을 보내지 않았다.
그 때 존자는 생각하였다.
‘밥 때가 지났구나. 속인이라 일이 많은 게로구나.’
비구는 사미를 보내어 가서 음식을 가져오게 하였다. 사미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위엄 있는 모습으로 잘 차리고, 우바새의 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리자, 그 딸은 물었다.
“누구십니까?”
“저는 사미인데, 스님을 위하여 밥을 가지러 왔습니다.”
그러자 우바새의 딸이 이내 문을 열어 주었다. 이 여자는 단정하고 용모가 잘생겼으며 나이는 열여섯이었다. 음욕의 불이 타오르므로 사미 앞에서 갖가지 요염을 부리면서 음욕의 모습을 심하게 나타내었다. 사미는 그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 여인이 지랄병을 하는 것일까? 음욕에 끄달려서 나의 깨끗한 행을 깨뜨리려 하는 것은 아닐까?’
사미가 굳게 점잖은 거동을 지니면서 안색조차 변하지 않자, 여인은 이내 온몸을 땅에 던지고 사미에게 아뢰었다.
“제가 항상 원하던 것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저의 이 집 안의 값진 보물 창고는 마치 비사문(毘沙門) 천궁의 보배 광 같으나 주인이 없습니다. 당신은 그만 생각을 바꾸어서 이 집의 주인이 되어 주십시오. 저는 당신의 종이 되어서 모든 물건을 가져다 드리며 잔심부름을 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저의 소원입니다.”
사미는 생각하였다.
‘내가 차라리 목숨을 버릴지언정 계율을 깨뜨리지 않겠다. 옛날 어느 비구는 음녀의 집에 가게 되자, 차라리 불구덩이에 몸을 던졌을지언정 음행은 범하지 않았다. 또 여러 비구들이 도둑에게 겁탈을 당하고 풀 가지에 매여 있으면서 바람이 차고 햇볕이 따갑고 온갖 벌레들이 깨물어도, 계율을 수호하려는 생각을 한 까닭에 괴로움을 당하면서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저 바다에서 배가 파괴되자 하좌(下坐) 비구는 계율을 수호하려고 판자를 상좌(上坐)에게 주고 바다에 빠져 죽었다.
이런 모든 사람들은 부처님의 제자로서 계율을 능히 지켜 낸 분들이다. 나도 부처님의 제자인데 왜 지키지 못한단 말인가? 여래 세존께서는 유독 그들의 스승이요, 나의 스승이 아니란 말인가?’
그리고 방법을 생각해 말하였다.
“그만 문을 굳게 닫으시오. 나는 방에 들어가 내 할 일을 해야겠소. 그래야 그대에게 나아가겠습니다.”
그러자 여인이 이내 문을 닫았다. 사미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칼을 하나 찾아 놓았다. 몸에 입었던 옷을 다 벗어서 횃대 위에 걸어 두고 합장하고 무릎을 꿇고 구시나성(拘屍那城)의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곳을 향하여 서원을 세웠다.
‘제가 이제 부처님과 가르침과 스님들을 버리지 않고 계율도 버리지 않으면서 바르게 계율을 지니기 위하여 이 생명을 버리옵니다. 원하옵건대 태어날 적마다 출가하고 깨끗한 행으로 번뇌[漏]가 다하여 도를 이루게 하옵소서.’
그리고 목을 베어 죽었다. 이 때 여인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여 지게문에 나아가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그는 이미 죽어서 본래의 모습을 잃었음을 보고 음욕심은 바로 없어지고 부끄러움과 괴로움으로 슬피 부르짖다가 기절하여 버렸다.
그의 아버지가 모임에서 돌아와 딸이 그러고 있는 것을 보고 어찌 된 영문인지 물었다. 딸이 자세하게 사실대로 대답하므로 아버지는 이내 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사미의 몸이 피로 온통 더럽혀져서 붉기가 마치 전단향과 같았기에 우바새는 예배하고 찬탄하였다.
“부처님 계율을 수호하고 지키려고 목숨까지 버리셨습니다.”
그 때 그 나라 법에 만약 어떤 사문이 속인의 집에서 죽게 되면 벌금을 물어야 했으므로, 우바새는 금전 천 냥을 구리상 위에다 펼쳐 싣고 왕궁으로 가서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저에게 문책을 당하고 벌을 받을 일이 있으니 이것을 마땅히 왕에게 드려야 합니다. 받아 주시옵소서.”
왕은 말하였다.
“당신은 우리 나라에서 3보(寶)를 공경하며 믿고 언행(言行)에 어김이 없는 사람이오. 당신에게 대체 무슨 허물이 있기에 벌금을 낸다는 것이오?”
우바새가 위의 일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그의 딸의 잘못을 책하고 사미를 찬탄하자, 왕은 듣고 두려워서 몸을 웅크리며 그에게 말하였다.
“사미가 계율을 지키면서 스스로가 생명을 버린 것이요, 당신에게는 허물이 없으니, 다시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나는 지금 몸소 당신의 집에 가서 사미에게 공양하고 싶습니다.”
왕은 우바새의 집으로 가서 사미를 보고 나아가 예배하고, 갖가지 보배로써 높은 수레를 꾸리고는 죽은 사미를 싣고 평탄한 땅으로 나아가 많은 향나무를 쌓아서 화장하고 공양하였다. 그리고 그 여인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잘 꾸미어 잘 보이는 높이 드러난 곳에다 세워 놓고 그 때 모인 모두가 잘 볼 수 있도록 하며 대중에게 말하였다.
“이 여인이 아주 잘생기고 이렇게 아름답다. 아직 욕심을 여의지 못한 사람이라면 누구인들 음심이 없을 수 있겠느냐? 이 사미는 아직 도를 얻지 못했는지라 생사를 오가는 몸으로써 이와 같이 계율을 받들며 목숨을 버렸으니 매우 기특하고 희유하도다.”
왕은 이내 사람을 보내어 그의 스승을 청하여 널리 대중들을 위하여 미묘한 법을 해설하게 하였다. 그러자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그 일을 보고 듣고서 출가하려 하는 이도 있었고,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내는 이도 있었다.『현우경(賢愚經)』 제7권에 나온다.
(10) 사미가 용녀(龍女)에게 사랑을 느끼다가 마침내 용이 되어 태어나다
옛날 어느 나한(羅漢)이 사미와 함께 산중에서 도를 행하고 있었다. 사미는 날마다 인가(人家)에 가서 걸식한 음식을 가지고 둑 위를 지나오게 되었는데, 길이 험하고 평탄하지 아니하였으므로 땅에 넘어지며 밥을 진흙에 더럽히게 되었다.
사미는 더럽혀지지 않은 밥은 스승의 발우 안에다 담고 더럽혀진 밥은 씻어서 자기가 먹고 하였는데, 이렇게 하는 것이 하루만이 아니었으므로 스승은 말하였다.
“무슨 일로 씻어서 밥맛을 없애느냐?”
사미가 대답하였다.
“걸식하러 갈 때는 날이 맑은데 걸식하고 돌아오는 때는 비가 오므로 둑에서 넘어져 밥을 엎어 버립니다.”
스승이 잠자코 생각해 보니 이것은 용(龍)이 사미를 희롱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둑 위로 가서 지팡이를 가지고 두드렸더니, 용이 변화로 늙은이가 되어 나와서 머리를 땅에 대고 조아리므로 사문은 말하였다.
“너는 왜 나의 사미를 희롱하느냐?”
“실은 그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랑해서이옵니다. 오늘부터는 날마다 저의 방에 오셔서 밥을 잡수십시오.”
사문은 청을 받아들여 날마다 가서 먹었다. 사미가 뒷날 스승의 발우 안을 보니 두세 톨의 밥알이 있었는데 세간의 밥은 아니었으므로 화상에게 물었다. 그러나 스승이 묵묵히 대답을 하지 않는지라, 사미는 평상 아래로 들어가 평상 발을 붙잡고 있었다.
화상은 선정이 끝나자 바로 떠났으므로 사미도 함께 날아서 용궁의 전각 위에 도착하였다. 용과 부녀(婦女)가 같이 사문에게 예배하고 다시 사미에게도 예배하였다. 스승은 비로소 깨닫고 불러내서 말하였다.
“이것들은 채녀(婇女)가 아니고 바로 축생이었구나. 너는 사미로서 비록 아직 도를 얻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반드시 도리천(忉利天)에 나서 그들보다 백 배 더 훌륭하리니, 뜻을 더럽히지 말지니라.”
사미는 말하였다.
“이 용의 거처야말로 세간에서는 드문 것이옵니다.”
스승은 말하였다.
“거기에는 세 가지 괴로움이 있느니라. 첫째 비록 온갖 맛있는 밥이라 하더라도 입에 들어가기만 하면 이내 변화하여 두꺼비로 되며, 둘째 채녀가 견줄 데 없이 단정하여 보이나 음욕으로 부부가 되면 두 뱀이 서로 교접하는 것이 되며, 셋째 용의 등에는 반대 방향으로 난 비늘이 있어서 모래와 돌이 그 속에서 나서 고통이 앞가슴까지 울리게 되느니라. 이것이 너무나 큰 괴로움이니라. 그런데도 너는 왜 그를 따르려고 하느냐? 너는 아직 도를 얻지 못했으므로 귀신의 길[鬼道]과 국왕의 궁 안의 일을 보게 해 줄 수가 없구나.”
그러나 사미는 응하지 않고 밤낮 그를 생각하며 먹지도 않다가 병들어서 죽었는데, 혼신은 용의 새끼로 되어 났다.『대지도론(大智度論)』에서는 “보시하고 계율을 지니면서 빨리 용이 되기를 원하자 기다리고 바라는 마음이 중하여 발 아래에서 물이 나왔는데, 그 후에 스승이 본래 들어갔던 큰 못가로 가서 가사로 머리를 덮고 들어가 죽으면서 이내 큰 용으로 변하여 먼저의 용을 죽이니, 온 못이 모두 붉어졌다”고 하였다. 『가섭힐난타경(迦葉詰難陀經)』에도 나오며, 또 『대지도론(大智度論)』 제17권에도 나온다.
(11) 사미가 낙(酪)을 좋아하다가 이내 벌레 몸을 받다
어느 한 사미가 마음에 늘 낙(酪)을 좋아했는데, 여러 시주[檀越]들이 스님들에게 낙(酪)을 보내 주었다. 사미는 매번 남은 몫을 얻어먹으면서 마음속으로 더 탐내고 집착하였기에 목숨을 마친 뒤에는 남은 낙(酪) 병 속에서 태어났다.
사미의 스승은 아라한이었는데, 스님들이 낙(酪)을 나누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천천히 하시오. 이 낙(酪)을 좋아하는 사미를 다치지 마시오.”
그러자 여러 사람들이 말하였다.
“어째서 낙(酪)을 좋아하는 사미라는 말씀을 하십니까?”
스승이 대답하였다.
“본래는 나의 사미였는데, 남은 낙(酪)을 탐내며 좋아했기 때문에 이 병 속에 태어났습니다.”
스승이 낙(酪) 몫을 받자 벌레가 그 속에서 따라나오므로 스승은 말하였다.
“낙(酪)을 좋아하는 사람아, 너는 무엇 때문에 왔느냐?”
그러면서 그 낙(酪)을 그에게 주어 버렸다.『대지도론(大智度論)』 제17권에 나온다.